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긴, 그렇구나. 꽃이면 어떻고 나비면 어떻냐? 어차피 꽃과 나비는 한 몸인 것을.”
이생원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옹녀 년을 끌어당겼다.
못 이긴 체 쓰러져 주면서 옹녀 년이 사내의 사타구니를 슬쩍 덤듬어보았다.
밭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연장을 확인해 본 것이었다.
새 계집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욕심이었을까,
사내의 연장은 벌써 고개를 든 채 날을 세우고 있었다.
“하룻밤에 열두 번 극락에 갔었다는 주모 아짐씨 말씸이 맞는갑소.
이만헌 연장이면 논얼 열마지기라도 갈겄소,
이녁밭 다 갈고 넘의 밭얼 갈로 댕겨도 쓰겄소..”
실상은 그동안 만나왔던 사내들에 비해 특별할 것도 없는 사내의 물건을 놓고
옹녀 년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사내들이란 그랬다.
시원찮은 물건이라고 에, 이런 걸로 어찌 밭을 갈겠소? 하고 나가면
더욱 주눅이 들어 쟁기날을 땅에 박기도 전에 고개를 숙여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시원찮은 물건일망정 놀란 체, 그런 잘 생기고 튼튼한 연장은 처음이라는듯
호들갑을 떨어주면 제 물건이 정말 그런 걸로 믿고 의기양양, 비록 거죽만일 망정
밭을 갈아보겠다고 힘을 쓰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꽃값이 약조한 것보다 두 배는 더 나왔다. 사내는 그만큼 속이 없는 짐승이었다.
“흐흐흐, 니가 멀 아는구나. 내 물건이 함양에서도 소문난 물건이니라.
서로 밭을 갈아달라고 줄을 서 있니라.”
“그러겄소. 이년도 숨이 컥 맥힌 것이 아랫녁에 불이 붙었는갑소.”
“허면 시방 밭얼 갈아뿌리끄나?”
“안즉 초장인디요. 아무리 바빠도 바널 허리에 매서는 못 쓰는 벱이지요.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절차가 있는 벱이지요.”
“술값허고 화대를 말하는 것이냐? 내가 인월 삼거리 주막을 들락인 것이 십 년이 돼간다만,
한번도 술값이나 꽃값을 가지고 주모하고 샐갱이 한 일이 없니라.”
이생원이 정색을 했다.
“누가 그런다요? 급히 묵는 밥이 체헌깨 글제요.
쇠털겉이 많은 날인디, 바쁘게 서둘 것이 멋이다요? 서나서나 허십시다.
잠 자고 일어나서 뒷물도 안 했구만요.”
옹녀 년이 말할 때였다. 부억으로 난 작은 문이 열리고 주모가 얼굴을 디밀었다.
“옹녀야, 너넌 다른 걱정언 말고 이생원나리가 허시자는 대로 허그라.
귀허고 귀헌 손님이시다. 내가 허리만 안 아프면 니 차지가 되겄냐?”
“알겄소. 아무리 그래도 뒷물언 해야지라.
이년이 껄쩍지근해서 그냥언 손끝 하나 받아디릴 수가 없구만요.
“흐참, 괜찮대도 그러느냐? 꼬리헌 냄새가 외려 사내럴 환장허게 맹근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러고 보니까, 네가 얼굴은 반지르해도 색은 잘 모르는구나.
쇠는 달구어졌을 때 내려쳐야허고, 아랫녁 송사는 동했을 때 해야헌다는 것을 모르느냐?
네가 뒷물허는 사이에 내 물건이 고개를 숙여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아니더냐?”
“연장이 무디어지면 대장간에 보내면 되제요. 잠시만 기다리시요.
주모 아짐씨보다 못허지는 안 헐 것이요.”
옹녀 년이 자꾸만 주저 앉히려는 이생원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주모가 뒤곁으로 끌고가며 한 마디 했다.
“적당허니, 받아주제 그냐? 어채피 오입허자고 온 사낸디.
술을 묵기 전에 허면 어떻고 술얼 묵고 나서 허면 어떻냐?”
“이년이 찜찜해서 그요.”
“찜찜허기넌 머시 찜찜해? 사내 물건이 니 거시기가 깨깟헌 줄얼 안다냐?
냄새가 풀풀 충기는 줄얼 안다냐? 이생원이 다른 것은 다 좋은디,
한번 고개를 들었던 물건이 어찌어찌 고개를 숙이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힘이등깨 글제.”
“연장이 물렁쇠로 맹글아졌는갑소이.”
옹녀가 툭 내뱉고 거기 나무 함지박에 물을 한 바가지 퍼서 깔고 앉아 대강 아랫녁을 씻었다.
“뒷방 있제요?”
뒷물을 마친 옹녀가 무명수건으로 슥슥 문질러 닦으며 물었다.
“뒷방은 왜?”
주모가 눈을 크게 떴다.
“안직은 벌건 대낮이고, 밥손님에 술손님이 들락일 것인디, 안방에서 분탕질얼 칠 수는 없잖소?”
