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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한국: 맑음, 영하 4도, 다낭: 흐림→가랑비→폭우>
오늘은 일요일, 다낭 여행가는 날이다. 오늘부터 15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작년 12월 말로 대한항공 마일리지 3만 마일이 소멸된다기에 6월에 미리 항공권을 예매했다. 비행기 이륙 시간이 오전 11시 10분이라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6시에는 나가야 한다. 새벽 5:20분, 알람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서둘러 세수하고 치즈 1장과 계란프라이 1개 먹고 집을 나섰다. 짐은 어제 밤에 다 싸 놨다. 새벽녘이라 날씨가 꽤 쌀쌀해 흰색 오리털 패딩과 내복 바지를 껴입고 갔다. 수락터미널까지는 집 사람이 태워다 줬다.
공항버스 6100번은 금방 왔다. 이 버스는 15분 배차이고 망우역을 출발점으로 11개 정류장을 거쳐 수락터미널에 도착한 후 인천공항까지 논스톱으로 간다. 공항에 도착하니 8시다. 어제 밤에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해 둔 덕에 줄 서지 않고 체크인을 마쳤다. 탑승권은 핸드폰으로 오고 미리 설치해 둔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앱'에 자동 등록됐다. 짐 부치는 데스크 (Bag Drop)에 가서 캐리어를 수하물로 부치고 '교통약자 우대카드'도 받았다.
사전에 AI 등을 통해 공부해 보니 그동안 인천공항에 노약자들을 위한 좋은 출입국 제도가 많이 생겼다. 우선 인천공항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출국 시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교통약자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교통약자 우대카드'를 받으면 전용 출국 통로를 통해 빠르게 출국 심사를 받을 수 있고 동반인(최대 3인)도 함께 이용 가능하다. 두 번째는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한가족 서비스(보호자 동반 서비스)'가 있다. 대한항공 고객센터로 사전에 요청해야 하는데 대한항공 직원이 직접 안내해서 출국 수속을 빠르게 진행해 준다. 다만 이 서비스는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에는 제공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출국장에 들어가면 '교통약자 라운지'가 있다. 쉬기 편한 소파도 있고 사람들도 많지 않다. 비즈니스 라운지처럼 음식물이나 음료수 서비스는 없지만 그래도 편히 쉴 수는 있다. 네 번째는 ‘모바일 체크인’ 제도인데 PC나 핸드폰을 통해서 미리 체크인을 하는 것이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면 공항에서 체크인 하려고 줄 서지 않아도 되고 수하물이 있을 경우에도 별도로 ‘Bag Drop“ 카운터가 있어 편리하게 짐을 부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핸드폰에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앱’을 깔고 탑승권을 등록하면 비행기 탑승 시 전용 통로 (Smart Lane)로 빠르게 탑승할 수 있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면 탑승권이 자동으로 이 앱에 등록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노약자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지만 알아두면 편리한 제도들이다.
이런 제도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덕에 줄 서지 않고 전용 출국 통로를 통해 쉽게 출국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보통 1시간 내지 2시간 걸리는데 이 과정을 건너뛰니 출국장에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교통약자 라운지'에 가서 잠시 눈을 부치고 나니 비행기탈 시간이다. 비행기 타는 것도 '스마트패스 전용 통로'를 통해 쉽게 탔다. 이번 여행은 교통약자 우대카드와 인천공항 스마트 패스 덕을 많이 봤다.
공항 출국장도 약간 서늘했지만 비행기 안은 더 싸늘해 오리털 패딩을 수하물로 부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탑승하니 비행시간은 5시간 15분이라고 기내 방송이 나온다. 기내식 먹고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벌써 착륙이다. 당초 예상대로 5시간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마침 옆 자리가 비어 있어 편하게 왔다. 이것도 모바일 덕으로 아침에 공항 오면서 핸드폰으로 옆 자리 비어 있는 좌석을 미리 잡아 놨기 때문이다. 다낭공항은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고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 나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럴 것 같아 미리 인터파크에서 '패스트트랙(Fast Track)' 서비스를 구입해 놨다. 인터파크와 제휴한 다낭 여행사 직원이 공항에 마중 나와 전용 통로로 빠르게 입국 절차를 대행해 준다. 덕분에 20분 만에 입국 수속을 마쳤다.
