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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집 제24권 / 잡록(雜錄) / 采薪雜錄
天以生爲德。以自然爲道。人能體天。而以生爲德則天德也。以自然爲道則天道也。總而言之則誠也。故誠則聖矣。聖則天矣。
言者。所以設敎也。學者因言以見道。道得則無事於言矣。孔子曰。予欲無言。聖人與天爲一。故能不言而敎。
士君子生世。動作云爲。無非事者。唯學道而有得於心者最是大事。能了此大事者。古今有幾人哉。
學者。將以求道也。故爲學非難。聞道爲難。聞道非難。信道爲難。信道非難。得道爲難。得道非難。守道爲難。守道非難。成道爲難。苟非知道者。孰知其難若此。能知其所以難則斯無難矣。
萬物皆生成於天地。天生之地成之。而天地未嘗責報於物。物未嘗歸功於天地。此天地之所以大也。唯聖人能法天地。故曰惟天爲大。惟堯則之。至於不識不知。帝力何有。則眞同天地矣。
人生天地間。抱負極大。雖有伊周事業。孔孟學問。皆不過本分內事。或者竊竊焉自以爲多。豈非淺且小哉。
易言洗心盡性。孟言存心養性。愚謂洗心盡性。聖者事也。存心養性。學者事也。存心以至洗心。養性以至盡性。則學之能事畢矣。
論語曰。有若無實若虛。愚謂有若無者。有而無。無而有。實若虛者。實而虛。虛而實。此顏子所以如愚也。虛無二字。見於經傳中者如此。與老莊之旨不同。
孔子曰。古之學者爲己。今之學者爲人。程子曰。古之仕者爲人。今之仕者爲己。夫學則爲人。仕則爲己。此所以今不及古也。
天地主育萬物者也。而地不能自生。生之者天也。天不能自成。成之者地也。天地之生成。乃陰陽動靜之爲也。
學以聖賢爲的。而今學者自視太卑。斷然以聖賢爲不可學。是甘爲小人。而不甘爲聖賢。豈所謂學哉。
揚雄言學者所以脩性。楊龜山曰。六經不言無心。惟佛氏言之。亦不言脩性。唯揚雄言之。心不可無。性不假脩。愚謂脩性改作循性則可矣。中庸所謂率性。乃循性之謂也。
人各有所當爲之事。在己性分內。不假外求。而早夜孜孜。惟務餘事。雖盡一生之力。畢竟無補於身心。而滾同流俗。爲虛生夢死之人。哀哉。
跡隱非難。心隱爲難。山林非高。朝市爲高。所謂至人者。跡乎俗而心乎隱者也。
知其性則能知天。盡其性則能盡道。盡道者合乎道。知天者合乎天。
一者。誠也。主一者。誠之者也。
邵康節曰。天火無體之火也。地火有體之火也。愚謂火本無體。體之者物也。天火地火。其無體則一也。
人之生也。受天地之性以爲性。稟天地之氣以爲氣。故人之心。卽天地之心。古人謂自欺其心者。所以欺天地。可不懼哉。
憂之者不若樂之者。樂之者不若忘之者。然以樂忘憂。猶有所係。不若憂樂之兩忘。
程子曰。視聽思慮動作皆天也。蓋以其出於自然。故曰天。愚謂天者。無妄之謂。目無妄視。耳無妄聽。心無妄思。身無妄動。則雖人亦天也。反是者。違天而入於禽獸矣。
程子曰。學之而不養。養之而不存。是空言也。愚謂學以存養爲要。學而不養。猶不學也。養而不存。猶不養也。夫養之而不存。亦其省察之功。有所未至故也。
天卽理也。六經中言天者。大抵以理而言。性曰天性。命曰天命。位曰天位。爵曰天爵。民曰天民。工曰天工。以至事事物物。無一不係於天。故古昔帝王。法天而行道。奉天而行事。敬之而不敢忽。體之而不敢違。天人相與之際。可謂至矣。後世不明此理。乃以天爲高遠。慢天而不省。背天而不顧。則天與人遂分而二矣。世之爲士者。讀聖賢書。不啻熟於耳口。而顧於身心上不曾體認踐履。故往往從俗浮沈。只取利祿。以言其志節則掃如。以言其政術則蔑如。終不免爲庸人而已。寧不愧乎。
天主動地主靜。人主動與靜。故天不能兼地。地不能兼天。能兼之者人也。
人以生爲貴。以死爲諱。然死而不朽。謂之不死。死而不死則反貴於生。
寡慾以至於無慾。存養之至也。閑邪以至於無邪。省察之至也。
物亦我也。我亦物也。故聖人無我。能無我則無物。
簡以制煩。靜以制動。二者。乃處事應物之要也。
張子曰。淸爲異物。和爲徇物。愚按此指夷,惠而言。異物。不同於物也。徇物。不違於物也。然不念舊惡則非絶物也。直道三黜則非逐物也。
坎。陽入陰中。有陷之象。離。陰居陽內。有麗之象。
天地有形。故有盡。道無形故無盡。
性者。人所固有。雖聖人亦無所增加。唯盡其在己者而已。故曰率性之謂道。道外無性。性外無道。道卽性。性卽道也。
學而有得然後能樂。非樂。不足謂學。
朱子曰。動而常止。靜而常覺。愚謂動常止。動中靜也。靜常覺。靜中動也。聖人之心。無動靜一也。
恥之於人。大矣。有恥則有所不爲。無恥則無所不爲。天之自然。謂之天道。體道自然。謂之聖人。故觀乎天道。可以見聖人。觀乎聖人。可以見天道。
道本無形。形之者天地也。然道在天地。而天地不能自行。行之者人也。行之而能盡三才之道者。其唯聖人乎。
重義者重內。重利者重外。外重則內輕。內重則外輕。自然之勢也。
火生於無。故無質。水生於有。故有質。無質者陽也。屬於天。故其性喜上。有質者陰也。屬於地。故其性喜下。傳曰。萬物皆備於我矣。夫天地萬物。本吾一體。故善窮萬物之理者。不于萬物。于一身。
以物觀物而不役於物。則吟詠在物而不在我。所謂思無邪者也。
窮則獨善其身。達則兼善天下。伊,傅是已。達則兼善天下。窮則兼善萬物。孔子是已。
黃勉齋曰。今人於身體衣服。切切求過人。而心上却全不理會。愚謂心。內也。身體衣服。外也。人之輕內重外如此。何不思之甚也。
朱子曰。中年以後爲學。亦須愛惜精神。愚謂愛惜精神。亦所以爲學也。
鬼神。造化之跡也。造化難見而鬼神易見。於寒暑之往來。人物之死生。其迹可見。
生必有死。盛必有衰。理也。能知此理則知禍福得失之相因。如寒暑晝夜之相代。不可以巧避。不可以妄求。一聽於天而已。有何欣戚於其間哉。
人有才者。須是含蓄得深。深則不露。淺則露。唯含蓄不露者。可以當大事。
心不異口。口不異心者。君子之常也。唯存諸心。不出諸口。最爲有味。能味此味者亦鮮矣。
無心過者。無愧於天。無口過者。無愧於人。無愧於天人則可以無歉於死生。
學者涵養之功。不但於言動上見之。雖夢寐間。亦可以卜之。先正言夢寐顚倒。卽是操存不固。若操存得定。則寐時當與覺時同矣。
先儒曰。德盛者言傳。文盛者言亦傳。愚謂一言而爲法於天下後世者。有德之言也。若徒文而已者。傳之亦可。不傳亦可。烏足道哉。
讀書。所以明理。理之所蘊。有非文字言語所能盡者。唯用力於文字之外。而有所自得。然後可謂善學矣。所謂不言而信。非無言也。不動而敬。非無動也。信而後言。猶不言也。動而常靜。猶不動也。
公於己者公於人。公於人者公於物。是之謂大公。廓然與天地一矣。
范純夫女謂孟子不識心。心豈有出入。愚謂心之出入。以心之走作而言。此女但知血肉有形之心。而不識神明不測者之爲心。渠自不識心。烏足以知孟子哉。
揚子曰。潛心于淵。神不外也。愚謂此言。雖係修養家事。足爲學者存心之法。古人云眞人之心如珠在淵。衆人之心如泡在水。亦此意也。
