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고개 님을 위한 넋두리 박금란 굴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했지 그 때는 왜 그리 주워온 애들이 많았는지 자식도 버리고 아내도 부모도 조국 위해 한 점 꽃잎으로 날아가 놓고 비 오는 날 서럽게 외로운 날 미쳐서 이 마실 저 마실 도깨비불로 다니다가 노랑저고리 빨강치마 입고 봄빛 맑은 날 찔레꽃 무리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가을걷이 끝내고 굿해서 멀리 보냈지 철철철철철 내미로 도랑물로 서럽게 흘러 오십천 죽서루 지나 동해바다로 가다 더 못가고 발길 달라붙어 등푸른 고등어 보리살로 올라 가던 혼까지 되돌아 밥이 되신 님이시여 꽃잎들 바람넋으로 또 피었네 살아있는 것들 바람결로 애보듬고 채 드러내지 못했던 밑뿌리들 엉킴 잊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땅 속 사랑 핏방울마른꽃잎사랑춤 숱한 고달픔 넋 잃고 그렇게 한 세상 불에 데어도 아픈 줄도 몰랐네 산죽 잎사귀 비수로 배어들었나 쉬쉬쉬쉬 칼바람 일었네 민들레 방금 피어 영문도 모른 채 머리카락 노랑물 들이고 찡긋거리네 분노의 망울 안으로 지우다가 멍든 생핏빛 바래져 파르르 응달에서 더욱 후들후들 떨었던 진달래벙어리냉가슴칼춤 철철철철 눈 녹는 산 물살이 차갑네 냉기에 저려 설녹아 산수유 노오란 생향기 터트리고 사월 얕은 볕에 걸렸네 또 한 번 꽃 피운다고 생강나무노랑가마접은나비 아쉬움 생생한 강옷이 되어 훨훨 흘렀네 쌔액쌕쌕꽝꽝꽝 오십 년 묵도록 쌕쌔기 맞받아치는 소리 백두대간 높은 봉우리 이랑마다 메아리로 함성 되받아 이으며 이으면서 뭉쳐 살아 있었네 그 날의 주먹밥
오십일 년 설날 다음엣날 이월십사일 열시 주먹밥 세 덩어리 똘똘 뭉쳐 수천이 되어 떡고개 넘었네 먹지도 못한 따뜻한 주먹밥 산산히 흩어져 휘발유 밴 누룽지로 달라붙고 재가 되었네 송정 앞바다 미군항공모함 함포사격 우리 바다에서 우리 땅에 퍼댔네 우리 하늘에서 우리 산에 퍼댔네 미군폭격기 휘발유 쏟아붓고 소나기폭탄 때리고 일곱 날 내내 퍼부었네 온 산은 불바다 까아맣게 그슬려 제각각 흩어진 다리 따로 팔 따로 머리 따로 손마디마디따로따로 통닭구이도 몸통째 구워지건만 눈 감고 비명도 삼켰네 삼화 넘어가는 임계 더바지 묻히지 못한 수천의 송장무덤 경찰개 보다 더한 개거품 문 서북청년단 독기 아래 정신 나간 채로 부들들 분하고 떨려 흙 삽질도 어떻게 해댔는지 몰랐네 골짜기를 시체로 메꾸고 흙 몇 삽 슬슬 뿌렸네 새까만 까마귀 떼 산 사람에게도 달라붙었네 송장다리를 물고 쏘다니는 개 세상이었네 개들도 미쳤는지 산 사람을 물고 물었네 죽을 때까지 패대라는 양키쪽지에 서북청년단 미친개들은 길길이 뛰며 산 사람도 산 채로 묻었다네 산채로넋나가벙어리생귀신오십년골골내내 찔레꽃 하얗게 넋 놓고 피는 넝쿨에 잘려진 다리가 걸쳐 있었네 밭을 매면 호미 끝에 머리통이 걸려 나왔네 부황 든 들녘에서 나물을 캐면 팔뚝이 삐죽 손 벌리고 솟아 있었네 빗줄기 거세지 않아도 떠내려 오던 생송장 바위에 걸려 있었네 바람도 햇빛도 사람도 멍하게 살았네마른눈물핏덩이삼킨백치네사랑 꼴딱꼴딱 넘어가는 깔딱고개 찌는 날 한 줄 바람처럼 물살처럼 빰에 스쳤네 보랏빛 꿈 함초롬히 담아내 튼실한 뿌리 내리고 이쁘게 핀 산도라지 꿈결 같은 금잔디떼 어깨에 떠메는 꿈 오십 년 내내 재갈 물려진 떡고개 길 검은 아스팔트 일자로 찌익 반창고 붙여져 고천 가는 시내버스가 깔아뭉개며 횅 내달린다 교과서 한 줄에도 아직 박히기는커녕 아름다운 것에 미친 것이 아름다움이었네 팔랑팔랑 날아가는 땅 속 사랑 꽃날개에 미쳤네 님이시여 |
첫댓글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 뚝 떨어질것같은
붉은 심장같은 시네요
우리 역사의 질곡과 아픔
그리고 승화..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
아무 죄도없이 억울하게 비참히 짓밟혀 간 민족의 영혼들,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며 옵니다.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우리 후대의 책임이 너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