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17. 마하가섭, 부처님께서 가섭의 공덕의 존귀함을 칭찬하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존자 마하가섭은 변두리 먼 곳에서 풀을 깔고 있었는데, 낡고 색이 바랜 옷을 그대로 입고 수염과 머리털도 긴 채로 부처님 처소에 왔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는데,
여러 비구들은 가섭을 보고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저 존자는 출가한 이가 지녀야 할 위의도 모르는가?
옷의 색깔이 변색되고 추하며, 수염과 머리털도 길어서 위의를 갖추지 못했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그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내도록 멀리 보이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가섭이여.”
그리고는 즉시 자리 절반을 나누어 주시며 같이 앉자고 명령하셨다.
“내 생각에 그대가 먼저 출가하고 내가 나중에 출가했으니, 이 때문에 그대와 함께 자리를 나누자고 명령한 것이다.”
마하가섭은 이 분부를 듣자 황송한 마음으로 문득 일어나 합장하면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시고 저는 제자인데, 어떻게 스승과 함께 앉겠습니까?”
가섭이 두세 번이나 역시 그러한 말을 하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실로 그대의 말처럼 나는 그대의 스승이고 그대는 나의 제자이다.”
그리고는 즉시 가섭에게 명령하셨다.
“그대는 그 자리에 앉아라.”
존자 가섭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자 자리를 정하여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저 비구들로 하여금 좀더 스스로를 질책하고 꾸짖기 위해서,
그리고 마하가섭의 공덕의 존귀함이 부처님과 같다는 것을 칭찬하시기 위하여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욕심 여의는 선정을 닦아서 초선(初禪)에 들어가 사유하였는데,
가섭 비구도 역시 악(惡)하고 불선(不善)한 것을 여의고 각(覺)과 관(觀)이 있는 초선에 들었으며,
또한 다시 밤낮으로 초선(初禪)ㆍ2선(禪)ㆍ3선과 4선에 들고자 하는 것도 그와 같이 하였다.
나는 발심(發心)해서 인자한 마음과 혐오와 원망이 없는 마음과 고뇌가 없는 마음과 두루 광대한 마음에 들어서 한량없음[無量]을 잘 닦고자 했으며, 동쪽에서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고,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서도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서 밤낮으로 그러한 마음을 닦으려 하였는데,
마하가섭도 역시 그처럼 인자한 마음과 혐오와 원망이 없는 마음과 고뇌가 없는 마음과 두루 광대한 마음에 들어서 한량없음을 잘 닦고자 했으며, 동쪽에서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고,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서도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
나는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마음을 닦을 적에 밤낮으로 항상 그 마음에 들려고 하였는데,
마하가섭도 역시 마찬가지로 밤낮으로 항상 그 마음에 들려고 하였다.
나는 괴로움을 없애고, 색상(色想)을 없애고, 약간의 상(想)을 없애 가없는 허공[無邊虛空]에 드니, 밤낮으로 항상 그 선정에 들려고 하였다.
식처(識處)와 불용처(不用處)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있어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나는 또한 신통 등의 선정에 들어서 능히 하나의 몸으로 한량없는 몸을 만들고, 한량없는 몸이 도로 하나의 몸이 된다.
모든 방위와 위아래를 관찰해서 이 몸으로 석벽에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아,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마치 저 기러기와 같다.
땅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물에서와 같고, 물을 밟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몸은 범천에 이르러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니, 밤낮으로 이 선정을 닦으려고 하였다.
가섭 비구도 역시 마찬가지로 저 신통 따위의 선정에 들려고 하며, 능히 하나의 몸으로 한량없는 몸을 만들고, 한량없는 몸으로 도로 하나의 몸을 만들며,
사방과 네 간방과 위아래를 관찰해서 능히 이 몸으로 석벽에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고,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저 기러기와 같으며,
땅을 밟는 것이 물과 같고 물을 밟는 것도 땅과 같으며,
몸은 범천까지 닿아서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려고 함으로써 밤낮으로 이 선정에 들려고 하였다.
그리고 하늘 눈과 하늘 귀와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와 전생 일을 아는 지혜와 번뇌가 다하는 신통에 대해서도 다시 그와 같이 하였다.”
이처럼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대중 속에서 가섭의 공덕의 존귀함이 그와 같아서 갖가지로 자기와 같다고 칭찬하셨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