邵子曰。觀物者。非觀之以目而觀之以心。非觀之以心而觀之以理。愚謂聖人之心。本備萬物。而無一物。夫惟無物。乃能見物。蓋逐物者蔽於物。而虛心者足以燭物故也。
凡人之心。卽天也。心之神。卽天之神也。蓋心者。身之主。神者。心之主。如詩曰神之格思。不可度思。又曰神之聽之。終和且平是已。故君子事心如事天。存心以存神也。
人有少而勇老而怯。少而廉老而貪者。夫勇與廉。見於外。貪與怯。存諸內。少之時。其中非不貪且怯也。血氣方剛。有以御乎外。故怯變而勇貪變而廉。及其氣衰。志不能帥氣則勇者怯廉者貪。人見其外。不見其內。故疑其前勇而後怯。昔廉而今貪。實不然也。若以義理爲養者。豈有老少之變哉。
程子曰。君貴明不貴察。臣貴正不貴權。愚謂察者。不明故必歸於暗。權者。不正故必至於譎。暗者。明之反。譎者。正之反。
古者。養民唯恐不足。今者。取民惟恐不足。夫養者不取。取者不養。養而不取者。民安而國治。取而不養者。民散而國亂。
程子曰。作新人才難。變化人才易。愚謂善人用則時多善人。是變於善者也。不善人用則時多不善人。是變於不善者也。況變而之善難。變而之不善易。爲人上者。用舍可不審哉。
一身之利。無謀也。而利國家則謀之。君子之用心也。國家之利。無謀也。而利一身則謀之。小人之用心也。夫利其身者。不利於國。利其國者。無利於身。然利其身者。不顧國家之成敗。而其國喪亡。身且不保則爲利小矣。利其國者。不念一身之利害。而其國治安。身亦與享則爲利大矣。是故。君子不以利爲利。
朝聞道。夕死可矣。古者敎不躐等。道在必行。故非幾於道者。不可以得聞。聞其道者。卽得其道者也。如曾子聞一貫之道。子貢聞性與天道是已。若後世以口耳爲學者。雖或聞道。實無所得。生爲浪生。死爲虛死。吾未知其可也。
心是活物。而循乎天理則活。梏於人欲則死。死則不活。活則不死。
邵子曰。人之爲道。當至於鬼神不能窺處。愚謂鬼神不能窺處。中庸所謂上天之載無聲無臭是也。
學以得道爲至。學而未至則守學以死。學而至道則守道以死。故文中子云學者沒身而已。
水鏡之爲物。湛然虛明。無心照物。而物自來照。常定常應。故君子象之。
易以變易爲主。故無體。神以有無爲體。故無方。
咸爲無心之感。兌爲不言之說。無心之感。感之至也。不言之說。說之至也。
古人曰。此生不學一可惜。此日閑過二可惜。此身一敗三可惜。愚謂不力於學。故有玩日之患。不明於學。故有喪身之辱。二者皆不學之過也。
乾爲萬物之父。坤爲萬物之母。故天地者。人之父母。父母者。人之天地。人之身。卽天地父母之身也。自敬其身者。謂之敬天地父母。自慢其身者。謂之慢天地父母。人能敬其身而不敢自慢。則可謂能孝矣。
食爲民天。民爲君天。天者。所仰而生者也。故民去食則必死。君棄民則必亡。以其無天故也。
學不貴博而貴於不雜。文不貴奇而貴於不凡。故務博者不博。尙奇者不奇。
程子曰。滿腔子是惻隱之心。註腔子。猶軀殼也。退溪先生云皮甲之內。通謂之腔子。愚按腔子。乃三焦。包含腸胃之統司也。所謂心要在腔子裏是已。謂之軀殼則未免太泛。
觀萬物之生意則可以見天地生物之心。生物之心。仁也。人能以天地生物之心爲心則仁矣。
程子曰。敬勝百邪。愚謂人能主敬則群邪自退。所謂不戰而勝也。
爲學在勤。勤則得之。不勤則不得。然亦性近者。得之易也。
程子曰。孟子才高。學之無可依據。愚謂孟子言必有事焉而勿正心勿忘勿助長數語。最可體認。孟子天資超邁。而其功夫切着如此。學者所當用力處也。
人能一日有一日工夫。一月有一月工夫。則自然漸進矣。
非天地。無以見易。非易。無以見聖人。
儒者之言。通而實。老子之言。高而賾。釋氏之言。大而夸。世之人。有厭吾道而不爲。見二氏而慕之。此與棄其粱肉而嗜遐方異味者無異。不亦惑乎。
人生四十爲彊。彊非獨血氣之彊而已。血氣方彊則心志亦彊。故君子至是。所守堅定。孔子之不惑。孟子之不動心。此也。
五十始衰。蓋人之從壯得衰。從衰得老順也。君子安時處順。故樂而忘憂。易曰樂天知命。故不憂。孔子之五十知天命者此也。
道書有云身不動精自固。心不動氣自定。意不動神自靈。愚謂此可爲吾儒靜坐之法。然其機在眼。制其心者。必先制眼。故君子非禮勿視。
學貴習。習則熟。不習則生。學者之涵養省察。所以習也。積而至於義精仁熟。其效也。大抵人之善惡。皆在乎習。習於善者爲善人。習於惡者爲惡人。故曰習慣如自然。
道在於民生日用之間。夏葛而冬裘。飢食而渴飮。卽道也。外此而言道者。非矣。莊子所謂道在屎尿。雖粗說。亦有見乎此也。
以己之知爲知。以己之見爲見者。衆人也。唯君子。不以己知爲知。而以天下之知爲知。不以己見爲見。而以天下之見爲見。故於天下事物之理。無所不知。無所不見。以其無私故也。
韓子曰。神不注於外則身全。身全之謂得。得者。得身也。以此言之。人之得其身者蓋寡矣。況心爲一身之主宰。操之則存。舍之則亡。失其心而能得其身者。未之有也。可不謹哉。
造化一於靜。故能發育萬物而不息。人心一於靜則亦能酬應萬變而不窮。是故。君子爲學。以靜爲本。
孟子曰。反身而誠。樂莫大焉。愚謂因孟子之言而究孔顏之樂。則其所以樂者。亦庶幾可見。
夫學如射。射者。志於鵠者也。苟志於鵠。雖不中。不遠矣。故學莫先於立志。尤莫貴於所尙。
古人曰。耕堯田者有水慮。耕湯田者有旱憂。耕心田者無憂無慮。日日豐年。愚謂顏子之樂。蓋其心田熟也。
傳曰。容貌辭氣。乃德之符。先儒云須要理會氣象。所謂氣象者。於辭令容止輕重疾徐。足以見之。不惟君子小人分於此。亦貴賤壽夭所由定也。
海瑞曰。寧爲天下第一等人。毋徒爲天下第一品官。此言最好。爲士者以此自礪。則不落第二等矣。
目前之計。莫如種學。身後之計。莫如種德。
古人曰。逆境。所以鍛鍊乎人也。鍛鍊愈精。成色愈足。愚謂逆境者。天之所以玉人于成也。虞舜遇之。爲大孝。周公遇之。爲大忠。況下焉者乎。人能無以逆境爲逆則善矣。
杜夷曰。玉以石辨。白以黑昭。故醜好相形。愚謂小人之惡君子。以其辨於己也。
楊升庵曰。莊子語暗合中庸。尸居而龍見。不見而章也。淵默而雷聲。不動而變也。愚亦謂尸居龍見。莫見乎隱也。淵默雷聲。莫顯乎微也。
寂然不動者謂之性。其發動者謂之情。心則貫動靜而爲之主宰。故曰心統性情。
以身體道者大。以身體天者聖。體道者能體天。體天者能體物。
黃山谷曰。佩玉而心若槁木。立朝而意在東山。愚謂士不可一日無此心。士而無此心則爲富貴利達所動。而必不能輕爲去就。然則有此心者。仕而隱者也。無此心者。隱而仕者也。
存心明理者。聖學之旨也。煉心合道者。道家之要也。卽心見性者。釋門之證也。三者皆以心爲主。而作用不同。世人乃欲一之。妄謂三敎同源。豈不謬甚矣哉。
지봉집 제24권 / 잡록(雜錄)
채신잡록〔采薪雜錄〕
1
하늘은 생성을 덕(德)으로 삼고 자연을 도(道)로 삼으니, 사람이 하늘을 본받아 생성을 덕으로 삼으면 천덕(天德)이고 자연을 도로 삼으면 천도(天道)이다. 총괄해서 말하면 성실함[誠]이니, 따라서 성실하면 성스럽고[聖], 성스러우면 하늘이다.
