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식물은 어떻게 지구를 여행하였을까?
세계적 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예술을 아우르는 ‘친절한 과학 내레이터’
스테파노 만쿠소가 들려주는 식물의 위대한 정복 서사시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와 풍성한 과학 지식으로 똘똘 뭉친, 세계적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가 출간되었다. 2013년 『뉴요커』에서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이름을 올리며 남다른 시선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번 책에서 식물의 ‘이동’으로 눈을 돌린다. 개척자·항해자·싸움꾼·시간 여행자 등 독특한 표현과 함께, 유려한 글 솜씨로 역사·철학·유머를 아우르며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을 펼쳐낸다.
“동물 필터를 제거한 눈으로 식물을 바라보면, 식물의 특별한 점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다양한 삶의 한 형태’로서 바라보는 식물의 세계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 책에서는 확장을 향해 나아간 식물의 무한한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바람에 실리거나 땅 위를 구르거나 동물 털에 달라붙거나 씨앗을 섭취할 동물을 물색하는 등, 식물은 다양하고 세련된 씨앗 퍼트리기 전략을 개발해왔다. 식물의 이동에 인간도 한몫을 했다. 미모와 과일 맛에 매혹된 사람들 또는 열정에 사로잡힌 식물학자의 손에 의해 식물은 대륙의 역사를 바꿨다.
식물은 어떻게 전 세계를 항해했을까? 혹독한 기후의 외딴섬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었을까? 인간이 떠난 재앙의 땅에서 어떻게 생존했을까? 자신의 씨앗을 운반해줄 동물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지질시대를 넘나들며 어떻게 여행에 성공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식물의 세계가 담긴 시적인 수채화와 함께 소개한다. 익숙한 동물 세계에서 벗어나 경이로운 식물 세계를 여행하며, 우리의 시야를 넓힐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프롤로그
감수의 글
1장_개척자이자 전투원이자 생존자인 식물들
01. 신생 화산섬 쉬르트세이의 개척자
02. 체르노빌 대참사에서 승리한 전투원
03. 원자폭탄에서 살아남은 피폭나무
2장_도망자들,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다
01. 시골뜨기 시칠리아 출신이 옥스퍼드의 유명인사로
02. 탁월한 미인계로 탈출과 정복에 성공한 수크령
03. 부레옥잠으로 뒤덮인 습지에서 하마가 헤엄친다면
3장_바다를 누빈 용감한 선장들
01. 신의 열매, 코코넛야자에 얽힌 미스터리
02. 자연에서 가장 큰 야생열매를 가진 칼리피제야자
4장_시간을 여행하는 나무들
01. 우여곡절 끝에 싹을 틔운 얀 티링크의 씨앗들
02. 2천 년 만에 부활한 마사다의 대추야자
03. 극한에서 온 씨앗
5장_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들의 생존법
01. 인류세의 시작점을 알려준 캠벨섬의 가문비나무
02. 테네레 아카시아의 불운한 최후
03. 극한 기후의 챔피언, 바레인의 생명나무
6장_멸종 동물에게 생존을 맡긴 시대착오자들
01. 멸종 직전에 구원받은 생존자들
02. 도도새와 탐발라코크나무의 특별한 관계
참고 문헌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스테파노 만쿠소 (Stefano Mancuso)
세계적 권위의 식물생리학자로, 피렌체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국제식물신호 및 행동연구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Plant Signaling & Behavior)의 창립 멤버이자 농예학회(Accademia dei Georgofili) 정회원이다.
2012년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지에서 선정한 ‘우리 삶을 바꿀 20명의 이탈리아인’과 이듬해 《뉴요커》지에서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world changers)’에 이름을 올렸다. 피렌체대학교 스타트업 기업에서 진행한 젤리피시 바지(Jellyfish Barge, 태양 에너지로 담수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 농업용 모듈식 온실) 프로젝트로,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농업에 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인정받아 국제상을 수상했다.
