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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수필 동인은 모두 가슴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저도 동백의 밖에 있을 때, 동백수필과 동백수필 사람들이 좋아 동백수필문학회에 가입하고, 오늘은 회장이란 자리에서 권두언을 쓰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우리는 인연이 필연임을 믿습니다. 동백수필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 책이 수필이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책이었으면 합니다.
<동백수필> 22집, 장미의 ‘권두언’ 중에서 -
I. 서론
1. 연구사 개관
현대문학사가 2008년 지금까지 100년을 웃돌아 왔지만 한국문학사에 현대수필은 다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문학 초창기에 있어서도 수필을 제외한 여타 장르는 그 장르에 대한 개념 의식이 선명했다. 그런데 수필만은 그 장르명조차 감상, 상화, 수감, 단상, 만상, 기행 등 여러 명칭으로 혼동되어 사용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가 1930년대 들어서야 수필이란 명칭이 문학 양식으로 정착하게 된다. 수필에 대한 개념부터 창작이론까지 ‘이것이다’하고 내어놓을 이론이 없었다는 데서, 한국문학사에서 수필에 대한 언급이 왜 없었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다행히도 이런 한국문학사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필동인지 『隨筆』이 부산에서, 2년 뒤에 <윤좌>라는 비중 있는 수필동인지가 발간되었다는 점은 부산이 수필의 메카라는 것을 말해준다. 1980년대 발간된 <동백수필>은 이런 수필 개척이란 최초의 수필동인지『隨筆』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30여 년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수필동인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隨筆』은 1960년대 초기에 부산에서 그 기치를 올렸다. 처음 『隨筆』창간호는 『Essay』라는 표제로 수필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수필문학동인회’를 만들어 그 첫 열매를 세상에 내놓았다. 동인은 김병규, 김일두, 박문하, 이남원, 오도환, 정신득, 장성만, 허천 8명이었다. 당시에는 회칙이나 회장이 없고, 편집위원으로 허천, 오도환이 회무를 맡아 ‘수필문학동인회’의 이름으로 1963년 7월 15일 발행되었다. 그러다가 제2호부터는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표제를 『隨筆』이라 바꾸고 향파 이주홍의 산뜻한 표지그림과 장정으로 1964년 3월 10일 ‘수필동인회’라는 새 이름으로 발행되었다. 그리고 창간 동인이었던 오도환이 타계함으로써 김정한 김병태 박지홍이 새 동인으로 참여하여 동인은 10명이 되었고, 이 무렵 부산방송국을 통해 ‘수필 릴레이’를 하며 부산일보 국제신보 등 일간 신문지상에 많은 수필을 발표하여 독자의 저변을 넓혀나갔다.
초창기에 헌신적으로 동인지를 이끌어온 사람은 허천, 박문하였다. 허천은 국제신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문화계에 지인들이 많았고, 박문하는 동래 민중의원 원장으로 의사보다 수필가로 더 알려진 분으로서 두 분이 산파역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제호 『隨筆』은 운여 김광업의 휘호로서 제4호(1965)부터 써 오고 있다. 운여는 추사 이후 손꼽히는 선묵으로 평가받는 서예와 전각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隨筆』이 걸어온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1969년1월 제14호까지 내고 재정난 등의 사정으로 3년간 휴간 상태에 있다가 1973년 4월에 제15호를 내 놓게 되었다. 이때의 집필동인은 김병규, 김소운, 김일두, 김정한, 구본룡, 박문하, 박태권, 박태을, 송정수, 이남원, 이덕오, 이종석, 이해주, 장성만, 정신득, 정화식, 차동석, 최해춘, 허천 19명이었다.
이와 같이 초창기의 『隨筆』은 회장을 두지 않고 편집인이 발행해 오다가 1979년 21호부터 모임의 이름을 ‘수필 부산동인회’로 고치고 정식 회장제를 채택하여 정신득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하였다. 그 후 1994년 4월 제2대 문인갑 회장 취임, 2003년5월 제3대 박홍길 회장이 취임하였으며, 2004년 젊은 수필가를 동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신인상 제도를 제정하고, 모임 이름을 ‘수필부산문학회’로 고쳤다.
그러다가 2005년 박홍길 회장이 부산수필문인협회 회장을 맡게 되자, 제4대 회장으로 이해주가 취임하였으며, 오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산시에 연2회 정기간행물 등록(2006. 8. 30.)을 마쳤다. 현재 제69호에 참여한 동인은, 이해주, 문한규, 박송죽, 한영자, 김대상, 성낙구, 장광자, 이몽희, 이원우, 박홍길, 전희준, 안태경, 이기태, 송두성, 박희선, 이병수, 박우야전, 전정식, 허정, 하창식, 김상희, 강중구, 윤용흠, 윤옥자, 황다연, 장미, 허현숙, 손수영, 허정림, 박문자, 최홍석, 정재분, 황원준, 정철규, 이경자, 정인조, 정약수, 김훈, 김혜자, 심득순, 황선영, 오기환으로 모두 42명에 이르고 있다.
1973년 문원각에서 펴낸 한국문학대사전의 부록편 전국동인회 일람표에는 “ ‘Essay, 1963. 부산. 대표자: 박문하, 김병규, 이남원, 오도환, 김일두, 정신득, 장성만, 허천.”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1963년 이전의 수필동인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Essay』는 한국 수필동인지의 효시라 하겠으며, 따라서 『隨筆』은 우리나라 최장수 동인지라 하겠다.물론 <동백수필>의 역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필동인지 <수필>보다 20여 년이 뒤진다. 그렇지만 수필이 문학장르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에 발간되어, 우리 수필을 질을 이끌어 오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동백수필 회원 중에는 유난히 신춘문예 출신들이 많았다는 데서 그 역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초창기 일 년에 네 번씩 동인지를 계간으로 발간했다는 사실도 주목받을 만하고, 특기할 만하다고 하겠다. 동백수필 회원이었던 신춘문예 출신 동인들은, 오승희, 김윤희, 윤자명, 강숙련, 남지은, 김원순, 김종희, 송명화, 문정희 등 거의 10여 명이나 된다. 신춘문예 출신은 아니지만 이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안귀순, 송연희, 정태귀, 박양근 등이 동백수필 회원이거나 거쳐간 사람들이라는 데서 동백수필의 위상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미래문학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필이 당당히 문학의 자리에 서려면, 수필의 역사적 맥락을 찾아 수필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국수필현대문학사는 정주환이 <한국근대수필문학사>란 책으로 정리한 것이 전부다. 부산수필문학사의 경우, 1990년대 와서 지역문학의 활성화를 기한다는 명분으로 부산문인협회 주관으로 <부산문학사>를 발간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유병근이 <부산수필문학사>를 기술했고, 수필가 김상희가 2007년 <부산수필문학약사>를, 2009년 김상희, 박양근이 부산현대수필문학사를 공동 집필하였다. 2011년 권대근이 부산예총이 주도한 <부산예술50년사>의 한 파트로 <부산수필문학사>를 집필한 바 있다. 지역 수필문학사의 정리는 한국현대수필문학사의 본격적 정립에 도움이 될 것임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동백수필 30년사는 부산수필문학사의 한 부분으로써 80년대를 정점으로 부산수필문학사뿐만 아니라 한국수필문학상에서 갖는 위상이 남달랐기 때문에 수필문학사로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2. 동백수필문학 30년사의 범위와 한계
국문학이란 개념적으로 볼 때,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쓴 문학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동백수필문학회 회원이 쓴 수필은 동백수필이다. 따라서 떠나고 들어 오고에 관계없이 동백수필문학회에 몸담고 있었던 수필가들의 수필문학을 동백수필문학 30년사의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현대부산수필의 시발점은 1950년대부터 부산의 어떤 다른 수필가보다 먼저 수필을 써왔고, 60년대에 와서는 일본에서 귀국해서 한국에서 수필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김소운으로부터 잡는 게 타당하다면, 동백수필문학회는 동백문학회에서 1987년 동백수필문학회로 독립하여 나왔기 때문에 시점은 1987년을 시발점으로, 대상은 출발지점에서 현재까지 동백수필문학회에 적을 두고 있었던 모든 회원으로 잡는 게 합당하다 하겠다.
이렇게 볼 때 동백수필문학사는 80년대에 이르러서야 정립되는 바를 제대로 목도할 수 있다. 부산 출신 수필가인 김소운의 활약과 <수필> 동인지와 <윤좌>의 출현이 부산수필을 현대수필의 출발선에 위치시켰다고 하겠다. 현대에 와서 수필 전문지가 출현한 것이 1970년대라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부산수필 동인지의 출현은 한국수필문학사의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동인지 <수필>이 주축을 이루는 60년대는 김소운의 전국적인 지명도와 함께 부산수필이 가장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60년대를 기점으로 시작한 부산수필가의 숫자는 2017년 현재 한국수필문학사 사상 어느 때보다 압도적이다. 동백수필문학회는 198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왔으니, 부산수필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고, 부산지역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계속 양적 평창을 가져왔다. 따라서 1980년대 이후로는 작가와 작품 중심으로 하되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동백문학회의 태동과 활동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에 일단 현대라는 한 시대의 구획에 속한 동백수필문학회 소속 회원들의 문학적 성과를 한 자리에서 살펴봄으로써 어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작업은 앞으로의 동백수필에 대한 왜곡을 막고, 바른 평가의 계기를 낳고, 한편으로 동백수필의 자체적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데 의의를 두지만, 한정된 분량은 아쉽게도 기존 발간된 부산수필문학사의 요약판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백수필문학30년사는 수필의 역사인 만큼 집필자는 사초를 쓰던 사관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집필하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둔다.
3. 동백수필문학30년사의 시대 구분
그동안 꾸준히 현대문학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리되어 왔다. 수필의 경우에도 주로 연대기적 수필의 특질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수필문학사가 다뤄져 왔다. 오창익과 정주환이 1920년대 수필문학의 특징과 수필문학사를 각각 연구한 것은 수필문학사 한 권 없는 우리 수필계에 큰 성과를 남겼다고 하겠다. 지역문학의 경우 수필은 1960년대에 와서야 겨우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부산현대수필의 기점은 1963년에 창간된 부산수필동인회에서 펴낸 <수필>로 잡는 게 보통이다. 이 측면에서 현대부산수필문학사에 있어서 60년대는 태동기, 70년대는 도약기, 80년대는 중흥기, 90년대 이후를 르네상기로 보면 되겠다.
현대수필에 대한 시대 구분은 그 동안 몇 사람이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모두 관점이 다르다. 근대수필을 1894년 갑오경장 이후를 기점으로 1930년대까지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920년대를 근대수필과 현대수필의 분수령으로 삼는 연구자도 있다. 유병근은 근대수필은 육당 최남선의 주재로 간행된 <소년>(1908)에서 이미 싹이 텄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근대수필의 역사는 1910년대에 그 기점을 둔다고 했다. 동백수필문학사의 출발 지점을 80년대로 잡으면 동백수필문학사에 있어서 ‘근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동백수필문학사는 부산수필문학사의 전개와 함께, 1980년대 이후 30년간의 특성을 기술하게 된다.
