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정지숙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 온 마을활동가 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유난히 공기가 따뜻했다. 처음 만남인데, 어색함과 긴장감 없이 유독 편안한 장소와 모임들이 있다. 동네N모임 중화 2동 분들의 온도는 유난히 포근하고 따뜻했다.
먼저 ‘감정카드’를 이용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경우라면, 본인 소개를 이어가는 일이 쑥스럽기 마련인데, ‘감정카드’를 한 장 선택하고, 카드에 적힌 질문들에 대한 답을 풀어놓으며 ‘마음의 온도’를 높였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부모님의 부모로 태어나고 싶나요?’란 질문에 ‘나를 키워주시느라 수고하신 부모님들의 부모가 되어, 돌봐 드리고 싶다’라는 참가자분의 답변에 짧은 공감의 탄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든이 다 되어 가신다는 한 참가자 분께서는 “엄마가 살아계실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여기가 많이 저려요. 그리워요.”라며 촉촉해진 눈가로 가슴을 어루만지시는데, 내 코 끝도 금세 시큰해졌다.
‘머릿속에 진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란 감정카드의 질문에, ‘어릴 때 집 앞에 자두 밭이 있었어요. 자두 꽃이 흩날리는 날이면 마치 눈이 내리듯 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가서 서 있는 듯 남아있어요. 사람에게는 때론 실망도 하게 되는 법인데, 자연과 꽃은 실망을 시키는 적이 없는 듯해요’라며 어린 시절 한 장면을 회상하시는데, 철학적 메시지도 담긴 듯하고 묘사해 주시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니 머릿속이 순간 화사해졌다.
이런저런 감정들을 나누고 공감의 온도를 높인 후, 더욱 화끈하게 화합의 장을 이어나갔다.
여름 과일, 가을 과일 등을 소재로 빙고게임이 시작됐는데, 처음 가볍게 시작된 게임은 시간을 갈수록 열기가 고조되었다.
이음지기 박을남 선생님께서 준비해 오신 작은 경품들을 획득하기 위한 처절한 경쟁의식으로
때론 협동하며 때론 치열하게 경쟁하며 빙고게임이 이어졌다.
비교적 젊은 연령부터 연세가 지극하신 참여자분들끼리 격이 없이 신나게 참여하는 시간이었다.
어색했던 공기는 이제 조금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 같은 마음이 되어 모처럼 깔깔- 격이 없이 웃음들이 채워졌다.
이윽고 준비된 세 번째 프로그램이자 동네N 중화2동의 11월 모임 아이템인 ‘천연유래 수제 화장품 만들기’체험이 시작됐다. 유독 탄력 있는 피부를 자랑하시는 박을남선생님께서는 평소 취미생활로 이어가시던 ‘수제 화장품’만들기의 비결을 쏟아내 주셨다.
“오늘은 그 유명한 갈색병에 들어간 성분보다 더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어서 로션을 만들어 볼게요."라며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시며 만들기가 시작됐다.
다소 연세가 있으신 참가자분들께서, 다른 참가자분들이 기꺼이 도움을 제공하며 역시나 훈훈하게 만들기가 진행됐다. 하나하나 첨가되는 성분들의 효과들을 설명해 주시며 아낌없이 재료들이 추가되며 기대감들도 한껏 높아졌다.
10여 가지의 첨가물들이 모두 첨가된 후, 병에 옮겨 담는데, 조금 흘러넘치는 첨가물들이 아까워 너 나 할 것 없이 손가락으로 닦아낸 후 손등에 바르며 다시 하나 된다. 분위기가 격이 없다. 참가자분들의 제법 연령대가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그저 오랜 만난 벗처럼, 이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금세 동화되어 갔다.
팍팍한 삶에 지쳐 상처받을 때, 마냥 기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토닥 내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마음을 위로해 주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힘을 채워주는 ‘엄마의 품’처럼, 중화 2동의 동네N모임도 그러했다.
그저 서로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에 마음이 위로받는 시간들이 만들어졌다. 유독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의 박을남 이음지기 선생님과 중화2동의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동네N모임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얼굴을 에이는 바람만큼 마음이 차가울 때, ‘똑똑’ 중화2동의 동네N의 문을 두드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