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티 갑상선암, 전절제와
반절제 무엇이 정답일까?
1년전 어느 날 29세의
임신을 준비하는 주부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내원하였다.
건강검진에서 석화화를 동반한 1센티 가량의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고
갑상선전부를 제거하는 전절제술과 함께 추가적으로 갑상선주위의 림프도 커져 있으므로 림프절도 광범위 하게 제거할 것이라는 의사의 설명도 들었다고
한다.
국내의 1,2위를 다투는 대형병원에서의 수술계획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환자는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는 하였지만 너무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원한 것이다.
한방에서는 혹시라도 수술하지 않을 방법이 있는지 여부와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갑상선암 진단 당시에 심한 피로감과
면역저하로 생각되는 증상들이 수술 후에는 더욱 심해질 것 같다는 우려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 체력과 면역력을 수술 전 후에 보완하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내원한 것이다.
한방에서는 갑상선암에 대한 치료는 이미 생긴 갑상선암을 한방치료로 없애거나 단기간에 축소시키는 것으로 기대하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아직도 가끔씩 있다. 이미 존재하는 암세포를 단기간의 한방치료로 없애거나 축소시키는
방법은 간혹 물 혹과 같은 경우 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현재는 초음파 진단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덕분에 갑상선암 그중에서도 90%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의 경우에 수술해야 하는 크기(참고로 국제적인 수술기준은 1센티이상이다.)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과 해독기능을 강화시켜서 수술을 해야하는 크기로 증식하지 않도록 한방치료로 관리하는 것이 일차적인 한방치료의 효과이고 다음은
위 환자의 경우처럼 전절제든 반절제 수술 이후에 저하된 면역력을 회복시켜서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수술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끔 도와주는 치료가 두
번째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경우에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반드시 더 고민해 보아야 할 사항이 보였다. 즉, 환자는 결혼3년째
접어드는 주부로서 갑상선암 발견 당시에 임신을 준비하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필자는 고민 끝에 환자에게 가능한 전절제가 아닌 반절제 수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유하였다.
갑상선암 수술여부에 관한 논란은 갑상선암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고 현재까지도 한가지로 통일된
견해가 없다. 당연히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환자들 역시 한번쯤은 수술여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대부분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이며
수술을 결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전절제와 반절제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와 같은 판단은
당연히 전문영역에 속한 것으로 보이며 전절제수술을 한 환자와 반절제수술을 한 환자들을 다양하게 접해볼 기회가 없는 환자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갑상선암 수술을 결심하고 수술전의 생각이나 의사들에게서 들은 바와는 달리 수술 후에
전혀 수술전의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전절제와 반절제 이후의 삶의 질은 조금 과장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 라고 할
수 이다.
가장 큰 차이는 첫째는 수술 이후에 2차치료인 방사성동위원치료여부와
둘째로 갑상선호르몬제의 중단가능성 여부이다.
갑상선 전절제의 경우 갑상선 전부가 사라진 상태에서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서 암세포는 물론 인체에도
치명적인 방사성요오드를 마시게 한다. 이론적으로는 남아있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서
방사성물질을 주입하는 것이 그럴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약간의 회의적인 시각에서 보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만 존재의 가능성만을
우려해서 – 또한 실제 가능성이 얼마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 실제로
다른 암 ( 식도암 위암 대장암 방광암 등)의 유발가능성이
실재 존재하는 방사성물질을 주입한다는 것이 과연 현명한 치료법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상식 중에 하나는 우리 몸 속에서는 매순간 돌연변이 세포 즉 암세포가 끊임 없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매순간 쉬지 않고 이들 암세포들을 제거해주기 때문이지 우리가 매일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성물질들을 마시기 때문이 아니다.
필자를 찾은 많은 환자들의 경험담 속에는 동위원소 치료후에 가뜩이나 저하된 자신의 면역력이 내원당시까지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전절제의 경우에는 갑상선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갑상선호르몬을 남은 일생동안 외부에서 보충해 주어야
하지만 – 이것도 사실 상식적으로 외부에서 넣어주는 호르몬은 자신이 생산하는 호르몬을 완벽하게 대체해
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반절제의 경우는 수술 후에 단기간에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여야 하지만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남아있는 갑상선만으로도 거의 완벽한 갑상선기능을 대체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전절제와는 다르게 호르몬제를 일생동안 복용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서 전절제와 반절제을 받은 환자의 삶의 질은 이후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경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전절제와 동위원소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수술이전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수술이후에 갑상선호르몬제를 일생동안 복용하는 데도 말이다. 반면에
반절제나 부분절제를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이후에 몇 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이후에는 호르몬제를
더 이상 복용하지 않고서도 수술이전의 건강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다만 수술 이후에 호르몬제를 복용하는데도
만성피로, 비만, 대사저하,
면역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만 일시적인 한방면역치료가 필요할 뿐이다. 즉, 수술이후에 남아있는 갑상선이 전체 갑상선의 기능을 회복할 때 까지만 치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양방에서는 수술이후에 혈액검사에 따라 호르몬제를 처방할 뿐 근본적인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별도의 치료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또 다른 갑상선수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반절제수술을 받았으며 림프절 청소술도
받았다. 동시에 본원에서 면역을 회복하는 한방치료도 받았으며 방사성 동위원소치료를 받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불안감 없이 임신을 계획하였다.
수술이후에 3개월정도 한방면역치료를 진행하면서 기초체온을 체크한 결과
최근에 와서야 난소의 기능이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
방사선에 대한 우려는 없지만 역시 갑상선을 일부라도 제거한 결과 -물론
그간의 심한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부신기능의 저하도 고려해야겠지만- 환자의 난소기능 즉, 임신능력은 상당히 저하된 상태로 보였다. 환자는 체력과 난소기능을
회복시키는 한방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서둘지 않고 임신을 준비하기로 결심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만약에 이 환자의 경우에 부분절제수술을 받지 않고 애초에 권유대로 전절제수술을 받았다면 결과가 어쨌을까
하는 가정을 해보았다.
환자는 갑상선전부를 제거한 상태에서 당연히 방사성동위원소치료를 받았을 것이고 체내에 존재하는 방사성물질의 위험요소로
인해 당장에 임신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비록 2-3년후에
임신을 시도하더라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전절제와 동위원소치료 이후에 호르몬제를
복용하더라도 지금보다 난소기능은 더 심각하게 저하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보았을 때 비록 가정이긴 하지만 삶의 질이나 임신 등의 문제에서 환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환자들 중에서 수술의 당위성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논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심각하게 수술여부를 고민한다. 하지만 일단 수술을 결정하고 나면 그 이후의 선택 즉, 전절제냐 반절제냐 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두 가지 경우에 대한 환자의 삶을 대해본 경험이 없으니 한편으로는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가지 수술 이후의 삶의 질의 차이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환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므로 반드시
수술이전에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깊이 생각해 본 이후에 결정하여야 한다.
수술 이후의 저하된 삶의 질을 짊어지는 것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술을 앞둔 환자인 저로서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