II. 본론
1. 1980년대 부산수필의 중흥
1.1. 동백수필문학회의 등장
1970년대를 지나오면서 수필은 비로소 제대로 된 장르 의식을 갖게 된다. 사실 8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필은 여기의 문학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라는 1920, 30년대 정립된 수필의 정의를 현대수필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수필을 창작하고 배웠던 탓에 확실히 70년대 이전은 일부 교과서에 나오는 잘 알려진 수필을 제외하면, 80년대 수필과 비교해 볼 때, 확연히 그 질이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해방 이후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수필을 연구한 여러 논문의 결과로 드러났다.
동인지 <수필>, <윤좌> 등이 부산수필 문단의 명맥을 지켜오는 가운데 1980년대 중반에 동백문학회 수필분과가 <동백수필문학회>란 새 이름으로 독립되어 나오면서 80년대 부산수필은 질적 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인 오승희를 회장으로 7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동백수필문학회는 부산수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80년 오승희 첫수필집 <생활의 창변에서> 발간을 시작으로 동인지 <동백수필>의 연 4회 발간뿐만 아니라 연간사업으로 동백수필문학선집, 동백에세이선집을 문고판으로 발간하는 등 한마디로 ‘수필문학 중흥의 의지’를 여러 문학 사업을 통해 표방하고 있다. 동백수필문학회가 동백문학이라는 범장르의 테두리에서 분가된 동기는 스스로의 발표무대를 만든다는 차원이다. 잔잔한 호수처럼, 흔들림 없이 평온하지만, 속 깊은 사람마냥 안으로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창작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내실한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게 되기까지는 권대근, 안귀순, 송연희, 강규인 동인들의 문학성 있는 작품 활동과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수필 전문지가 없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동백수필문학회에서 수필작품의 발표무대를 자가 조달하려는 노력은 이후 1990년대 초 부산에서 최초로 수필 전문지 <수필시대>를 선보인 허천에 의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부산에서 나오는 수필동인지를 읽어보면 부산수필의 수준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수필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굳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걸작 중에서 소수의 작품을 정선한다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동백수필 동인의 경우는 더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한결같이 수준 높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동백수필 동인들의 작품 한 편 한 편에는 자연스러운 매력 즉 맛이 담겨 있다. 1986년 이후 동백수필문학회에 몸담았던 사람들 중에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도 있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고, 출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회원인 권대근을 필두로, 입회 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송연희, 조재흥, 장한일, 새로 들어온 강명성, 장미, 문정희, 정철규, 박혜연, 이용철 등 참신한 인물들도 많다. 떠나간 별들을 다 기억하기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예전에 써두었던 자료를 중심으로 동백수필문학회 회원의 수필세계를 조명해 보도록 하겠다.
1.2. 동백수필문학회를 거쳐 간 사람들
동백수필문학회는 정확히 1986년 동백문학회에서 수필분과로 독립해 나와 1987년 동백수필문학회로 독립한다. 제1대 회장으로 오승희, 총무로 권대근이 선임되었다. 동백수필문학회를 조직하고 그해 동백수필문학선집(1)를 발행하였다. 1988년에는 동백수필문학선집(2)를 발간하였다. 1989는 강규인 회원이 가입한다. 1990년 제2대 회장으로 최시병, 총무로 한연순이 선임되었다. 그해 안귀순, 송연희, 유혜란, 하현숙 회원이 가입한다. 그해 동백수필이란 제호로 계간지 형태의 동인지를 발간하였다. 해를 시발점으로 잡는다. 오승희, 최시병, 한연순, 서도형, 오원량, 강규인, 하현숙, 남지은, 김원순, 유혜란, 박양근, 정여송, 윤자명, 강숙련, 김종희, 윤자명, 김도우, 황원준, 서채영, 송명화, 문경희, 박기용 등이다. 안귀순은 늘상 토속적이며 전통적인 우리 것의 미학성 찾기에 눈길을 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는 예리한 눈을 갖고 있기에 어느 수필보다도 눈맛이나 손맛이 뛰어나다. 섬세한 자연 감정과 깊은 인간의 감각을 갖추고 작품을 창작하였다.
강규인의 수필 세계는 순수 휴머니즘 지향의 노력을 보여 주며 작품 제재의 그림자 형상은 순수의식과 휴머니즘에 대한 근원적인 동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수필세계로 어느 것이나 향수의 표상하고 있다. 수필집이 두어 권 있으며, 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원순의 수필 세계는 대지와 인생과 세계에 뿌리박은 대원적인 정신을 보여주며 우리네 전통에 근거한 밝은 긍정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수필문학> 출신으로 한국시에서 주는 수필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과하기도 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기 내면을 응시하는 이 작가는 동시에 또한 현실에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경고를 내리기를 잊지 않았다. 온화한 서정성 속에 단지 감미로운 정서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의 사상이 있고 철학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이 그녀의 수필을 읽히는 시로 만들고 있다.
하현숙의수필세계는 고전주의적인 우아함과 낭만적인 감정을 조화시키면서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야유와 자조 그리고 기괴한 환상이 교착하는 그의 수필은 근대라는 병폐에 사로잡힌 고독한 영혼의 노래이다. 신비주의에서 깊은 영향을 받아 운명의 지배에 따르는 사람들의 영혼의 필연성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등의 작품이 인간 존재의 밑바닥에 깔려 잇는 영혼의 현실을 우리에게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황원준의 수필 세계는 서양 물질주의에 의해 삶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 지식인의 고뇌를 대변하는 것이며 인간 정신과 세계의 탐구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동래문화원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김종희의 수필 세계는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수필의 형태로 결실시키려는 일을 추구하고 있으며 사랑을 담담하고 감미로운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김도우는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융합시켜 자기의 수필적 위상을 바라보면서 교묘한 시적 구성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다. 엄격한 구성과 고상한 수사를 특질로 하여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다. 서정 수필가로서 그녀는 낭만주의적 본성을 밑바탕에 깔고 음유시인의 발라드 양식을 사용하여 수필을 창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쉽게 침투하는 산뜻하고 유연한 리듬감이 특징을 이루고 있어 이것은 그녀가 바로 선천적인 수필가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투명하고 지고한 삶의 양태를 가진서채영의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풍은 그녀의 작품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배후에는 어떤 체념이 감돌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정기의 작품 스타일은 사실적 수법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풍자와 유머가 특징을 이루고 있다. 그가 초기에 발표한 작품 특히 직업수필은 특히 오늘날에 반성적으로 살펴봐야 할 만한 작품들이다. 유혜란은사색자로서 가장 예리한 그녀가 이미 소박하게는 노래일 수 없게 된 근대인의 소리를 그야말로 소박하게 노래하는 작가다. 주로 야수성과 신성 어두운 애욕 등을 노래했는데 몇 편의 작품에서는 밝은 해변을 즐겁게 묘사하는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녀의 작품은 고풍스럽다는 평을 듣지만 여자다움과 아름다움으로 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애찬을 받고 있다. 송명화의 수필 세계는 비평의 렌즈를 번뜩이면서 작가 자신이 직접 네 거리로 뛰어나가 현대문명의 병폐와 부조리를 목이 터지게 외치는 그런 지성의 세계이다. 작품집으로 <에세, 햇살 위를 걷다>가 있는데 어느 것이나 절창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교육신문, 전남일보 신춘문예, 제1회 부산수필학회상, 제1회 풀꽃수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같은 시대의 대다수 수필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사랑하고 한낮의 빛보다는 밤의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수필가 윤자명의 수필 세계는 한낮의 빛보다는 한밤의 어두움을 노래했고 생의 현실보다는 죽음의 몽환을 사랑하여 그것을 노래한 작가다. 그는 수필가로서 모든 복잡한 상황과 대결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수법을 계속 시도했으며 서정수필가로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독자적인 작법을 개척하였다. 우리는 흔히 작가를 가리켜 “미래를 말하는 예언자”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은 이 작가에게 아주 잘 이울리는 말이다. 윤자명의 수필집 <도요 속의 꽃>은 지성적 관조가 특징을 이룬다. 그녀는 가슴보다 먼저 머리 와 닿는 수필을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수필에는 인생에 대한 깊고 담담한 관조와 거리를 두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망이 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혀주는 위안과 인간의 정신을 고원한 곳으로 이끌어주는 깊이가 있다. 인생을 보는 작가의 견해는 이치와 논리가 정연해 유현한 맛을 풍긴다. 남지은의 수필세계는 정밀한 분위기에서 풍기는 선풍적인 멋을 그 특징으로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선된 수필들은 하나같이 선비정신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적 정서와 향기를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암담하고 우울한 정서를 애석해 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노출시키려 하지 않고 마치 수채화를 그리듯이 담담하게 노래하는 작가다.
에이브럼즈는 <거울과 등불>이란 책에서 문학의 기능을 거울과 등불의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필은 우선 문학이 되어야 한다. 거울이니, 등불이니, 순수니, 참여니 하는 변별은 그 다음의 문제다. 동시에 그것은 세계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좋고 싫음의 판단이 있을 뿐 우열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수필이 상상력이나 예리한 관조, 지적 통찰의 체로 걸러지지 않은 채 쓰여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수필은 단순한 체험의 나열이어서도 안 되고, 결코 관념의 퇴적장이어서도 안 된다. 화려한 수식어의 나열이나 이미지의 배합에 몰두해서도 안 된다. 수필은 삶과 세계에 대한 고도의 세련된 지적 통찰의 기록이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 있어서 윤자명의 수필은 문학이라는 데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몇 편의 작품으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필은 의미로운 인생의 축소판으로써 작품 속에 작가의 숨결과 체취가 그대로 남아돌기 때문에 몇 작품으로도 얼마든지 작가의 문학적 특성을 추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제1부에 실린 <스크래치 기법>은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스크래치 기법>이란 미술 용어로 바탕을 빨강 노랑 등 원색으로 칠한 다음 검정을 덧칠하고 펜 같은 도구로 긁어서 표현하는 것이다. 밑바탕에 여러 색을 사용할수록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이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목이 아니었을까. 이 제목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상징되어 있다. '아무리 유치하게 덧칠이 됐어도 그 위에 검정을 칠하고 다시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스크래치 기법도 있지 않은가'라는 이 수필의 마지막 말은 많은 여운을 남기기에 더욱 수필의 향취를 느끼게 한다. 중심사상의 상상화를 통해 구수한 수필의 맛을 내는 작가의 기량에 박수를 보낸다.
