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무릎 부상으로 오른발을 거의 못 쓰는 상황에서도 세계 랭킹 3위 선수를 가지고 논 당신은 진정한 여제(女帝)의 자격이 있도다!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도 코트 어느 위치에서건 상대 코트 구석구석과 네트 바로 앞으로 다양한 샷을 정확하게 보내는 안 선수의 기술은 가히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상대의 다음 수를 예상하며 철저하게 계산하여 날리는 모든 샷 하나 하나, 그리고 상대의 강력한 스매쉬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내는 수비력은 참으로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이 정도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가진 여자 선수는 배구의 김연경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이후 처음인 듯싶다.
제1게임 후반 안 선수가 무릎을 감싸쥐고 쓰러졌을 때 저건 기권해야 할 거라 예상한 필자였지만, 그녀는 프로 스포츠 선수가 지녀야 할 진정한 투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오늘 밤 14억 중국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한국을 다시 보았으리라. 부디 안 선수의 부상이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그리고 비록 지긴 했지만, 천위페이 선수 역시 고향에서의 다분히 굴욕적인 패배 위기 속에서도 쥐가 나는 고통까지 참아가며 성질부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올림픽 챔피언다웠다.(그러나 안세영이라는 완벽한 선수의 등장은 그녀를 비롯한 다른 톱클래스 여자 선수들에겐 절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1인자만이 인정받는 이 세계는 보는 이는 즐겁지만 그 속에서 뛰는 선수들에겐 너무 잔인한 정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