2
말이란 가르침을 베푸는 도구이다. 학자는 말을 통해 도를 보니, 도를 얻으면 말에 대해 일삼을 것이 없다. 공자(孔子)가 “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予欲無言]”라고 하였으니, 성인(聖人)은 하늘과 하나이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고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3
사군자(士君子)가 세상에 살면서 일상의 모든 동작과 언행이 일 아닌 것이 없지만, 오직 도를 배워 마음에 터득함이 있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이 큰일을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이 고금에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4
배움은 장차 도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를 듣는 것이 어려우며, 도를 듣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를 믿는 것이 어려우며, 도를 믿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를 얻는 것이 어려우며, 도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를 지키는 것이 어려우며, 도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도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 진실로 도를 아는 자가 아니라면 누가 그 어려움이 이와 같은 줄 알겠는가.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5
만물은 모두 하늘과 땅에서 나고 이루어진다. 하늘이 낳고 땅이 이루어주건만 천지(天地)는 만물에게 보답을 요구한 적이 없고 만물은 천지에 공을 돌린 적이 없으니, 이것이 천지가 위대한 이유이다. 오직 성인(聖人)만이 천지를 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직 하늘이 위대한데 요 임금만이 그를 본받았다.[惟天爲大 惟堯則之]”라고 하였으며, “불식부지(不識不知)”와 “제력하유(帝力何有)”에 이르러선 참으로 천지와 마찬가지이다.
6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남에 포부가 극히 크니, 비록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의 사업과 공자와 맹자의 학문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 본분 안의 일에 불과하다. 그런데 혹자는 좁은 소견으로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니, 얼마나 천박하고 소소한가.
7
《주역》에서는 “마음을 씻고 성을 극진히 한다.[洗心盡性]”라고 하고, 《맹자》에서는 “마음을 보존해 성을 기른다.[存心養性]”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마음을 씻고 성을 극진히 하는 것은 성인의 일이고, 마음을 보존해 성을 기르는 것은 학자의 일이다. 마음을 보존해서 마음을 씻는 데 이르고 성을 길러서 성을 극진히 하는 데 이른다면 학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이리라.
8
《논어》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기고, 가득해도 빈 것처럼 여긴다.[有若無 實若虛]”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있어도 없는 듯이 여긴다’는 것은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이며, ‘가득해도 빈 것처럼 여긴다’는 것은 가득하면서도 비고 비었으면서도 가득한 것이니, 이것이 안자(顔子)가 어리석어 보이는 이유이다. ‘허(虛)’와 ‘무(無)’ 두 자(字)가 경전에 보이는 것이 이와 같으니, 노장(老莊)의 뜻과는 다르다.
9
공자가 이르기를 “옛날 학자들은 자신을 위해서 하였는데 오늘날의 학자들은 남들을 위해서 하는구나.[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하였고, 정자(程子)는 “옛날 벼슬아치들은 남들을 위해서 하였는데 오늘날의 벼슬아치들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구나.[古之仕者爲人 今之仕者爲己]” 하였으니, 학문은 남을 위해서 하고 벼슬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이 옛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이다.
10
물은 안쪽이 밝고 바깥쪽이 어두우며, 불은 안쪽이 어둡고 바깥쪽이 밝다. 따라서 군자가 잔잔한 물을 거울로 삼아 비춰보고 맹렬한 불을 거울로 삼아 비춰보지 않는 것은, 그 밝음이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11
하늘과 땅은 만물을 양육하는 것을 주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땅은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고 생성하는 것은 하늘이며, 하늘은 스스로 이루어주지 못하고 이루어주는 것은 땅이다. 하늘이 생성하고 땅이 이루어주는 것은 바로 음(陰)과 양(陽)이 동(動)하고 정(靜)하는 작용이다.
12
학문은 성현(聖賢)을 목표로 삼는데 오늘날 학자들은 자신을 몹시 하찮게 여겨 단호하게 성현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소인(小人)이 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고 성현이 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어찌 이른바 ‘학문’이겠는가.
13
양웅(揚雄)이 “학문이란 성을 닦는 것이다.[學者所以脩性]”라고 하였는데, 양구산(楊龜山)이 말하기를 “육경에서 마음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불씨만 말하였고, 또 육경에서 성을 닦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양웅만 말하였다. 심은 없을 수 없고, 성은 닦을 필요가 없다.[六經不言無心 惟佛氏言之 亦不言脩性 唯揚雄言之 心不可無 性不假脩]” 하였다. 나는 생각건대, ‘성을 닦는다[脩性]’는 것을 ‘성을 따른다[循性]’라고 바꾸면 될 듯하니, 《중용》의 이른바 ‘성을 따른다[率性]’는 것이 바로 ‘순성’을 이른다.
14
사람은 자신의 본성 안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어 밖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밤낮으로 부지런히 여타의 일에만 힘을 쏟고 있으니 일평생 노력을 다 기울인다 해도 필경 심신(心身)에 보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속(時俗)에 휩쓸려 허망하게 살다 죽는 사람이 되니, 슬프다.
15
자취를 숨기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숨기는 것이 어려우며, 산림(山林)에 숨는 것이 고상한 것이 아니라 조정이나 저자에 숨는 것이 고상한 것이다. 이른바 ‘지인(至人)’이란 세속에 몸담고서 숨는 데 마음을 둔 사람이다.
16
성(性)을 알면 하늘을 알 수 있고, 성을 다 실현하면 도를 다 구현할 수 있다. 도를 다 구현하는 자는 도와 합치되고, 하늘을 아는 자는 하늘과 합치된다.
17
하나[一]는 성실함[誠]이고, 하나를 주장하는 것[主一]은 성실하게 하려는 것[誠之]이다.
18
소강절(邵康節)이 이르기를 “천화는 형체가 없는 화이고, 지화는 형체가 있는 화이다.[天火 無體之火也 地火 有體之火也]”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화는 본래 형체가 없으니, 형체를 드러내주는 것은 물(物)이다. 천화와 지화는 형체가 없다는 점에선 마찬가지이다.
19
사람은 태어날 때 천지(天地)의 성(性)을 받아 성으로 삼고 천지의 기(氣)를 받아 기로 삼는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이 곧 천지의 마음이니, 옛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자는 천지를 속이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自欺其心者 所以欺天地 可不懼哉]”라고 하였다.
20
근심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고, 즐기는 것은 잊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는 것도 오히려 얽매이는 바가 있는 것이니, 근심과 즐거움 두 가지를 다 잊는 것만 못하다.
