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마태 5, 12)
1910년 3월 10일 40명의 순교자 축일에
중국 랴오닝성 뤼순(旅順) 형무소 교회당에서 미사가 봉헌됩니다.
미사는 천천히 거행되었습니다.
아무도 급한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저(Wilhelm, 빌렘, 한국 이름 홍석구, 洪錫九 신부) 는 우여곡절로 지난 여러 해 동안 이런 분위기에서 멀어져 있던 가련한 토마스가 이 성(聖)스럽고 거룩한 분위기에 되도록 오랫동안 젖어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서를 봉독한 후 저는 돌아서서 한국어로 된 성경 말씀을 읽고 그것을 제 복사 (服事) 토마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선 우리 주님께서는 군중에게 둘러싸여 설교를 하시고, 그들의 육신을 가엾이 여기시어 고쳐주셨습니다.
그런 다음 목소리를 높여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행복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선포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Beati mites, Beati, qui lugent 마태 5, 4 마태 5, 5)
복음 말씀을 적용하는 것은 쉬웠습니다.
“ 너 역시 주님의 말씀을 들었고, 그분을 괴롭히던 군중과 함께 있었다. 너는 그분이 너의 주님, 너의 하느님이신 것을 믿었고, 토마스 성인과 마찬가지로 그분께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Dominus Meus et Deus Meus 요한 20, 28) 이라고 말했지.
너의 수호성인처럼 너도 그 후로 그것을 잠시 잊고 지냈지만, 하느님께서는 참고 인내하셨다.
너는 이 세상의 행복에서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겠지.
하지만 네가 바라는 것 신앙과 회개와 사랑을 통해 네가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기뻐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gaudete, merces vestra multa est in caelis
마태 5, 12) 라는 구절이다.
복음에서 우리 주님은 착한 강도가 지은 죄를 꾸짖지 않으셨고, 그저 그에게 “바로 오늘 ‘낙원에 있게 될 것’을 약속하셨다.
미사는 수감자 토마스의 영성체로 끝을 맺었습니다. 성체 성사와 노자 성체를 한꺼번에 주었습니다.
저는 토마스의 도움을 받아 제의를 벗고, 참석자들을 향해 돌아서서 통역인을 통해
우리의 종교 예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참석한 모든 이들의 호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석자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그들은 일제히 일본식으로 예의를 차려 거창할 정도로 제게 답례를 했습니다. 그것은 예상 밖의 미사 마침 예식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 훌륭한 인상을 남긴듯했습니다.
그날 저녁 일본 신문 편집자 – 프랑스어를 꽤 잘했는데 - “신부님께서는 선례를 만드셨습니다. 일본 형무소에 종교의 자유를 세우셨습니다.”
그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연로한 일본에 파견된 선교사 존경하올 리뇔 (Ligneul) 신부님은 “빌렘 신부님의 방문 후 그 수감자에 대한 일본 언론의 논조가 하루 만에 바뀐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전에는 언론들이 그를 신념도 도덕도 없는 비열한 암살자로 취급했습니다. 신부님의 방문 이후 그를 전혀 다르게, 호감을 주는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심지어 일본인들은 그를. 적지(敵地)에서조차 용기있는 사람으로 우러러보았습니다.
토마스는 예수님 수난의 희생 제물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자 성금요일이었던 3월 25일을 처형일로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성금요일에 그의 동생들 치릴로와 요한이 마지막 면회를 했는데, 토마스는 기쁘고 선하고 밝은 모습이었으며, 그에게서 그렇게 깊은 존경심을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뤼순(旅順)을 떠나 토마스의 모친에게 아들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이튿날 성토요일 청계동 성당(황해도)에서 카시아노 신부님이 부활찬송을 부르는 중에 “복된 탓이여 (Felix culpa)를 들으며 눈물을 삼키고 있던 때에
토마스는 형장으로 인도되었습니다. 그는 기도를 하겠다고 요청했고. 10분간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나서 결연히 일어나 스스로 교수대로 가서 섰습니다.
“대한 만세 (大韓 萬歲) !”를 외친 후 그는 순순히 밧줄의 매듭에 몸을 맡겼습니다.
우리는 일본 신문을 통해서야 이 상세한 마지막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 이 내용들은 고인의 성격에 딱 맞는 것들입니다.
다음날, 부활절 미사와 알렐루야를 외치고 나서 부활 축일을 위해 사방에서 모인 신자들이 환희에 차 있는 가운데 끔직한 전보가 도착했습니다.
“사형이 집행되었음”
환희의 떨림이 남아 있는 종이
천천히 조종(弔鐘)으로 울렸고
신자들은 흐느끼며 경당에 모여 연도를 바쳤습니다.
첫댓글 눈에 선합니다. 그 분위기에 가슴 뭉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