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452b 외 9편 / 호월
케플러-452b
태양계 밖 멀리 멀리에서
지구의 사촌 형이 발견되었다고
천문학계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
지구보다 약 15억 년 먼저 태어났고
덩치는 1.6배 정도 크며
태양 같은 G2형 케플러-452 항성 주위를 돌아
온도가 거주 가능 지역 범위에 있다
산소가 함유된 대기는 아직 모르겠지만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1년 385일, 지구 중력의 2배
이런 것들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극한 속도인 광속으로 달려가더라도
최소 1,400년은 살아야 도달할 테니
우리 인간에겐 완전히 그림의 떡
내 추측으로는
골치 아픈 인간이 넘보지 못할 곳에
오래전 신이 자신만을 위해 마련한
휴양지Vacation Home임이 틀림없다.
외계인의 천국
천국은
먼 하늘 어디메 있는
이상향이고
극락은
먼 서쪽 어디에 있다는
서방정토라고 믿는다
외계인들에게도
종교가 있고
바라는 천국과
극락이 있다면
그들의 극락과 천국은
바로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푸른 별 지구!
우리의 바람은 외계로 향하고
외계인의 희망은 지구로 뻗치고….
Multiverse, 다중우주 혹은 평행우주
Multiverse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과학자는 다중우주론이라는 것이
가설 축에도 들지 못하는
허황된 공상이라고 일축하지만
현재 우리 주위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137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우주와
6천 년 전 신에 의해 창조된 우주
그 이외에 나의 상상 우주까지 합치면
최소 세 개의 우주가 존재
더 많은 우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설은 증명할 수 있어야 사실이 된다
서로 철저히 차단된 멀티버스에는
Spacetime, Laws of Physics, Constants, Energy, Mass, God,
Logic,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질량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개별 우주도 있겠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으며
시간이 파동성으로 존재하거나
미래에서 과거로 흐르는 곳도 있을 것이다
유한한 실존은
한 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여행이 불가능
몸뿐 아니고 생각도 미치지 못한다
∵ 무한한 개별 우주들이
불가능이라는 껍질로 싸여 있기 때문
∴ 멀티버스는 이런 무한대들의 집합체인 무한대
i.e. 무한대보다 훨씬 더 큰 ∞ X ∞ = ∞∞.
별의 자손
내 본향은 별이다
태고에 반짝이던 별이
고온 고압인 자신의 내부에서
수소 영양분으로
내 몸의 구성원소를 형성했고
오랜 후에 그 원소들이 나를 구성했다
태초 백억 년보다도 더 전에
거대한 별에서 만들어진 나는
초신성Super Nova 폭발로
우주에 흩어졌다가 지구까지 오게 되었다
미천해 보이는 나지만
이래 봬도 내 족보는
태고 어머니 별에서 시작된다.
북신北辰, Polaris
800광년 떨어져 있는 별 북극성
북극 중심에서 1도 떨어져 돌고 있어
북극에 정지하고 있는 듯 보이는 천체
태양까지 거리AU의 63,240배가 1광년이니
이 거리의 800배
태양까지의 거리는 빛으로는 8분 19초이지만
제트여객기로 22년 꼬박 가야 하는데
북극성까지는 이 거리의 63,240 x 800배라니 상상이 어렵다
밤 하늘 북극성을 보며
이런 엄청난 거리를 상상하면서
이름을 크게 불러 보니
그가 듣고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숫자는 숫자일 뿐
눈을 맞추고 어디 사는지도 알고
통성명하고 나니 우리는 이제 남이 아니다
북극성아, 북신아, 폴라리스야,
새삼 너를 알게 돼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우주-1
둘레가 4만km인 지구를 아십니까?
지구의 130만 배 되는 태양을 아십니까?
태양보다 몇천 몇만 배 큰 별들이
10만 광년의 공간에 1,000억 개 흩어져 있는
우리 은하계를 아시나요?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제트 여객기로 23년
1‘光日’은 태양까지의 거리에 175배
1광년은 그것의 365배 (1광년: 약 9조km)
그러면 10만 광년 반지름의 은하가 상상이 가나요?
그렇다 치고요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세요.
1,000억 개의 은하가 펼쳐져 있는
우주의 지름은 160억 광년!
은하 반지름의 16만 배
우주라는 말이 너무도 크고 무거워서
생각 없이 함부로 부를 수가 없네요
야회 신의 이름을 부를 수 없듯이요
그러나 詩에서는 우주가 조그만 연못 하나에 지나지 않아요
또는 풀잎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 겨자씨 한 톨이기도 하고요
시 참 대단하지요?