21
정자(程子)가 이르기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모두 하늘이다.[視聽思慮動作皆天也]” 하였으니, 대개 그 저절로 그러함[自然]에서 나왔기 때문에 하늘이라고 한 것이다. 내가 생각건대 하늘이란 거짓이 없는 것을 이르니, 눈은 거짓되게 봄이 없고 귀는 거짓되게 들음이 없고 마음은 거짓되게 생각함이 없고 몸은 거짓되게 움직임이 없다면 비록 사람일지라도 하늘과 마찬가지이고, 이와 반대로 하는 자는 하늘에서 떠나 금수(禽獸)로 진입할 것이다.
22
정자가 이르기를 “배우기만 하고 기르지 않으며, 기르기만 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한갓 빈말이 될 뿐이다.[學之而不養 養之而不存 是空言也]”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배움은 존심양성(存心養性)을 요체로 삼으니, 배우기만 하고 기르지 않으면 배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기르기만 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기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릇 기르기만 하고 보존하지 않는 것은 또한 성찰(省察)하는 공부가 지극하지 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23
하늘이 곧 리(理)이다. 육경(六經)에서 하늘을 말한 대목에서는 대체로 리로 말하였으니, 성(性)은 천성(天性)이라 하고 명(命)은 천명(天命)이라 하고 위(位)는 천위(天位)라 하고 작(爵)은 천작(天爵)이라 하고 민(民)은 천민(天民)이라 하고 공(工)은 천공(天工)이라 하여 온갖 사물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하늘에 연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옛날 제왕(帝王)들은 하늘을 본받아 도(道)를 실행하고 하늘을 받들어 일을 수행해서 공경하여 감히 소홀히 하지 않았고 체행(體行)하여 감히 어기지 않았으니, 하늘과 사람의 상관관계가 지극하다 할 수 있다. 후세에는 이 이치에 밝지 못해 마침내 하늘을 고원(高遠)하게 생각하여 하늘을 업신여기고 살피지 않으며 하늘을 등지고 아랑곳하지 않으니, 하늘과 사람이 결국 나뉘어 둘이 되었다.
24
세상의 선비란 자들은 성현의 글을 읽기를 귀에 못이 박히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할 뿐이 아니건만, 마음에 체인(體認)한 적이 없고 몸으로 실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왕왕 시속(時俗)에 따라 부침(浮沈)하여 그저 이록(利祿)이나 취할 뿐이다. 그 뜻과 절개를 얘기하자면 씻은 듯이 보이지 않고, 그 정치 방략을 얘기하자면 아무 것도 없어 결국 용렬한 사람이 됨을 면하지 못할 뿐이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25
하늘은 동(動)을 주로 하고 땅은 정(靜)을 주로 하며, 사람은 동정(動靜)을 주로 한다. 따라서 하늘은 땅을 겸하지 못하고 땅은 하늘을 겸하지 못하니, 겸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26
사람은 삶을 귀하게 여기고 죽음을 꺼린다. 그러나 ‘죽어서도 썩지 않는 것[死而不朽]’을 죽지 않는다고 하니, 죽어서도 죽지 않는다면 도리어 삶보다 귀할 것이다.
27
욕심을 적게 하여 욕심이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은 존양(存養)의 극치이고, 사특함을 막아서 사특함이 없는 데에 이르는 것은 성찰(省察)의 극치이다.
28
물(物)도 나[我]이고 나도 물이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나’가 없으니, ‘나’가 없을 수 있으면 물도 없다.
29
간소함이 번다함을 제어하고, 고요함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법이니, 이 두 가지가 바로 사물에 대처하는 요체이다.
30
장자(張子)가 이르기를 “청은 상대와 달리하는 것이고, 화는 상대를 따라주는 것이다.[淸爲異物 和爲徇物]” 하였다. 내가 살펴보건대 이것은 백이(伯夷)와 유하혜(柳下惠)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상대와 달리하는 것’은 상대에게 동화되지 않는 것이고, ‘상대를 따라주는 것’은 상대를 어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不念舊惡] 상대를 끊은 것은 아니며, 도를 곧게 하여 세 번 쫓겨났으니[直道三黜] 상대를 추종한 것은 아니다.
31
감(坎
)은 양(陽)이 음(陰) 속에 들어가 있으니 빠지는[陷] 상(象)이고, 리[離
]는 음이 양 안쪽에 자리 잡으니 붙는[麗] 상이다.
32
천지(天地)는 형체가 있기 때문에 다함이 있고, 도(道)는 형체가 없기 때문에 다함이 없다.
33
성(性)이란 사람이 본래 지니고 있는 것이라서 성인(聖人)이라고 해서 더 받은 것이 없으니, 오직 자신에게 있는 것을 극진히 할 뿐이다. 그러므로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한다.[率性之謂道]” 하였다. 도 밖에 성이 없고 성 밖에 도가 없으니, 도가 곧 성이고 성이 곧 도이다.
34
배워서 얻음이 있고 나서야 즐길 수 있으니, 즐길 정도가 아니면 배웠다고 하기에 부족하다.
35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움직이되 항상 멈춰 있고, 고요하되 항상 깨어 있다.[動而常止 靜而常覺]”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움직이되 항상 멈춰 있는 것은 동중정(動中靜)이고, 고요하되 항상 깨어 있는 것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성인의 마음은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한결같다.
36
수치심은 사람에게 있어 중요하니, 수치심이 있으면 하지 않는 바가 있고 수치심이 없으면 못하는 짓이 없다.
37
하늘이 절로 그러한 것을 천도(天道)라고 하고, 천도의 절로 그러한 것을 체득한 분을 성인(聖人)이라고 한다. 따라서 천도를 관찰하면 성인을 볼 수가 있고, 성인을 관찰하면 천도를 볼 수가 있다.
38
도는 본래 형체가 없으니, 도를 형상화한 것이 천지(天地)이다. 그러나 도가 천지에 있건만 천지는 스스로 도를 실행하지 못하고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며, 실행하되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도를 다 구현하는 이는 오직 성인일 것이다.
39
의(義)를 중시하는 것은 내면을 중시하는 것이고, 이(利)를 중시하는 것은 외면을 중시하는 것이다. 외면이 중해지면 내면이 가벼워지고, 내면이 중해지면 외면이 가벼워지는 것은 자연스런 형세이다.
40
불은 무(無)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형질(形質)이 없고, 물은 유(有)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형질이 있다. 형질이 없는 것은 양(陽)이니 하늘에 속하기 때문에 그 성질이 올라가기를 좋아하고, 형질이 있는 것은 음(陰)이니 땅에 속하기 때문에 그 성질이 아래로 내려가기를 좋아한다.
41
전(傳)에 이르기를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萬物皆備於我矣]”라고 하였다. 무릇 천지 만물이 본래 나와 한 몸이다. 그러므로 만물의 이치를 잘 궁구하는 자는 만물에서 이치를 궁구하지 않고 일신(一身)에서 궁구한다.
42
물(物)을 물로 보고 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는다면 시를 읊는 것이 물에 있고 나에게 있지 않게 되니, 이른바 ‘사무사(思無邪)’라는 것이다.
43
뜻을 펼 길이 막혀 은거하면 홀로 그 자신을 선하게 하고 영달하여 뜻을 펴면 천하 사람들을 두루 선하게 하는 이는 이윤(伊尹)과 부열(傅說)이 그런 분이고, 영달하여 뜻을 펴면 천하 사람들을 두루 선하게 하고 뜻을 펼 길이 막혀 은거하면 천하 만물을 두루 선하게 하는 이는 공자(孔子)가 그런 분이다.