평자는 수필평을 통해서 수필은 자조나 고백적 성격보다는 관조적 성격으로 해서 문학적 향취를 가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수필 창작에 있어서 관조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색깔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혜안, 즉 관조가 빛난다. 검정색의 예리한 관조를 통한 시작과 끝에 대한 동양철학적 해석은 확실히 남다른 투시다. 그 의미가 분명한 푸른 색도 붉은 색도 아닌 검정색의 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안목은 글쓰기의 출발선을 자연과 사회 그리고 삶이란 삼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에 두고 있음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수필의 진수는 결구에 있다. 그것은 화가가 새를 그리고 마지막에 찍는 눈과 같다. 눈이 살아 있어야 생명을 느낄 수가 있다. 마지막 문단이나 그 앞 문단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수필의 생명이 걸려 있는 것이다. 위의 인용된 부분은 허욕과 유혹의 상징인 현란한 원색이 검은색과 대비됨으로 해서 검은색이 가지는 안정성과 세련된 분위기가 부각된다. "아무리 유치하게 덧칠이 됐어도 그 위에 검정을 칠하고 다시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스크래치 기법도 있지 않은가"란 반문을 통해서 작가는 검은색의 포용성, 수용성을 재음미할 수 있게 한다. 스크래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듯 인생이란 주제를 그림에 있어서도 스크래치 기법이 통할 거라는 작가의 인식에는 삶에 대한 진지함이 녹아 있다. 자기만 돋보이고자, 자기만 튀고자 설치는 단세포적이고 감각적이고 찰나적인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현대적 삶을 성찰하듯 매만지고 있는 작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통한 수용적이고 포용적인 인생살이를 펼쳐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주문하고 있다.
제2부에 실린 <남포로 건너기>는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보고 나온 작가가 남포로 건널목을 건너면서 보게 되는 자갈치 시장 풍경을 배경으로 해서, 삶과 꿈이란 이원적 과제를 '여과지'란 매개물로 풀어 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여과지'란 단어에 무게 중심을 놓아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여과지의 심상을 살리는 장치가 많이 보인다. 남포동과 자갈치, 본성과 이성, 일과 예술, 현실과 환상, 정신과 육체 등의 대비적 문구는 결국 삶과 꿈이란 대칭으로 좁혀짐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할 이원적 존재다. 삶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본성과 이성이 마찰을 일으키고, 일과 예술을 놓고 고민하고, 현실의 중시냐 환상의 추구냐를 두고 사색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정신적 삶에 충실할 것이나 육체적 만족을 추구할 것인가 양 갈래 길에서 선택을 고민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제화 전략은 인간이 생을 영위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혼란의 양상을 남포동과 자갈치 시장을 연결하는 도로를 매개로 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가가 발견한 것이 바로 '여과지'란 것이다. '여과'란 먼지나 이물질을 걸러 내는 일이다. 남북의 땅 사이에 비무장지대가 있어 긴장을 완화시키듯, 삶의 두 영역간에 갈등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이는 '어느 쪽을 우위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생의 중대사다'라는 표현에 녹아 있다. 자세히 보면, 이 문구는 멋지게 여과된 것이다. 문맥을 통해 조화와 균형 그리고 중용의 도가 흐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제4부 수필 <개구리 소리>는 서두부터 문학적 향취를 물씬 풍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오랫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수필로 형상화한 것인데, '개구리 소리'를 제재로 하여 '소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는 작가의 개성적 시각이 돋보이는 글이다. 도입부 마지막 문장, '친구는 서로에게 거울이기도 하다'를 읽고 나면서, 평자는 '수필의 문단은 이렇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독백을 뇌까렸다. 예시 문장들을 열거하고, 이를 통합하는 일반화 문장을 비유적인 문장으로 직조하는 능력이 분명 예사롭지 않다. 평자가 읽어나가는 첫 작품의 첫 문단부터 기본기가 갖추어져 있다.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평자가 이렇게 상찬할까 독자들은 궁금히 여길 것이다. 어디 한 번 보자.
우리는 손부터 맞잡았다. (1) 반가움에는 말보다 손이 앞섰다. 메마르고 거친 감촉이 까슬하게 닿는다. (2) 서로의 주름살에서 십수 년만에 만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3) 매일 보는 거울 속에서는 몰랐던 나이테를 한꺼번에 확인하게 된다. (4) 친구는 서로에게 거울이기도 하다.
- <개구리 소리>에서 -
위 인용 예문은 서두 문단인데, 감정의 절제가 돋보이고, 중심 사상을 비유를 통해 구체화시키는 단락 구성이 눈길을 끈다. 문학을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라고 할 때, 형상의 측면에 있어서 수필문장 구성의 원리는 보이지 않는 관념을 구체적으로 감각화하여 보여주는 데 있다. 위 문단의 구성 원리를 살펴보자. (1) '반가움에는 말보다 손이 앞섰다'는 표현은 '반가움'이란 감정을 '말보다 손이 앞섰다'는 동작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수필 문장의 형상화 기법으로 수필 문장의 멋을 내는 데 일차적으로 기여하며, 문장을 읽는 맛을 내며, 상상을 통한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과정을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감상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독자가 문장의 표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마음을 의미의 재구성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작가의 배려는 훌륭한 수필가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이다. 윤자명은 기본기를 갖춘 작가다. (2)의 문장을 보자. '오랜만에 만났다'는 사실을 서로의 '주름살에서 깨닫는다'는 진술도 멋있다. (3)의 문장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는 거울 속에서는 몰랐던 나이테를 한꺼번에 확인하게 된다'는 것도 일품이다. 시각을 촉각화하여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과 '세월에 묻혀 살았다'는 두 가지 사실을 암시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능숙한 수필독자에 대한 배려다. 작가는 (1), (2), (3)의 예시 문장들을 한 문장으로 일반화하는데, 그것이 바로 (4)다. '친구는 서로에게 거울이 되기도 한다'는 진술이다. 수필 문장은 의미를 상상을 통해서 파악해 나갈 때,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보조문을 적절한 표현으로 정리하는 솜씨도 일품이려니와 소주제문을 비유적으로 구성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윤자명은 신춘문예 당선에 만족하지 않고, 문학적 갈망을 채우기 위해 남다른 열의를 가지고 수필 창작에 힘써온 작가다. 2002년 토지 문학상 수상과 2006년 수필집 발간은 그의 문학적 열정이 오늘도 계속 이어져 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자연의 모든 물상에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는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 윤자명의 수필은 느낌을 준다는 측면에서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 수필이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인 진리이고, 그 세계의 구현이기에 윤자명의 글은 단순한 자기 경험의 기록이 아니다. 그의 작품집은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이루어 즐기는 것보다 정신적 여유를 회복하는 일과 건강한 육체를 통해 건강한 정신으로 무장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가의 이런 세계관은 위의 <남포로 건너기>, <개구리 소리>, <스크래치 기법> 등에 잘 드러나 있다. 윤자명의 수필은 현란한 색채로 나타나는 허욕의 삶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색처럼 겸허한 삶을 그려낸 한 편의 멋진 수채화라고 하겠다.
강숙련은 199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수필이 당선되어 등단한 수필가다. 그리니까 처녀 수필집 <얼추왔제>는 등단한 지 10년째 되는 해에 내는 셈이다. 등단 이후 문학 공부에 대한 열정을 그냥 둘 수 없어 부산예대 문창과를 다니며 쏟아 부었다. 오랜 숙고 끝에 한 권의 책을 묶어 내는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줄곧 수필문단과 독자의 각별한 관심을 모은 작가다. 그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동인지 <동백수필> 특집에서 그녀의 작품을 다룬 바 있지만, 이 한 권의 책을 읽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참빗>, <나비>, <달을 보며>, <종소리>, <꽃밭에 앉아서>, <서랍을 열어 놓고>, <대숲에 바람이 일면>, <실과 바늘>, <빈집>, <쇄석실에서>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이 38편이나 실려 있다. 이들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수필세계를 진단해 결과, 몇 가지 측면에서 그 문학적 특성을 살필 수 있었다. 그것은 강숙련 수필이 지니고 있는 성격에의 구분일 수 있고, 또한 주제적인 지향성이나 내적 구조의 유형일 수도 있고, 특성의 범주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숙련의 수필은 1) 낯설게 하기와 서사정략 2) 참신한 관조와 시적 기법, 3) 순수한 서정과 인간구원 4) 견고한 인성과 구도미학 5) 전통적 정감과 정신문화의 특징으로 대별된다.
숙련의 수필을 관통하고 있는 큰 줄기는 첫째, 낯설게 하기와 서사전략으로 볼 수 있겠다.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나비>다. 이 작품은 서사의 매력을 힘껏 발휘한 수작이다. 미국에서 누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가 빼어난 몸매로 한국 남성의 눈을 쏙 빨아들이고 있을 즈음, 작가는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하면서, 작가는 틀림없이 나비를 제재로 그 상징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 편의 작품을 구상했을 것이다. 이승희 신드롬을 시니컬한 필체로 쓴 작품 <나비>는 서두부터 "낯설게 하기" 전략이 동원된 작품이다. '누드'의 의미를 '다시 태어나는 미래지향의 과정'으로 상승시키는 수법도 일품이다.
두 번째 특성은 참신한 관조와 시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빈집>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빈집을 통해 우리 시대의 소외 현상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예리한 관조가 돋보이는 수필이다. '빈집'의 쓸쓸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물화하는 시적 기법이 잘 드러나 있다. 아궁이 속의 잡초며, 비껴가며 서성대는 까치의 모습에다 미동도 않는 먼지의 관조는 일품이다. 비수가 되는 바람 그리고 휘청거리는 낡은 벽 그리고 북풍에 몸서리치는 마지막 남은 쪽문의 묘사가 썰렁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정신이 빠져버린 앙상한 육신의 처참함을 적절한 수사법으로 멋드러지게 잘 묘사해내고 있다.
세 번째로 강숙련의 수필들의 특징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서정성이다. 그의 글에는 한결같이 다정다감한 인정이 녹아 있고, 그 인정으로부터 삶의 의의를 깨닫는 작가의 인간적 체취가 드러난다. 멋진 수필가는 제재를 가지고 주제를 겨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강숙련은 제재를 가지고 주제를 겨냥하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사물을 포착하여 관조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그것은 곧 현실의 삶에 투사된다. 이를테면 자연의 대상 앞에 선 작가는 자연의 완상을 즐기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진지한 모습의 철학자가 된다는 것이다. <달을 보며>는 보름달을 맏며느리의 자리에 견주어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유습 때문에 힘들어하는 맏며느리의 애환과 그 역할을 서정성에 기대어 잘 그려내고 있다.
네 번쩨 특성은 견고한 인성과 구도미학으로 볼 수 있겠다. 대표작은 <바늘과 실>이다. 인간의 여러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려는 몸짓이다. 바로 자연의 섭리에 따르려는 삶에 대한 겸허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면서 야기된 조작된 행복관, 전도되고 도치된 가치관으로 인간의 역사는 갈등의 연속이 아닌가.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조화'요, '공존'이다. 바늘과 실의 조화와 공존을 통해 내리는 부부 관계의 의미를 말하는 예시 부분은 참신한 비유와 암시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미학적 형상화가 잘 되었다. '따로따로'가 아닌 '서로 함께'를 외치는 작가의 견고한 인성은 전통적인 가치관의 수용임과 동시에 동양적인 사상에 기반을 둔 듯하다. 그는 서랍을 정리하며 투명한 삶에 젖고자 한다. 바로 구도의 자세다.
다섯 번째로 들 수 있는 강숙련 수필의 특성은 전통적 정감과 정신문화의 추구다. 한국적 혼과 미를 발견하려는 것은 결국 '우리 것'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의미한다. <참빗>은 참빗을 소재로 하여 여인의 정조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참빗에다 수절하며 사랑을 지켜 가는 수많은 미망인의 자존심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이기에, 그는 '옛 여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에 참빗을 품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반듯하고 아름다운 새 삶이 동서에게 다시 열리기를 바라면서도 혹여 허방을 딛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에게 보내는 따뜻한 정이다. 작품 <참빗>에는 대세에 밀려 그 존재적 가치와 의미를 잃어 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한없는 애정이 녹아 있는 반면에 빗살 하나 부러진 참빗마냥 몸과 마음이 헤퍼 허방을 디딘 여성에 대한 질타가 담겨 있다.
