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분명히 ‘예’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곡가가 만들거나 민요에서 선율을 따옵니다. 혹은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오는 이 음악의 예술적 수준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는12세기에 생겨난 일본의<기미가요>라고 합니다. 어떤 국가는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새로 창작하기도 하지만, 민속음악이나 이미 작곡된 다른 예술음악의 선율을 차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영국의 국가<신이여,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는 예전 독일 제국의 국가인 <그대에게 승리의 왕관을Heil dir im Siegerkranz>에서 선율을 따온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국가는 파울라 프레라도비치Paula Preradovic(1887~1951)가 작사하고, 선율은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소 칸타타Die Kleine Freimarer-Kantate>(1791)에서 가져온 것이죠. 그리고 요제프 하이든의 <현악4중주 제62번,C장조> 2악장의 주제는 현재 독일 국가의 선율로 쓰이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국가는 국제적인 성격을 띱니다. 가사는 핀란드의 시인 요한 루드비그 루네베리Johan Ludvig Runeberg의 서사시 『스톨 소위의 이야기Fänrik Stäls sägner』에서 떠오고, 핀란드에서 활동하던 독일인 작곡가 프레드리크 파시우스Fredrik Pacius(1809~1891)가 선율의 작곡을 맡았지요. 핀란드 국가는1848년 학생 화합에서 처음으로 불렸습니다. 1917년 이후,그리고 다시1990년부터는 이 선율이 에스토니아 국가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굳이 유럽연합의 국가인<환희의 송가Ode an die Freude>의 기원을 따져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한 나라에는 공식적인 국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나라 국민들이 널리 부르는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국가도 있지요. 가령 영국의<브리타니아여,지배하라!Rule Britannia>,오스트리아의<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Marsch>과<아름답고 푸른 도나우An der schönen blauen Donau>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베르디의 오페라<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가라 상념이여,황금빛 날개를 달고Va pensiero,sull’ali dotate>는 이탈리아 국민들이 매우 사랑하는 노래지요. 지금도 앵글로색슨 지역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내주는 강한 성이요Ein feste Burg ist Gott>를 여전히 독일의 국가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성조기여 영원하라The Star-Spangled Banner>처럼, 그 뿌리를 군가에서 찾을 수 있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른바 19세기‘민족의 봄’시대의 산물이지요.이 시기의 작곡가들에게도‘민족음악의 창조자’라는 칭호가 붙었지요.시벨리우스의<핀란디아Finlandia>나 스메타나의<나의 조국>은 국가는 아니지만 그 나라의 특징과 역사를 잘 담아내고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샘솟게 할 정도로 상징적인 음악으로 여겨지는 작품들입니다. <출처:콸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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