“흐긴, 니 말이 맞다. 허면 뒷방으로 가그라. 내가 이생원얼 보낼 것인깨.
헌디, 너 정말 자신있냐? 이생원이 물렁쇠 연장일망정 한번 일어서면 한나절은 간다이.”
“그런 것언 걱정허지 말고라. 이생원이 손언 넉넉허요? 꽃값언 안 애끼요?”
“그건 왜?”
“그걸 미리 알아야 쓰겄구만요. 어채피 나 좋자고 허는 짓이 아닐바에야
품삯이라도 넉넉히 받아야제라.”
“품삯이라고?”
“연장이 물렁쇠라고 헌 것얼 본깨, 내가 즐겁기넌 어채피 틀린 것 같애서 그요.”
“즐겁고 안 즐겁고넌 니 년 하기에 달렸제. 그것이 어디 꼭 사내만의 몫이더냐?
암튼지 돈 걱정언 허덜 말그라. 내가 이생원이 사는 집꺼정 알고 있응깨.
전대가 비면 받으러 가면 될 것이니라.”
“알겄소. 허면 이생원얼 뒷방으로 보내씨요.” 옹녀 년이 그리 일러놓고 뒷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대낮인데도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잡년 잡놈이 대낮부텀 일벌리기에 딱 맞는 방이구만이.“ 옹녀 년이 중얼거리는데, 이생원이 아, 사립을 닫아 걸면 되지, 귀찮게 하느냐면서 주모의 손에 끌려 뒷방으로 왔다. “이년이 글자고 했구만요. 쥐삼시랑도 아닌디, 벌건 대낮에넌 이년언 흥이 안 올라라.” 옹녀 년이 흐참, 어쩌고 투덜거리는 이생원의 손을 끌어당겨 방으로 들였다. 조금만 기다리라면서 주모가 문을 닫고 돌아가고 난 다음에 옹녀가 사내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이생원이 옹녀의 손을 사타구니 사이로 끌어다 놓으며 말했다. “보그라. 니가 방을 비우고, 내가 방을 옮기는 사이에 요놈이 이렇게 죽어뿌렀잖냐?” “예? 죽어라? 이 일얼 어쩐다요? 큰 일났네. 나넌 모처럼 생원나리히고 흐벅지게 한번 헐라고 뒷물꺼정 했는디, 좋다가 말았는갑소이.” 옹녀가 고개를 팍 숙이고 있는 사내의 물건을 조물락거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럴수록 사내의 물건은 더욱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안즉 속살맛도 안 보여줬는디, 이것이 먼 꼴이다요? 세상에나, 이년이 오래 안 살아도 별 놈의 물건얼 다 보겄소이.” “주둥팽이 닥치그라. 그래서 내가 서둘렀던 것이니라. 이놈이 한번 일어서기도 힘이 들지만, 지놈이 섰을 때 재미를 안 보여주면 이내 시들고 마니라. 오늘 새벽에 이놈이 느닷없이 고개를 치켜 들기에 내가 부랴부랴 팔령재를 넘어왔니라. 헌디, 니년이 뒷물을 헌다, 방을 옮긴다 소드래를 피우는 통에 이놈이 죽어버렸구나.” 이생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옹녀 년이 천장을 향해 흐 웃고는 따라 앉았다. “진즉에 귀띰이라도 허셨으면 이년이 알아서 잘 했을 것인디, 그랬소. 주모 아짐씨가 아무 말씸도 안 허시기에 이년 깐장에넌 어뜨케든 나리럴 잘 뫼실라고, 깨깟헌 몸으로 정성껏 뫼실라고 헌 짓이, 위문이 폐문이라고 일얼 망쳤는갑소.” 옹녀 년이 손을 사내의 바지춤 속에 넣고 물건을 조물락거렸다. 그래도 놈은 심통이 나도 단단히 났는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뒈진 자식 불알만지기지.” 이생원이 절망에 빠져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수록 옹녀 년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사내들한테 아랫도리 물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죽하면 새벽에 그 놈이 고개를 들지 않은 놈한테는 장리쌀을 놓지 말라는 말까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개기름 번드레한 얼굴로 당당하게 들어서던 이생원의 풀이 팍 죽은 모습이 웃음기만 한 것이었다. 어쩌면 사내의 고개 숙인 물건을 가지고 흥정을 벌일수도 있을 것이었다. “걱정허지 마시씨요. 이년이 서방이 죽고 삼년을 수절허다가 주막을 떠돈지 두 해가 다 돼가요만, 이년의 손길을 타고도 안 살아나는 놈언 보 덜 못했소. 이년의 손으로 몇 번 예쁘다고 씨다듬어주면 뽀시시 살아날 것이요.” “틀렸니라. 그 놈 고집은 아무도 못 말리니라. 니가 만약 그놈을 오늘내로 다시 세우기만허면 술값을 두 배로 주겠다.” 이생원의 말에 옹녀 년이 참말이요? 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사내가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겠느냐?” “정 그러시다면 주모 아짐씨 앞에서 다짐을 허실 수도 있소?” “무슨 다짐을 헌다는 말이더냐?” 