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1차.설악산 마지막 구간을~
언제: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무박산행
누구랑: 마창 오선산악회의 멋진분들, 들꽃 합쳐 37명이랑
어디로: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단목령~북암령~조침령까지
얼만큼: 23킬로미터를 7시간 40분에
20:30분
대간의 길목인 윤병원 앞에가니 어김없이 만나지는 익란 언니랑 왕초보님,
식구를 만난 듯 서로들 반가워한다.차에 타니 다 그때 그분들,많이 반갑다.
01:00
홍천공예품 전시판매장,먼곳에 있는 이 낯선길이 벌써 세번째로 정겹다.
아침 먹는시간이 빨라져 더 갈등이다.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전에없던 콩나물 국이 의외로 잘 넘어간다.양치하고 출발~~~
02:30
산행들머리인 한계령,예상보다 30분은 당겨진 듯~
약간의 긴장과 함께 내리는데 늦가을 같은 바람이 을씨년스럽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도망치듯 어두운 도로를 빠르게 움직이는 대원들,
뒤에오시는 분들은 어쩌라고...따라 달린다.언제나 그렇듯~~~
마치 간첩작전하듯 철조망 옆으로 스며드니, 떡 버티고 선 수직의암릉들
한명씩 통과해야하니 정체가 된다.위험한 암릉에서 서로 잡아주고 받쳐주고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나니,세찬 바람 속에 빗방울이 섞여있다.설마~?
한참을 가도 비가 그칠 기세가 없어 배낭 덮개를 씌우며,덕분에 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앞사람 놓치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 잔뜩 긴장된다.
모두 갈길이 바쁘니 기다리라 하는 것도 무리......
망대암산에서 잠시 헤메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점봉산으로 오른다.
05:40
1424미터,점봉산이다.모처럼 만난 정상석인데 흔적은 커녕, 더 세어지는
빗줄기에 추워서 잠시도 있기가 힘들어 두팔 벌려 꼭 한번 안아보고
앞사람 놓칠까봐 얼른 따라 붙는다.아,춥다.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빠진
곳없이 완벽하게 젖었다.그리고 발바닥이 아프다.초입부터 배가 아프더니...
3년전,티눈땜에 장기산행을 못해 레이져수술,작년 대간준비로 윤병원에서
절제수술,그래도 생명력 강한 그놈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계속 연고 바르며
달랬는데 쉬지 못한 채 계속 걸으니 고통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 그래도
쉴 수 없다.감시원들 오기전에 단목령 통과해야 하니,민폐 끼치면 안되니~
벌금에 대한 부담과 얇은 옷 안으로 스미는 냉기에 걷지 않을 수가 없다.
아,아프고 힘들다.모두들 완전 구보형태다.
6:50
마침내 단목령이다.15킬로를 4시간 20분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달린 끝이다.
1시30분에 출발 했다던 타산악회 분들 단체로 모여있다.오선팀이 앞질렀다.
세상에 이렇게 산행하는 데도 있나~!!! 역시 오선의 대단한 대간꾼들이다.
단내나는 입이랑 불난 발도 달랠겸 잠시 쉬는데 대장님 혹시 모르니 단속구간
더 벗어나자 재촉이시다.얼른 기념 촬영하는데 끼어 한방하고 또 걷는다.
불퉁한 입술로 걷다보니 앞서간 중간 그룹들 기다리고있다.밥먹자는 분위기고
입맛없는 나는 먹어야 하는 약땜에 빵 한조각먹고 다시 출발한다.
추위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다.차라리 걷는 게 더 낫다~~???
단목령에서 조침령까지~~~!!! 통제구간만 벗어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또 오르막이다.겨우 올라섰다하면 다시 내리막,반복되는 오르락 내리락~
배는 아프고 발의 통증은 더 심해지고 참 만만찮다.대간길은 언제나......
산길옆은 마치 잘 가꾸어진 밭 같다.멧돼지들이 놀고간 흔적들.
세계유네스코에 등록된 희귀식물의 집단서식처, 사람은 통제시키고
멧돼지의 천국이고,묵묵히 걷고 있노라니 서서히 비가 그치며 조침령이다.
10:10
조침령에 도착하니 엄청난 바위 표지석이 우릴 반긴다. 물수리님 대포카메라
모처럼 꺼내 조정해본다.연세 불구하고 나날이 더 젊어 지시는 무사님,
언제나 후미에서 든든한 조이님,간만에 오신 그림자님,즐겁게 폼들 잡아보고......
아~!!! 세 번에 걸친 설악구간이 끝이났다.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길이기에,너무나 힘든 길이기에 많이많이 뿌듯하다.
깊숙한 계곡으로 알탕하러 들어간다.손과 발이 불어 희한한 형태다.
온몸이 차가운 물에 더 얼어 붙는다.그래도 종일 젖은 몸과 마음 다 씻어내니
개운하다. 차에오니 따뜻하게 난방이 잘 되어있다.아~따뜻함~~!!!
11:30
차가 가는대로 무심히 바라보니 눈길따라 바다가 보인다.동해바다다~!!!
남들이 산행 시작하는 이 대낮에~어느새 산은 잊어버리고 관광하듯,
나이도 잊고 낄낄댄다.38선 휴게소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보며
화기애애 점심을 먹은후 바쁜 기사님, 제끼고 카메라만 빌려 바다로 가서
우리 여전사들,하하호호 즐겁고 여유있는 한 때를 보냈다.
13시 창원으로 출발, 마산 도착하니 18시 30분경~~~
설악산까지 갔는데 이렇게 일찍 들어가면 안된다.벌금도 벌었는데
꼭 한잔하고 가야한다며 말 맞추더니 대장님 모시고 39사앞에 내린다.
10명이다.따뜻한 불에 대나무 삼겹살 구워 소주 두어잔 마시니
얼어 붙었던 온몸이 녹아지고, 힘들어 찌들었던 피로가 풀어진다,
다시 노래방까지......살짝 나와 집에오니 10시다.
참으로 먼 길, 긴 날이었고 얘기들이 많은 날이었다.비가와서 엄청
힘들었지만 비바람으로 개들을 달래고 국공파를 피하게 하신 그분의뜻,
힘든 길 함께 하신 정다운 분들,달콤한 마당님의 찬조 포도처럼 달콤했다.
때론 미칠만치 힘들지만,이 달콤하고 행복한 느낌~~~!!!!!!!!!!!!
이게 대간하는 맛입니다.
그동안 노심초사 고민하신 대장님께 감사하고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밝은 모습으로 22차에서 만나요~~~^*^
가을의 초입에서 들꽃향기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