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쿵. 계산동 연습실로 내려가는 발소리에 맞춰 드럼 소리가 들린다.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현재 블리지앙 다이어리, 블랙이글스, 미(美)뺀, 데이데이, 짱가 총 5개의 밴드가 이 공간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월요일은 빌리지앙 밴드협회의 초기 멤버들이 모인 빌리지앙 다이어리가 연습을 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공간에서 빌리지앙의 7년을 되돌아봤다.
밴드협회의 시작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출발했다. 지역 구성원의 소모임을 만들던 와중에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그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빌리지앙이 결성된 것이다. 물론 그 외에 음악을 배우고자 하던 이들도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함께 하고 있다. 지금처럼 5개의 밴드가 함께 모여 공동체를 이룰 만큼 큰 규모의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하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로 모여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첫 걸음부터 함께한 멤버들
음악이 좋아서 모인 그들이었지만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악기를 다룰 줄 알았던 멤버도 있었지만, 초창기 멤버의 다수가 초보자이다 보니 함께 학원에 다니면서 악기를 배웠다고 한다. 최근 빌리지앙의 회장이 된 조현행 씨는 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당시 학원 실장님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지금까지 베이스기타를 담당하고 있다. 드럼 연주자인 황은주 씨는 전문 밴드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긴 기간에 비해 엄청난 능숙함이나 급성장을 보이진 않지만, 첫걸음을 같이 뗀 출발선이 같았기에 지금까지 멤버 교체 없이 함께 잘해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개의 밴드에서 협회가 되기까지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처음에 ‘빌리지앙’이라는 단독 밴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타악기 퍼포먼스 팀 ‘아작’의 공간에서 연습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합주를 하고 그 외의 시간은 비어있는 것이 아까워 다른 많은 사람과 공간을 함께 나누자 싶어 다른 밴드가 들어오게 됐다. 다른 밴드들이 들어오면서 초기 밴드인 빌리지앙은 빌리지앙 1기로 개명했다가 1기를 다이어리라는 언어유희처럼 이름을 바꿔 지금 빌리지앙 다이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美)뺀, 데이데이, 블랙이글스, 짱가가 함께 하게 되면서 ‘빌리지앙 밴드 협회’라는 더 큰 동아리로 거듭났다.
1년에 한 번, 그들의 축제 ‘정기연주회’
빌리지앙 밴드협회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연주회를 여는데, 이는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축제와 같은 것이다. 정기연주회는 빌리지앙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축제이다. 첫 번째는 개인과 밴드의 실력 발전을 위해 의미가 있다. 연습만 하다 보면 발전성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정기연주회라는 계기를 통해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지면서 개인과 밴드가 모두 한 해 동안 연습한 결과를 자신과 관객들에게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합과 교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빌리지앙은 여러 밴드가 모인 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고 교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해낸 것이 정기연주회이다. 각 밴드에게도 정기연주회는 좋은 기회와 자극이 되며 서로 더 돈독하게 협회를 지켜나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기연주회로 전달하는 나눔
빌리지앙의 연습실 한 켠에는 기타가 들어있는 상자들이 쌓여있다. 기타는 빌리지앙이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서 기증하는 것으로 정기연주회의 수익금 중 일부로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빌리지앙은 이런 기증 외에도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며, 지금도 멤버 개인 각자가 곳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족들의 변화와 응원
많은 아마추어 문화예술 동아리 멤버들이 그렇듯 조성철(전 회장) 씨는 초기에는 공연에 가족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먼저 친구들에게 아빠의 밴드 활동을 자랑할 정도로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황은주 씨도 마찬가지. ‘처음에 조금 하다가 그만두겠지’ 시큰둥한 시선에도 꾸준히 밴드 활동을 해 왔다. 윤도현 콘서트도 흥미없어 하던 아이들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헤 엄마의 밴드 활동도 좋아하게 됐다. 조현행 씨는 오히려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케이스다. 음악을 하고 싶어 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그에게 시인인 아내는 노래를 추천하기도 하고,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따끔한(?) 응원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아쉬운 점
곳곳에서 많은 축제와 행사가 열리지만, 지역의 문화예술동아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많지 않다. 당장 눈에 보이고 보기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행사가 아닌 진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동아리와 호흡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축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빌리지앙 밴드협회의 미래
빌리지앙 밴드협회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바램이다. 그들 자신을 위한 결정인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두 각자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은퇴도 슬슬 생각하고 있는 그들이다. 은퇴했을 때쯤에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지금도 청소년을 위해 알음알음 음악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은퇴한 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본격적으로 음악과 인생을 연결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에게 빌리지앙은 하나의 동아리를 넘어서 어느새 삶의 일부분 그 자체가 되었기에 빌리지앙 안에서 큰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낯설지 않은 계획이다.
☞ 빌리지앙 2016년 9월 7회자 정기연주회 영상 보러 가기
공연하며 엔딩을 막바지에 앞두고 있을 때 드럼 스틱을 날려 당황했던 순간, 공연 중 음향기기가 꺼져서 사회자용 마이크로 노래를 하며 무대를 채워야 했던 순간까지… 이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음악이라는 하나의 관심사로 모인 지 어느새 7년, 이제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열며 세상을 향해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10년 그리고 20년 뒤에도 열정적으로 음악을 노래하며 인천을 뜨겁게 달굴 그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글 / 시민기자 오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