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어떻게 해결
해야 하나요?
시어머니가 결혼 전에는 잘 대해 주셨는데 지금은 너무 심하게 질투를 하세요. 시어머니와 경계를 유지할 줄 모르는 남편한테 "차라리 나랑 이혼하고 어머니하고 살지?"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우리 부부사이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A.고부간의 갈등, 우리 한국에서 대표적인 가족 안의 관계 갈등입니다. 특히 사회변화와 더불어 핵가족화
되면서 고부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어 오고 있고, 이로 인해 서로 간뿐만 아니라 손자손녀, 그리고 자식들과도 단절하고 지내는 아픔을 경험하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즉, 시어머니 쪽에서는 결혼한 아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고부
갈등으로 인해 이혼으로 이어지는 부부들도 많이 있습니다.
고부간의 만성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갈등이 생기게 되는 과정을 잘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
합니다. 이러한 갈등은 가족치료에서 소위 '삼각관계'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남편(아들)을 가운데 두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친밀감 쟁취를 위해 벌어지는 적대
적 긴장관계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사람은 누구나 정서적 애착을 필요로 합니다. 만약 남편이 떠나고 홀로 남았다면 시어머니는 외로움으로 아들과의 애착을 더 필요로 할 것이고, 이때 시어머는 며느리에게는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 반대로 며느리가 아들을 독차지
하려 한다면 이 또한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적개심의 표적이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느 정도는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그 정도가 심화되거나 만성화되면 부모와 자식간에 단절을 하기도 하고, 부부관계가 와해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도의 심화는 개개인의 성숙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미성숙하면 할수록 자신의 불안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중요한 타인과 융합을 맺으려 합니다.
융합은 진정한 친밀함과는 다른 지나친 밀착이며, 상대방과 나 사이의 적절한 경계선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서로간의 고유의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독점해야 하고, 상대방이 만약 동의해 주지 않거나 맞추어 주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상대방의 정체성 발달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정서적 필요를 위해 상대방을 자기편으로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남편(아들)에게 핵가족이나 시댁 둘 중 택일을 강요하지 않고 둘 다 유지할 수 있음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양자택일은 상처와 아픔을 우리 가정에 가져옵니다.
이 경우 삼각관계에 있는 세 사람
모두 삼각화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남편(아들)이 가장 곤란한 입장에 있는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고부간 역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는 공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보다 더 궁극적인 해결은 가족치료에서 말하는 분화(개인적 성숙)를 통해 자신의 건강한 자아를 유지하면서 가족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김경 교수/서울여대 목회상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