강숙련 수필집 <얼추왔제>는 읽는 맛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금이 수필의 시대라 하지만, 수필에 대한 세인의 평판은 썩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우리 수필이 독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강숙련의 수필과 같이 재미가 있어야 하고, 새롭고 참신한 인식의 세계를 독자에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의 수필세계는 활기에 찬 싱싱한 언어들의 놀이터다. 싱그러운 감성과 순수 서정이 조화를 이룬 인정의 샘터다. 그윽한 종소리 들리는 새벽이 여는 아침 햇살 같은 따스함의 세계다. 그의 문학적 바탕이 견고한 만큼 그가 보여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어 본다.
1.3. 동백수필문학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현재 동백수필문학회는 권대근, 송연희, 조재흥, 장한일, 강명성, 문정희, 장미, 정철규, 박혜연, 이용철 열 명이 회원이며, 모든 회원들의 작품을 터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권대근을 제외하고, 동백수필 가입년도 및 문단 등단이 빠른 송연희, 조재흥, 두 회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간단하게 작품세계를 기술하는 반향으로 하겠다.
송연희의 작품은 ‘흔들리기-바로서기’를 틀로 하고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다채로운 내면의 풍경 깊은 곳에 순수한 애정과 인간적 정감이 스며 있어 그녀는 한국의 서정 수필가로 불리며 이런 서정적 글쓰기를 통해 특정 연령에 달하는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주제 지향성에 있어서 여성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함으로 작가적 인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수필은 자외선과 같은 섬세한 부분이자 영혼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동경을 그려내려는 욕구가 만들어낸 그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수필가란 바로 고독한 정신의 움직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수필은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섬세한 내면 풍경을 진솔하고 자유분방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조문학이라는 특성을 가짐으로 해서, 중년 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무료함과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데 안성맞춤인 장르다. 우리네 삶은 너무 가변적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 정도가 심하다. 삶의 중심에 서면 쉽게 흔들리고 절망하기 일쑤다. 우리네 삶은 곧잘 여성들을 위기로 몰아간다. 송연희 수필은 이런 여성의 심리 변화와 그 앞에서 겪는 갈등을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중년의 위기 속에서도 작가는 항상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또는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송연희 수필이 주제화 전략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송연희 수필의 풍경은 앞으로 전개될 분석적 틀에서 잘 드러나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독한 정신의 사유가 호수 위를 스쳐 가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그려져 있고, 자외선 같은 섬세한 서정이 물결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문학성을 안겨 주기 위해 내출혈에 가까운 진한 고백을 진솔하게 펼치는가 하면, 내면의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이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감싸안는 특유의 표현 기법은 독자에게 산뜻하면서도 시원한 정감을 안겨 준다. 그녀의 수필은 진한 문학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기에 현대 여성수필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분석적 가치가 있다.
그녀의 수필에 나타나는 그림자 형상은 진한 모성애라는 것이다. 작가는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큰 아들을 처음으로 군에 보내는 경험을 한다. 군에 갔다온 경험이 없는 여자이기에 아들을 군에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필의 생명은 문장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필을 꼽으라면, 평자는 당장 송연희의 <아들의 방>을 들겠다. 이 수필은 작가의 뛰어난 문장술에 힘입어 문학적 향취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문장은 정서와 상상과 사상 등의 표현을 총결산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서와 상상과 사상도 그 표현이 서투르면 기대했던 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송연희는 이미지 연출은 무형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어떤 형태를 주어 보이게 한다. 한결 명확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것이 이 수필 문장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천둥 번개 치는 밤이 너무 무섭고, 칠흑 같이 어두운 달 없는 밤은 긴장으로 다리가 뻣뻣해진다고 실토하는 아들. 전에는 비가 오면 오는가보다, 천둥이 치면 치는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요즘 비라도 거칠게 오는 날은 밤새 뒤척거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해안 초소의 보초병을 아들로 둔 엄마는 밤마다 하늘을 보며 보초를 선다.
-<아들의 방>에서 -
수필의 문장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장을 사상의 의미화로 표현하는 것이다. 위 인용된 두 번째 단락의 마무리 문장에서 그녀는 "해안 가 초소의 보초병을 아들을 둔 엄마는 밤마다 하늘을 보며 보초를 선다"고 하였는데, 군대에 아들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는 어머니들의 근심과 걱정을 함축적으로 잘 상상화시키고 있다. "군데군데 멍든 자국처럼 푸릇푸릇한 구름 낀 하늘이 내 마음 만큼이나 우울해 보였다"인데, 여기서도 작가는 불안한 마음에 하늘을 보는데, 푸릇푸릇한 구름을 멍든 자국으로 비유한 부분 역시 혹시나 잘못하여 고참들로부터 맞지나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보름 만에 아이의 방문을 열었다"와 마지막 문장, "웃음소리도 말소리도 방 구석 구석에 배여 벽을 툭 치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는 부분도 그렇다. 아이는 없지만 그 존재의 흔적을 소롯 이 인지하는 엄마의 모정을 이렇게 멋지게 형상화할 수 있을까. 송연희 수필이 거처하는 공간은 자화상이다. 그녀는 수필적 자아의 삶을 꿈꾸고자 한다. 수필 쓰기는 곧 자아찾기의 일환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내면 풍경은 자아 성찰을 통한 일상의 행복찾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때로 흔들리고 방황하는 자아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수필 <바람이 잔다>에는 중년 여인에게 불현듯 닥쳐오는 어두운 그림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이 수필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심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바람의 모습과 색깔을 다르게 소화해내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 용감하게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려는 작가의 자세는 예상치 못한 결과다.
누구에게나 중년은 어떤 갈등 같은 걸 겪는 시기다. 왠지 사는 것이 답답하고 속 시원히 속말을 하고 싶고 이렇게 살아 무엇하지 하는 회의가 가위처럼 눌리는 중년. 알 수 없는 초조감과 불안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람이 잔물결처럼 수시로 이는가 하면 불순한 욕망은 파도가 되어 가슴을 친다.
- <바람이 잔다>에서 -
<바람이 잔다>는 작품에서 '바람'은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한다. 처음에 등장하는 바람'은 자연의 바람이다.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은 잠이 들었는지 고요하다'는 도입 단락의 마지막 문장이 이를 증명한다. 작가는 두 번째 문단에서 특유의 언어 기교를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긴 겨울 밤 뒤란 대숲에선 밤새도록 바람이 부는데, 밖이 잠잠해질 참이면, 어머니가 가만히 '바람이 자는 갑다'라며 속삭이곤 했다는 진술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문단의 다음 문장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이다. '그 밤 나는 바람이 잠들만한 곳을 생각했다. 마루 밑일까. 광 속일까. 아니면 짚단 속일까. 누가 바람을 잠재우고 깨우는지 궁금했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철학은 회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가슴 안에 작은 독 하나 파묻어 놓았다. 늘 그 곳에다 물을 가득 채우려고 나름대로 열심이다. 독 안에 물이 가득 차 오르면 마음도 덩달아 차 올라 여유로움이 밖으로 넘쳐난다. 그럴 땐 무슨 일에 부딪쳐도 탄력이 붙은 물방아처럼 거침없이 돌아간다. 어쩌다 독 안에 바닥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치 그것이 남의 탓이기나 한 것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속 을 내 보이며 샐쭉해지고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 가슴마저 두근거린다.
- <물 독>에서 -
작은 물 독에 물을 채우려는 작가의 자세는 무엇을 의미할까? 삶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적 자유를 구가하고자 함이 아닐까. 송연희는 글을 씀으로써, 또 자기 세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갖음으로써 물 독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보겠다. 위 인 용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늘 그 곳에다 물을 가득 채우려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지나간 자리마다 촉촉한 흔적을 남겨 생명에 활기를 부여하는 속성을 지닌 존재다. 송연희의 수필이 갖는 존재적 가치는 이와 같다. 이는 인간 정신의 내면을 발굴하고 그를 통해 존재에 대한 이해의 폭을 심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다. 이 진지한 단면이 송연희에게는 숫돌에 칼을 가는 일로, 물독에 물을 채우는 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칼을 갈 듯 나를 어딘가에 쓱쓱 갈고 싶다. 하는 일이 시들해지거나 개운하지 않은 입맛 같은 날이 계속될 때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부엌칼은 주인의 모습이나 성격을 닮는 걸까. 늘 사용하는 칼들이 하나같이 투박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썰 것 같지 않은 뭉툭함은 예리함이란 본분을 깡그리 잊은 듯하다. 가끔 우리 집의 부엌칼을 사용해 본 이들은 무딘 칼을 불편 없이 사용하는 날더러 성질머리가 좋은 건지 미련스러운 건지 모르겠단다. 하다못해 장독 아가리에라도 쓱쓱 문질러 사용하면 될 텐데 하는 소릴 듣기도 한다.
- <숫돌>에서 -
수필 <숫돌>은 자기 성찰의 각오와 모습을 '숫돌'에 '칼을 간다'는 말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수작이다. 칼을 가는 일은 일상의 권태를 전지해 내는 일과 같을 것이다. 이 작품의 서두는 '칼을 갈 듯 나를 어딘가에 쓱쓱 갈고 싶다. 하는 일이 시들해지거나 개운하지 않을 입맛 같은 날이 계속될 때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적고 있다. 서두 첫 문장에는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이 도태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다음 단락은 왜 칼을 갈아야 하고, 칼을 갈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한다. 부엌칼은 자신을 닮아 하나 같이 칼날이 투박하다는 것이다. 부엌칼을 한 번 사용해 본 사람들이 하는, '성질 머리가 좋은 건지 미련스러운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소개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예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두 부분이 갖추어야 할 전개 예고 기능을 잘 소화해낸 서두다. 그녀의 글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건강함이다. 여성다운 섬세함과 사고의 건강함은 그를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고 있다. <바지랑대>는 작가의 견고한 도덕적 관념,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견고한 주관을 발견할 수가 있다. 문학의 존재적 가치는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기준을 설정해 의미를 구축하고, 내재된 것에 대한 정신적 토양을 견고히 하는 일이 문학의 사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송연희의 글은 견고한 바탕을 구축하고 있다.
사는 날들이 축축한 빨래를 잔뜩 걸치고 있는 빨래줄처럼 늘어질 때가 있다. 숨이 가쁘고 무릎이 당기고 입에서 훅훅 단내가 나는 그런 날이 있다. 세상살이 참 마음 먹은 대로 안 되는구나 싶은 날, 내가 서 있는 곳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둠벙 속 같이 느껴질 때 바지랑대를 떠올린다. 축쳐진 빨래줄을 탱탱하게 받쳐주는 바지랑대처럼 내 중심을 턱 하니 고아 줄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싶다.