통역은 ‘구글번역기’, ‘파파고’, 핸드폰(갤럭시S25울트라)에 내장된 ‘통역 앱’ 등을 사용해 봤는데 성능은 모두 비슷하였다. 3개의 앱 모두 글씨로 써서 하는 통역은 그런대로 쓸 만한데 대화모드에서는 양쪽의 발음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엉뚱한 통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나는 주로 ‘구글번역기’를 썼는데 말을 천천히, 발음을 정확히 하면 그런대로 대화가 통한다. 카메라를 켜면 간판이나 안내문 등이 우리말로 번역된다.
입국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환전을 했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환전은 시내 금은방을 이용하는 것이 환율도 높고 편하다고 했는데 이번 달부터 베트남 당국이 이를 금지하고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니 불법으로 환전하다가 걸리면 금은방이나 당사자가 모두 벌금을 크게 맞고 환율도 공항이 더 유리하다고 한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내까지 가서 환전할 이유가 없다. 공항에서 빳빳한 100달러짜리를 환전하니 260만동을 준다. 베트남 돈(동)과 우리 돈(원)과의 환율은 1:0.057이다. 1만동이 570원인 셈이다. 쉽게 계산하려면 1만동에서 0 하나를 빼고 2로 나누면 거의 비슷하게 된다. 한국에서 미리 ‘트레블월렛 앱’을 깔고 500만동을 넣어 두었으니 총 760만동(한화로 43만원 정도)이 확보되었고 트레블월렛 실물 카드도 받아 놨으니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트래블월렛은 '외화 충전식 체크카드'로 미리 앱에 베트남 동을 환전해두고 현지에서 카드로 결제하거나 ATM에서 현금을 뽑아 쓸 수 있다.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Grab 앱에 등록해 두면 요금이 자동으로 결재되어 편리하다.
베트남 돈은 50만, 20만, 10만, 5만, 2만, 1만동의 6 가지 지폐가 있는데 (동전은 없음) 0 숫자가 많고 모양과 크기가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다. 모든 지폐에 호찌민 초상화를 그려 놔서 그림만 보고 구별하기 힘들고 특히 50만동 짜리와 5만동 짜리는 크기만 조금 다를 뿐 색갈이 비슷해서 5만동 줄 것을 50만동으로 잘 못 주기 쉽다.
환전을 마치자마자 한국에서 미리 구매해서 핸드폰에 깔아 놨던 eSIM을 활성화했다. eSIM은 모바일 SIM인데 USIM과는 달리 SIM을 바꿀 필요가 없다. 구매하면 QR코드가 카톡이나 문자로 오고 이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설치된다. 전화나 문자는 내 기존 번호로 받을 수 있고 데이터는 현지 통신사 서비스를 쓰기 때문에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현지에서 이를 활성화하면 바로 데이터를 쓸 수 있어 카톡도 되고 Grab도 부를 수 있다. Grab은 한국의 카카오 택시 비슷한데 아무 데서나 콜 해도 수 분 이내에 온다. 나도 Grab 불러 타고 미리 예약해둔 파빌리온 (Pavilion)호텔로 왔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95,000동(한화로 약 5,400원, 공항 주차비 포함) 들었다. 요금은 Grab 앱에 등록한 트레블월렛 카드로 자동 결재된다. Grab을 처음 불러보니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전에 공부해 둔 덕에 큰 문제없이 호텔로 왔다.
