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 공 동 체 이 야 기
2009-05
좋 아 좋 아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시대적으로 어려운 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료들은 여러 해 동안 준비해온 일을 결행했다. 그것은 신학교를 함께 다닌 동료 목사님 부부가 먼 타향의 동남아 필리핀에서 여러 교회를 살피며, 그 일환으로 주변 지역을 돌보는 선교 일을 하고 있는데 그곳을 찾아뵙는 일이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이제껏 우물 안에서 사는 개구리처럼 근시안적으로 살아왔다. 그것은 이 나라를 벗어나지 않고 이 안에서만 맴도는 생활을 하였다. 그 결과로 어느 한편으로는 나에게는 다음과 같은 순진무구한 병적인 생각이 찾아왔다. 먼 나라에서 부는 바람은 우리에게서 부는 바람과 똑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다른 나라의 흙의 토양(土壤)은 우리들의 것과 같을까? 등의 바로 그 풍토(風土)에 대한 궁금함이 호기심처럼 커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이르러보니 그 환상은 여실히 깨어졌다. 그 곳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다는 눈 안으로의 들어옴이 나에게 커다란 득의(得意)처럼 안겨졌다. 그것이 그곳을 찾아간 나에게 큰 값으로 지불되었다. 두 목사님 부부와 네 명의 목사님이 같이 새벽 두세 시부터 시작하여 필리핀에 점심쯤에 이르렀기에 첫날은 피곤함으로 차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그 나라의 역사적 중심의 복판, 곧 스페인에 의해 사백년을 넘게 속박 당했던 굴욕의 이곳저곳을 우리들은 태연히도 보고 다녔다. 그런데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구국운동을 펴다가 죽음을 맞이한, 그 나라 사람들이 떠받드는 호세 리잘이 바로 죽음을 향하여 발자국 발자국의 자취를 남기며 찍고 걸어간 길..... 그 길은 지금도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저녁때가 되어서 우리를 인도하는 이가 피곤한 몸을 풀어주겠다고 맛사지를 받는 곳으로 안내했다. 우리들은 마루방에 발을 종으로 뻗고, 횡으로 간격을 두고 죽 누웠다. 천장에 작은 불 하나가 켜지고, 온 방이 어두웠다. 우리들은 그 나라의 여자 분들에 의하여 온 몸의 맛사지를 받았다. 여기저기에서 아프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반면에 강하게 하라는 이들도 있고, 나는 발맛사지를 해 줄때에 무척 간지러웠다. 건너 건너에 있던 아무개 친구는 맛사지하는 여자 분이 가끔씩 말하던 “좋아? 좋아?”라고 했던 그 말이 매우 재미있고 좋았던가보다. 아니면 그 맛사지를 받아서 몸이 시원하고 좋았던지? 그 맛사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그 여자 분의 특유에 말의 끝을 올리는 물음 섞인 말을 우리들에게 연발하였다. 우리들은 그 여자 분의 말이 그 친구를 거쳐서 나오는 표정과 그 만의 어감에 모두들 웃어 댔다. 여기저기를 가는 곳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보며 “좋아? 좋아?” 이야기하는 그 말에 다들 웃곤 하였다. 다음 날쯤 되었을 때, “좋아? 좋아?”하는 말을 듣더니, 그 말을 듣고 이야기하는 다른 친구 부인이 하는 말이 더욱 웃으웠다. “좋기는? 개코가 좋아?”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대소를 지었다. 나는 어느 순간 “개코”를 “개뿔”로 바꿔서 “좋기는? 뭐 개뿔이나 좋아?”라고 떠들어댔다. 그 나라에 여러 차래 다녀왔던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필리핀은 풍부한 지하자원의 나라이며, 지금도 그 옛날의 모계(母系) 사회적 성향이 잠재해있으며, 그들의 삶은 운명론에 젖어있단다. 그리고 또한 더운 날씨의 영향 탓인지 사람들이 일하기보다는 길거리에서 배외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기에는 결코 “좋아 좋아” 할 나라가 아니었다. 얼마 전에 필리핀에서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홀로된 어느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 왈 “이 나라에서는 뚜렷이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다”라고 이야기 하신다. 이처럼 어느 정도껏 이르지 못한 그 나라의 정세를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그 나라를 나오면서, 그 나라에 가기 며칠 전부터 맥시코에서 창궐하기 시작하여 여러 나라를 두려움으로 몰고 간 돼지독감 대신, 옻나무과의 망고과일을 한껏 먹고 집에 돌아와, 가려움과 부스럼을 선사 받고 여러 날 고생을 격고 있다. 그러면서 “개뿔이나 좋은 나라?” 바로 그 나라의 폐단적인 병폐를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뵈었던 아내를 사고로 잃은 목사님이 계속해서 그려진다.
