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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SGI의 날’ 기념제언⑤
희망의 연대를 여는 새벽종
청년의 대연대
미러정상회담 조속히 열어
긴장완화와 핵군축의 흐름을
이어서 유엔의 SDGs가 목표로 삼고 있는 ‘평화롭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①핵무기 금지와 폐기 ②난민문제 대응 ③‘인권 문화’의 건설이라는 세가지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주제는 핵무기 금지와 폐기입니다.
지난달(2016년 12월) 유엔총회는 역사적인 결의안을 채택하고 핵무기 금지 조약을 교섭하는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3월 말과 6월 중순부터 7월에 걸쳐 유엔에서 토의하고 조기에 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직 세계에는 1만 5000기가 넘는 핵탄두가 존재합니다. 핵군축은 제자리걸음인 데다 핵전력을 강화하는 근대화 계획은 오히려 진행되고 있어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입니다.
예전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고대 그리스의 고사인 ‘다모클레스의 칼’④을 인용해 경고한, 인류와 지구의 생태계가 늘 괴멸할 위기에 처해져 있는 사태는 결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엔총회가 채택한 결의안에서 강조했듯이 핵문제 해결은 더욱 긴급해지고 있습니다.
◇
④다모클레스의 칼: ‘늘 신변에 위험이 노출된 상태’를 나타내는 비유다.
기원전 4세기,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오스가 왕의 권력과 부를 찬양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천장에서 칼이 털 한올에 매달려 겨누고 있는 자리에 앉힌다. ‘부족함 없이 호화롭게 보이지만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다.
1961년 9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급했다.
세계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고도의 경계태세
그래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가능한 빨리 열어 핵군축의 기운을 다시금 높이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양국 지도자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문명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핵무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싸고 긴장상태에 빠진 뒤부터 양국의 관계는 ‘신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꽁꽁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핵군축 교섭도 2011년에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발효한 것을 마지막으로 진전이 없으며, 이 협정이 감축 달성 기한으로 정한 내년 이후부터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 결정된 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나눈 전화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세계 핵무기의 90퍼센트 이상을 보유한 두 나라가 긴장완화를 꽤하고 핵무기 문제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대화하기를 저는 강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4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핵억지 정책이 이어지는 속에서 세계에는 약 1800기나 되는 핵무기가 즉각 발사할 수 있는 ‘고도의 경계태세’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미국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카터 정권 하에서 국방장관을 지냈는데(1977년) 한밤중에 전략공군 당직 장교에게서 ‘소련 미사일 200기가 미국을 향해 날아오는 중’이라는 긴급전화를 받았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가 않는다고 술회했습니다.
곧바로 오작동이 원인이라고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정확한 정보였다면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핵무기로 반격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을 것입니다.
핵전쟁을 원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핵공격을 막으려면 ‘언제라도 응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즉시 발사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해야 하므로 잠시도 안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것이 냉전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핵억지의 실태입니다.
민중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억지론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
도다 회장이 선언에서 주장한 것
돌이켜보면 스승이신 도다 제2대 회장이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한 때는 다름 아닌 핵억지 태세의 기반이 실질적으로 완성된 시기였습니다.
당시 미국과 옛 소련이 수소폭탄실험을 하며 더 강력한 위력을 띤 핵무기를 만드는 경쟁을 했습니다. 핵개발의 초점은 핵무기를 폭격기로 투하하는 방식에서 핵탄두를 유도무기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하기 전달(1957년 8월)에는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이(ICBM) 실험에 성공해 지구 어느 곳이라도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상황이 현실로 바뀌었습니다.
또 9월에 들어서자 유엔 주도 하에 반년 가까이 이어진 원수폭 감축과 금지 등을 둘러싼 군축교섭이 결렬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캐나다 등 다섯 나라가 집중적으로 토의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결국 무기 휴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하기 이틀 전 일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지켜본 도다 회장은 핵무기가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데도 불구하고 군비경쟁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핵억지론에 있다고 통찰했습니다.
핵무기의 억지력으로 평화가 유지된다고 하는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이러한 논리는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일’이나 ‘자국을 지키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인류를 대부분 희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냉혹한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따라서 도다 회장은 원수폭금지선언에서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대해 “핵무기 속에 숨은 발톱을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며 그 사상에서 탈피하기를 강하게 주장하셨습니다.
