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편지는 재작년 12월 일병으로 진급하는 이승규해병에게 쓴 편지입니다. 이제 다음달이면 인천상륙할 말년이 되는군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사실 부럽다는 말을 듣는 저로서는 부담(?)스러운 말입니다. 똑 같은 길을 가는 울 후임부모님들께 건방지지만 우리 해병이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복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올려봅니다.
♡ 자랑스런 이승규일병에게...
자랑스런 아들~ 12월이 되니 동장군이 지 역활 한답시구 날씨가 정말 춥구나... 바닷바람은 추위가 더한 법인데 할만하냐? 참을만 하니까 모 필요한단 얘길 안 하겟지...아빠두 이 추위에 새벽부터 택배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퉁이다ㅋ 통화할 때마다 할만하고 잘 있다는 얘길하니 걱정은 안하기루 햇어.
아들~ 해병대 입대한지가 100일이네. 백일 축하하구 일병진급도 축하한다. 지난 1월 해병대 입대한다고 햇을때가 생각나는구나. 고교 졸업두 하기전에 대학입학식두 하기전에 19살 어린나이로 자원입대하겟다는 말을 듣곤, 일찍 군대 다녀와서 시작하겟다는 너의 말을 듣곤,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이 있음에도 묻질 못햇구나...단지, 해줄수 있는 말이 '해병대? 훈련 힘들데 할 수 있겟어?' 이 말 뿐이엇구나... 두번 떨어지구 세번만에 합격해서 8월25일에 해병대 입대. 그날 참 비두 억수로 쏟아지던 날이었지...'아빠 다녀올께요' '그래 수고해라'하는 말과 악수하고 등한번 쓰다듬고 너를 보냇지.. 남들이 울었냐고 묻길래 '뭔소리~ 쿨하게 들여보냇어'하면서 울 아들이 신체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단 많이 성숙해 있음에 뿌듯함도 느끼곤 햇지.. 칠주간의 고된 훈련도 잘 견뎌내고 수료식날 마주쳣을땐 그동안의 감정이 눈물로 나타나더구나..너두 울엇지? 종만아저씨 얘기로는 부자가 부둥켜안고 가관이었다는구나(미친시키 표현을해두 참...)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입대할 때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으니 '연평도나 갈까'하더니 원하던(?) 더 먼 백령도로 배속되었구, 그중에서도 죽어라 훈련만하는 63대대에 배속되고, 그것도 모자라 유격조교라니... 어쩌것냐~ 내 복이려니하구 실무에서 열심히 건강하게 제대때까지 근무해야지...
아들~ 아빠가 몇가지만 부탁할테니 명심하고 군복무 하길 바란다. 이것은 사회생활 할때두 마찬가지다. 첫째. '미쳐라' 이왕 나에게 벌어진 일, 해야 할 일이라면 적당히 할 생각 하지말구, 온 몸, 온 정신을 다해서 해라. 미치지 않으면 좋은 결과도 얻어내기 힘들고,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법이다. 둘째, '즐겁게해라' 즐겁지 않으면 몸이 따르지 않고, 몸이 따르지 않는 억지로 하는 일에는 내 몸만 축나게 되고 흥도 나지 않는다. 셋째, ' 자랑스럽게해라' 남들은 일부러 피하려고 하는일을 너는 자원해서 하고 있잖아.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니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라... 그래야 보람도 더 커지는거야... 아빠가 잔소리 또 하고 있지~ ㅎ미안 전화통화 할때두 비슷한 얘기하면서~~
이승규일병~ 이제 후임두 들어오고 며칠 있다가 최고참 전역하믄 생활실에서 서열5위라고.. 정확히 가운데구나.. 생활실에서 니 위치가 중요한 위치다..선임들 대할 땐 부모님(?)같이 잘 받들고 좋은 것만 배우고, 후임들 대할땐 애인한테 하듯이 잘 챙겨주고 이끌어 주고 해야 니가 선임됬을때 후임들이 너를 따르게된다. 아무쪼록 현명하게 처신 잘해서 선후임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승규해병이 되길 바란다.
훈단에 있을땐 인편도 가끔은 썻는데, 실무배치 받고는 바쁘다는 이유로 첨 편지 쓰면서 잔소리가 너무 많앗지~ 울 아들. 자랑스런 이승규해병~ 이 말 한마디만 하고 끝이다.....
'사^랑^한^다~'
<추신>전화는 가능하믄 토요일 저녁에 해라...바쁜일 끝나믄 산에 다녀야 하는데 전화불통인 지역이 많아서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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