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땐 다른 지역을 돌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도 쏠쏠한 재미이건만, 이번 휴가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맛집을 찾는다는 일도 여행의 동선과 맞아야 가능한 일인데, 마냥 돌아다니다 걸리는 집을 들어가기도, 맛집만 찾아다니는 일도 조화를 이루어내기가 여간해서는 어려운 일이더군요. 아무튼 어렵사리 한 곳을 들러본 것도 다행이었달까요. 이전부터 여수 하면, 매제가 소개해 준 서대횟집과 장어탕집, 그리고 양념게장집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강렬했던 기억을 더듬어 서대횟집을 다시 가보았습니다. 그때와는 다른 집이긴 하지만, 현지인의 추천을 받았으니 나름 믿을만 한 집이겠죠. 한가득 기대감을 가지고 들러보았습니다. 여수도 예전의 여수가 아니었습니다. 돌산대교 부근 어시장과 건어물가게가 즐비한 동네는 이전의 정겨운 모습은 사라지고 깔끔하지만 어딘가 공허한 모습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우리가 들러본 구백식당도 기대에는 조금은 허름한, 손때가 묻은 그런 집이었으나 지금은 이전하여 많이 깔끔한 분위기로 변했다더군요. 일단 서대회를 먹으러 왔으니 서대회를 주문하고 금풍생이!! 여수에 오면 맛볼 수 있는 금풍생이구이를 주문합니다. 추억의 생선이죠. 주문이 복잡하지 않으니 주문 완료되면 세팅된 반찬들이 나옵니다. 굴젓갈을 포함한 다양한 반찬들.. 갓김치도 보이는군요. 여수입니다. ㅎ 그리고 함께 등장한 서대회 무침. 삭혀서 양념한 홍어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금풍생이 구이.. 여수에 오면 맛볼 수 있는 생선입니다. 이게 왜 여수에만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노란빛깔의 독특한 체색에 손바닥만한 크기, 그리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는 생선이죠. 된장국에 밥까지 나오면 상은 이렇게 차려집니다. 이제 먹어야죠. 테이블 옆에 있는 참기름을 밥에 조금 뿌린 후 서대회를 듬뿍 밥에 올립니다. 그리고 쓱싹 비벼서 먹어야죠. 삭은듯 부드러운 서대회의 질감과 적당히 손맛이 살아있는 양념이 커다란 한그릇 가볍게 비우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고소한 금풍생이 구이와 함께 먹으면 왠지모를 행복감이 찾아옵니다. 거기에 막걸리 한 잔이면...
사실 이전의 강렬했던 기억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서대가 아주 맛있는 생선은 아니지만, 양념과 함께 적당히 삭히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에 먹게 되는데, 중요한 건 서대의 육질상태와 양념의 맛이겠죠. 이번에 맛 본 것은 서대의 질감은 무척 만족스러웠으나 양념은 많이 심심해졌습니다. 게다가 확장이전했다니 맛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집니다. 그래도 생선맛은 변하지 않아 금풍생이가 더 맛있고 정겨웠습니다.
여수는 이제 이전의 여수가 아닙니다. 해양엑스포 이후로 길도 넓어졌다고는 하나 많이 복잡해졌고 시내도 이전같은 정겨움은 사라졌습니다. 버스커버스커가 여수밤바다를 노래한 이후에는 더더욱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도시는 변해버린 만큼, 손맛도 많이 변해버린 느낌입니다. 공간이 변한다는 것은 삶이 좀 더 풍요롭고 긍정적으로 다가와야 하건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겉보기만 화려해지지, 보이지 않는 중요한 삶의 요소나 감각들은 변화한 만큼씩 잃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여수를 가보니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