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참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지난 2일 공식 창립한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조(전국학비노조)가 채택한 규약상의 목적이다.
"학교에서 묵묵히 일하며 맡은 바 임무를 다 한다. 이제 참교육을 하는 주인공이 돼야지라." 이날 투표로 뽑힌 박금자 학비노조 초대 위원장이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교조에 동생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좋겄네요. 형이 정말 든든허요. 많이 보살펴 주시오"라고 당부하며 웃었다.
말할 때 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묻어났다. 박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서 16년 동안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급식 조리사로 일했다.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써야 했다.
"계약을 해도 다음 1년이 또 걱정이 되죠. 그걸 빌미로 낮은 임금에 유령처럼 아무 목소리도 못 내고 살아요. 10년 차나 1년 차나 월급이 똑같고. 학생 수가 줄어서 조리사를 줄여야 한다, 어쩐다는 말을 들으면 아휴. 이러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기가 어렵지 않겠어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지난 2004년 조리사를 중심으로 250여명과 함께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적잖이 좌절했다. '현실에 수긍해야 하나'고 생각할 때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솔직히 주변에 많이 찍으라고 얘기했어요.(웃음) 학교에 있으면서 전교조가 단일노조로 뭉쳐 처우를 개선하고 교육을 바꿔나가는 모습이 부러웠거든요."
지난 해 10월 전남에서 출발한 학비노조가 전국단일노조로 확대한 이유다. 노조가 뜨자 예상치 못한 환영을 받았다. 현재 9개 지역에서 700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학비 노동자들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당당해 졌어요.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얘기합니다.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불합리한 것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유령처럼 살아오다 우리도 사람이라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거지요."
올해 상반기에 2만 여 명의 학비 노동자를 조직해 호봉 인정과 명절휴가비 등 처우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박금자 위원장은 "우리 동지들을 만나면 가장 행복하다. 답답할 때 학교에서 이 분들을 만나면 답이 있더라"면서 "모든 학비노동자와 함께 단결해 정규직화를 분명히 해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댓글 벗이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조와 나눌 만한 것이 있음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