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심수행]위빠사나 수행 강미순 씨<하>
수행의 깊이만큼 삶의 고통 줄어
매주 목요일 탁발 법회는 또 다른 경험과 감동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오직 탁발로만 공양하셨기에 불자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행사다. 스님은 “탁발은 돈이나 물품보다는 음식물이 더 큰 공덕이 된다”고 하셨다. 집에서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절에 갈 때의 마음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탁발 게송을 하고 스님 앞에 놓인 발우에 공양물을 넣고 나면, 스님께선 빨리어로 축원 게송을 해주신다. 첫 탁발 때의 환희심을 잊을 수가 없다. 지극히 고요한 마음으로 스님의 법문을 듣는 나의 머릿속은 마치 넓은 초원에 부처님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난 올해로 세 살이 됐다. 세 번의 안거를 지냈으니 이제 세 살이라는 의미다. 선원에서는 매년 하안거에 들어가는데, 음력 5월 보름부터 8월 보름까지다. 결제에 들어가면 스님께 안거 게송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은 참회게송을 하며 5계를 받아야만 결제가 깨어지지 않는다. 이 기간에는 계를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며 좌선과 경행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안거가 끝나면 수계식을 한다. 비로소 스님께 귀중한 불명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또 안거가 끝난 후 한 달 내에는 스님께 가사공양을 올릴 수 있다. 올해도 까티나 가사 행사를 선원에서 여러 스님들을 모시고 봉행했다. 스님께서는 “가사를 받는 스님들이나 공양 올리는 불자들은 다이아몬드와 같은 깨어지지 않는 단단한 공덕을 짓게 된다”고 하셨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들을 정확히 보는 것이었다. 부정하고 싶던 것들을 인정해야만 하는 수행이 오히려 괴로움의 원인이기도 했다. ‘모든 괴로움을 부처님께 기도하면 해결된다’며 부처님께 미루다가 내 탓으로 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진리의 길을 이어가실 스승을 만난 것은 생에 행복한 인연이다. 결국 가게를 빨리 정리할 수 있는 결단력을 만들게 했고,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니 수행 시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스님께서도 태종사 주지 소임을 과감히 버리고 체계적인 수행과 법을 펼치기 위해 부산 광안리에 위빠사나 선원 ‘붓다의 길따라’을 개원했다. 기초 수행, 탁발 법회와 담마 스쿨, 수행 법회를 이끄시는 스님을 따라 나도 그 길을 열심히 좇을 뿐이다.
위빠사나 수행을 했다고 지금 나에게 신통력이 생긴 것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것도 아니다. 남편은 여전히 객지에서 고생하고 있고, 아이들 또한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다만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는 마음의 눈이 생겼고, 내게 날아오는 두 번째 화살을 알아차림으로 지켜 볼 뿐이다. 도반들과의 만남은 혈육보다 진한 인연이 됐다. 서로 법의 연고를 발라주며 부처님께서 확인하라고 하신 어둠 뒤에 있는 밝은 길을 향해 갈 뿐이다.
새가 처음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백 번의 날개 짓이 필요하다고 한다. 완전히 자유롭게 날기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만날 것인가. 수행도 이와 같이 끈기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번뇌가 소멸된다는 아라한의 경지를 향해 이 몸을 수행도구로 삼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으며 갈 것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의 예리한 알아차림과 같이, 금메달을 향해 과녁에 화살을 꽂는 선수의 눈빛과 같이 정진하고 또 정진할 것이다.
“내일부터 수행해야지 하면 이미 늦습니다. 인간의 몸은 하루하루 쇠약해지기 때문에 지금 바로 이 순간 실천을 해야 합니다. 깨어있지 않은 시간은 죽은 시간입니다. 그대는 지금 깨어 있습니까?”
진용 스님이 붓다의 길따라에서 정진중인 수행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당부의 말이다. 부처님의 위대하신 진리에, 그 진리를 이어가시는 스님들께 삼배를 올린다.
강미순 씨(수수옥. 46.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