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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송시-이윤학의 짝사랑 짝사랑 / 이윤학
둥근 소나무 도마 위에 꽂혀 있는 칼 두툼한 도마에게도 입이 있었다 악을 쓰며 조용히 다물고 있는 입 빈틈없는 입의 힘이 칼을 물고 있었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 오는 칼 목을 치고 몸을 토막내고 꼬리를 치고 지느러미를 다듬고 오는 칼
그 순간마다 소나무 몸통은 날이 상하지 않도록 칼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토막난 생선들에게 접시나 쟁반 역할을 하는 도마 둥글게 파여 품이 되는 도마 칼에게 모든 걸 맞추려는 도마 나이테를 잘게 끊어버리는 도마
일을 마친 생선가게 여자는 세제를 풀어 도마 위를 문질러 닦고 있었다
칼은 엎어 놓은 도마 위에 툭 튀어나온 배를 내놓고 차갑고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출처: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이윤학 저 -문학과 자성사 2003년 04월
이윤학의 시 ‘짝사랑’ 은 식칼과 도마가 사랑하는 이들과 연관된 중심은유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사물로써 다른 사물을 대치하는 차원의 은유가 아니라 도마는 짝사랑을 인내하는 여자 혹은 남자, 칼은 그 짝사랑의 대상인 남자 혹은 여자, 즉 張三李四, 匹夫匹婦의 삶과 사랑의 방식을 요령 있게 형상화 하고 있어 독자를 인내와 불구의 사랑에 대한 깊은 생의 성찰로 끌어당긴다.
악을 쓰며 조용히 다물고 있는 입 날이 상하지 않도록 칼을 받아주는 몸통 접시나 쟁반 역할을 하는 도마 둥글게 파여 품이 되는 도마 나이테를 잘게 끊어버리고 결국 칼에게 모든 걸 맞추려는 도마 -전문 中 도마의 지고지순한 짝사랑이 결국 독자에게 깊은 감성적 감개의 과정을 전하고 있다. 혹자는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을 어떻게 나눠주는 지 배우는 것이고 그리고 그 사랑이 밀려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사랑의 결실을 어떤 결과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몸짓을 다해 한 사람, 어떤 현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애모쁜 다짐이고 성찰의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시에 있어 제목은 과녘에 꽂힌 떨리는 화살과 같다고 했던가? 이 작품에서 압권은 바로 짝사랑의 속성을 정확하게 짚어낸 사물의 병치에 있으며 절묘한 제목에 있다고 하겠다. 또 하나 나는 이 시에서 ~~오는 이라는 시어를 보고 이윤학 시인의 예리한 시어선택에 무릎을 쳤다.
창자를 꺼내는 칼을 창자를 꺼내고 오는 칼(2연 2행) 지느러미를 다듬는 칼을 지느러미를 다듬고 오는 칼(2연 4행)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는! 결국 오는, 올 것을 믿는 저 인내의 사랑, 이해되지 않아도 이해하고 싶을 사람,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해야 하는 사람, 이해되지 않아도 이해되어 가는 사람을 언제나 기다리는 어쩌면 가장 완벽하지만 결국 불구일 수 밖에 없는 사랑! 그것이 바로 짝사랑인가 보다. 이령_경북 경주 출생. 2013년 시사사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한중작가 공동시집 『망각을 거부하며』를 출간했다. 현재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 웹진 시인광장 편집장을 맡고 있다. 월간 예향 2017 3월호 http://blog.naver.com/art8111/220950603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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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마같이 내 모든 것을 받아줄 여인.
그런 여인 있으면 나도 짝사랑 하겠다.
이것은 상상의 절정이다.
ㅎㅎ 동문회장님~~*
나를 다 받아주는 대상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상대를 다 받아줄 용의가 있을때 짝사랑이 시작되지 않습니까ㆍ^^*
댓글 고맙습니다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