당시 미소 양국이 대치하는 구도를 ‘병 속에 든 전갈 두 마리’에 비유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병에는 핵보유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존재하고 몇십억이나 되는 민중이 살아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또 찔리느냐 찌르느냐는 대치 구도에 정신이 팔려 서로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재래식무기와 전혀 다른 멸망의 무기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이 핵억지론이 만든 환상을 깨기 위해 도다 회장은 “우리 세계의 민중은 생존 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고 주장하고, 그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는 어느 나라든 용서할 수 없고 어떤 이유든 간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핵우산에 가린 중대한 비인도성
‘억지력만을 믿고 그것이 깨질 경우 일어날 괴멸적인 결말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또 우발적인 사고로 일어나는 핵폭발은 억지력에 관계없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핵우산’에서도 똑같이 우려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핵우산’은 그 하나하나가 핵무기라는 ‘다모클레스의 칼’로 구성되어 있어 자국을 지키는 일이라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어난 참극이 다른 나라에서 똑같이 일어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매우 비인도적인 안보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발사 단추를 눌러 핵의 응수가 일단 시작되면 분쟁 당사국뿐 아니라 이웃 나라와 지구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대참사를 불러옵니다. 그렇게 되면 ‘자국의 안전보장’과 ‘많은 민중의 생명이나 지구 생태계’가 저울질당하고 맙니다.
이 문제를 앞에서 언급한 경제학자 센 박사의 <정의론>에 비춰보면 핵억지 정책이나 ‘핵우산’으로 타국의 핵공격을 막고 자국을 지킨다는 안전보장은 목적의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니티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결과의 정당성 즉, 실제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춘 ‘니야야적’ 정의에 비춰보면 많은 민중의 희생과 지구 생태계의 파괴조차 불사하는 핵에 의존한 안전보장은 용서할 여지가 전혀 없지 않을까요.
무력공격에 맞서 자국을 지킬 권리는 유엔헌장도 인정하고 국제법상 ‘니티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안전보장을 일률적으로는 부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국을 지키는 방법이 과연 핵무기를 필수로 하는 방법밖에 없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무기 때문에 생기는 공포와 불안
본디 억지론은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나라가 무기를 보유하고 증강할 때 사용한 논리이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의 역사가 말해주듯 억지력이 무너지면서 충돌이 벌어진 역사적 사실은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것이 핵무기만큼은 억지력이 깨지지 않으리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핵문제 전문가인 워드 윌슨은 《핵무기에 관한 다섯가지 신화》라는 책에서 이 점에 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윌슨은 집단적 폭력이나 전쟁을 둘러싼 인류의 역사는 6000년에 이르기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년만 떼어내어 논하는 것은 “1퍼센트 증거자료에 근거해 어떤 경향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에는 수천년에 달하는 문명의 성쇠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깊이 통찰한 역사가 토인비 박사와 같은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특히 인간의 본성에 깊이 근거한 현상을 다루는 경우, 이것은 경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억지론이 ‘인간의 본성에 깊이 근거한 현상’이라는 급소를 명확히 인식한 다음에 핵억지론 속에 깊이 숨어 있는 중대한 위험성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고들어 생명존엄 사상을 불교의 관점에서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석존의 말에 “서로 죽이려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라. 무기를 들어 치려고한 데서 두려움이 생긴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두 부족 사이에 물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일어났을 때 석존이 한 말이라고 전합니다.
제가 주목한 점은 석존이 대치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상대가 두려워 무기를 든 것’이 아니라 ‘무기를 들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겼다’고 통찰한 점입니다.
다시 말해 무기를 손에 들기 전까지는 물을 뺏으려는 상대방에게 격분했을지라도 거기에 공포의 그림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상대방을 때려눕히겠다고 무기를 든 순간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가 깃들었다는 말입니다.
자동제어 핵반격 구축을 검토하자
오랜 세월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기자로 일한 데이비드 E. 호프먼은 공포심리가 끔찍한 악몽 같은 일을 자행하려 한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1980년대 초, 소련 지도부는 어떤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핵공격으로 ‘국가 지도자가 모두 사망하고 정규 지휘 체계가 파괴되어도 의연히 작동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반격할 기회를 잃은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했기에 ‘완전 자동화되고 컴퓨터로 작동하는 보복 시스템’을 실제로 구상한 것입니다.
그러나 계획도중 수정하게 됩니다.
‘인간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완전 자동’ 시스템에 거부감을 지울 수 없어 최종적으로 지하 벙커에 살아남은 당직 사관이 핵미사일 발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으로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냉전 말기 인간의 의지로 막을 수 없는 핵반격 시스템이 구축될 뻔했습니다.