- <바지랑대>에서 -
위의 글은 자신이 흔들린다 싶을 때, 바지랑대처럼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한 글이다. 글은 자기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것일 때, 이런 유형의 글은 나름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은 많은 시련을 통해 완성된다. 바위 위에 균열이 생기듯 우리의 삶에도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송연희는 직장과 가정의 양축을 오가느라 늘 숨이 찼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자기 안에 세워야 될 '바지랑대'를 그리워 한다. 송연희는 자신의 삶을 견고하게 지탱해주는 '바지랑대'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이곳 저곳에서 느끼고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위기를 물리칠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송연희 수필의 문학적 성과를 짚어 보았다. 한 작가의 내면 풍경을 살피기 위해 평자는 그녀의 글을 자세히 감상하였다. 그녀의 수필이 보여주는 내면 풍경은 한마디로 '흔들리기 - 바로서기'로 압축할 수 있다. '흔들리기 그리고 바로서기'를 틀로 하고 있는 송연희 수필의 특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송연희 수필은 구체어에 의한 인상적인 묘사가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내적 심리를 표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즉 송연희의 글은 체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직조되며 섬세한 서정이 내면적 삶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단순히 '읽는' 수필이 아닌 '느끼는' 수필을 지향한다는 것이 특별하다. 송연희가 정서유발을 촉발하는 수단으로 객관적 상관물을 동원하는 것도 다른 작가와 다른 점이다. 송연희는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치환시키기 위해서나 감정을 거칠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마음이나 감정을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을 찾는다. 그것을 내적인 감정을 구체화시키는 데 이바지하도록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송연희 수필은 서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 특징들이 여성성과 교류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것, 그러한 이미지가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상징이나 암시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 이런 기능으로 인해 심리 변화나 정서적 반응이 감각화되어 표출된다는 것 등의 확인을 통해서 대상의 서정화를 도모한 것은 송연희 수필의 문학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송연희는 이러한 서정적 글쓰기를 통해 중년이라는 특정 연령에 달하는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가을 풍경화처럼 잘 보여주었다고 본다. 서정성의 확보나 여성문제의 접맥은 송연희의 작가적 인식을 견고히 했다고 하겠다.
수필가 조재흥은 다밀한 도시문명, 서구 물질문화의 이입 속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인간의 비정함을 수시로 느끼며 산다. 산업화의 물결로 인간이 기계화되고 인구급증에 따라 기존의 가치관도 많이 변모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무지개가 그리운 시대다. 우리들의 주변은 온화하기는커녕 이기주의, 불신, 무질서가 판을 친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탈인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필이 구원의 문학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조재흥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며 우리 문학가들이 갈등과 충돌의 현장에서 먼저 빠져 나와야 한다고 설파한다. 거의 인간됨과 겸손함은 몇 편의 수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설득적인 전달을 위해 탁월한 논리적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교통안전에 관한 수필을 주로 해서 바이오필라적 가치를 음미하게 한 시도는 그의 생명 사랑에 대한 의지를 가늠하는 단초가 된다고 하겠다. 지금부터 조재흥 수필과 수필가의 세계관을 큰 호흡으로 횡단하며, 수필가의 고뇌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조재흥 수필가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학교 공대기계공학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철학 전공,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산업안전기사 외 자격증 7개를 소지하고 있는 엔지니어 수필가다. 현대자동차(주) 수출정비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 및 지사, 전국 15여 곳 검사주임, 소장, 처장, 제주지사장, 전문위원 등으로 재직하고, 교통안전공단에서 정년 퇴직하였다. 위의 흔적이 말해주듯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교육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은 버폰의 말처럼, 바로 그 사람이다. 전공이 반영되어 전반적으로 철학적이며, 그가 다루는 제재 또한 삶의 이력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1991년「詩와 詩論」천료, 1993년 隨筆과 批評」신인상 동백문화 칼럼 부분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전국공무원문학협회, 隨批文學會, 부산북구문인협회, 동백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마음속의 한 마리 파랑새를 위하여」(詩와 批評社 1999. 9)가 있고, 현재 교통안전 칼럼니스트, 사)녹색교통(G.T)운동시민추진본부,,연구전문위원, 교통신문 경남지사장을 맡고 있는 부산의 중견 수필가다.
조재흥 수필의 특징은 전문 수필이 주류를 이룬다는 데 있다. 주로 자신이 교통안전공사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조재흥의 수필은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를 예견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칼럼의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찬사 프로운전자를 위하여>, <자동차검사제도 발전방안 소고>, <소통 무사고운전을 위하여>, <자동차 안전> 등의 차량안전 관련 글, <정년소회>, <정년퇴직에 부쳐> 등과 같은 직장을 나오면서 느낀 소회, 그리고 <중국연수 관광기행>이란 기행문, <말>, <충돌>과 같은 논설적인 글이다. 바로 선진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룰의 제시를 통해 흔들리는 삶을 바로 세워보고자 하는 수필가 조재흥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과 지향점이 태곳적부터 오늘날까지 세상과 삶을 노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던 산문 정신과 철학의 생명이기도 한 비판정신에 기대고 있다는 데서 이 수필의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을 돌아보고, 세상을 비판하는 역할에 있어서 조재흥 수필가는 언제나 선두에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첨예하게 세상을 사유하는 철학과 닮았다. “아름다운 거짓말과 아름다운 말씀을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내 꿈의 진정한 향연이며 삶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삶의 무대에서 작은 배역 하나 맡아 이모작을 경작하는 나의 후반기 모습을 상상의 나래위에 요즘 눈을 가만히 감고 그려본다. 유토피아적 발상이겠지만 이런 만년의 꿈에 취하여 살아가는 행복한 몽상가이고 싶다.”고 말하는 조재흥 수필가의 이런 자기 성찰적 태도는 진정한 수필가적인 삶의 한 전형이라고 하겠다.
그의 수필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대별된다. 하나는 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통 관련 글, 두 번째는 사회비평적 성격의 글, 셋째 정년의 소회를 감상의 글, 넷째는 기행수필이다. 작가의 사회의식이 투철하게 반영된 수필 <충돌>은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논리의 대립과 가치의 충돌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놓은 글이다.현실 참여적 비판수필로서, 주제 전략이 매우 정밀한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단부에 이어 전개부를 여는 첫 진술은,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논리의 대립과 가치의 충돌현상 앞에 종종 나는 눈앞이 감감해진다.”라는 식으로 시작한다. 이런 진술 다음에 나와야 하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할 적절한 문제적 현실과 이를 타개할 비책이다. 작가는 주제적 양식의 수필에서 어떻게 주제의식을 설득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다음 단락에는 전부 주제의식을 구체화하는 삽화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조재흥은 주제의식의 전달 전략으로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설득적으로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장하림은 1990년 월간 에세이 초회 추천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치기공 분야 부산카톨릭대 임상외래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제6회 부산수필문학상 우수상, 제7회 문예시대작가상, 2012년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제1 수필집 <귀뚜라미는 제 한 몸 까맣게 타도록 열창하며 산다>, 제2 수필집 <물처럼 바람처럼>을 낸 바 있다. 자연과의 질서에 순응하고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그의 수필은 회색의 음향을 지니고 있으며 마음의 아픔을 너무 강하게 반영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필의 세계가 인간적인 경향을 지녀 참된 수필적 본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의 그 작은 몸짓과 숨소리에 귀기울이고 눈여기는 작가, 장미는 <문예시대>로 등단하였고, 수필부산문학회,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해운대여중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몽상을 주제로 하는 장미의 수필에는 아주 경건함이 감돌며 때로는 신비로운 정감까지 배어 있다. 끊없는 여행에 대한 아늑한 그리움과 무한에 대한 동경 등이 회화적이면서 음악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그녀의 수필은 하나같이 본격수필의 틀로 가지고 있으며, 정교한 구성 또한 갖고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피어나는 피안의 세계를 가진 작가, 강명성은 동의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12월 <문학예술> 수필로 등단하였고, 2011년 수필집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다>를 발간하여, 문예시대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수필 속에 그녀의 문학적 재능이 한껏 내장되어 있는 작가로서, 그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문학은 나에게 의식의 흐름을 돋워주는 힘이다. 인생길을 동행하는 친구로서 내가 오만을 부릴 때는 따끔한 충고로 잡아주고, 힘들고 지칠 대는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어주는 든든한 친구다. 그런 친구를 가진 난 부자다.”라고 <부산문인협회 인명사전>에 적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긍정의 작가, 문정희는 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다. 부산수필문예대학 수필창작반을 수료하고 본격수필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현재 부산여성수필문학회, 부산수필문학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가슴 서늘한 기쁨 같은 것으로 심금을 울리며, 수필 속에 참다운 자기 생활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나 한없는 우주의 고독이 부유하고 있는 수필가, 정철규는 <문예한국>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현재 수필부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수필집을 한 권 낸 바 있다. 현재 동백수필문학회 회장으로서, 그는 참신한 생활철학을 어떻게 구현하여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가다. 무엇이 삶의 논리이며 우주의 심오한 진리인가를 새삼스럽게 되짚어 보게 하면서, 수필 속에 나름의 고유한 미적 향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짐을 풀어놓을 부드러운 곡선의 안식처가 있을 것 같은 박혜연은 수필가로서 산을 좋아하는 문인들로 구성된 문산산우회 총무로 활동한 바 있으며, 부산수필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그리움을 마음 한켠에 모아 삭이기 위한 방안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고 기적이 있는 공간을 만들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현실을 보다 심미적 가치를 지닌 삶의 실상으로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철은 가장 늦게 동백수필문학회에 입회한 회원으로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신인상으로 부산문단에 나와 한국본격수필가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항상 수준 높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홀로 고고하고 맑은 세계 속에서 살고자 하는, 그는 당대의 현실적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작가로서, 물질문명 위주의 현대사회에 휴머니티가 고갈되어있음을 고발하는 작품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와서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종합문예지뿐만 아니라 수필 전문지가 생겨나고, 지역 수필문학 동인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경대 교수진으로 구성된 수필 동인회 <수필선>, 부산 시내 각급 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교목> 동인회는 89년도에 창립되어 수필 중흥에 기여한다. 이 시기에는 지성과 비평을 갖춘 문학, 감성과 논리성을 겸비한 문학, 인생적인 경지를 끌어올리는 문학, 자유롭고 다양성을 지닌 문학, 미래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문학으로 생각이 바뀌어졌다. 그리하여 수필문학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 시발로 1985년 수필 동인 목필회가 창립되고 동인지 <목필>이 나온다. 기성 수필가들로 구성된 ‘목필’은 목련 같은 순백한 수필 정신으로 직립하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김병규, 조희선, 황정환, 이근숙, 권재성, 한영자, 이원우, 정명수, 유병근 등의 필진은 출범 당시 목필의 위상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목필회는 1989년 동인지를 4집까지 발간하고, 2000년 제16호를 발간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중간에 회원의 교체가 있었고, 이후 황정환을 구심점으로 부산수필의 품격을 높여주었던 <목필> 동인회가 재탄생하지만 얼마 못가서 문을 닫는다. <목필>의 중단은 부산수필로 봐서 크나큰 손실이라 하겠다.