44
황면재(黃勉齋)가 이르기를 “요즘 사람들은 신체와 의복에 대해 간절하게 남보다 낫기를 구하면서도 마음에 대해서는 도리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今人於身體衣服 切切求過人 而心上却全不理會]”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마음은 안이고 신체와 의복은 밖이다. 사람이 안을 경시하고 밖을 중시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어쩌면 그리도 생각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45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중년 이후에 학문을 할 때에는 또한 모름지기 정신을 아껴야 한다.[中年以後爲學 亦須愛惜精神]”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정신을 아끼는 것 또한 학문을 하는 방법이다.
46
귀신(鬼神)은 조화(造化)의 자취이다. 조화는 보기 어렵지만 귀신은 보기 쉬우니, 추위와 더위가 오고 가는 것과 사람과 생물이 나고 죽는 데서 그 자취를 볼 수 있다.
47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고 치성하면 쇠퇴하게 마련인 것은 이치이다. 이 이치를 잘 안다면 화(禍)와 복(福), 득(得)과 실(失)이 서로 연계되는 것이 마치 추위와 더위, 낮과 밤이 번갈아 이르는 것과 같아 교묘하게 피할 수도 없고 함부로 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 한결같이 하늘에 따를 뿐이니, 거기에 무슨 기뻐하고 슬퍼할 것이 있겠는가.
48
사람 중에 재주가 있는 이는 모름지기 깊숙이 함축해야 할 것이니, 깊으면 드러나지 않고 얕으면 드러난다. 오직 함축하여 드러내지 않는 자라야 대사(大事)를 감당할 수 있다.
49
마음을 말과 달리하지 않고 말을 마음과 달리하지 않는 것이 군자의 상도(常道)이다. 오직 마음에 간직하기만 하고 입으로 내지 않는 것이 가장 맛이 있으니, 이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이가 드물다.
50
마음의 허물이 없는 자는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말의 허물이 없는 자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다.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다면 생사(生死)에 대해 유감이 없을 수 있을 것이다.
51
학자의 함양(涵養) 공부는 비단 말과 행동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을 자고 꿈을 꿀 때에도 가늠할 수 있다. 선정(先正)이 이르기를 “잠을 자고 꿈을 꿀 때에 전도된다면 이는 곧 마음을 잡아 보존하는 것이 견고하지 못해서이다.[夢寐顚倒 卽是操存不固]”라고 하였으니, 마음을 잡아 보존하여 안정될 수 있다면 잠을 잘 때에도 깨어 있을 때와 같을 것이다.
52
선유(先儒)가 이르기를 “덕이 성대한 자는 말이 전해지고, 글이 성대한 자는 말도 전해진다.[德盛者言傳 文盛者言亦傳]”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한 마디 말이 천하 후세에 법이 되는 것은 덕이 있는 이의 말이다. 만약 그저 글일 뿐이라면 전해도 되고 전하지 않아도 되니,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53
독서는 이치를 밝히기 위한 것이지만, 이치가 온축된 것은 문자나 언어로 다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문자 너머에 힘을 기울여 자득(自得)한 바가 있고 나서야 잘 배웠다고 할 수 있다.
54
이른바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는 것은 말이 없다는 것이 아니며, “움직이지 않아도 공경한다”는 것은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신뢰가 바탕이 된 뒤에 말을 하기에 말하지 않은 것과 같고, 움직이되 늘 고요하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55
자신에게 공정한 사람은 남에게도 공정하고, 남에게 공정한 사람은 사물에 대해서도 공정하다. 이를 일러 ‘대공(大公)’이라고 하니, 드넓게 툭 트여 천지와 같다.
56
범순부(范純夫)의 딸이 말하기를 “맹자는 마음을 알지 못하였으니, 마음이 어찌 출입할 수 있겠는가.[孟子不識心 心豈有出入]”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마음의 출입이란 마음이 치닫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여자는 단지 피와 살로 이루어진 형체가 있는 마음만 알 뿐 신명(神明)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인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녀가 본래 마음을 알지 못했으니, 어찌 맹자를 알 수 있겠는가.
57
양자(揚子 양웅(揚雄))가 이르기를 “마음을 연못에 잠기도록 하면 정신이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潛心于淵 神不外也]”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이 말은 비록 수양가(修養家)의 일과 관련되지만 학자들의 존심법(存心法)이 되기에 충분하다.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진인의 마음은 보주(寶珠)가 연못 속에 있는 것 같고, 중인의 마음은 포말(泡沫)이 물에 떠 있는 것과 같다.[眞人之心 如珠在淵 衆人之心 如泡在水]”라고 한 것도 이런 뜻이다.
58
소자(邵子 소옹(邵雍))가 이르기를 “사물을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며,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치로 보는 것이다.[觀物者 非觀之以目而觀之以心 非觀之以心而觀之以理]”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성인(聖人)의 마음은 본래 만물을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물사(物事)도 없다. 오직 물욕이 없어야 비로소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으니, 이는 대개 외물을 좇는 자는 외물에 가리지만 마음을 비운 자는 사물을 밝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9
무릇 사람의 마음은 바로 하늘이며, 마음의 정신은 바로 하늘의 신이다. 대개 마음이란 몸의 주인이고 정신이란 마음의 주인이다. 예컨대 《시경》에서 “신이 이름을 헤아릴 수가 없다.[神之格思 不可度思]”라고 하고, 또 “신이 들어주어 마침내 화평하게 되도다.[神之聽之 終和且平]”라고 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음을 섬기기를 하늘을 섬기듯이 하고, 마음을 보존하여 정신을 보존한다.
60
사람 중에 젊어서는 용감하다가 늙으면 겁쟁이가 되고, 젊어서는 청렴하다가 늙으면 탐욕스러워지는 자가 있다. 무릇 용기와 청렴은 외면에 드러나고, 탐욕과 겁은 내면에 간직되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그의 내면이 탐욕스럽고 겁이 많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혈기(血氣)가 한창 강하여 외면을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겁이 변하여 용기가 되고 탐욕이 변해서 청렴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급기야 기가 쇠해서 뜻이 기를 거느리지 못하게 되면 용감한 자가 겁쟁이가 되고 청렴한 자가 탐욕스러워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외면만 보고 내면은 보지 않기 때문에 전에는 용감했다가 뒤에는 겁쟁이가 되고 예전엔 청렴했는데 지금은 탐욕스러워졌다고 오해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의리(義理)로 자신을 기른 자라면 어찌 늙었다고 달라지겠는가.
61
정자(程子)가 이르기를 “임금은 밝음을 귀하게 여기고 세세히 살핌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신하는 정도(正道)를 귀하게 여기고 권도(權道)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君貴明不貴察 臣貴正不貴權]”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세세히 살피는 것은 밝지 않기 때문에 우매함으로 귀결되기 마련이고, 권도는 바르지 않기 때문에 속임에 이르기 마련이다. 우매함은 밝음의 반대이고, 속임은 바름의 반대이다.
62
예전에는 백성을 길러줌에 있어 오직 부족할까 염려했는데, 지금은 백성에게 빼앗음에 있어 오직 부족할까 염려한다. 무릇 길러주는 자는 빼앗지 않고, 빼앗는 자는 길러주지 않는다. 길러주고 빼앗지 않는 자는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가 다스려지며, 빼앗고 길러주지 않는 자는 백성이 이산(離散)하고 나라가 혼란해진다.
