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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집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
979-11-92096-14-8 / 130*210 / 128쪽 / 2022-07-10 / 10,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홍준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에는 시인이 드리운 깊고 그윽하고 따뜻한, 그늘이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울퉁불퉁 지나온 길”. “보이지 않는 바다 밑 구릉 여러 차례 넘느라 숨이 찼던” 양지쪽만은 아니었을 생을 건너온 시인이 시집에서 그려내는 그늘은 누구나 쉬었다 가고 싶은 당김이 있는 곳이다. “겉보다 속이 넓은 소쿠리 터 옴팡집(「옴팡집」)” 같은 그늘, 그 자리에 느긋하게 자리 잡고 앉은 시인이 곁을 내어주며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군말 없이 단정, 담백하여, 고맙고 아름다운 보시의 시편이 되었다.
■ 저자 소개
홍준표
- 철학박사
-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 가톨릭문인회, 형상시학회 회원
- 시집 『커튼 콜』, 『구조적 못질』, 『허술한 반성』,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
■ 목차
시인의 말
1부
머리 올리기 / 위로 / 겨울눈 / 봄, 관심 / 웃자란 봄 / 봄, 바이러스 / 진달래 배웅 / 연적 / 자목련 편지 / 안구건조증 / 별빛 자리 / 물거품꽃 / 유용한 그늘 / 풍경의 푸념 / 비경의 문 / 소확행 / 비풍회 일전 / 저녁의 매직이 궁금하다 / 즐거운 부활
2부
허명 / 꿈보다 해몽 / 이발 / 수선 / 길 안의 만다라 / 풍번문답 / 지극한 경지 / 부처 되어주기 / 우화에 머물다 / 묵과 또는 과묵 / 그림자 얼굴 / 오메가 포인트 / 그림자 따돌리기 / 프란치스코의 스프 / 돈오돈수 / 우연의 뜨락 / 분홍의 꿈 / 마늘쫑 뽑기
3부
3월 사문진 / 득음 / 광화문 / 루왁 / 가시꽃 / 신수를 엿보다 / 고택 음악회 / 의혹 / 발을 빼다 / 경계에서 / 아홉 고개 / 인수분해 / 반가 자세 / 삐걱거리는 음모 / 거기 누구 없소 / 추상하다 / 비몽 / 따뜻한 관망 / 트레킹
4부
시집살이 / 횡단보도 앞 / 옴팡집 / 수밀도 / 맷돌시계 / 정류장에서 / 돌미나리 / 만추 / 이별 바라보기 / 탈피를 위한 장치 / 구조 분석 / 등골 / 지워진 이름들 / 호르몬결핍증후군 1 / 호르몬결핍증후군 2 / 메멘토 모리 / 이팝나무 길손 / 안심에서 명곡까지 / 행복 선언
|해설| 시적 발견이 빚은 비경, 그 속살 엿보기_박종현
■ 출판사 서평
…// 철마다 낡아서 볼품없는 나는/ 무얼 떼어 건네주면/ 또 다른 몫의 빛살이 될 수 있을까?//… // 남은 내 푸른 발자국들도/ 뻥 뚫린 누군가의 가슴/ 성큼성큼 다가가/ 잠시 쉬어갈 의자라도 되고 싶다 -「즐거운 부활」 중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에는 다양한 성격의 시편이 실려 있다. 삶의 이치를 순행하는 자연의 섭리에 빗대, 희로애락을 안고 산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긍정하고, 그 갈지자 만행의 인생길을 마침내 기꺼이 부둥켜안고 위로하는 위안의 시편이 다수 있다, 또 치열하게 탐색하는 삶의 근원적 질문을 시적 사유로 풀어놓는 시편이 있는가 하면, 지극하고 절대적인 세계를 바라보는 듯한 구도 시와 같은 시편에 이르러서는 시인의 사유가 걸어온 시적 노정이 구현한, 삶의 깊은 철학-사랑과 자유-을 맘껏 음미할 수 있게도 한다.
…// 뒤섞이며 보채다가 마침내 어우러지는 형형색색의 인연도 이렇게 우연인 듯 찾아들 오고//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백반의 의중에는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꽃물 녹물 범벅의 솥에서 꺼낸 이름 없던 갈색천 그늘에 널어 천천히 말린다 –「우연의 뜨락」중에서-
어스름 들려 할 때/ 슬그머니 초록을 내려놓는/ 늙은 느티나무가/ 내게 바람의 길을 묻는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잊어버렸거나/ 수백 번 잊어버린 체했다// 나무는 또 물어온다/ 당신은 누구신가/ 늘 물어보면서도 처음인 것처럼// 더 들려줄 말 없는 나는/ 말 없는 말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묻는 자와 답하는 자/ 서로의 몸짓이/ 닮아가고 있다 –「묵과 또는 과묵」 전문-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은 “체험을 직조織造하여 쓴 시, 죽음과 재생의 미학이 스민 시, 상상을 통해 찾은 시적 발견을 상상의 거푸집으로 설계한 시 등 홍준표 시인의 다양한 시 세계는 유불선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 청량산의 속살만큼이나 아름다운 비경을 독자들에게 선사해주고 있다.”라고 평한 해설(박종현 시인)처럼 다채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색깔의 시편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각 편의 시편이 시인이 애초에 말하고자 한 시적 정신, 모든 존재와 삶을 대하는 자세인 ‘사랑’과 ‘연민’의 정서를 시의 그늘에 충만하게 담고 있어서 정녕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이 되었다.
…// 두 짝의 신발 모두 바깥이 닳아 있어/ 한참을 더 봅니다// …/ 지나온 길 울퉁불퉁했냐고/ 묻고 싶어 합니다// 닳은 바닥 말없이 어루만져줍니다/ 편파성 내 버릇에 덧씌운 그의 연장들이/ 새로 깐 아스팔트 길을 열어줍니다// 삐뚤어진 발이 수선 중입니다// 깊어진 믿음에 접착제 발라/ 신도 발도 고칩니다// 발도 신을 고칠 수 있겠습니다 -「수선」 중에서-
홍준표 시인의 시는 현학적이지 않다. 담백하고 진실하다. 그렇다고 쉽게 바닥을 드러내 보인 시도 아니다. 녹음 짙은 초여름의 청량산처럼 푸르름이 우거져 있어 깊은 그늘과 두터운 바닥을 담고 있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홍준표 시인의 시가 깊고 그윽한 것은 체험과 삶을 바탕으로 하여 직조했을 뿐만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매우 독특한 시각에 다 따뜻한 체온을 담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 박종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