이 시기는 수필문학이 전성을 이루면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테마를 ‘삶’의 창변에서 취한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수필의 경우에도,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여성소설과 달리 억압이라는 반여성적 사회 기제에 대해 투쟁과 갈등을 겪지 않고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하다고 하겠다. 수필을 신변잡기로 여기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수필가들의 문학성 제고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황정환은 1982년 수필집 <파도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수필집을 상재, 가장 왕성한 수필 활동을 보여주었다. 당시 부산수필문단에는 문인갑, 성낙구, 채낙현, 한영자 등의 수필가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82년 <한국수필> 여름호 장광자가, 83년 <한국수필> 봄호 이원우, 86년 <부산 MBC 신인상> 강천형, 87년 <문학정신> 3월호 구자분, 88년 <동양문학> 권대근, <시와 의식> 박희선, 89년 <시와 의식> 송두성, <동양문학> 강규인, <월간문학> 배석권이 등단하기 이전부터, 이들은 부산 수필을 살찌우고 있었다.
4. 1990년대 동백수필의 융성
일반적으로 문학회나 문학동인회는 1년에 1권 정도의 동인지를 낸다. 그런데 1990년 동백수필문학회가 동인회로서는 최초로 1년에 네 번의 동인지를 <동백수필>이란 제호로 발행하여, 부산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90년 1월 10일 발행된 동백수필 제1집 봄호에는 최시병 회장이 권두언을 썼고, 리태극, 설창수, 조경희, 김봉진, 김구봉, 박연구, 원종린 등 한국문단의 대가를 7인 초대석에 모셨다. 제1집에 실린 작품을 살펴보면, 강규인이 <콩을 심으면>외 4편, 권대근은 <딸에게서 받은 교훈> 외 4편, 서도형이 <아름다운 설악>외 1편, 오원량이 <어느 날의 독백> 외 4편, 오승희는 <오일장> 외 4편, 최시병이 <장난감 자동차와 환상여행>외 4편, 한연순이 <후회없이 사는 길>외 4편을 발표했다. 이외 최남선, 이광수, 정인보, 이병기, 오화섭의 다시 읽고 싶은 수필을 실었다. 당시 회원은 최시병, 권대근 강규인 서도형, 오원량, 오승희, 한연순 등 7명이었다.
동백수필 제2집에는 강규인, 권대근, 서도형, 오승희, 최시병, 한연순 회원 외 동인의 이름으로 김윤희, 송연희, 안귀순, 하현숙, 김성희, 조재흥 씨의 작품이 실렸다. 김윤희, 송연희, 안귀순, 유혜란, 하현숙 회원은 <시와 비평> 부설 문예대학 제1기 수료생들이었다. 제2집에는 기획특집으로 이영도와 모윤숙 씨 작품을 6편씩 실었고, 오창익 수필가를 동백수필 초대석에 모시고 수필 5편을 실었다. 신작수필로 강규인이 <잃어버린 중류층 자격> 외 2편, 권대근이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외 2편, 오승희가 <부부애> 외 2편, 최시병이 <잃어버린 무덤> 외 2편, 한연순이 <낙엽을 태우는 마음으로> 외 2편, 김윤희가 <석양을 돋우는 마음> 외 1편, 송연희가 <산나리꽃의 추억> 뢰 1편, 안귀순이 <질화로에 담긴 추억> 외 1편, 하현숙이 <남강에서> 외 1편, 김성희가 <산사의 여름> 외 1편, 조재흥으 <삶의 유한성> 외 1편을 발표하였다. 다시 읽고 싶은 수필에는 윤동주의 <별똥 떨어지는 데>, 한용운의 <최후의 5분간>, 이육사의 <청란몽>, 이상의 <공지에서>, 안재학의 <목련화 그늘 아래>, 전혜린의 <죽음에 관하여>, 노천명의 <향토유정기>, 김일엽의 <청춘을 불사르며>, 나혜석의 <이혼 고백서>, 윤심덕의 <첫 무대를 밟고서>를 실었다.
1991년도에는 동백수필 5집을 발간하였다. 1992년도에는 제3대 회장으로 강규인, 총무에 송연희, 편집국장에 권대근을 선임하였다. 조재흥 회원이 가입하고, 제6집을 발간하였다. 1993년에는 제7집을, 1994년 동백수필 제8집이 발행되었고, 권대근 회원이 부산에서는 최초로 문예사조 수필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부산 최초의 수필평론가로 등극하였다. 1995년 동백수필 제9집을, 1996년 동백수필 제10집을 발간하였다. 이해에 장한일, 김원순, 윤정기 회원이 가입하였다. 1996년도에는 권대근 회원이 부산의 수필과 시를 모아 영어로 번역하여 <갈매기의 꿈>이란 <부산시수필번역집>을 부산문인협회의 지원을 받아 발간하였고, 언론을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97년 제4대 회장으로 권대근, 총무로 유혜란이 선임되었다. 강숙련, 윤자명이 가입하였다. 1998년 제5대 회장으로 안귀순, 총무로 정태귀가 선임되었다. 그해 김종희가 가입하였고, 동백수필 제12집을 발간하였다. 1999년 동백수필 13집을 간행하였다.
1990년 부산문단 현황을 참고로 살펴보면, 부산문단에는 시인들의 단체인 부산시인협회가 있었고, 소설가들의 모임인 부산소설가협회가 구성된 이후 수필문학협회의 구성 또한 많은 수필가의 갈망사항이었다. 문인 사회에 협회라는 단체가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협회를 통하여 회원들의 권익 신장을 꾀하고 침목과 정보를 교환한다는 측면에서 협회의 존재는 긍정적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1990년대 들어서 수필가들의 모임체가 구성된다. 부산수필문학협회의 태동은 수필계의 통합을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수필계 내부에서 환영받았다.
1990년대 부산수필문학사의 시점에서 의미 있는 하나의 사건은 부산수필의 대표성을 가지고 1989년 설립된 부산수필문학협회(회장 황정환)가 낸 <부산수필문학>이란 창간호가 1990년에 나온 것이다. 부산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을 주축으로 부산수필의 발전과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던 부산수필문학협회는 그동안 동인 중심으로 뻗어 나가던 부산수필문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해마다 협회 기관지 성격의 <부산수필문학>발간뿐만 아니라, 유명 수필인 초청 <문학 강연>, 문학 기행 등의 사업을 통해 수필문학의 질적 성장을 위한 획기적인 길을 열었다. 이 협회는 1989년 초대 황정환 회장 이후로 <부산수필문학상>을 제정, 부산수필 발전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으며, 이병수, 강영환, 권대근 회장으로 이어져 나오면서 문학기행 등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젊은 수필가들을 영입, 초창기 시대의 활력을 구가하고 있다. 부산수필문학협회는 2000년대 와서까지 황정환, 이병수, 강영환 고문의 특별한 애정에 힘입어, 2000년대 부산수필문인협회가 설립되기 전까지 수필문단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거나 수필수필문학협회는 지역문학의 내실을 기하고 회원간의 창작활동에 자극제가 되어 부산수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부산 수필가들의 통합 수필인 단체가 부산소설가협회처럼 부산수필가협회란 이름을 달지 못한 것은 이미 부산에는 동인지 <부산수필>을 내는 부산수필가협회란 단체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영호남수필가의 만남으로 영호남수필문학회가 탄생되고, 회지인 <영호남수필>이 발간된 것 역시 1990년대 수필문단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이다. 수필은 구호가 아닌 작품을 통한 정서 배양과 수필적 대상의 새로운 표현에 있다. <영호남수필>이 지역 화합이라는 본래의 구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수필의 질적 향상으로 영호남의 수필을 업그래이드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1991년 <석필>의 탄생 역시 부산 수필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 동인들은 시인, 대학교수, 언론인, 번역가, 미술가, 공무원, 법관 등 수필에 관심을 가진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기에는 비등단 회원들이 많으나, 회지 <석필> 19호를 발간한 현재는 김종길, 박양근, 배철웅 등의 등단 수필가들이 다수 참여하여 좋은 수필을 발표하고 있다. 93년도 해양대 교수진이 펴낸 수필집 <해조음>은 다소 투박한 표현에서 삶의 진솔성이 묻어난다. 96년에는 <수필문학> 등단 작가 출신들로 구성된 수필문학부산작가회가 발족된다. 해마다 회지 <수필문학21>을 발간하고 있으며, 월례회를 통해 회원들의 자질을 키우는 등 수필문학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인회다. 99년에는 수필 전문지 <에세이문학> 출신 작가들이 모여 에세이부산 동인회를 설립하였다. <에세이문학> 전신인 <수필공원> 출신들도 참여하는 에세이문학회 회원들의 수필은 상당히 수준급이다. 여러 문학상, 신춘문예 출신들이 포진한 만큼 확실히 부산수필의 격을 높이는 단체다. 이 외에도 97년 부산 지역 의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로 구성된 부산의사문우회를 결성되기도 했다.
1990년대 <부산수필문학>지 발간과 더불어 획기적인 사건은 계간 <수필시대>가 국제신보 및 부산일보 등에서 논설위원으로 종사하면서 수필문학 부흥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언론인이자 수필가인 허천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부산 지역에는 변변한 수필 전문지 하나 없는 황폐한 상태였다. 이런 현상이 수필 계간지를 탄생케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겠다. 1990년 수필 전문지 <수필시대>는 김현옥을 회장으로, 발행 겸 편집인으로 허천을, 초대 편집장은 수필가 권대근이 맡았다. 그리고 94년 월간 <문예사조>에 ‘황정환 수필연구’로 권대근이 수필 전문 평론가가 데뷔한 것은 수필비평이 빈핍하고, 수필비평가의 존재가 절실한 시기여서 의미 있는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수필시대>가 탄생한 중요한 의미는 무엇보다도 수필문학의 질을 격상시켜 보자는 의도였다. 수필문학의 질적 향상에 끊임없는 소망을 담고 무크지 형태로 발간되어 나오던 <수필시대>가 허천의 타계와 함께 제 5호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수필 전문지 전무의 부산 수필문단 상황에서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일이다. 그 공백이 1993년 종합문예지 <문예시대>으로 이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종합문예지였지만, 초대주간 권대근, 편집장 정영일, 운영위원 강천형, 배상호가 맡았다. <문예시대>의 편집이 수필가에 의해 이루어졌음은 꽤 의미 있는 일이었다.