구상으로 그쳤다고는 하나 무기(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강렬한 공포, 그것이 바로 앞 다투어 만들고자 한 ‘억지력의 최종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는 냉전을 끝내는 계기가 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1986년 10월)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미국과 소련 중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 수도에서 회담하자고 재안한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6개월 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핵의 무서움을 절감하고 핵전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또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대량살상 무기인 핵무기의 위협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을 더는 견디기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심각하게 우려했기에 핵무기 전면 폐지를 합의하기 직전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이듬해인 1987년에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을 체결하면서 핵군축을 향한 톱니바퀴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시 한번 미국과 러시아가 레이캬비크의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서로 양보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3월부터 시작하는 유엔 교섭화의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사고나 실수에 따른 핵무기 폭발 위험성을 낮추고 없애는 조치를 들고 있습니다.
냉전시대부터 위험성을 몇 차례나 경험한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정상들이 거듭 대화하여 ‘고도의 경계태세’를 단적으로 해제하고 대폭적인 핵군축을 위해 새운 첫발을 내딛기를 강력히 구축합니다.
일본이 교섭 참가를 독려해
핵무기금지조약의 길을 열어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강한 염원 공유
이어서 둘째 제안은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이 역사적 사명감과 책임감을 깊이 자각해 핵보유국과 그 밖의 핵의존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 유엔 교섭회의에 참가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해야 합니다.
최근 피폭지에서 외교회의를 열거나 각국 대표가 피폭지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핵무기 문제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했습니다.
2014년 4월 히로시마에서 개최한 핵비확산군축 이니셔티브(NPDI)에서는 핵의존국가인 호주와 독일, 네덜란드 등의 외무장관이 피폭자의 체험담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그 속에서 핵무기의 비인도적 영향에 관한 논의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국제사회의 단결된 행동을 위한 촉매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가 열렸습니다.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해 핵의존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캐나다 그리고 일본의 외무장관들이 원폭돔으로 발걸음을 옮겨 “두번 다시 핵무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사람들의 진심 어린 강한 염원과 함께할 것”이라는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히로시마를 방문해 “우리나라(미국)처럼 핵을 보유한 국가들은 공포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하고 연설했습니다.
저는 피폭지에서 함께 논의를 해온 국가들을 비롯해 가능한 많은 국가가 핵무기금지조약 교섭회의에 참여하도록 일본이 힘써주기를 바랍니다.
2년 전,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문서 채택을 보류한 것처럼 이번 교섭회의도 진통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기본적으로 NPT의 중요성과 핵무기가 불러올 파괴적인 결말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공통인식을 발판으로 삼아 핵무기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의 전환점이 된 파리협정이 준 교훈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파리협정을 교섭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대응에 관한 책임론으로 일관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미래상인 ‘저탄소사회’라는 이상을 내걸고 함께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 내는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핵무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과 이전, 위협과 사용 등을 규제하는 조약을 마련하는 일이 그 어떤 국가에서든 핵무기에 따른 참극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구적인 공동작업’이라고 여기고 이러한 이상을 비탕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합니다.
NPT 토의와 연동성 확보를
NPT는 전문에서 표명한 것처럼 핵전쟁이 모든 인류에게 참혹한 해를 끼칠 것이라는 인식에서 ‘모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해 제정했습니다.
이 근본 취지에 비추어 NPT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핵군축을 위해 성실히 교섭하기로 약속한 NPT 제6조를 구체화하고 NPT를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각각의 국가가 안고 있는 ‘안전보장상의 우려와 방위상의 과제’ 그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길’의 교차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욱 많은 국가가 함께 논의해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5월에는 2020년에 개최하는 NPT 재검토회의를 위한 제1회 준비위원회를 빈에서 엽니다.
준비위원회에서 NPT 제6조의 핵군축 의무에 초점을 맞추어 토의하면서 각 나라가 안고 있는 안전보장상의 우려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를 없애려면 함께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 바랍니다.
이를 바탕으로 6월 이후에 열릴 핵무기금지조약 교섭회의에서 연계해 논의하는 것이 모든 국가에 유익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NPT의 토의와 연동성을 확보하고, 견해가 다른 국가 사이의 골을 메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금지조약 교섭은 반드시 건설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핵무기 문제는 유엔을 창설할 때부터 지금까지 70년 동안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드디어 시작하는 금지조약 교섭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지한 대화를 끈기 있게 지속한다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확실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교섭회의 뒤에는 유엔이 내년까지 ‘핵군축에 관한 유엔 고위급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을 어떻게든 체결로 이끌어 대폭적인 핵군축 핵폐기를 위한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강한 목소리를
‘핵 없는 세계’의 초석으로
집단논리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생각에서
셋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시민사회가 교섭회의를 위해 성명을 내고 그것을 ‘핵무기 없는 세상의 민중선언’으로서 핵무기금지조약의 초석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에게 깊이 관여하는 성질을 띠면서도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논의로 그치기 쉬운 과제에 대해 그 논의를 ‘인간화’ 해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행동의 연대를 세계적으로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핵무기 문제는 1955년 7월에 과학자들이 발표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⑤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우리는 특정한 집단에 호소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여러분의 인간다움을 상기하라. 그런 다음에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려라.”
