안디아모 김도성 대표가 꽈뜨로 포르마시오 피자를 화덕에 넣고 있다. 김 대표는 도우에서 굽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피자반죽인 도우에 가장 정성들여 - 2~3일간 저온숙성이 맛의 비밀 - 300~400도 고온에 1분만에 구워 - 다양한 치즈 고소함에 꿀의 달콤함 - 두께는 얇지만 맛은 풍성해 인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간 남성들, 한 번쯤 '뭘 먹지?'란 고민을 해봤을 터다. 뜻 모를 이탈리아어로 된 메뉴에 아무 요리나 시키다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그나마 귀에 익은 음식을 '대충' 시키고 만다. 어떤 맛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그 미로 같은 복잡함을 타개하기 위해 '안디아모'(부산 동래구 온천동 롯데백화점 인근·051-552-4202) 김도성(56) 대표의 도움을 받아 화덕 피자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 '도우'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부인 안정희(51) 씨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먹었던 이탈리아 음식에 반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익숙한 음식에 입맛이 적응한 중년의 나이에 도대체 어떤 맛이 김 대표를 자극했는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치즈의 쫄깃함이나 해산물의 상큼한 향을 살리는 그 특유의 맛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 뒤 김 대표는 안 씨와 주변의 동료와 함께 전국의 유명한 이탈리안 음식점 20~30곳을 방문했고, 그중 음식 맛이 가장 뛰어난 세 곳을 추려내기에 이른다. 여러 차례 주방장에게 가르침을 부탁했고, 거절하는 그들에게 사정해 어깨너머로 기본기를 전수받았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도우, 피자 반죽이다. 반죽 위에 갖가지 재료를 올리는 토핑은 어딜 가나 크게 차이가 없지만 도우의 맛이 피자 맛을 결정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 그래서 김 대표는 도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도우는 예쁘게 빚은 찐빵 같다. 하지만 맛과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반죽하는 물 온도와 효모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 후 반죽 덩어리를 실온 상태에 내버려두는 휴지기를 거쳐 이틀에서 사흘간 저온에서 숙성한다. 저온의 정확한 온도는 김 대표만의 영업 비밀이다.
화덕에 피자를 굽는 시간은 불과 1분가량. 적당히 익을 때까지 긴 삽으로 피자를 골고루 불에 익히는 정성이 필요하다. 300~400도에 이르는 고온에 도우는 바싹하게, 치즈는 말랑하게 익는다.
■ 꽈뜨로 포르마시오 피자
번역하자면 '4가지 치즈로 만든 피자'다. 모차렐라, 에멘탈, 체더,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어 만든 피자다. 상황에 따라 들어가는 치즈의 종류는 다르다.
무려 4가지의 치즈라더니, 과연 노랗게 얼룩진 색과 냄새부터 치즈투성이다. 짭조름한 특유의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한 조각 쭉 찢고 접어 꿀에 찍어 먹는다. 느끼한 맛은 없고 담백하다. 그 담백함에 꿀의 달콤함이 살아난다. 치즈가 많이 들어가 느끼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치즈의 깊은 향과 도우의 고소함이 입안을 맴도는데, 역시 부지런히 발품 팔아 얻은 김 대표의 손 맵시라는 느낌이 든다.
크림 소스로 만든 피자의 기본 형태는 바로 고르곤졸라 피자. 한 가지 치즈로 맛을 낸 고르곤졸라 피자에서 벗어나, 치즈의 깊은 향을 느끼고 싶다면 꽈뜨로 포르마시오 피자를 먹어도 좋다.
■ 루콜라 피자
토마토소스를 둘러친 루콜라 피자. 향이 강하고 진한 편이다.
이른바 지중해의 시금치로 불리는 '루콜라'를 피자 위에 듬뿍 얹었다. 루콜라만 따로 씹어봤는데, 향이 강렬하다. 짜고 쓴 맛이 나다가 삼키면 채소 특유의 상큼한 향이 남는다. 피자와 함께 먹으면 또 새로운 맛이다.
루콜라 피자의 외곽 부분에는 토마토소스를 둘러쳤다. 루콜라를 비롯해 올리브유와 양송이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넣었다. 두께를 제외하면 오븐에 구워낸 미국식 피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꿀에 찍은 피자 맛이 심심하지 않고 맛있다. 피자치고는 상당히 진한 향기가 나는데, 토마토소스와 루콜라 덕분이다. 다양한 재료의 어우러짐이 진하게 개성 있는 맛을 만들어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토마토로 만든 화덕 피자의 대표 음식이다. 김 대표는 "마르게리타 피자의 향에 다양한 맛이나 더 자극적인 향을 맛보고 싶다면 루콜라 피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