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15) 제2권 안다이 특설 실험장의 각종 폭탄 성능 시험
제10장. 요시다 드디어 행동까지
7절. 탈출 마루타들 생포 및 심문
헌병들이 팔장을 끼고 서서 지켜보았다.
그들은 재미있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히죽히죽 웃는 헌병들도 있었다.
요시다 대위는 몸을 돌려 본부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등 뒤에서 이시이 대위가 빈정거렸다.
“뒷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자가 급해 발끈거리는군. 아무리 날뛰어도 너는 후미코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요시다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나가데, 왜 후미코 얘기를 꺼내느냐?
후미코랑 너와 무슨 상관이냐. 내 앞에서 그따위 소리는 지껄이지 마라. 용서하지 않겠다.”
“하하하하.” 하고 그는 얼굴 표정없이 웃었다.
"후미꼬는 내 것이다. 그러니 넌 단념하라. 계속 애착을 가지면 넌 시체로 변할 것이다.”
“건방진 놈. 후미코 양이 물건인가? 네 소유라고 말하게. 그녀는 널 싫어하고 있어. 꿈에서 깨어라.”
“싫어하는 남자의 품에 자진해서 뛰어드는 여자도 있느냐?”
이시이 대위는 의미 심장한 어조로 지껄였다.
요시다 대위는 모욕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넌 모를 것이다. 여자가 자진해서 자빠져 가랑이를 벌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뜻이지.”
“짐승같이 생각하는군.”
요시다 대위는 그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시다가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버리자 둘러 서 있던 부하 헌병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요시다 대위는 본부 건물에 있는 총무 직무실로 갔다.
모리가와 중위는 안다이 지부 군속들과 함께 사병들의 인사기록 카드를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가 거의 끝났는지 모리가와 중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요시다에게 말했다.
“근무하는 사병 가운데 불온자로 보이는 자는 없었습니다.
군속들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일본인이고 타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주한 여자 마루타에게서 진술을 들어 파악할 수밖에 없군.”
“그런 것 같습니다."
“음, 이시이 대위가 부하들을 끌고 왔네.”
“같이 협조해야 합니까?”
“그럴 것 같군.”
“수사는 한 개 부서에서 해야 되지 않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상부의 뜻이네.”
모리가와 중위는 두 팔을 쳐들어 보였다.
요시다가 점심식사를 마친 후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전령이 와서 나카루(中留) 중좌가 부른다는 전갈을 했다.
“무슨 일인가? 커피를 마저 마시고 가지.”
“여자 마루타들을 체포해 왔습니다.”
“네 명 모두 데려 왔습니다. 한 명은 얼어서 죽어 있었는데 시체를 가져오고요.”
요시다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던 모리가와 중위도 몸을 일으켰다.
여자 마루타를 체포해 왔다는 말을 듣자 다른 장교들은 실망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그들이 돈을 걸고 내기를 한 결과에 대한 반응이었다.
요시다 대위와 모리가와 중위는 복도로 나가서 본부 건물 2층에 있는 지부 대장실로 향했다.
그곳에 부대장 기타노(北野)소장과 나카루(中留)중좌, 그리고 모리모토(森本) 소좌가 있었다.
“한 명은 죽고 세 명은 체포해 왔다.”
“다행입니다.”
나카루의 말을 요시다는 받아 넘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의사들의 얘기로는 그 세 명의 여자 마루타 생명이 사흘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
“그러니 그 이전에 자백을 받아 협조한 대원을 찾아내도록 하게”
“네.”
“고문을 해도 좋지만 죽이면 허사니까 알아서 하라.”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지하실의 실험 대기실에 있다. 세 여자를 따로 분리시켜 놓고 지금 심문하고 있다."
“누가 하고 있습니까?”
“헌병대에서 한다.”
“이시이 대위가 합니까?”
“그렇지.”
“심문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이시이 대위가 거칠어서 그런가? 그 여자들은 어차피 죽을 것이니까 거친 것과는 관계 없다.”
