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는 詩다워야 하지
넋두리 말고
살 다 발라내 혼魂만 담은 마지막 절명
억 소리도 낼 수 없어
비명에 간 말
그 소리마저 당신이 직접 전하지 못해
바람 그림자 스치듯
단풍 들다 만 낙엽
나뒹군 이후
잎자루에 남긴 투혼鬪魂 같은 것
차마 창검이 될 수 없어 붓 들이밀지만
언제든지 달빛 아래
번득일 수 있는 시퍼런 날을 감춘,
아서라 하다가도
사뭇 사뿐 목덜미 한순간 거머쥘 수 있는
칼보다 무디지만 낭창낭창 흔들어
한지 푸른 네 귀를 팽팽히 붙들어
놓지 않은 한설寒雪 휘둘러
댓바람 곧아 꺾이지 않을 일필휘지 일 점으로
참된 말을 묻고 물어 찾아 헤매는 생
그렇게 해도
평생 보일까 말까 하는 것이
詩다
평론가로 산다는 것
주체는 당연하고 문장 속 가장자리도 되지 못하고
이웃인 타자로도 대우받지 못하면서
떠안은 문장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비명 질러야만 하는 것
찰나 같은 애정 깊어
일말의 진실이 개입하면 가차 없는 조리 돌림이다
매번 판결 앞둔 죄수처럼 마지막을 상상하며 주눅 든 자아를
빳빳하게 세워야만 되는 현실의 배후
시는 무엇이었고
앞으로도 경전처럼 읽어야 하는가 묻고만 싶다
문장을 얼굴처럼 거울에 비춰보며
세상살이가 고통스럽다며 쓴 술잔을 삼키던 사람들처럼
빛나는 계절의 환희보다 먼저
매번 빛을 발하던 그대들이여
시인들을 바라보며 애정 짙은 사랑을
내 것인 양 써야만 되는 건지 물어도 답은 있을 수 없고
세상은 완전한 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묻기를 반복하고 있다
후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써버린다면 지금껏 있던 일들은
무효가 될 것이다
허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무당도 겁낸다는 작두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