63
정자(程子)가 이르기를 “인재를 새로 만들기는 어렵고, 인재를 변화시키기는 쉽다.[作新人才難 變化人才易]”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선인(善人)을 등용하면 당대에 선인이 많아지니, 이는 선으로 변화된 것이다. 불선인(不善人)을 등용하면 당대에 불선인이 많아지니, 이는 불선으로 변화된 것이다. 더구나 변화하여 선으로 옮겨가기는 어렵고 변화하여 불선으로 옮겨가기는 쉬우니, 윗사람이 된 자가 인재의 취사(取捨)를 세심하게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64
일신(一身)의 이익은 도모하지 않고 국가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도모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 씀이고, 국가의 이익은 도모하지 않고 일신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도모하는 것은 소인의 마음 씀이다. 무릇 자신을 이롭게 하는 자는 국가에 이롭지 않고, 국가를 이롭게 하는 자는 자신에게 이롭게 함이 없다. 그러나 자신을 이롭게 하는 자는 국가의 성패(成敗)를 아랑곳하지 않지만 그 나라가 빼앗기고 망하면 자신도 보존되지 못하니 이익이 되는 것이 작고, 그 나라를 이롭게 하는 자는 일신의 이해(利害)를 염두에 두지 않지만 그 나라가 다스려지고 편안하면 자신도 참여하여 향유하니 이익이 되는 것이 크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익을 이롭게 여기지 않는다.
65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하였다. 옛날에는 가르침이 등급을 뛰어넘지 않았고, 도는 반드시 행해야 할 상황에 있었다. 따라서 도에 근접한 자가 아니면 들을 수 없었으니, 도를 들은 자가 곧 도를 얻는 자였다. 예컨대 증자(曾子)가 일관(一貫)의 도에 대해 들은 것이라든지 자공(子貢)이 성(性)과 천도(天道)에 대해 들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후세에 구이지학(口耳之學)을 하는 이들은 혹 도를 듣는다 해도 실제로 얻는 것이 없어 삶도 부질없는 삶이 되고 죽음도 허망한 죽음이 되니, 그래도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66
마음이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니, 천리(天理)를 따르면 살고 인욕(人欲)에 얽매이면 죽는다. 죽으면 살지 못하고, 살면 죽지 않는다.
67
소자(邵子 소옹(邵雍))가 이르기를 “사람이 도를 행할 때에는 응당 귀신도 엿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人之爲道 當至於鬼神不能窺處]”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귀신도 엿볼 수 없는 경지란 《중용》에 이른바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 無聲無臭]”라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68
배움은 도를 얻는 것이 지극하니, 배워서 아직 도를 얻는 데 이르지 못했으면 목숨 바쳐 배운 것을 지켜가야 하고, 배워서 도를 얻는 데 이르렀으면 목숨 바쳐 도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므로 문중자(文中子)가 “배움이란 죽고 나서야 그친다.[學者沒身而已]”라고 하였다.
69
물과 거울은 깨끗하게 텅 비고 맑아 사물을 비추겠다는 마음이 없는데도 사물이 스스로 와서 비춰본다. 언제나 평온하고 언제나 응하기 때문에 군자가 이를 본받는다.
70
역(易)은 변역(變易)을 주안으로 삼기 때문에 일정한 체(體)가 없고, 신(神)은 유무(有無)를 체로 삼기 때문에 일정한 방소(方所)가 없다.
71
‘함(咸 ䷞)’은 무심한 감동이고, ‘태(兌 ䷹)’는 말없는 언설이다. 무심한 감동은 감동의 지극함이요, 말없는 언설은 언설의 지극함이다.
72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한평생 배우지 않는 것이 첫째로 안타깝고, 오늘 하루를 하는 일 없이 보내는 것이 둘째로 안타깝고, 하루아침에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 셋째로 안타깝다.[此生不學一可惜 此日閑過二可惜 此身一敗三可惜]”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학문에 힘쓰지 않기 때문에 헛되이 세월을 보내는 근심이 있고, 학문에 밝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망치는 치욕이 있게 되니, 이 두 가지는 모두 배우지 않은 잘못이다.
73
건(乾)은 만물의 아비이고 곤(坤)은 만물의 어미이다. 따라서 천지(天地)는 사람의 부모이고 부모는 사람에게 천지이니, 사람의 몸은 바로 천지 부모의 몸이다. 스스로 자신을 공경하는 것을 천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라 하고, 스스로 자신을 함부로 하는 것을 천지 부모를 함부로 하는 것이라 한다. 사람이 자신을 공경하고 감히 스스로 함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효도를 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74
음식은 백성의 하늘이고 백성은 임금의 하늘이니, 하늘이란 우러러 살아가야 할 대상이다. 그러므로 백성이 음식을 버리면 반드시 죽고, 임금이 백성을 버리면 반드시 망하니, 하늘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75
학문은 폭넓게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잡다하게 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기며, 글은 특이함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폭넓게 하려고 힘쓰는 자는 넓지 않고, 특이함을 숭상하는 자는 특이하지 않다.
76
정자(程子)가 “강자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이다.[滿腔子是惻隱之心]”라고 하였는데, 그 주석에 “강자(腔子)는 몸[軀殼]과 같다.” 하였고, 퇴계선생(退溪先生)은 “피부 속을 통틀어 강자라고 한다.[皮甲之內 通謂之腔子]” 하였다. 내가 살펴보건대 강자는 바로 삼초(三焦)로, 장(腸)과 위(胃)를 포괄하여 통제하는 기관이니, 이른바 “마음은 강자 안에 있어야 한다.[心要在腔子裏]”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니 이를 ‘몸’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범범함을 면치 못한다.
77
만물의 생의(生意)를 관찰하면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을 볼 수가 있으니, 만물을 낳는 마음이 인(仁)이다. 사람이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삼을 수 있다면 인할 것이다.
78
정자(程子)가 이르기를 “경은 온갖 사특함을 이긴다.[敬勝百邪]”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사람이 경을 주안으로 삼을 수 있다면 모든 사특함이 절로 물러갈 것이니, 이른바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는 것이다.
79
학문을 하는 것은 근면함에 달려 있으니, 근면하면 얻고 근면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그러나 또한 타고난 성품이 도(道)에 가까운 자는 얻기가 쉽다.
80
정자가 이르기를 “맹자는 재주가 높기에 그를 배울 적에 의거할 곳이 없다.[孟子才高 學之無可依據]”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맹자가 말씀한 “반드시 일삼는 바를 두되 효과를 미리 기대하지 말아서 마음에 잊지도 말며 억지로 조장하지도 말라.[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라는 몇 마디는 가장 잘 체인(體認)해야 한다. 맹자는 타고난 자품이 뛰어났는데도 그 공부가 이렇듯 절실하였으니, 학자들이 응당 힘을 써야 할 대목이다.
81
사람이 하루에 하루의 공부를 하고, 한 달에 한 달의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자연히 점차적으로 진보할 것이다.
82
천지(天地)가 아니면 역(易)을 볼 수 없고, 역이 아니면 성인(聖人)을 볼 수가 없다.
83
유자(儒者)의 말은 두루 통하면서도 실제적이고, 노자(老子)의 말은 고원하면서 심오하고, 석씨(釋氏)의 말은 크고 과장되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유도(儒道)를 싫어하여 하지 않고 노자와 석씨를 보고 사모하는데, 이는 쌀밥과 고기반찬을 버리고 먼 곳의 특이한 맛을 좋아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너무 미혹된 것이 아닌가.
84
나이 사십이 ‘강(彊)’이니, 강하다는 것은 비단 혈기(血氣)만 강할 뿐 아니라 혈기가 한창 강할 때면 심지(心志)도 강하다. 그러므로 군자가 이때 이르면 지키는 것이 견고하고 확고하니, 공자(孔子)의 ‘불혹(不惑)’과 맹자(孟子)의 ‘부동심(不動心)’이 이것이다.
