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4년 5월 13일에 교황청 내사원을 통해 ‘희망의 순례자들’이란 주제로 ‘2025년 정기희년’을 선포하시면서, 보편교회 모든 신자들에게 전대사의 은사를 허락하셨다.
“대사란, 이미 그 죄과에 대해서는 용서받았지만, 그 죄 때문에 받아야 할 잠시적인 벌(暫罰)을 하느님 앞에서 면제해 주는 것인데, 선한 지향을 가진 신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교회의 행위를 통해 얻는다. 교회는 구원의 분배자로서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보속의 보물을 자신의 권한으로 나누어 주고 활용한다.”
“대사는 죄 때문에 받게 될 잠시적인 벌을 부분적으로 면제하느냐, 전적으로 면제하느냐에 따라 부분대사(indulgentia partialis)와 전대사(indulgentia plenaria)로 구분됩니다.”
이에 따라 ‘2025년 정기 희년’ 전주교구에서는 전대사 수여 조건을 발표했다.
그중, 1. 교구 지정 희년 순례지(옆면 참조)를 방문하여 미사에 참석하고 영성체를 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여행 겸해서 순례지를 돌아보겠다는 것이 내 계획.ㅎㅎ
전주교구에서 발표한 순례지는 아래와 같다.
성당 5곳, 성지 8곳이다.
오늘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김제시 금산면 일대에서 김제지역 종교문화 성지를 둘러보게 되었다.
불교성지로 금산사, 개신교성지로 금산교회를 들러서 가톨릭 신자인 친구와 함께 김제 지역의 가톨릭성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마침, 김제 지역의 '김제순교성지'가 있어 들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2025년 희년 순례성지에는 포함 되지는 않지만,
유서 깊은 성지 '수류성당'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곳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구불구불 논길을 한참이나 돌아들어간다.
성당이 있는 곳의 주소는 전북 김제시 금산면 화율리 (김제시 금산면 수류로 643)다.
화율리로 들어서는 길은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한적한 시골길이다.
하지만 점점 깊이 들어가니, 아늑한 지세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마을이 보인다.
이곳에 수류 성당이 있겠구나 싶다.
이 수류 성당의 역사는 19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연 그 당시에 이 깊은 시골 한적한 마을에 성당과 학교가 지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교회 건물이 들어온다. 언덕에 우뚝선 건물과 주변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예수님 성상이 두 팔을 벌리고 우리를 맞이한다. 성모님상도 있는 것이 성당이 맞다.
1907년 수류성당이 이 마을에 세워질 당시, 주민들은 동학혁명이 막 끝난 다음이어서 성당이 들어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대부분 마을을 떠났고, 마을 사람들이 떠난 곳에 신자들로 이루어진 교우촌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마을 주민 대부분이 수류성당 신자다.
초기에 수류성당은 목조건물이었는데, 1950년 9월 24일 인민군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모여든 신자들을 몰살하려고 성당에 불을 질러 전소 되었으며, 화마를 피해 달아난 신자들을 붙잡아 50여 명을 처형한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성당이다.
휴전 후 수류성당 신자들은 구호물자를 적립해 성당 신축경비를 마련하였으며, 직접 냇가에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해와 벽돌을 만들어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1959년에는 지금의 현대식 성당을 재건하여 전주교구 관하의 수류본당을 재건하고 부흥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당 앞에 세워진 낮은 종탑에는 치열한 세월을 기억하는 붉게 녹슨 종이 덩그라니 걸려 있다.
이 종은 한국전쟁 이후 불타버린 성당을 재건하면서 포탄을 잘라 만든 종이라고 한다.
건물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양식으로, 시멘트 벽돌조 성당이다.
내부는 성당의 상징적인 아치와 스테인드글라스도 없는 직사각형 창문의 아주 소박한 성전이다.
번듯한 장식은 없지만 성당에 얽힌 내력을 알고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성지의 느낌이 물씬 난다.ㅎ
조용한 성당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왔다.
김제시 요촌동 요촌성당에 있는 복자 한정흠 스타니슬라오의 순교지 '김제순교성지'다.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다.
'희년 순례성지'로 지정된 곳인데, 오늘은 전대사의 은총을 받으려는 목적보다는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들러서 이곳의 내력을 알아보자는데 있다.
첫댓글 수류성당 역사 공부하고 가네요
부장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