“자백을 받아내기도 전에 죽일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니 방첩반과 헌병대는 서로 협조해서 하도록--.”
“하이--.”
요시다 대위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경례를 붙였다.
요시다 대위는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계속 계단을 내려가 지하 통로를 들어갔다. 지하 복도의 불빛은 흐리고 음침한 분위기를 주었다.
말소리가 들리는 실험 대기실 방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방에 여러 명의 헌병들이 서 있었고, 방 가운데 온몸을 발가벗긴 러시아인 여자 마루타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방에 스팀이 들어와 훈훈했으나 옷을 완전히 벗기자 추운지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포감으로 몸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의 앞에 의자 하나를 놓고 그 위에 장화발을 올려 걸치고 이토오(伊藤) 헌병 중위가 심문하고 있었다.
요시다와 모리가와가 들어서자 둘러 서 있던 자세를 바로 하며 일어섰다.
“오셨습니까, 요시다 대위님.”
“뭘 얻어 내었나?”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이 여자가 일본말을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요시다 대위는 알몸인 러시아인 여자 마루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다리를 포갠 채 몸을 구부려 사타구니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녀의 큰 젖무덤과 가는 허리 둥그런 둔부가 불빛에 비쳐 허옇게 빛났다.
그녀는 약물 중독이 된 피부는 아니었다. 약간 반점이 있었으나 그것은 넓적다리 부분이었고, 다른 피부는 맑고 깨끗했다. 채찍으로 맞은 듯한 자국이 어깨에 여러 줄 그어져 있었다.
“고문을 했나?”
“지금부터 하려고 합니다. 전혀 입을 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여자의 다리와 발이 벌겋게 된 것은 동상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다른 여자들은 어디 있지?”
“옆방에서 지금 심문하고 있습니다.”
“수고하게. 옆방으로 가보겠네.”
“대위님이 이 여자를 심문하시겠습니까?”
“아니, 자네가 하게. 난 고문에는 자신이 없네.”
요시다는 모리가와를 힐끗 보면서 옆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세명의 헌병들이 몽고인 여자를 사다리에 묶어 놓고 돌리고 있었다. 여자는 혼수 상태가 되었다. 한명의 헌변 소위와 두명의 상사였다.
요시다 대위는 그방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 갔다. 모리가와 중위가 따라 들어왔다. 그방으로들어오면서 요시다의 가슴이 뛰었다. 그곳에는 요시다가 살려주고 싶었던 강숙희라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안에는 여러명의 헌병들이서 있었다. 벽 한쪽에는 두 개의 사다리를 대각선으로 걸쳐 못을 박고 그곳에 여자마루타를 발가벗겨 묶어 놓았다. 여자는 두 다리를 벌리고 손목이 묶여 있었고, 두 다리가 양쪽으로 벌려진채 묶여 있었다. 그 앞에 이시이 대위가 서 있었다. 요시다 대위가 들어서자 질문을 중지하고 돌아 보았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하하하--”
“요시다군. 어서 오시오. 당신 애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미안하오. 그건 내 뜻이 아니고 하늘의 뜻이지. 하하하”
요시다 대위가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 보았다. 다시 그의 분노가 치솟구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살기를 띄자 이시이 대위의 억양이 바뀌었다. 이여자에게서는 지금까지 별다른 말이 없었소. 알수 없는 남자가 얼굴에 복면을 하고 나타나서 구해 주었다고 했소. 더 이상 있을 것이지만 그것으로 단서를 숨기는 듯하니 방첩반에서 맡으시오. 하하하, 애인을 심문하시지. 나는 심한 고문을 하지는 않았소.
이시이 대위는 사뭇 조소가 섞인 어조로 지껄이더니 방을 나갔다. 뒤에 서 있던 헌병들이 모두 따라 나갔다.
방안에는 요시다 대위와 모리가와 중위 그리고 틀에 묶여있는 여자 마루타 강숙희만이 남아 있었다.
첫댓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