85
‘오십에 비로소 쇠한다.[五十始衰]’라고 하였으니, 대개 사람이 장성(壯盛)하면서부터 쇠해지고, 쇠하면서부터 늙어가는 것은 순리이다. 군자는 때를 편안히 여기고 순리에 따라 처신하기에 즐겁고 근심을 잊는다. 《주역》에 “천리(天理)를 즐거워하고 천명(天命)을 알기 때문에 근심하지 않는다.[樂天知命故不憂]”라고 하였으니, 공자가 오십 세에 천명을 안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86
도가서(道家書)에 “몸이 동하지 않으면 정이 절로 견고해지고,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기가 절로 안정되고, 뜻이 동하지 않으면 정신이 절로 허령해진다.[身不動 精自固 心不動 氣自定 意不動 神自靈]”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이것은 우리 유가의 정좌법(靜坐法)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나 그 관건은 눈[眼]에 있으니, 그 마음을 제어하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눈을 단속해야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 말아야 한다.
87
학문은 익히는 것이 중요하니, 익히면 익숙해지고 익히지 않으면 생소하다. 학자가 함양(涵養)하고 성찰(省察)하는 것은 익히는 방법이고, 축적해서 의(義)가 정미해지고 인(仁)이 익숙해지는 데 이르는 것은 그 효과이다. 대저 사람의 선악은 모두 익히는 데 달려 있으니, 선을 익힌 자는 선인이 되고 악을 익힌 자는 악인이 된다. 그러므로 “습관은 자연과 같다.[習慣如自然]”라고 한 것이다.
88
도(道)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생활 가운데 있다. 여름이면 갈옷을 입고 겨울이면 갖옷을 입으며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는 것이 바로 도이니, 이것을 벗어나 도를 말하는 것은 그르다. 장자(莊子)가 이른바 “도가 똥이나 오줌에 있다.[道在屎尿]”라고 한 것이 조악한 설(說)이긴 하지만, 또한 도에 대해 본 것이 있는 것이다.
89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고 여기고 자신이 본 것을 봤다고 여기는 자는 중인(衆人)이다. 오직 군자라야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고 여기지 않고 천하가 아는 것을 안다고 여기며, 자신이 본 것을 봤다고 여기지 않고 천하가 본 것을 봤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천하 사물의 이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이는 그에게 사심(私心)이 없기 때문이다.
90
한자(韓子)가 이르기를 “정신을 외부에 쏟지 않으면 몸이 온전해진다. 몸이 온전해지는 것을 얻는다고 하니, 얻는다는 것은 몸을 얻는 것이다.[神不注於外則身全 身全之謂得 得者得身也]”라고 하였다. 이런 입장에서 말하자면, 사람으로서 그 몸을 얻은 자가 아마도 적을 것이다. 하물며 마음은 일신의 주재(主宰)로서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없어지니, 마음을 잃고서 그 몸을 얻을 수 있는 자는 있지 않다. 그러니 삼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91
조화(造化)는 고요함[靜]에 전일하기 때문에 간단없이 만물을 발육(發育)할 수 있다. 인심(人心)도 고요함에 전일하면 끝도 없이 온갖 변화에 수응(酬應)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학문을 함에 있어 고요함을 근본으로 삼는다.
92
맹자가 이르기를 “자신을 돌이켜 보아 성실하면 즐거움이 그보다 큰 것이 없다.[反身而誠 樂莫大焉]”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맹자의 말씀으로 인하여 공자와 안자(顔子)의 즐거움을 궁구해보면 그분들이 즐긴 것을 거의 볼 수 있을 것이다.
93
무릇 학문은 활쏘기와 같으니, 활쏘기란 정곡을 지향하는 것이다. 실로 정곡을 지향한다면 비록 적중하지 않는다 해도 멀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학문은 뜻을 세우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으며, 특히나 숭상하는 것보다 귀한 것이 없다.
94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요 임금의 밭을 경작하는 자도 홍수를 걱정하고, 탕 임금의 밭을 경작하는 자도 가뭄을 근심하지만, 마음밭을 경작하는 자는 근심 걱정 없이 날마다 풍년이다.[耕堯田者有水慮 耕湯田者有旱憂 耕心田者無憂無慮 日日豐年]”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안자(顔子)의 낙(樂)은 아마도 그의 마음밭이 풍년이 들어서인 듯하다.
95
전(傳)에 이르기를 “용모와 말씨는 곧 덕의 징표이다.[容貌辭氣 乃德之符]” 하였다. 선유(先儒)는 “모름지기 기상을 이해해야 한다.[須要理會氣象]” 하였으니, 이른바 기상이란 말씨와 행동거지를 얼마나 진중하고 찬찬히 하는가에서 볼 수가 있다. 군자와 소인만 여기서 나누어질 뿐 아니라 귀천(貴賤)과 수요(壽夭) 또한 여기서 말미암아 정해진다.
96
해서(海瑞)가 이르기를 “천하의 제일가는 사람이 될지언정 그저 천하의 첫째가는 벼슬아치가 되지 말라.[寧爲天下第一等人 毋徒爲天下第一品官]” 하였다. 이 말이 가장 좋으니, 선비가 된 자가 이것으로 스스로 면려한다면 이등(二等)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97
목전의 계책은 학문을 쌓는 것 만한 것이 없고, 사후의 계책은 덕을 쌓는 것 만한 것이 없다.
98
고인이 이르기를 “역경은 사람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단련을 정교하게 할수록 성색이 더욱 우수해질 것이다.[逆境所以鍛鍊乎人也 鍛鍊愈精 成色愈足]”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역경이란 하늘이 사람을 옥(玉) 같은 인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순(虞舜)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효자가 되었고 주공(周公)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충신이 되었으니, 하물며 그보다 못한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사람이 역경을 역경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 잘 될 것이다.
99
두이(杜夷)가 이르기를 “옥은 돌로 인해 구분이 되고, 흰빛은 검은빛으로 인해 밝게 보인다. 따라서 추한 것과 고운 것이 서로 대비되어 드러나는 것이다.[玉以石辨 白以黑昭 故醜好相形]”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소인이 군자를 미워하는 것은 자신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100
양승암(楊升庵)이 이르기를 “《장자(莊子)》의 말은 은연중에 《중용》과 합치되니, ‘시동(尸童)처럼 가만히 있어도 용의 기상이 드러난다[尸居而龍見]’는 것은 ‘보여주지 않아도 드러난다[不見而章]’는 것에 해당되고, ‘깊은 연못처럼 침묵하고 있어도 우레처럼 울린다[淵默而雷聲]’는 것은 ‘동하지 않아도 변한다[不動而變]’는 것에 해당된다.” 하였다. 나도 생각건대 ‘시동처럼 가만히 있어도 용의 기상이 드러난다’는 것은 ‘어두운 곳보다 더 드러나는 곳은 없다[莫見乎隱]’는 것에 해당되고, ‘깊은 연못처럼 침묵하고 있어도 우레처럼 울린다’는 것은 ‘미미한 것보다 더 나타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는 것에 해당된다.
101
고요히 동하지 않는 것[寂然不動]을 ‘성(性)’이라고 하고, 발하여 동한 것을 ‘정(情)’이라고 한다. 심(心)은 동정을 관통하여 주재하기 때문에 ‘심이 성과 정을 통괄한다.[心統性情]’라고 하였다.
102
몸으로 도를 체득한 자는 대인(大人)이고, 몸으로 하늘을 체현한 자는 성인(聖人)이다. 도를 체득한 자는 하늘을 체현할 수 있고, 하늘을 체현한 자는 만물을 생성할 수 있다.
103
황산곡(黃山谷)이 이르기를 “옥을 차고도 마음은 마른 나무와 같고, 조정에 서서도 뜻은 동산에 있다.[佩玉而心若槁木 立朝而意在東山]” 하였다. 나는 생각건대, 선비는 하루라도 이런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니, 선비인데 이런 마음이 없다면 부귀와 영달에 동요되어 틀림없이 쉽게 벼슬을 버리고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을 둔 자는 출사(出仕)하였어도 은거한 자이며, 이런 마음이 없는 자는 은거하고 있어도 출사한 자이다.
