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눈에 기적이)
이재영
대학 1학년 한 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가 제대하여 복학했다. 전에는 맨 뒷좌석에 앉아 강의를 들어도 잘 보였던 흑판 글씨가 앞좌석에 앉아도 보이질 않는다. 불편해서 미칠 것만 같다. 그 때는 책이 없어 거의 노트 필기로 배웠던 시대라 공부를 할 수 없었으니 더욱 답답했다. 안경을 맞추어 쓰고 맨 앞좌석에 자리를 잡았으나 필기가 늦고, 오자와 탈자가 많았다. 안경을 쓰니 여름에는 땀이 비 오 듯 흘러서 자주 안경을 벗고 닦아야 했다. 갖고 다니기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안이었다. 천신만고로 한 학기를 마치고 나니 눈이 저절로 좋아졌다. 대학 초기엔 멋으로 도수 없는 안경을 맞추어 쓴 적도 있지만 그 후부터 안경에 대한 매력을 잃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이젠 색안경이 몹시 쓰고 싶다. 눈을 보호한다는 차원보다 색안경을 쓴 사람이 멋있고 돋보였기 때문이다. 자취생활에 없는 돈을 쪼개어 시장 노점상에서 팔고 있는 색 안경을 샀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모래밭에서나 바닷가에서 써보았다. 검은 색이라 생각했던 안경에 세상이 온통 연두색으로 나타났다. 별천지를 보는 듯 황홀하고 눈도 편안했다. 그러나 그 안경을 얼마 쓰지 못했다. 그것을 남이 썼을 때는 그렇게도 멋있어보이던 안경이건만 내가 쓰니, 불량한 청년 같다. 그것을 쓰고는 아는 사람이나 어른들 앞에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고향에 한 친구가 그 안경을 탐내기에 본전에 팔고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그 후부터 안경에 관한 매력과 집착은 완전히 사라졌다.
50대 중반 어느 날 아는 집에 전화를 거니 다른 집이 나왔다. 몇 번을 걸어도 연속 다른 집이 나왔다. 이상하여 자세히 살폈더니, 같은 집 전화번호 3자가 어떤 때는 8자로 보이기도 하고, 6자로도 보인다. 그러하니 한 집에 전화를 하려면 보통 서너 집에 전화를 걸기가 예사였다. 할 수 없이 돋보기를 몇 개 사서, 직장과 방마다 한 개씩 두고 사용했다. 신문을 볼 때는 돋보기안경을 썼으나, 조금만 읽으면 눈도 아프고 피로하여 오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안경의 도움으로 직장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퇴직 후 시간이 남으니, TV나 유명 인사들의 건강에 관한 강의에 자주 귀를 기울였다. 눈귀가 밝은 노인들의 체험담을 듣기도 했다. 공통적인 이야기가 눈이 오랫동안 밝으려면, 마사지를 하고 눈도 운동을 매일 하라고 한다. 나는 눈도 침침했지만, 겨울만 되면 한 쪽 눈에 눈물이 흘러 민망할 정도였다. 안과 병원에 갔더니 수정체에 눈물샘으로 연결된 길(도랑)이 무너졌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길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기에. 그 것이 싫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노화 현상 같다. 피부에 탄력성이 떨어져서 수정체의 두께 조절이 잘 안되어 오는 노화 현상을 나는 잘 안다. 그 때부터 세수를 할 때 찬물로 손을 깨끗이 씻고, 물이 묻은 손끝 바닥을 눈이 움푹 들어간 언저리에 놓고 손바닥은 뺨 쪽 양 얼굴을 싸고 부드럽게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30회 정도 마사지를 했다. 노화된 피부에 탄력을 주기 위해서였다.
5 개월 정도 지나니 기적이 일어났다. 실로 바늘귀를 단 번에 꿸 수 있고, 돋보기를 벗고 신문을 읽는 것이 더 편했다. 눈물이 나던 눈도 언제 좋아졌는지 모르게 나았다. 하도 신기하여 집사람에게 지금 내 눈이 밝아진 것 같다고 했더니, 일찍이 노망한다고 핀잔을 잔뜩 준다. 그러나 그런가 하고 그 후부터 세수할 때마다 50회로 마사지 횟수를 늘렸다.
또 5 개월이 지나갔다. 의료보험 공단에서 종합 검진 의뢰서가 왔다. 병원에 가서 시력 검사를 했더니, 의사가 깜짝 놀라며 “눈 좋으시네요?” 한다. 얼맙니까? 하고 물었더니, 1.5라고 한다. 젊을 때도 가장 눈이 좋을 때가 1.0 이었기에 믿어지지 않아 다시 재어보라고 했다. 몇 가지 시험을 한차래 더 한 후 역시 1.5 라고 했다. 나는 뛸 듯 날 듯 기뻤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꼭 꿈같았으나 엄연한 현실이니,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젊을 때 가장 좋았을 때도 1.0이었던 눈이 1.5가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적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때는 안경이 나의 눈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유용하게 잘 쓴 돋보기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맨 눈으로 아무리 책을 읽어도 눈이 아프거나 피로하지 않았다. 안경을 안 쓰니, 얼마나 편하고 편리한지 모른다. 이젠 안경에 대한 매력도, 스트레스도 완전히 사라졌다. 안경 때문에 아침 세수 때와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눈과 얼굴을 찬물로 마찰하는 것은, 나의 의무요 습관으로 되었다. 그 결과 눈도 밝아지고 눈꺼풀이 처지는 일도 없다. 얼굴도 팽팽하고, 윤기가 흘러 로션만 발라도 화장발을 잘 받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눈이 몸의 일부로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다. 신체는 부모로부터 받은 선물이라 더욱 잘 보전하여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안경을 쓰지 않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리리라 결심해 본다.
첫댓글 이야, 정말 기적이네요^^ 시력이 현저히 나빠져 고민이었는데 저도 찬물 마찰을 해봐야겠어요^^ 다친 다리는 괜찮으세요???
이솝 사무국장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염려하여 주신 덕택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요즈음 실내 운동용 자전거를 사놓고 매일 8km씩 보름정도 탔더니 그 결과 좋아진것 같습니다. 눈은 여러사람들에게 이야기하였더니 실시해본 결과 좋아진 사람이 많습디다. 장기간 꾸준하게 해보십시요. 해롭지는 않으니까요.
이재영 선생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망하시는 모든일들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건강하세요. 좋은 글 읽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니 어쩜 이리 신기한 일이~~~ 저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