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 : 밑줄 친 부분에는 링크가 걸려 있다. 클릭하면 해당 기사가 새 창으로 뜬다.
'전교 꼴찌→의대 합격’… 역전 스토리 쓴 수능 만점자들의 비결은?
내가 너희를 가르칠 때 내 중고등학교 성적표를 복사해서 나눠준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 성적표가 너희의 힘든 10대 시절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위 기사 속 청춘들은 내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몇 배나 더 지독하게 노력한 인간 승리의 표본들이다. 혹시 생방송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되거든 SBS 홈페이지에서라도 동영상을 찾아서 보기 바란다. 위 기사 내용만으로는 부족한 2%를 마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너희는 아직 젊다.(물론 40대 초반인 나도 아직은 젊다.^^) 또래 대부분의 친구들보다 1~2년 늦게 가더라도 그것이 100세 인생 전체에 있어서 지각이나 패배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혹시라도 대학을 재수나 삼수하게 되더라도 그건 패배가 아니며, 초조해할 일도 아니다. 물론, 대학을 안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 인서울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하는 청년이 태반인 시대에, 대학을 안 가는 대신 직장을 가졌다면 그건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일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오늘 굳이 수능 만점자들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이유는 너희더러 수능 만점 받고 SKY대학을 가라는 얘기를 하려 함이 아니라, 너희가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아직 그 방법을 몰라서, 자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스스로 작은 우물에 갇혀 있지는 말라는 뜻이다.
좀 엉뚱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올해는 재수생들에게는 최고로 좋은 1년이다. 세상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때문에 여름이나 가을까지 어수선할 것이고,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박혀 조용히 공부할 사람들만 삶에 지장이 없는 한 해가 될 테니까.(대학에 입학하는 친구들은 입학식도 제대로 못 치르고 자유로운 캠퍼스 분위기를 만끽할 상황도 전혀 못 될 것이다... 남 잘되는 걸 배 아파하라는 게 아니라, 올해 대학에 못 갔다 해도 너무 아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거다.)
너희가 만일 재수나 삼수를 선택했다면,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후회가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그런 아쉬움을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로 바꾸어 공부하는 에너지로 쏟는 건 매우 바람직하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에 대한 초조함으로 바뀌어선 안 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적절한 채찍질을 넘어서 지나친 자기 학대가 되어선 절대 안 된다.
내가 언젠가 이 까페에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시간이 흘러가며, 현재의 내 선택에 의해 미래는 바뀐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진실은 전혀 다르다. 시간은, 아니 이 우주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게 아니라, 촬영과 편집을 끝낸 한 편의 영화필름처럼 이미 완성된 채로 딱 던져져 있을 뿐이다. 즉, 예정된 시점에 예정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이고, 그 광활한 우주의 먼지만도 못한 존재인 우리의 운명도 큰 틀 안에서는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이다.(나는 일전에 이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며, 우리는 그 가상현실게임 속 하나의 별 볼 일 없는 캐릭터일 뿐이라는 얘기도 했었다.)
따라서 너희가 흘러간 과거 속에서 아무리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해도 그건 너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되었던, 피하기 힘든 운명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반성은 하되, 그것이 지나친 자기 학대로 이어져선 안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극소수의 신통력자들(이런 사람들은 이 우주 게임을 설계한 프로그래머로부터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특별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지?)을 제외하곤 우리는 다가올 미래에 어떤 일들이 예정되어 있는지를 미리 엿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차피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면, 지금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뭐가 있담. 될 대로 되라지, 뭐." 하고 삶을 내팽개쳐 두어도 좋은 걸까?^^
당연한 말이지만, 무언가에 대해서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도전하려는 의지가 생기는 것 역시 각자의 정해진 운명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의지가 솟구쳤다면 그건 그쪽 분야에서 성공할 미래와 연결된 운명이어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막말로, 이건 땡 잡은 케이스이고, 마땅히 내 캐릭터에 그런 운명을 부여해 준 프로그래머에게 감사할 일이다.^^
반대로, 어떤 일에 대해 마땅히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노력할 마음이 안 생긴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야, 이거 큰일났다. 아무래도 이번 도전에서 실패할 운명인가 보다."하고 긴장해야 한다. 이때는 이미 예정된 '실패할 운명'에 저항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정말로 남보다 몇 갑절로 힘든 자기 자신과의 싸움, 운명과의 전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즉, 실패하기로 예정된 내 운명을 결정한 신(神, 보다 정확히 말해, 이 가상현실 우주를 설계한 프로그래머)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 정도의, 그 신을 감동시켜서 다른 캐릭터에게 실행시키려 했던 성공 미션을 내 캐릭터에게 이전하도록 만들 정도의 강력한 저항이 필요해지는 것이다.(따라서 성공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아마 0.1%도 안 될 것이다.)
만일 너희가 스스로 재수나 삼수를 선택했다면, 그건 너희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또, 고등학교 재학 중이라 해도 '열심히 공부해야지.'하는 의지가 생겼다면 상황은 똑같다. 그리고 이건 틀림없이 너희의 이미 정해진 미래에서 성공적인 대학 합격이 기다리고 있기에 야기된 현상일 것이다.(그러니까 지금 그런 의지가 생긴 것이지, 괜히 쓸데없이 생긴 게 아니다. 이 우주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인 만큼, 이 우주는 완벽하게 논리적이다. 비논리적인 우연은 없다.)
그러니 미래를 의심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부인하지도 말고,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애써 짠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작심삼일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처음 목표했던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그것의 80% 이상은 이룰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 별 거 없다. 너희가 서울대가 아니라 하버드대학교를 나온다 해도 다 망해가는 이 나라와 지구를 구하진 못한다.(이걸 해보겠다고 너희에게 큰소리쳤던 나도 지금 처참한 패배감을 맛보고 있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좌절하진 않았다. 즐겁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저항하는 중이다. 이 까페에 올리고 있는 내 글들이 그런 내 불굴의 투지를 입증할 것이다.)
즐겁게, 그러나 하루하루를 뜨겁게 살도록 해. 내가 너희에게 바라는 건 오직 그거다.
<추신>
혹시라도 이 글이 마음에 드는 분들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다. 적당히 수정해서 자녀나 제자들에게 읽히시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