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브라이스 캐니언의 사진 이미지 쓰기) 수필
피리소리
후두의 가로진 주름살 속에서 피리소리가 새어 나왔다
인디언들의 흑진주 같은 피부속에 농축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색과
애조띤 가락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저 가면의 후두속엔 또 하나의 '영'이 있어 가느다란 줄 틈새로 까만 눈 들이
낯서른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그들이 나를 보고 낸 비상벨 같은 것이었다
경이로움에 튀어 나갔던 내 영혼이 그 소리에 놀라 되돌아 왔다
분지와 악지를 뚫고 솟아오른 저 독특하고 신비한 기둥들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람과 비와 시간이 거슬러 낸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바람과 물과 태풍의 굴곡을 고스란히 몸에 새겨 시간이라는 인내의 과정을 통해서 저토록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것은 자연이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생생한 증언이다
내가 앉고 싶을 대
걷고, 뛰고 싶을 때
누워서 편히 잘 때
저 후두들도 그러고 싶었겠지
그 고통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자기 몸에 낸 가로 줄무늬 생채기가 들숨 날숨 때 마다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지 그런 그들에게 참고 견디는 원동력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바로 저것이다
저기 돌기둥 사이사이에 선 푸른 나무들 그들은 그 푸른잎에 희망을 내다보며 견뎠을 것이다
저들은 어쩜 100세시대 우리들 모습이다
우리의 인생 역경과도 많이 닮았다
만약 저기에 한 두 바위만 서 있었다면 얼마나 초라하고 쓸쓸 했을 것인가
마치 내가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볼 때 마다 깊은 탄식과 애달픈 한숨뿐인 것처럼,
그러나 저들은 모두가 함께 하기에 험한 주름살도 아픔과 수치가 아닌 영광스러운
예슬품이 되어 나라에 크게 효도하고 있지 않은가
어울림이란 저토록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막힌 예술적 가치를 띠고 뽐내고 있는 것이다
저 후두들처럼 나, 너가 아닌 '우리모두' 로 뭉치면 100세 시대 쓸모없는 노인들이 아닌
깊은 주름살 속에 감춰진 지혜와 슬기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마지막 효심으로 행복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아름다운 노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