별의 사리
별이 늙어가며
내부 에너지를* 다 소멸하고
자신을 흩어 일부를
우주로 날려 버린 후에
남는 결정체 다이아몬드는
별의 사리,
오래오래 기다리면
태양도 언젠가는
다이아몬드로 결정될 것이라네요.
저 멀리서 반짝이는 내 별도
언젠가 우주에서 소멸하기 전에
금강석으로 남겠지요?
질서와 혼돈의 실존
허와 실이 엉킨 덩어리에서
허와 혼돈을 증발시켜 버리면
실의 질서만 사리로 남을 것 같네요
삶에서도
모든 허를 증발시켜 버리면
다이아몬드로 실의 결정만 남겠지요?
에너지를 다 소멸했을 때
나는 내 별 따라
이 지상에 티끌만 한
진실의 금강석 가루로 남을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의문에 마음이 착잡해지네요.
* 이론적으로 모든 질량도 에너지이지만, 여기에서의 에너지는 ‘활성’ 에너지만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시
용이 잠자고 있다는 미리내
헤라의 젖을 뿌려 만들었다는 밀키 웨이
은처럼 반짝이는 물이 흐른다는 은하수
하늘을 가로지르는 우리 은하의 이름
여름철이면 은하 중심부를 보게 되어 더욱 밝다
태양과 같은 항성(별)들이 2,000억 개 이상
10만 광년의 지름과 약 1만 5천 광년의 두께인 원반에
이중 나선형을 그리며 퍼져 있다
태양계는 은하 중심부에서 3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중심부 주위를 2억 3천만 년 정도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각각 16, 20만 광년 거리에서
우리 은하를 공전하는 대, 소 마젤란은하는 불규칙 은하
220만 광년 거리에는 우리 은하보다 큰 나선형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이러한 천체 모두가 거대한 우주 교향곡 시다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은 실존의 거대한 시
밤하늘 올려다보며
그들이 사는 먼 동네를 어림 상상해 보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소리 높여 불러보니
모두가 황홀한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별의 큰 숫자들을 읊어 보며
먼 그들의 존재를 되뇌어 볼수록
광활한 우주 교향곡 시에 흠뻑 취하게 되어
가슴 벅차 터질 것만 같았던 잊지 못할 밤이었다.
천생연분
뒤통수를 보이지 않는 달은
태곳적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밝게 웃는 모습
달은 지구를 주목한 채로 주위를 돈다
그리워하여 항상 바라보며 움직인다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27.3일)가 정확히 같아
언제나 일편단심
등을 돌리는 일이 없다
태양이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얼굴 일부만 밝게 보이게 되어
삭, 망, 그믐, 초승, 상현, 하현이 되지만
항상 지구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궤도 해석을 나름대로 하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든든히 연결된 달과 지구
두 존재 간의 탯줄 같은 인력이 원인이다
존경하고 끌리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은 달의 뒷모습이 궁금해
결국 위성을 보내 뒤통수 촬영을 했다)
나와 당신도
태어날 때부터 숙명적인 지구와 달같이
한평생 등 돌리는 일 없이
언제나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살아가자
나만 쳐다보는 달 같은 자기야!
나도 한눈팔지 않고
천생연분 자기만 쳐다보며 살아가도록 하겠다.
앞으로 50억 년 한세상 잘살아 보세
달은
지구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 행성인가?
아담의 갈비뼈가
고속 회전으로 떨어져 나갔다는 분리설
행성의 충돌로 튕겨 나왔다는 대충돌설
지나가던 소행성이
아담 지구와 눈이 맞아 부부가 되었다는 포획설
서로 동시에 독립적으로 탄생하였으나
어쩌다가 부부가 되었다는 동시탄생설
46억 년 전의 일이니
지구도 달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거다
누구에게 물어 확인할 수 있을까?
창조주 신에게 기도 문자 띄워 문의해 볼까?
하기야,
서로 좋아 살림 차렸으면 그만이지
속도위반을 포함해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는지가
무에 그리 중요하리
지금이 중년 초기이니
노년 끝까지 화목하게 잘 살기만 하면 되는 거다!
ㅡ『우리詩』2017년 8월호
첫댓글 이 시들을 퇴고하여 좀 은은한 시맛이 풍기도록 고쳐 볼까 합니다만
꼭 맥힌 공돌이라 아련한 표현에 신경쓰는 것이 영 어설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