파빌리온 호텔 (35 Vo Van Kiet, Phuoc My, Son Tra, Da Nang)은 4성급 호텔로 24층 빌딩이며 다낭 시내와 미케 비치를 잇는 주요 도로인 보반끼엣(Vo Van Kiet) 대로변에 위치하여 위치 및 접근성이 매우 좋다. 덕분에 Grab 차량을 호출했을 때 기사들이 찾기 쉽고 공항, 한강, 한시장 등 핫플레이스로의 이동이 매우 편리하다. 호텔에서 도보로 약 5분이면 미케 비치에 닿을 수 있고 미케 비치의 파도 소리도 멀리서 들린다.
방은 1801호, Single bed 두 개가 있는 디럭스 Twin Room인데 30m2의 넓이로 깔끔하게 디자인 되어 있으며, 고층이라 다낭 시내 전경과 옆 창으로 바다 조망(Partial Sea View)이 가능하다. 호텔 꼭대기 층에는 야외 수영장과 바가 있어 호텔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다낭의 야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조식(뷔페)가 포함된 옵션이라 아침 먹을 걱정도 안 해도 된다.
짐 풀어 옷장에 정리하고 근처에 있는 미케 비치 (My Khe Beach)로 갔다. 백사장 길이가 24km에 달하고 아름답기로 세계에서 누구는 세 번째라고 하고 누구는 6 번째라고 하는데 뻥이 좀 섞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길이는 길지만 그냥 백사장이고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에 야자수가 늘어서 남국다운 풍경이긴 하다.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 파도가 높게 친다. 그래도 젊은 남녀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한편에서는 보드 서핑도 한다. 젊음이 좋긴 좋다. 한참 서서 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섰다. 다음에는 '목(Moc) 식당'에서 저녁 먹고 '선짜(Son Tra) 야시장' 잠깐 들렀다가 '용다리' 불꽃쇼 하는 거 보려고 했다. 용다리에는 용의 조형물이 있는데 토/일요일 밤에는 용의 입에서 불을 토하는 쇼를 한다고 한다.
이 계획은 '목 식당'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왔다고 하니 1시간을 기다리란다. 혼자 밥 먹기 쉽지 않으려니 생각은 했지만 기가 막혀 그냥 나왔다. 호텔에서 나올 때 보니 근처에 해산물 식당이 있는 것 같아 그리로 갔다. 콴 옷 뇨(Quan Ut Nho, ‘작은 막내 식당'이라는 뜻)라는 식당인데 '왕새우찜'과 ’해산물 볶음국수'가 맛있게 보인다. 전자는 블랙 타이거 새우를 쪄서 느억맘(젖갈 비슷) 등 각종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고 후자는 라면 같이 꼬불꼬불한 국수를 갖은 해산물과 야채를 넣어 볶은 것이다. 가격은 둘을 합쳐 23만동(한화로 약13,000원)으로 여기 물가로 볼 때 싸지는 않았으나 맛은 좋았다. 먹는 중에 비가 시작돼 식사를 끝냈을 땐 억수같이 쏟아 붓는다. 한참 동안 비 쏟아지는 거 구경하다가 비가 조금 뜸할 때 얼른 호텔로 돌아왔다. 열대지방 비(Squall)는 잠깐 세차게 오다가 그친다는데 오늘 비는 그게 아니다. 1시간을 기다려도 그치지 않는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내가 딱 그 꼴이다. 비가 와서 불꽃쇼도 취소됐고 선짜 야시장도 별 볼 일 없을 것 같아 그냥 호텔에서 집 사람한테 보이스톡하고 샤워하고 쉬었다. ‘말톡’에서 eSIM 사서 깔았더니 하루에 5GB 데이터와 총 60분 전화가 공짜다. 내일은 시내 구경이나 해야겠다. 오늘 못 간 선짜 야시장과 용다리도 가 볼 생각이다.

첫댓글 와이프와 같이 간 줄 알았는데 정말 혼자 여행 하셨군요. 속편이 기대됩니다.
무슨 용기로 혼자 여행? Mrs. Oh 어떡하시고~~
덕분에 다낭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