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과 달랏 여행(7)
2023년 2월 3일(금)
새벽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코끝으로 느끼는 바다 냄새에 밖으로 나섰다. 한국의 바닷물과 다른 바닷물 향이었다. 고운 밀가루 같은 모래를 씹는 듯한 향이랄까. 나를 끌어당기는 짭조름하면서도 뒤끝이 상큼한 바닷물 향을 쫓아 바다로 나갔다. 파도는 잔잔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동남쪽으로 해는 이미 손톱만큼 올라와 있었다. 아름다움을 굳이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그 자체가 군더더기 같았다. 파도 사이로 번지는 물소리와 새벽 물 향에 흠뻑 취한 나는 바닷가에서 야자나무 사이를 통해 숙소로 걸었다. 세속 속에서 세속을 떠난 모습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손주들이 일어나기 전 리조트 풀장에서 수영을 했다. 바다 물 향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물에 들어가며 참 오랜만에 물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손주들이 물놀이를 할 때도 사진만 찍고 물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바다 냄새를 쫓아 바닷가를 걷고 들어와 풀장 물을 보며 멍 때리고 있으니 생각이 바뀐 것이다. 더운 지역에 머물며 물에 몸 한 번 담그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부족한 여행 같았다. 좁은 폭에 짧은 길이의 빌라 풀장이지만 수영을 하며 20여 분 물속에 있다 보니 출출했다. 내가 수영을 끝내고 나왔을 때 손주들도 일어났다.
오늘은 사흘 묵은 호텔 체크아웃이다. 가족들과 호텔 1층 식당(여기서는 레스토랑이란 표현이 좋을 것 같은데-.)으로 향했다. 리조트 빌라에서 호텔 로비까지는 50여 미터 되었다. 가는 길 양편으로 야자나무가 푸르다. 듬성듬성 열매도 달렸다. 오른쪽 야자나무 뒤쪽으로 어른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풀장이 찰랑찰랑 맘껏 푸르다. 인위적 풍경이지만 아름답다. 절대로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한다. 길 저쪽으로 버기카가 사람을 싣고 이동한다. 호텔과 멀리 떨어진 빌라 숙소에 머문 사람을 위한 이동수단이다. 뒤쪽 문으로 로비를 거쳐 식당으로 갔다. 호텔 식당은 으레 만원이다. 키즈 카페가 보이는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호텔 식당 안쪽으로 어린이를 위한 음식상과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손님을 위한 서비스다. 키즈 카페에 어린이들 맡기고 어른들만 편하게 식사할 수도 있다. 음식은 나에게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음식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것들만 골라 먹어도 사람의 위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먹기 힘든, 베트남 지역에서 나오는 것들을 접시에 담았다. 며칠 놓치지 않고, 고명을 달리하여 먹었던 쌀국수를, 안남미 볶음밥도 조금 뜨고, 용과와 바나나(길이 짧은)를 먹고, 포만감에도 반미를 하나 가져왔다. 반미는 전에 베트남 여행할 때 길거리에서 사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토스토처럼 빵을 갈라 그 사이에 야채와 고기를 넣은 베트남 퓨전 샌드위치라고 할까. 여행의 즐거움 중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필요조건이다. 천천히 손주들을 챙기며 먹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런 시간을 해마다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을 먹고 손주들과 호텔 부근을 산책한 후 숙소에서 가방을 챙겼다. 오늘은 베트남 도착 후 사흘 묵은 모벤픽 리조트에서 시내를 거쳐 배를 타고 빈 펄 리조트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 시내를 거치기에 롯데마트에 들리기로 했다.
모벤픽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차를 기다릴 때였다. 호텔 벨보이가 손주들에게 꼬꼬인형을 하나씩 선물했다. 기분이 업(Up) 된 손주들이 마냥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그곳 라운지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벨보이가 멋지게 폼을 잡게 하고 찍어준다. 기억은 사라져도 사진은 후일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며 잊은 기억을 복구시킬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차량에 가방이 실려 있다. 시내 롯데마트까지는 40여 분 걸린다고 했다. 도착 첫날 아침 달랏으로 가기 위해 나트랑 시내로 가면서 보았던 풍경이 다시 이어진다.
택시로 이동하면서 나트랑에 두 군데 롯데마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롱선사 부근과 나트랑 센터 근처 두 곳에 있기 때문에 혼선을 빚는다고 하였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로 15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나트랑 센터 부근 롯데마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찾아갈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맛집의 개념은 나보다 딸처럼 젊은 사람들에게 더 가까운 용어다. 밥과 국, 김치와 생선조림이 있으면 최상의 음식으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다. 맛집 앞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리면서 먹을 그런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나의 과거다. 오후 1시쯤 롯데마트에 도착했다. 맛집을 갸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굳이 롯데마트로 간 이유는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려 했고,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짐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으로 갈 때 짐을 끌고 다니는 불편함이 없도록 함이다. 롯데마트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사람들이 많았다. 일층 커피숍에도 손님들이 가득했다. 엘리베이터로 3층에 올라갔다. 롯데마트는 3,4층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쇼핑 전 3층에 짐을 맡기고 식당으로 갔다. 베트남 역시 발전하고 있음을 방문할 때마다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넓은 영토에다가 인구도 많기에 그 가능성은 대단하다. 우리가 찾는 식당은 촌촌김(chuồn chuồn kim)이란 식당이었다. 김 씨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여 명의 한국인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20여 분 기다리다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우리 입맛에 맞도록 향신료를 덜 넣었다. 식사 후 마트에 들러 몇 가지 물건을 구입했다. 마트는 한국의 대형마트나 별반 다름없다. 자잘한 물건에서부터 비싼 제품까지 다양하게 팔았다. 아내는 주번 사람들에게 선물한다며 코코넛과자랑, 내가 알 수 없는 베트남 과자 몇 개 구입했다. 나는 르왁 한 통을 구입했다. 비싼 것은 우리나라 돈으로 170,000원 정도 했다. 그것보다 한 단계 낮은 것을 구입했다. 생각보다 값은 쌌지만 그 질에 대해서는 맛보기 전까지 미지수다.
마트 쇼핑을 마치고 3층 짐 보관소 부근 망고아이스크림 가계에 들렀다. 지난 설날이었다. 손녀에게 세배돈을 주면서 베트남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했었다. 손녀는 좋다고 하였다. 손녀가 사주는 망고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짐을 찾은 다음 빈 펄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1층으로 이동했다.
마침 마트 앞에 6명이 탈 수 있는 택시가 있었다. 롯데마트에서 택시로 10분 남짓 걸린 것 같았다. 택시 기사는 메타요금이라고 했는데 메타기 고장인지 요금이 제멋대로 올라갔다. 내리면서 확인하니 메타 요금과 다른 150,000동을 요구했다. 우리 돈으로 8천 원 정도 되는 금액이라 아낌없이 주었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뒤에 실린 짐을 하나하나 내려주었다.
첫댓글 하선생님~ 글과 사진,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합니다. 다음호를 기대하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글, 손주들과 함게한 여정 가고싶네요
6년 정도 되었을 거예요.
아내,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한달에 2십만원씩 여행적금을 들고 있습니다.
그 정도 돈이면 한 가족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갔다오는데 부족함은 없을 거예요.
문제는 시간과 건강이죠.
며칠 전부터 임플란트 대공사(?)에 들어가서 모임 참석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