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남진종주 2 황철봉구간 1
2024년 6월 15일(토)
산행 기록
구간 : 미시령-황철북봉-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
마등령갈림길-오세암-영시암-백담사-(버스)-용대리
실거리 : 18.7km
소요시간 : 15시간 13분(휴식시간 4시간 35분)
산행 출발 시간 : 02시 10분
산행 마감 시간 : 17시 13분(백담사 버스 승차장)
까만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미시령은 몇개의 가로등만이 암청색 빛을 발하고 있다. 이미 울타리의 기능을 상실한 철조망을 밟고 올라서며 산행을 시작했다.
갑자기 나방과 여러 곤충들이 헤드랜턴의 불빛은 보고 달려든다. 곤히 잠들어있는 숲을 깨우며 숲의 주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거친 오르막을 오르며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도반들 모두 나방들의 격한 환영에 당황했지만 이내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발길을 옮긴다. 약 400m를 수풀을 헤치고 올라서면 숲사이로 작은 길이 보인다.
대간길이다.
마루금이다.
물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백두대간 주능에 올라서며 대열을 정비하고 종주를 이어간다.
조금 센바람이 마중나와 함께 걷는다. 왼쪽 아래편에 속초시내의 불빛이 아련하게 보이는 나대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숲에서는 아직 격한 반가움을 표하는 나방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며 환영을 해준다. 작은 돌무더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곧 큰 돌무더기 너덜길이 이어진다.
산행시작 2시간이 되어갈 즈음 황철북봉을 오르는 거대한 너덜겅과 조우한다. 너덜 사이 세워진 야광표식이 달린 철봉 이정표를 따라 조심조심 너덜 암괴지대를 오른다. 양발과 양손을 모두 사용해서 사족보행으로 기어서 오른다. 오직 바위를 잡고 오르는 일에 몰두한다.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곳을 눈으로 확보하고 발을 옮긴다. 바위와 나와의 이야기에 몰두해야만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바위에 걸터 앉아 숨을 돌린다. 칠흙의 어둠 속으로 너덜이 또렷하다. 암괴너덜 아래로 속초시내의 불빛이 손에 잡힐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큰 너덜지대 바위에 걸터앉아 버라보는 경치는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이십여년째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데, 황철봉 너달이 느닷없이 보고싶을 때가 가끔있다. 무엇이 이 너덜에 대한 그리움을 이끌어 내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끔 가슴시린 날에는 황철봉 너덜이 눈이 시리게 보고 싶다.
너덜지대를 지나 황철북봉을 올라서면 편안한(?) 숲길이다. 후미와 거리 차이가 많이나 숲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간식나누며 이런저런 안부 나눈다. 이십여분이 지나 후미가 합류하고 함께 숲길을 걷는다. 진한 미스김라일락 향기 사이를 걷다보면 솜털 보송보송한 함박꽃(산목련)이 새하얀 속살을 보여주며 은은한 향기로 인사한다. 산당화도 함께 인사하는 숲은 기분좋은 내음으로 가득하다.
천연보호구역이라고 쓰인 앙증맞은 표지석이 보인다. 1381m 황철봉표지석이다. 작은 분지의 안부에 작은 표지석이 황철봉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너덜지대를 품고 있는 북설악 황철봉이다. 몸을 낮추고 인증샷을 남긴다.
황철봉 평지에는 많은 미스김라일락이 자생하고 있다. 진한 라일락향기를 뒤로하고 황철봉을 내려선다.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마루금은 다시 넓은 너덜지대이다. 저항령 갈림길 안부까지 너덜을 내려서야 한다. 조금은 여유롭게 너덜을 내려간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는 매 한가지이다.
황철봉에서 내려서는 너덜바위 뒤로 마등봉 너덜지대가 보이고 미등봉 넘어 설악의 주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화채봉, 대청봉, 중청봉, 귀때기청봉, 안산으로 이이진 주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잠시 쉬면서 설악주능을 담고 너덜너덜 너덜길을 내려선다 너덜이 끝나고 숲길을 조금 지나면 너른 안부가 나타난다. 저항령이다. 저항령갈림길이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고개이다.
저항령에서 비가 내리면 흘러내리는 방향에 따라 빗물의 종착지가 달라진다. 내설악으로 내린 비는 절골, 길골을 지나 영실천을 거쳐 백담사 앞을 흘러 백담계곡으로 이어지고 북천과 합류해 인제 인북천을 흘러 소양호에 잠시 쉬고, 소양강, 북한강을 흘러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한강을 흘러흘러 김포를 지나 강화 앞바다에서 황해와 만난다.
외설악으로 흘러내린 빗물은 저항령계곡, 내원암골을 거쳐 쌍천과 합류해 신흥사 앞을 흘러 쌍천교를 지나 설악항, 물치공원 앞 동해바다로 빠져든다.
나무가지 작은돌에 새겨진 저항령 표지석이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시간은 벌써 07시가 훌쩍 넘었다. 후미가 오기를 기다린 후 모두 저항령 너른 안부에 빙둘러 앉아 아침식사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