이 구절이 상징하는 것처럼 선언의 일관된 내용은 국가와 민족 등의 ‘집단 논리’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느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핵무기를 각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녀 그리고 후손들’에게 직접 관련된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1996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가 핵무기의 위협과 사용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제시한 것도 ‘세계법정 프로젝트’와 같은 시민사회의 강력한 입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리과정에서 약 400만명이 참여하여 40개 언어로 작성한 ‘시민양심선언’을 제출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가 핵무기의 위협과 사용은 일반적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인정하고 전면적인 핵군축을 위한 협상을 성실히 이행해 완결시킬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핵무기금지조약 교섭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지금, 교섭회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해 금지조약을 ‘민중이 주도해 만든 국제법’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
⑤‘러셀-아인슈타인 성명: 1955년 7월, 철학자 러셀과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11명이 핵무기 폐기와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친 성명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계의 과학자가 1957년 퍼그워시의회를 발족해 반핵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1995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 로트블랫 퍼그워시회의 명예회장이 성명을 새긴 특장판 제1호를 이케다 SGI 회장에게 증정했다.
인류에게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힘
이번에 유엔이 실시하는 교섭회의는 핵문제 해결을 바라는 각국의 외교적 노력도 물론이거니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와 과학자, 의사, 법률가, 교육자 그리고 종교인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단체가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실현을 향한 길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과 단체의 바람을 저마다 성명으로 만들어 회의에 제출하는 형태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민중선언’의 저변을 넓혀야 합니다.
또 핵무기금지조약의 의의를 민중 차원에서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 찬동의 공감대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가 유엔결의가 주장하는 ‘시민사회 대표의 참여와 공헌’으로 이어지고 금지조약의 초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핵보유국과 핵의존국을 포함해 각국의 민중 사이에서 핵무기 없는 사회를 바라는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일이 틀림없이 금지조약의 실효성과 보편성을 가화하는 ‘둘도 없는 소중한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민주의 소리는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핵폐기를 바라는 ‘평화시장회의(Mayors for Peace)’에 가입한 도시가 162개국·지역에서 7200개가 넘고 그중에는 핵보유국과 핵의존국의 도시도 많습니다.
히로시마에 조각상을 제작해 기증한 인권운동가 에스키벨 박사가 평화는 ‘인류에게 의미와 활력을 불어 넣는 힘’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는 안전보장에 과연 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류에게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힘’은 ‘차이를 뛰어넘어 생명존엄을 함께 지키는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민중의 굳은 다짐이 이루어내는 평화에 힘차게 맥동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SGI는 도다 제2대 회장의 ‘원수폭금지선언’을 원점으로 평화운동을 추진하면서 2007년부터 ‘핵무기 폐기를 위한 민중행동 10년’을 내걸고 활동을 펼쳤습니다.
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ICAN)과 공동 제작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연대·용기와 희망의 선택’전을 각국에서 개최하고 핵군축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운동 ‘핵무기 제로(Nuclear Zero)’에 찬동해 2014년에 5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또 SGI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우려하는 종교단체‘에 참여해 공동성명을 작성하는 데 협력했는데 이 공동성명을 지난해 개최한 핵군축에 관한 유엔 개방형작업반(OEWWG)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2015년 8월에는 단체와 협력해 ‘핵무기 폐기를 위한 세계청년서밋’을 히로시마에서 개최했는데 그것을 계기로 핵폐기를 바라는 세계 청년의 국제 네트워크 ‘앰플리파이’를 지난해 발족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한 가나가와에서 원수폭금지선언 60주년을 기념해 ‘청년부전서밋’을 실시합니다.
이러한 10년에 걸친 일련의 활동을 어떤 마음에서 펼쳤는지는 SGI가 유엔 개방형작업반에 제출해 유엔의 공식 문서가 된 보고서에 씌어 있는 가음의 글귀 속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핵무기는 인간의 생명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희망을 품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핵무기의 근원적인 문제는 타자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데 있다. 이것은 인간성을 부정하는 일이고 평등해야할 행복권과 생명권을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핵군축을 향한 도전은 핵보유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를 비롯해 시민사회의 충분한 관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구적인 공동작업이어야 한다.”
3월부터 유엔이 실시하는 교섭회의를 ‘지구적인 공동작업’을 창출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다른 단체와 협력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으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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