방송을 보면 가족처럼 여기리만큼 작고 단란한 회사 내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출근시간에 동료를 보게 되면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좋은 아침이라고 서로 말하는 것은 영어의 “굿 모닝”에서 가져다쓰는 듯싶다. 어찌되어서 이든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꺼내는 내 마음마저도 좋아지니, 좋다는 말은 그저 좋은 말인가 보다. 어느 때에는 사람들의 입에서 “좋은게 좋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 좋다는 말은 과히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좋은게 좋다는 식의 이러한 태도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것은 대충주의를 유발하게 된다. 착하다는 말보다 더 경계해야 할 말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태도다. 좋은 것과 맞는 것, 바른 것은 다른데도 좋은 게 좋다는 두루뭉실한 의미 속에는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대충주의가 포함돼 있다. 좋은 게 좋다는 것이 진짜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관여하기 보다는 방관하기 위한 자기 취면이고 무책임이다. 남의 잘못을 보게 될 때 “말할까?” “에이..... 관두자” “좋은게 좋다고. 그냥 넘어가자”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인데 뭘.....” “아는 척해서 얘기해 주면 괜히 관계만 이상해질 거야” “그저 모르는 척 못 본 척 하는게 약이지” “그냥 좋은 게 좋다” “그냥 회피하고 못 본 척. 안 본 척하는 게 상수다” 그 사람은 계속해서 말한다. 이런 우리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사고 때문에 세상의 수레바퀴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한다. 잘못을 범하면서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고 돌아가는 세상, 그 책임의 절반은 나에게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눈에 적덕시애(積德施愛)라는 좋은 글이 들어온다. 곧 덕을 쌓고 사랑을 베풀라는 얘기다. 성서도 다음의 이야기를 한다.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베드로후서 1:5-7). 하나님은 태고적에 세상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흐뭇해하며 보기에 좋았다고 이야기 하였다. 혼돈의 상태와 흑암을, 위치를 바로 정하여 질서정연한 밝은 세상을 만들었다. 지금도 그분이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살펴보면서 “좋아 좋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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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09년 5월 3일에 신평교회 최영득 장로님께서(충만농장) 고추.가지.토마토.오이.호박 등의 육묘를 주셔서, 대전의 살림교회(박상용 목사님) 교우들이 밭에 이랑을 만들어서 심어주셨고, 9일에는 아삭이고추.야콘.파푸리카.부로커리를 주셔서 대전성남교회중등부에서(김영균 전도사님) 심어주었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동산교회.충전교회.금성교회.김기홍.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김정화.대전성남교회.대전충남지방통계청.양오석.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0인).채윤기(박현실).향림원푸드뱅크.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7인).최선희.대덕교회.이원교회.세광교회.진명구.수영교회.공주원로원.향림원푸드뱅크.추부제일교회.동춘교회4남선교회.신일태.금산주부클럽(3인).최영관.진주문교회여전도회.주식회사EG(이광형).향림원푸드뱅크.동춘교회6여전도회.금산군청(추부면사무소8인).새사람교회(이영국외26인).금산군모란회(5인).대전노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