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정연원의 클래식 산책
후니쿨리 후니쿨라
청담 정연원
함께 즐기는 애창곡이 있듯 나라와 민족과 지방마다 함께하는 노래가 있다. 그곳에는 언어가 다르고, 풍광과 풍습이 다르며 피부색이나 기질도 다르다. 그들의 고유한 정서와 감성이 들어 있는 노래가 민요이다.
오늘은 이탈리아 나폴리민요 후니쿨리 후니쿨라(funiculi, funiculi)를 불러본다. 이탈리아는 우리와 같이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다. 항구도시답게 아랍이나 동양적 음률이 느껴진다. 이탈리아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밸칸토창법으로 음색을 강조하는 가창이 발달하여 노래가 쉽고 선율적이다.
후니쿨리 후니쿨라는 페피노 투르코(Peppino Turco)가 가사를 쓰고, 루이지 덴차(Luigi Denza, 1846~1922)가 1880년에 작곡한 곡이다. 그해 ‘페디그로타 가곡제’에서 발표되어 유명해졌다. 곡의 이름 후니쿨리 후니쿨라는 가사의 구절마다 넣어 가락을 맞추는 말로 '영차영차'라는 함성의 뜻이다. 나폴리민요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며 널리 불리는 즐거운 노래다.
내림 마장조, 6/8박자, 빠른 곡이다. 시작부터 '도/미레도~' 고음의 빠른 흐름이 얼마나 흥겨운지 관객과 연주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신바람이 나는 노래다. 화려한 테너의 목소리가 우리의 선소리처럼 곡을 압도한다.
이 곡은 나폴리 근교에 있는 ‘베수비오 휴화산’에 설치된 등산 열차 노래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등산 열차라는 후니콜라레(funicolare)를 만들며 노동자들이 “영차영차”하는 의미라는 후니쿨라다.‘얌모 얌모jammo jammo’는 나폴리 방언으로 “가자”란 뜻이다.
민요는 ‘아리랑’과 같이 작자 미상이 많지만, 이 곡처럼 나폴리민요들은 작가를 알 수 있다. 부산 롯데의 야구 팬들이 부르는 ‘부산 갈매기’나, 광주의 기아 팬들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이 그곳의 민요인 것처럼. 후니쿨리 후니쿨라는 ‘88서울올림픽’의 팡파르와 같이, 어떤 큰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기도 하다.
‘베수비오’ 산은 화산 폭발로 폼페이시를 덮어버린 유명한 산이다. 그 산에 등산 열차 후니 콜라레의 완공으로 탄생한 희망과 환희의 노래가 후니쿨리 후니쿨라다. 이 노래를 부르며 베수비오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나폴리만과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아름다운 풍광은 찾는 이들을 매료시켜왔다. 하지만 베수비오산의 후니콜라레는 1944년에 다시 화산분출이 일어나 폐쇄되었다. 그렇지만 후니쿨리 후니쿨라의 노래는 아름다운 풍경을 안은 채 희망과 꿈을 성취하며 축하하는 세계인의 애창곡으로 남아 있다.
아쉬운 대로 나폴리 인근의 휴양지 카프리섬 정상을 잇는 후니쿨라레가 있어서 지금도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스위스의 알프스 등산 열차나 우리의 케이블카들이 많지만, 이 곡처럼 기념곡을 만든 곳은 드물다.
‘세상은 즐거움과 신바람을 위하여 마련되었다고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지, 나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로 시작되는 가사다. ‘얌모 얌모 얌모얌모야, 후니쿨리 후니쿨라’가 후렴처럼 따른다. 이 곡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가 돋보인다. 화려한 고음과 가창력은 나폴리 지방 사투리와 기질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곳의 ‘오 솔레미오’, ‘산타루치아’ 등의 다른 민요도, 우리의 판소리를 서울 표준말로 부르는 것보다 호남의 걸쭉한 사투리로 불러야 제맛을 내는 것과 같은 노래들이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하여 몸에 스민 음악은 나의 민요다. 그 민요는 평생을 같이해온 바로크와 고전파 낭만파들의 음악이다. 그리고 우리의 판소리와 산조, 가곡과 가요, 팝송들이 나를 채우고 둘러싸고 있다. 나는 이 음악들을 골라서 어울리는 새로운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식단이나 의상, 집안을 꾸미는 것은 계절 따라 잘도 따라 하면서, 음악이나 독서 등 문화적인 정서에는 관심이 적다.
후니쿨리 후니쿨라가 나폴리의 등산 열차를 노래한 것이라면, 우리의 민요인 아리랑은 <참된 나(眞我)를 찾는 즐거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아리랑(我理朗)의 '아는 나 아'이고, '리는 다스릴 리'이며 '랑은 즐거울 랑'이라는 의미라 하겠다.
후니쿨리 후니쿨라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 민요이지만, 아리랑은 전국 민요다. 하지만 정선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으로 지방이나 골마다다른 정서가 담겨 있다. 이처럼 민요는 뜻과 배경, 방언을 알고 부르면 더욱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태양이 떠오르는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새해 새 아침이다. 목표가 작심 3일로 끝나지 않고 성취를 이루기 위해 알맞은 음악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된다. 오늘 시작되는 하루, 새로운 첫날은 무슨 노래를 부르며 어떤 음악을 배경으로 삼을 것인가. 오늘은 내가 만드는 등산 열차의 완공과 꿈을 이루기 위하여 후니쿨라 함성을 지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얌모를 외치며 달릴 것이다. 그러나 ‘참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아리랑의 뜻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감사와 만족의 향기가 가득한 밝은 곳으로….. 가자 얌모. 참 나를 찾아 피안(彼岸)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자.
영차영차, 후니쿨리 후니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