국제 학술지에 300편 이상의 과학 논문을 기고하며 연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매혹하는 식물의 뇌》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식물 혁명》 그리고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출간 예정) 등이 있다. 재치 있는 입담과 과학부터 철학, 예술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해설로 ‘친절한 과학 내레이터’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역 : 임희연
부산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페루자대학 및 피렌체대학 부설 어학 집중 연수 과정을 거쳤다. 영상 번역, 국제 행사 기획과 진행을 하고 있으며 U&J 소속 도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채플린의 마지막 춤』, 『아이큐 50 내 동생 조반니』, 『3.14! 파이의 동그란 세상』, 『닐로의 행복한 비행』, 『세상을 바꾼 전염병의 역사』 등이 있다.
감수 : 신혜우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센터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식물형태학적 분류 및 계통 진화와 같은 전통적인 연구부터 식물 DNA바코딩과 식물 게놈 연구와 같은 최신 연구들을 수행 중이며, 식물생태학 분야로 연구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는 신진연구자다. 영국왕립원예협회의 식물세밀화 국제전시회...
책 속으로
글쎄, 우리는 잘못 알고 있다. 식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먼 곳까지 이동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식물이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생애 동안 이동할 수는 있다. 식물을 정의하는 형용사는 실제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이 아닌 ‘원하는 곳에 뿌리를 내리거나 고착할 수 있는’이 되어야 한다. 고착성 유기체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이동할 수 없지만, 식물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이동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식물이 하는 일이며 누구든 지금 인터넷에 있는 수천 개의 동영상을 살펴봄으로써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오늘날 침입성 동식물로 여겨지는 종 대부분은 사람이 가둬둘 수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탈출하면서 이렇게 우리에게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날 우리가 침입성이라고 생각하는 종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항상 있었기에 주변 환경의 일부라고 믿었던 식물 대다수가 실제로는 다소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있던 이민자였다. 오늘날 문화유산의 일부로 인식되는 식물들은 우리와 잘 결합하여 살고 있는 외래종일 뿐이다.
--- 「2장 도망자들,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다」 중에서
이처럼 많은 나무가 과거에서 온 진정한 시간 여행자 역할을 하며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증언을 해주고 있다. 이것은 바로 엄청나게 긴 수령 덕분이다. 예를 들어, 나무의 나이테 성장과 구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1242년 골든 호르드(Golden Horde)의 갑작스런 헝가리 철군 배경 등과 같은 역사의 몇 가지 미스터리를 풀 수 있었다.
--- 「4장 시간을 여행하는 나무들」 중에서
씨앗을 운반체에 위탁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일부 식물은 다른 동료 식물들과 차별화되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이 식물들은 폭발 확산과 같은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도구를 개발하면서, 전반적인 확산 과정을 직접 책임지기로 결정한다.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 분명한 식물계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도구가 태평양에서 발견되었다. 자손의 운명을 폭발에 맡기는 종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이들 몇몇 종은 폭발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시끄러운 소음을 동반한다.
--- 「6장 멸종 동물에게 생존을 맡긴 시대착오자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척자·항해자·싸움꾼·은둔자인 식물!
식물의 거침없는 질주와 그들이 바꿔놓은 놀라운 세상
알고 보면 식물의 세계는 시끌벅적하다. 식물은 동물보다 더 민감하게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자기 의견을 확실히 전달한다. 또한 식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먼 곳, 심지어 열악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어느 식물은 이동과 정착을 넘어 그곳을 정복해냈다. 1986년 원전 사고 이후,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던 체르노빌 출입통제 구역에서 식물은 ‘방사성 핵종 흡수’라는 불가능한 위업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칠리아섬 활화산 출신의 어느 금방망이속(ragwort) 식물은 척박한 토양에서 얻은 생존력을 무기로 한 세기만에 옥스퍼드대학교 도서관의 벽을 점령하고 ‘옥스퍼드 래그워트(oxford ragwort)’라는 별칭을 얻는다.
