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시작된 장마가 오늘은 전국적으로 대단한 폭우를 예보한다. 산행지가 강원도 청옥산에서 경북 울진으로 비를 피해 변경되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땐 잔뜩 흐린 하늘에 검은 비구름이 낮게 곧 한줄금 쏟아낼 것 처럼 음울했는데... 당진 영덕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하늘은 개였고 파란 하늘빛도 간간히 눈부시게 한다. 차창밖으로 보여지는 온 산야는 초록빛으로 짙고 깊어 격정적이다.
먼거리 영덕에 들어서자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닷가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모래사장 해변이 젊은날의 여름을 기억하게 한다. 시원하고 끝없이 넓은 바다를 보니 산행이 아닌 저 바닷가에 하루를 내려서고 싶어진다. 권총장님께서 오늘은 영덕 고향집에 볼일이 있으시다고 마을앞에서 하차하시고 . 산행후 다시 청주로 갈때 합류하기로 했다.
울진의 목백일홍(베롱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운 88번국도 백암 온천지를 지나 백암산 신선계곡 주차장에 11시20분 도착. 오늘은 계곡길을 따라 각자 갈 수 있는곳 까지만 트레킹이다. 수량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바위 위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좁다란 계곡 윗길을 따라 걷다보니 출렁다리도 지나는데 바람 한점없이 올들어 최고의 습한 날씨가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듯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버린다. 이어지는 테크계단으로 잘 정비된 계곡길은 똑같은 형태로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또 건너게 되는 밋밋한 산길이다. 숲은 짙은 초록색으로 우거져 크래파스로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거칠게 보였지만 한발한발 들여 놓을때마다 부드럽고 촉촉했다. 반복되는 평탄한 산책길 같은 등산로를 계속 가다보면 백암산 정상이겠지만 폭우 소식도 있고.후포항도 갈 계획이라 세번째 출렁다리까지만 건너보고 뒤돌아 가기로 했다. 허지만 아쉬움에 시원한 계곡물속으로 발도 담그고 물속에 있는 작은 물고기들의 유희도 보고...쉬엄쉬엄 트레킹을 맡치니 2시30분 하산완료
비오는 날의 수체화. 산행후 후포항을 향해 가는길에 우리편이던 하늘이 드디어 빗줄기를 뿌려댄다. 차창밖 와이퍼가 움직일때 마다 빗방울의 춤사위가 느리게 모이기도 빠르게 통통 튀기도 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후포항에서 수산물 시장팀과 회를 먹는 팀으로 나눠 약40분의 여유 시간을 주었다. 트레킹도 좋았지만 비릿한 항구 식당에서 회 한점에 나누는 막걸리 한잔도 참 달다. 가끔은 산다는게 별거일까? 여우비처럼 잠깐 다녀가는 생(生). 험한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하루를 이렇듯 무탈하게 보내는 것이 행복이겠지? 화양연화(花樣年華) 오늘이 우리 인생에 가장 아름다울때가 아닐까..생각해본다.
우연히 부회장님이 운전하는 뒷자리에 앉게된 오늘.... 당연히 생각되던 그시간들이 참 어렵구나를 새삼 느꼈다. 쏟아지는 빗속에 좁고 가파르게 굽어진 커브길을.. 덩치 큰 차들이 질주하는 고속도로에선 나도 모르게 함께 운전대를 잡고 브레크를 밟으며 긴장한 날이였다. 최고의 기술로 우리를 늘 안전하게 전국 좋은 곳을....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늘도 감사가넘치는 하루였습니다. 오가는 차안에서 맛있는거 계속이고요. 날씨는 언졔나처럼 우리편이며 탈없는 하루였습니다 . 일지를 재미있게 써주신 박은옥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멋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가지 못했어도 간듯 백암의 풍광이 눈에 선하게 다가오네요. 앞으로 자주자주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