먼저 1990년대 수필문학은 그간 우리 수필문학이 주로 보여 온 감성 위주의 신변잡기적 경(輕)수필에서 많이 벗어나, 지성의 활발한 개입을 통해 시대정신에 대해 성찰하는 일종의 중(重)수필적 경향을 비중 있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수필문학의 주류는 작가의 고백성에 무게중심이 놓이는 경수필들이다. 그 안에는 나날의 삶에 대한 가벼운 감상이나 깨달음 혹은 사랑의 감성들이 녹아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여전히 강세를 띠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90년대를 넘어 갈수록 우리 수필문학은 사물의 본질에 대한 천착이나 사회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지성적 성찰을 동반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부산수필은 감성 편향에서 지성 쪽으로 한걸음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 <수필공원>에 강중구, <한국시>에 정일야, <문학과 의식>에 이영애, 92년 <월간 에세이>에 안귀순, <수필공원>에 황소지, 94년 <문화일보> 신춘에 안신영, <수필문학>에 김정순, 95년 <수필문학>에 김상희, <수필공원>에 송연희, <문화일보>에 강숙련이 등단, 부산 수필을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5. 2000년대 이후, 동백수필의 르네상스
동백수필문학회는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그해 새로운 회장으로 송연희, 총무로 윤정기를 맞이한다. 동백수필 14집을 발간한다. 2001년 동백수필 15집을 발간하고, 2002년도에 제7대 회장 장한일, 총무로 강숙련을 선임한다. 동백수필 16집을 발행한다. 2003년에는 조재흥을 회장으로, 김종희를 총무로 선임한다. 동백수필 17집을 발간하고, 서채영, 장미를 신입회원으로 맞이한다. 2004년에 동백수필 제18집, 2005년에 동백수필 제19집을 발간한다. 2006년도 동백수필 창립 20주년을 맞아, 권대근을 회장으로, 송연희를 총무로 선임한다. 송명화, 김도우, 황원준을 신입으로 맞이하고, 동백수필 20집을 발간한다. 2007년 동백수필 창립 20주년 및 동백수필 20집 발간 기념 축하연을 연산동 해암부페에서 거행하였다.
동백수필 20집은 권대근 회장의 권두언을 시작으로, 강규인의 <얽매임>, 김도우의 <그런 네비개이선이 필요해> 외 2편, 김원순의 <밀양 돼지국밥> 외 2편, 김종희의 <정자>외 1편, 남지은의 <둥이> 외 1편, 서채영의 <빈 하늘>외 2편, 송명화의 <고도> 외 2편, 송연희의 <나는 나이 든 남자가 좋다> 외 2편, 안귀순의 <날지 못하는 새> 외 1편, 윤자명의 <발 맛사지> 외 1편, 윤정기의 <영화인> 외 1편, 장미의 <바다> 외 2편, 장한일의 <애주가> 외 3편, 조재흥의 <겨울 나그네> 외 2편, 하현숙의 <남원편지1> 외 1편, 황원준의 <독도 , 이상무>, 외 1편, 권대근이 평론으로 <다시 쓰는 본격수필 5단계 기술론>, 강규인이 <동백에 바란다>를 실었다.
권대근은 2004년 문예사조로 수필평론 당선됨으로써 수필 분야의 문학적 능력을 널리 인정받았으며, 수필비평가로서 수필전문지 <수필시대> 초대편집장을 역임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문인협회이 발간비 보조를 받아 수필영문선집 <갈메기의 꿈>을 발간하였다. 2006년 본격수필 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를 창간하였으며, 현재 수필학 이론 계발과 보급에 힘쓰면서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장, 본격수필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사편찬위원장 등으로 봉사하고 있다. 한국 현대수필 연구로 우리나라 최초로 현대수필학 분야 제1호 박사를 받았으며, 수필가 및 수필문학평론가로 열심히 창작 활동과 문단활동을 하고 있으며, 본격수필이론 보급과 계발을 통해 한국수필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활발한 수필문학 활동으로 2권의 수필집과 여러 권의 수필이론서를 발간하였다. 전국을 무대로 한 수필론 강연, 문학상 심사 활동으로 수필학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련된 정신세계와 탁월한 지도력으로 교과서 수필론을 대체할 새로운 본격수필이론을 계발, 우리나라 수필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이론을 발표하는 수필학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권위있는 수필평론가로도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오직 수필을 위해 살고 수필을 위해 죽는다는 ‘수생수사’의 각오로 수필학 창작이론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고 하겠다. 따뜻한 품성과 덕성 그리고 냉철한 지성을 겸비한 분으로 지금까지 곁눈질하지 않고 오직 수필 하나를 위해 수필학이론 계발 활동에만 매진해 온 바, 그 문학적 업적과 공로, 탁월한 재능을 근거로 해서 수필학 분야 대한명인으로 추대되었다. 2016년에는 우리나라 대표 언론기관인 뉴스메이커에 의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리더로 선정되었다.
동백수필문학회는 2008년 제10대 회장으로 장미, 총무로 황원준을 선임한다. 그해 감동의 깊이를 타종하기에 충분한 필력을 가진 강명성, 정철규 회원을 영입한다. 2009년 동백수필 21집을 발간한다. 끊임없이 본격수필만 생각하고 고급수필만 생성하는 장미 회장은 <동백수필> 21호를 내면서, 다음과 같은 권두사를 남겼다. 매듭을 지으며 시간을 단위로 셈하는 인간을 보면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다시금 절감한다.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붉은 꽃을 피워내어 신상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나무라는 동백꽃 진자리가 허전하였는데, 긴 겨울 혹한을 이겨낸 <동백>에 ‘수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더하여 세상에 내어놓는다. 지난 가을부터 <동백>에 수필문학을 교접해서 피울 준비를 착실하게 해 오고도 한 겨울을 넘긴 것은 이제 무성해진 <동백>의 숲을 제대로 지켜내려는 여유와 동백꽃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동박새를 날아 가버리게 하여 동백의 열매가 부실해질까 하는 염려에서였다고 믿는다.
수필에 대해 생각하고 그 주변을 서성거리기 시작하면서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교육의 힘이 때로는 얼마나 큰지, 수필을 생각하면서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학교에서 배운 수필에 대한 개념 아닌 수필의 개념이 이 시대의 다양한 문화와 문학을 체험하며, 격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제고 없이 아직도 그대로 가르쳐지고 있었다. 그러니 ‘수필’은 아직도 ‘비전문적인 글’이어서 ‘아무나 쓸 수 있고’, ‘신변잡기적이고’, ‘가볍고’,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아이들이 보는 모든 참고서나 지도서에 씌여져 있다. 하지만 정말 요즘 수필을 처음부터 붓 가는 대로 아무나 쓰면 되는 신변잡기적인 글이려니 하고 쓰는, 간 큰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의 역량 탓으로 고급수필의 고지를 넘지 못하는 고민을 늘 하며 발상부터 독자와의 공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지나는 구비마다 몇 번이나 붓을 잡고 놓기를 반복하는 고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동백수필 회원들은 월례회가 있을 때마다, 수필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들이 본격수필을 낳으리라고 믿지만, 본격수필의 고지는 멀고 멀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러한 우리 회원들 스스로의 노력이 수필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나아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수필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숨 가쁘게 변해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또 함께 공존하는 모든 것들의 모습에서 미화가 아닌 실존하는 진실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로 인한 감동과 여운은 분명 개인적인 감상과 감성을 넘어선 지성과 인식에서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 <동백수필>에는 작가 개개인의 수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고급수필의 탐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아름다운 동백의 향기를 더하고 있다고 믿는다. 권대근 수필평론가는 수필은 멋도 있어야 하고, 맛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하여 향기도 나야 한다고 하였다. 삼박자를 모두 갖춘 동백수필이기를 소망하면서 우리는 <동백수필>의 탄생을 기다려왔다.
동백수필문학회가 이제 20년을 훌쩍 넘기면서 울창한 숲이 되었고, 스물한 번째 동인지를 내게 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가꾸어 주셨던 선배님들과 새로 맞이한 식구들의 작품이 한 데 어우러져 한 권의 멋진 책으로 거듭나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은 수필의 시대이니만큼 앞으로도 수필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이십여 년의 뿌리를 가졌고, 좋은 수필을 쓰는 작가들로만 모였다는 인식을 받아온 우리 동백 식구들의 자리와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고 본다. 우리 회원들은 그런 인식을 부담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기며 좀더 선구자적인 자세로 좋은 수필을 창작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동백수필>의 안부를 물어주신 모든 분들과, 이제 <동백수필>을 만나게 되신 여러 분들한테 우리 동인지가 어떤 수필문예지보다 더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동백수필 21집에는 강규인이 <말>외 1편을, 강명성이 <거울> 외 2편을, 권대근이 <묏버들>외 2편을, 김도우가 <매듭>외 4편을, 송연희가 <손애 대한 생각> 외 1편, 안귀순이 <청동나그네>, 장미가 <주사위>외 2편을, 장하림이 <돌이 된 여인> 외 3편을, 정철규가 <길 위에서> 외 2편을, 조재흥이 <숲길> 이 2편을, 황원준이 <기도>외 2편을 발표하고, 권대근이 동백특집으로 김도우의 수필세계를 조명했다. 2011년도에 동백수필 22집을 발간하였고, 박혜연을 신입 회원으로 받아드렸다. 동백수필 22집 원고를 받아 편집을 하는 중 황원준 회원을 먼 곳으로 보냈다. 장미 회장과 문경희 동인이 추모의 글을 실었다. 그해 문경희 회원이 부산수필문인협회가 제정한 제1회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고, 이후 송연희 회원이 부산수필문학상을 받았다. 2016년도에 우리의 영혼이 새로움을 지향하도록 도와주는 이용철 회원을 신입 회원으로 맞이하였다. 이용철은 2013년 한국에세이작가상, 2016년 한국에세이작품상, 2017년 한국동서문학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그냥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그래서 삶이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그는 문인이다. 남을 해코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설렘으로 글을 쓰고, 자신의 작은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작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는 작은 문인이길 바란다. 그는 거창한 꿈은 꾸지도 않는다. 하루하루 자신의 방식대로 혼신의 힘으로 살다가 구름처럼 사라지고자 한다. 무사가 칼을 잡듯, 펜을 쥐고 자신의 모든 것을 태우는 것, 그리고 문무를 겸비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인 사람, 바로 이용철이다.
동백수필 22집에는 장미, 문경희가 황원준을 추모하는 글이 실렸고, 신작선으로 강명성의 <지게는 나를 보고 있었다> 외 2편, 김도우의 <깨어지는 것>, 문경희의 <국발이> 외 2편, 문정희의 <진주여인> 외 1편, 박기용의 <복권>, 송연희의 <우물> 외 2편, 장미의 <배추> 외 1편, 장하림의 <맑고 향기롭게> 외 3편, 정철규의 <제목 없음> 외 1편, 조재흥의 <봉촌 가는 길> 외 2편이 수록되어 있다. 추모특집으로 황원준의 유고수필 <어느 봄날>, <에스메랄다>, <생명의 사구>, 초대의 글에 강숙련의 <늑대여> 외 1편, 송명화의 <탱자꽃>, 윤자명의 <다섯 살과 쉰살>, 평론으로 권대근의 <송연희의 수필세계>가 실렸다. 장미 회장은 <권두언>에서, “동백수필 동인들은 모두 가슴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저도 동백의 밖에 있을 때, 동백수필과 동백수필 사람들이 좋아 동백수필문학회에 가입하고, 오늘은 회장이란 자리에서 권두언을 쓰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우리는 인연이 필연임을 믿습니다. 동백수필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 책이 수필이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책이었으면 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2000년대 부산분단 상화을 동백수필문학회 활동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2000년대는 가히 수필의 시대다. 2000년대 들어 회원의 수가 50여 명이 넘는 수필문학 관련 단체가 나름의 특성과 성격을 유지하고 꾸준히 기관지를 발간하면서 수필의 르네상스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다. 부산 수필의 산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동인회인 수필부산문학회에서 <수필부산>을, 부산수필문학협회에서 <부산수필문학>을, 부산수필문인협회에서 <부산수필문예>를,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에서 <여성수필 숲>을, 부산한국수필문학가협회에서 <부산한국수필>이란 회지를 내며, 각자 회원들의 창작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인간의 성숙도는 얼마나 차이나 다름을 인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들 단체들은 나름의 색깔을 가지면서 부산수필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회원간 친목을 도모해오고 있다. 다양성의 확보도 좋지만, 부산수필의 발전을 위해 몇 개로 나눠진 협회들은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성격의 수필문학 단체가 협회나 문학회, 동인이란 이름으로 분산되어 활동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수필계가 통합해야 한다는 명분이 탄력을 받아 2004년 부산문인협회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수필분과 위원장 박홍길과 이사 김상희, 박희선 등이 중심이 되어 수필분과 회원을 주축으로 하는 또 하나의 수필 단체, 부산수필문인협회를 탄생시킨다. 명실상부 부산수필문단 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한 부산수필문인 단체로서 위상을 키워나가며, 기관지 <부산수필문예>를 해마다 내고 있다. 부산수필인 만남의 밤 행사, 부산수필문인협회보를 발간, 부산수필문인협회상 제정, 시민을 위한 수필아카데미 개설, 부산 수필가들의 개인 동정과 문학 활동을 알려주는 등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펼쳐 많은 수필인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박홍길 회장을 비롯 차달숙 사무국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회원의’ 모임이란 슬로건 하에 주소록에 등록된 회원 수는 300여 명이 넘는다. 초대 박홍길 회장에 이어 2010년 치열한 선거전을 치루고, 회원의 직선 투표로 선출된 최홍식 회장에 거는 수필인의 기대가 크다.