작가는 식물의 이동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침입식물은 미래의 자생식물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한 예로, 이탈리아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토마토는 중남미 지역에서 건너온 ‘이민식물’이다. 노란색 열매로 사람들의 불신을 샀던 토마토가 빨간색 외피를 입고 사랑받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구의 뛰어난 여행자’ 식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 ‘악성 침입 외래종’ 부레옥잠이 단적인 예다. 20세기 초 부레옥잠으로 미국의 강과 습지가 황폐화되자 ‘하마’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어느 전직 군인의 일화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긴다.
아보카도의 씨앗부터 인류세의 실마리까지
‘시간 여행자’ 식물이 우리에게 건네는 미래에 대한 힌트
아보카도는 어떻게 큼지막한 씨앗을 갖고도 지금껏 살아남았을까? 약 1만 3천 년 전 커다란 씨앗을 삼켜줄 거대 동물이 사라진 후, 아보카도는 위기를 맞는다. 임시방편으로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을 가진 재규어의 도움을 받던 이 식물은 이후 열매를 맛본 인간의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게 인간과 섣불리 제휴한 아보카도는 현재 ‘씨 없는 열매’가 될 위기에 봉착했다. 작가는 오랜 세월을 버텨온 식물이, 신종 곰팡이 변종에 속수무책이 된 ‘씨 없는 바나나’처럼 생존의 위협을 받을까 염려한다.
인간은 식물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함부로 대하기 일쑤지만, 식물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캠벨섬의 어느 가문비나무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남극 연안에 위치한 캠벨섬은 태양이 거의 비치지 않으며 차디찬 날씨에 잦은 비와 세찬 돌풍으로 사람이 정착하기 힘든 무인도다. 20세기 초 어느 괴짜 영국 신사가 이곳에 나무를 심었다. 나무들은 혹독한 기후에 모두 쓰려졌고, 시트카 스프루스(sitka spruce)라는 가문비나무속 종만 홀로 살아남았다. 이 나무는 이후 특별한 증인이 되었다. 핵실험에서 비롯된 방사성동위원소 탄소-14의 최고값이 나무의 나이테에 남아 있던 것이다. 북반구에서 이뤄진 핵실험의 영향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자 완전히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인류세 시작점의 단서가 되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지식의 균형을 부드럽게 맞추면서도, 어려운 과학 용어 대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 세계를 아우르는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과학 독자는 물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종횡무진 지구를 누빈 식물의 일대기는 우리에게 거대한 생태계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지 되새기게 한다. 그리고 식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꽤 매력적이라는 힌트를 건넨다.
추천평
어떤 여행책보다 흥미롭다. 내 곁에 있는 식물이 여행 중임을 알게 된다면 지구에 있는 다양한 여행자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며, 그 무한한 상상력은 그들을 사랑하게 만들 것이다.
- 신혜우,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
이 책에 담긴 일화들은 식물이 동물보다 민감하다고 주장하는 만쿠소의 별난 작은 세계사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 네이처(Nature)
만쿠소는 과학을 역사·철학·유머와 자연스럽게 엮어내며 인간적, 심지어 영웅적인 식물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식물의 놀라운 여정이 미야자키 감독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무시무시한 땅속에서 숲의 영혼 토토로가 이야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 일 마니페스또(il manifesto)
감명적이고 놀랍도록 생동감 넘친다. 만쿠소는 확장된 역사적 탐사와 최근 과학적 연구 사이의 균형을 원활하게 유지한다. 식물의 생활에 대한 권위 있고 매력적인 연구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우아하고 매력적으로 묘사된 식물 탐사. 인간의 개입과 식물의 진화라는 주제가 코코넛나무, 대추야자나무, 소나무에 대한 논의에서 우아하게 얽혀 있다. 자연주의자와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식물 컬렉션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식물학자가 자신이 연구한 식물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 경쾌하고 시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 식물의 놀라운 생활양식과 적응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감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풀잎이나 나무숲을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 스티브 브루사테(Steve Brusatte),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