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여섯 번째 미덕
이 첨
집에서 닭을 기른 적이 있다. 밥을 먹다가 남은 것이 있으면 늘 닭을 불러 주곤 했다. 그것이 버릇이 되었던지 항상 밥상만 대하게 되면 소리를 내며 달려와 자리 옆에서 주는 밥알을 먹었다. 글 읽을 때에는 옆에 서 있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며, 어떤 때는 한 발로 책상 밑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글 뜻을 알아듣는 듯하고, 글씨를 쓸 때는 벼룻물을 쪼아 먹으며 벼슬을 갸우뚱거리며 곁눈으로 글씨를 보는 듯하고, 내가 오래 앉았다가 피곤하여 일어나 마당을 어정거리면 날개를 드리우고나와 발을 나란히 하여 내가 가는 대로 따라오는 것이 마치 아이가 어른을 뒤따르듯 했다.
닭은 본래 가축으로 기르는 것이니 사람에게 가까이 하는 것은 그의 본성이지만, 가까이하여 사랑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은 사람이 감화시켰기 때문이다. 동물 중에는 사람보다 신령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큰 것으로는 용, 호랑이, 코뿔소 , 코끼리 같은 것도 기를 수 있고 작은 것으로는 날짐승 , 물고기, 곤충 같은 것도 모두 길들일 수가 있다. 그러나 저것들은 야성을 가진 동물이라 비록 억지로 순종하게 할 수는 있으나 은덕으로 감회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닭의 성질이 본래 사람을 가까이하기 때문에 사람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옛사람은,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1)고 했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가운데 들어 있지 않았다. 나는 이제 닭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인(仁)이라는 덕목으로 닭의 다섯 가지 덕목에 하나를 더하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지어 기록해 두는 바이다.
닭의 성품이 우리의 성품과 얼마나 다른가? 감동시키면 바로 응할 줄아네.
우리 사람들과 너는 원래 같은 무리. 그러니 네가 나를 어질게 본 것이겠는가, 내가 너를 어질게 본 것이겠는가. 아, 닭이여, 우리의 어진 본성을 저버리지 말자.
--------------------------------------------------------------------------------
1) 첫째 머리에 관을 쓰고 있으니 문(文). 둘째 발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이 있어서 무기가 되니 무(武). 셋째 적과 잘 싸우는 용기가 있으므로 용(勇). 넷째 먹을 것을 얻으면 서로 가르쳐 주므로 인(仁). 다섯째 때를 알려주므로 신(信).그래서 닭의 다섯 가지 덕은 문,무,용,인,신이라 한다.
윗글의 필자는 인을 여섯 번째 덕목으로 넣는다고 한 것으로 보아 닭의 5덕목을 잘못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우리고전 수필》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