2001년에는 격월간 수필전문지 <수필과 비평> 출신들로 구성된 수필과비평 부산작가회의가 태동한다. 2004년도 첫 동인지를 내어 2009년에 제5호를 발간했으며, 2007년 수필과 비평전국문학축제를 부산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설립 역사가 짧지만 전국적인 지명도가 높은 <수필과비평>지로 등단하였다는 긍지와 탄탄한 문학적 역량과 열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단체다. 2009년도에는 1990년에 만든 시수필 동인 <시맥>에서 송두성을 중심으로 한 수필가들이 수필가 모임을 갖고 2002년 수필 동인회를 만들고 회지 <필맥>을 내고 있다. 2003년도에는 가톨릭 계통의 수필가, 시인, 소설가 등 문인들이 모여 길 동인을 창립하고, 동인지 <길>을 내고 있다. 2004년도에는 격조 있는 수필 낭송과 창작 활동을 통해 수필문학의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부산에서는 최초로 부산수필낭송문학회가 창립된다. 박양근 수필가가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수 차례 워크숍을 실시하였고, 격월로 정기 낭송회를 개최하고 있다.
2004년 권대근 문하생들 중심의 여성수필가들 30여 명이 모여 부산여성수필문학회를 창립하고, 동인지 <여인의 날개>를 발간하며, 탄탄한 필력을 자랑하는 동인지로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격년으로 동인지를 발간하며, 매달 모여 작품합평회를 열며 닦아온 실력으로 본격수필의 보급을 목표로 수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05년도에는 부경수필 아카데미 출신들로 구성된 부경수필문학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매달 수필합평회 개최, 회지 <수필나무> 발간하고 있다. 박양근 문하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장르를 넘는 실험성을 중시하며, 수필의 현대화를 기치를 내걸고 부산수필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격월간지 <에세이스트> 출신 작가들이 ‘서정과 서사’란 동인회를 만들고 월례회를 통해 신작 발표 및 토론과 비평으로 수필 발전을 꾀하고 있다. 2005년 10월에는 부산문예대학 출신들이 <혜윰>이라는 동인회를 결성하고, 짧은 연력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동인회를 중심으로 명사 초청 문학 강연 등을 통해 회원들의 질적 성장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들의 성장도 기대된다. 그리고 이해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을 지낸 강영환이 새천년 문학정신을 이어갈 신념으로 반년간 종합문예지 <새시대문학>을 창간하였고, 수필가 강천형이 신서정문학을 선도한다는 취지로 계간지 <시와 수필>을 창간함으로써 2000년대 부산 수필가들의 활동무대는 이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2006년 <한국수필>로 등단한 수필가들을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수필 단체가 탄생한다. 이름하여 사)부산한국수필가협회다. 한영자 회장을 중심으로 40여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에서는 창간호 <부산한국수필>을 내고, ‘부산한국수필문학상’을 제정하여, 회원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2007년 부산 지역의 여성수필가들의 창작 활동과 우애를 다진다는 목적으로 여성 수필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가 탄생하였다. 김문숙 회장, 박희선 사무국장을 선임하고, 해마다 기관지 <여성수필 숲>을 발간하고 있으며, 월례회를 통한 친목 도모로 단결과 수필의 질적 향상을 꾀하며 여성 수필의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 부산수필문학사에서 주목할 수필 전문 문예지 계간 <에세이문예>가 창간되었다. 권대근 수필평론가가 창간을 주도했으며, 수필문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새로운 수필이론을 보급한다고 하여 여타 수필문예지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송명화를 주간으로 이윤희 평론가를 편집장으로 해서 부산수필 전문지로서의 위상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부산수필문단에 경사스런 일이 생기는데, 2007년 수필가로서 박문하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문인협회 회장에 정인조가 당선된다. 수필가 회장답게 정인조 회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수필가 중의 한 명인 박문하의 수필집 <우하 박문하 전집 1.2>를 집대성하여 부산수필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수필창작이론서 발간도 활기를 띠었다. 수필비평가 권대근은 수필이론서인 <현대수필창작론>을 교문사에서 발간하였다. 이어서 박양근이 수필비평가로 등단하고 <좋은 수필론>을 발간한다. 그리고 문학평론가 송명희가 <디지털 시대의 수필쓰기와 읽기>를 발간, 부산수필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2000년대의 수필문학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 질이 비례하여 따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수필문학의 명성을 업고, 사오십대 일군의 여성수필을 중심으로 작가들의 관심이 다변화되고 예술적 형상이 성과를 얻어 수필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수필창작 공부를 마치고 문단에 나온 정여송, 심선경, 송명화, 박영선, 정성화, 문경희 등은 탄탄한 문장력과 남다른 인식력을 갖춘 수필가다. 좋은 수필가와 작품을 뽑아내어 싣는 명수필선이나 선수필에 부산 수필가 안귀순, 송연희, 황소지 등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현역 수필가들만을 대상으로 여러 수필 출판사에서 수필문고를 간행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수필의 날을 공포하고 전국적인 행사를 해마다 여는 것도 수필시대를 여는 전조가 되고 있다.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수필가들이 부산 수필의 본격화를 부추기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2000년대 수필 전문지 <에세이문예>를 통해 나온 이윤희를 비롯한, 김정화, 정여송, 김정애, 최혜영 등 여성 수필비평가들 역시 부산수필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출현은 쾌거임에 틀림없다.
III. 결론
지금까지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 <동백수필>의 전개와 동시에 부산수필의 전개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80년대 이후 십 년 단위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80년대 이후로 기술된 부산수필문학사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부산수필의 시발점이었던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흐름을 잠시 살펴보고 동백수필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1980년대를 기준으로 부산수필문학사를 요약 점검하는 것으로써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부산 수필은 1960년대 김소운을 시발점으로 해서 70년대는 정신득, 허천이 이끌어 오면서, 80년대 이후로 유병근, 김병규, 황정환으로 이어졌으며, 90년대로 오면서 동백수필문학회 회원인 권대근은 수필창작이론 보급을 통해 부산수필의 위상 강화에 주력해왔다. 부산수필에서 특기할 점은 초기 수필의 성격이 개인 체험의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경향에서 80년대 수필의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이론적 추구와 그리하여 지성이 번득이는 사회 수필, 섬세한 여성의 감성이 돋보이는 여성수필이 양산되었다. 이와 함께 개인적 수필과 사회적 수필이라는 본격수필의 유형이 형성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이 시기의 수필은 체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하여 시대적 비판을 내용으로 삼는 수필은 물론이고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수필, 자의식을 내용으로 하는 수필 등이 등장하여 이와 더불어 개인 수필집의 발간이 본격화되었다. 김소운, 구철회, 박기하 등이 활약했고, 1970년대는 한국의 수필문학이 본격 수필문학의 시대를 열어가는 시기라 하겠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수필가가 없었다. 수필의 주류는 삶의 경험을 주로 하고 있으며, 잡문성으로 인해서 주제의식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병근은 수필의 문학성을, 허천은 논리성과 지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수필로 부산수필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1980년대 와서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전국적으로 종합문예지뿐만 아니라 수필이론을 가르치는 수필문예대학이 생겨남으로써 수필가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것도 부산수필 발전에 고무적인 현상이다. 1980년 말과 1990년대 이후로는 수필의 외연 확대로 지역 수필문학 동인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부산수필가협회, 부산수필문학협회, 부산수필문인협회,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 부산한국수필가협회 등 협회 이름을 단 단체만도 여러 개나 된다. 동인지로는 1986년도 동백수필문학회에서 수필분과가 가라지고, 1987년 본격적으로 동백수필문학회가 창립, <동백수필> 제1호를 발간함으로써, 부산수필의 질과 수필의 위상을 높여나갔다. 권대근은 회원은 1986년도 동백문학회에 가입하여 30년여 년 이상을 동백수필문학회에 몸을 담고 있다. 동백수필문학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부산의 주요 수필인들을 초청, 창립 기념식을 치루었고,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수많은 별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했다. 30년의 역사 속에 입회와 탈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백에 몸담았던 회원 중에 신춘문예 출신이 10여 명이나 되었다는 것은 부산의 수필가 중 신춘문예로 등단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동백의 막강한 위상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제는 능력 있고 참신한 작가들이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펜을 꽉 잡고 있다.
여성 수필의 경우, 1990년대로 진입하면서 여권 신장의 확대로 자아실현 욕구가 구가되면서 부산여성수필은 황금기를 맞는다. 그 중심축에 동백수필 출신들이 놓여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수필정신의 배양으로 1970년대 이전의 수필과 확실히 질적 차원에서 달라진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여성수필의 성장이 크게 한 몫 한다. 특히 이 시기의 특기할 일은 수필 문단의 여성화 경향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질적 향상을 가져 왔다는 점이다. 1990년대 들어와서 문학이 환경, 생태에 관심을 보였는데 반해 많은 수필 속에서 그런 류의 작품은 극히 빈약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0년대 수필의 평가는 아직 이르다. 아직도 전체적으로 확대하면, 우리 수필문단이 일상성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일부 의식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회현상을 형이상학화하는 수준 높은 문학성 위주의 글이 수필전문지에 자주 발표되고 있는 것이나, 유병근, 동백수필 회원인 권대근이 각 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문예교실을 열고 독자적으로 참신한 수필가들을 많이 배출, 부산수필의 위상 제고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수필문학사의 벼리를 이루는 것은 작품이다. 미래는 수필의 시대이고, 동백수필 동인을 통해 좋은 수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동백수필 나아가 부산수필의 전도는 밝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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