이생원이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생원 나리의 요놈을 살려가꼬 이년의 밭꺼정 갈면 술값이며 꽃값을 두 배로 주시겄다는 약조 말씸이요.” “내가 간절히 바라는 바니라. 어떻게든 이놈을 세울수만 있으면 세워보거라. 두 배가 아니라, 세밴들 못 주겠느냐? 이놈이 석달 열흘만에 겨우 고개를 들었었다고 했잖느냐?” 이생원이 고개를 내저었다. 평소 놈의 행태로 보아 수일내로 고개를 들기는 애당초 글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좋구만요. 주모 아짐씨를 불러 약조를 허십시다. 방금 말씸허신대로 술값이며 꽃값을 두 배로 주시겄다는 약조를 허십시다. 이년이 주모 아짐씨를 부르요이.” 옹녀 년이 그리 말하며 문을 벌컥 여는데, 주모가 문 밖에 서 있다가 무슨 일이여? 하고 물었다. 이생원이 말했다. “말짱 도루묵이 됐구만. 밭을 갈 수가 없게 되었어.“ “이년의 불찰이구만요. 생원나리의 처지를 잘 암서도 미처 옹녀헌테 말얼 못했구만요. 오널언 술값 밥값 걱정허시지 말고 실컷 드시고 가시씨요.” 주모의 말에 이생원이 아닐쎄, 아니구만, 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것이 아니라, 옹녀 이 년이 요상헌 소리를 허는구만. 어뜨케던 이놈을 살려가지고 일을 치루게 한다는데,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술값이며 꽃값을 평소의 세 배를 주겠네. 만약 옹녀 야가 아니라 자네가 대신해도 마찬가질세.” “하이고, 무리허실 것언 없는디요이.” 주모가 속은 놀놀하면서도 잔뜩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닐쎄, 이것은 사내의 약조일쎄. 자네도 알다시피 사내한테는 연장이 목숨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놈이 살아나서 내가 펄펄 날듯이 팔령재를 넘어왔데. 헌데, 그 놈이 못 쓰게 되었으니, 내가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닌가? 어떻게든 이놈한테 일만 시켜주게. 내 약조는 지킴세.” “이년도 그리되었으면 좋겄구만요.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이년언 허리럴 꼼짝도 못허니, 나리의 원얼 풀어디릴 수도 없고, 인자는 죽으나 사나 옹녀 그 년만 믿을 수 백이 없구만요. 옹녀야, 이년아. 니년도 나리 말씸 잘 들었제? 나리의 원얼 못 풀어디리면 니년언 오늘루다 내쫓아뿌릴 것인깨, 열과 성을 다허그라.” “알았소. 방안 걱정언 허덜말고 안주나 잘 맹글아 오씨요. 바람 들어오요, 문 닫으씨요.” 옹녀 년이 주모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싱긋 웃고는 이생원을 향해 돌아 앉았다. “나리, 밭이 부드러우면 연장이 부실해도 잘 갈 수 잇을 것이며, 밭이 돌너들겅이면 연장이 아무리 튼튼허다고 해도 밭얼 못 갈 것이요. 헌깨, 너무 걱정허지 마씨요. 이년이 목을 내놓고 나리헌테 약 조를 디립지요. 어뜨케던 밭얼 갈게 연장얼 세울 것인깨, 맴얼 푹 노씨요. 으쩌실라요? 안주럴 맹글라면 시간이 솔찬히 걸릴 것인깨, 한바탕 허고 술얼 묵으끄라? 아니면 손장난이나 치다가 술얼 묵고 이부자리 깔고 허끄라. 어뜨케던 나리의 연장이 일만허면 안 되는기라?” 옹녀 년의 말에 이생원이 입맛을 쩝 다셨다. “술이사 날이면 날마다 마시는 것이 아니드냐? 일얼 언제 치루건 연장이나 세워보그라.” “나리의 원이 그렇다면 그리헙지요.” 말끝에 옹녀 년이 사내의 가슴을 열고 앙징맞은 녹두알을 입으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사내가 흠칫 어깨를 떨었으나 그 뿐이었다. 계집의 손 안에서도 사내의 연장은 도무지 날을 세울 줄 몰랐다. 아니, 손바닥에 아주 가늘게 한번 꿈틀하는 느낌이 왔을 뿐 고개를 들 낌새는 아니었다. “이년이 보기에 안즉 쉰 줄에도 안 앉은 것 같은디, 야가 어째서 이런다요? 야만 보면 환갑 넘은 할아부진 줄 알겄소.” “그래서 내가 죽을맛이라고 안 했냐?” “나리가 아매 야럴 함부로 막 써묵었는갑소. 힘팽팽헐 때 뒷날 생각않고 막 써묵어뿌렀는갑소.” “그랬는지도 모르제. 한 때는 함양 인근에서 소문이 자자했었으니. 내 물건이 최고라고 주막 계집들이 환장을 했었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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