104
마음을 보존하고 이치를 밝히는 것은 성학(聖學)의 주지(主旨)이고, 마음을 단련하여 도와 합치되는 것은 도가(道家)의 요점(要點)이고, 심(心)에 나아가 성(性)을 보는 것은 석문(釋門)의 요체(要諦)이다. 삼교(三敎)는 모두 심을 주안으로 삼되 작용이 같지 않은데 세상 사람들은 곧 이를 하나로 만들려고 하면서 “삼교는 근원이 같다”라고 함부로 말을 해대니, 어찌 매우 잘못이 아니겠는가.
[주-D001] 채신잡록(採薪雜錄) : 오래도록 병을 앓는 중에 평소 마음에 체득한 것을 기록한 글이다. ‘채신(採薪)’은 자신의 병을 낮추어 이르는 ‘채신지우(採薪之憂)’에서 온 말이다.[주-D002] 공자(孔子)가 …… 하였으니 : 《논어》 〈양화(陽貨)〉에 보인다.[주-D003] 오직 …… 본받았다 : 《논어》 〈태백(泰伯)〉에 보인다.[주-D004] 불식부지(不識不知)와 제력하유(帝力何有) : 〈강구요(康衢謠)〉와 〈격양가(擊壤歌)〉에 나오는 구절이다. 〈강구요〉의 ‘강구’는 번화한 거리라는 의미로, 요(堯) 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 만에 미복(微服) 차림으로 강구에 나가니, 아이들이 “우리 백성들을 성립시킨 것이 모두 임금의 덕인데, 백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임금의 법칙을 따를 뿐이다.[立我烝民, 莫非爾極, 不識不知, 順帝之則.]”라고 노래 불렀고, 〈격양가〉는 요 임금 때 어떤 노인이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불렀다는 노래로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노라.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먹고 사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何有於我哉?]”라고 하였는데, 모두 백성들이 태평 시대를 구가(謳歌)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강구요〉의 앞구인 ‘입아증민 막비이극(立我烝民, 莫非爾極)’은 《시경》 〈사문(思文)〉에 “문덕(文德)을 간직하신 후직이여, 저 하늘에 짝하여 계시도다. 우리 뭇 백성들에게 곡식을 먹임이, 그대의 지극한 덕(德) 아님이 없노라.[思文后稷, 克配彼天. 立我烝民, 莫匪爾極.]”라고 한 데에 보이고, 뒷구인 “불식부지 순제지칙(不識不知, 順帝之則)”은 《시경》 〈황의(皇矣)〉에 “상제께서 문왕에게 이르시되, 나는 명덕의 소리와 색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며, 잘난 체하고 변혁함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고, 사사로운 지식을 쓰지 아니하여, 상제의 법을 순히 하는 자를 사랑한다 하시다.[帝謂文王, 予懷明德不大聲以色, 不長夏以革, 不識不知, 順帝之則.]”라고 한 데에 보인다.[주-D005] 주역에서는 …… 하고 :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성인은 이로써 마음을 씻어 물러나 은밀한 곳에 감춘다.[聖人以此洗心, 退藏於密.]” 하였고, 〈설괘전(說卦傳)〉 제1장에 “음양에서 변화를 보고서 괘를 만들고, 강유에 발휘하여 효를 낳으니, 도덕에 화순하고 의에 맞게 하며, 이치를 궁구하고 성을 극진히 하여 명에 이른다.[觀變於陰陽而立卦, 發揮於剛柔而生爻, 和順於道德而理於義, 窮理盡性, 以至於命.]” 하였다.[주-D006] 맹자에서는 …… 하였다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성을 기름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다.[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하였다.[주-D007] 논어에 …… 하였다 : 《논어》 〈태백(泰伯)〉에서 증자(曾子)가 안자(顔子)에 대해 평한 것으로, “능하면서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학식이 많으면서 적은 이에게 물으며,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가득해도 빈 것처럼 여기며, 자신에게 잘못을 범하여도 계교하지 않는 것을, 옛적에 내 벗이 일찍이 이 일에 종사하였었다.[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 實若虛, 犯而不校, 昔者吾友嘗從事於斯矣.]”라고 하였다.[주-D008] 안자(顔子)가 …… 이유이다 : 《논어》 〈위정(爲政)〉에서 공자가 안자에 대해 “내가 회와 더불어 온종일 이야기를 하였으나 내 말을 어기지 않아 어리석은 사람인 듯하더니, 물러간 뒤에 그 사생활을 살펴봄에 충분히 발명하니, 회는 어리석지 않구나.[吾與回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09] 옛날 …… 하는구나 : 《논어》 〈헌문(憲問)〉에 보인다.[주-D010] 옛날 …… 하는구나 : 《이정수언(二程粹言)》 권상(卷上)에 보인다.[주-D011] 양웅(揚雄) : 전한(前漢)의 유학자로, 자는 자운(子雲)이다. 촉군(蜀郡) 성도(成都) 사람으로,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영향을 받아 사부(辭賦)에 뛰어났다. 저서에 《태현경(太玄經)》, 《법언(法言)》 등이 있다.[주-D012] 학문이란 …… 것이다 : 《양자법언(揚子法言)》 권1에 보인다.[주-D013] 양구산(楊龜山) : 북송(北宋)의 성리학자 양시(楊時)로, 자는 중립(中立)이고, 호가 구산이며,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정호(程顥)와 정이(程頤)에게 학문을 배웠으며, 휘하에 주희(朱熹)ㆍ장식(張栻)ㆍ여조겸(呂祖謙) 등이 배출되었다. 저서에 《구산집》, 《구산어록(龜山語錄)》, 《이정수언(二程粹言)》 등이 있다.[주-D014] 육경에서 …… 없다 : 《대역수언(大易粹言)》 권68에 보인다.[주-D015] 성을 따른다[率性] :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 보인다.[주-D016] 자취를 …… 사람이다 : ‘마음을 숨기는 것[心隱]’이란 진심을 숨긴다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욕망에서 은피(隱避)한다는 의미로, ‘숨는 데 마음을 둔[心乎隱]’ 것과 같은 맥락이다.[주-D017] 하나는 …… 것이다 : 《중용장구》 제20장에 “성실한 것은 하늘의 도요, 성실히 하려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고 한 것에 근거하여 한 말이다.[주-D018] 소강절(邵康節)이 …… 하였다 : ‘소강절’은 소옹(邵雍, 1011~1077)으로, 자는 요부(堯夫), 호는 안락와(安樂窩)ㆍ백원(百源)이고, 시호가 강절이다. 북송의 성리학자로 《주역》에 정통하였는데, 역전(易傳)에 근거하여 팔괘(八卦)를 해석하였고, 도가 사상을 참고하여 ‘상수지학(象數之學)’을 개창하였다. 저서에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 등이 있다. 인용문은 《황극경세서》 권14 〈관물외편 하(觀物外篇下)〉에 보인다.[주-D019] 화는 …… 물(物)이다 : 구체적인 물(物)이 탈 때 비로소 불이 형체를 드러낸다는 말이다.[주-D020] 옛사람이 …… 하였다. : ‘옛사람’은 소옹(邵雍)으로, 그의 《황극경세서》 권14 〈관물외편 하〉에 “사람의 정신은 천지의 정신이다. 사람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천지를 속이는 것이니, 삼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人之神則天地之神, 人之自欺, 所以欺天地, 可不慎哉?]”라고 하였다.[주-D021] 보고 …… 하늘이다 : 《이정유서(二程遺書)》 권11 〈사훈(師訓)〉에 “보고 듣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모두 하늘이다. 사람은 다만 그 속에서 요컨대 참과 거짓을 알아차려야 할 뿐이다. 천리(天理)로써 동하는 것을 참이라고 하고, 인욕으로써 동하는 것을 거짓이라고 한다. 하늘과 사람이 본래 둘이 아닌데 사람은 단지 이 형체를 두었기 때문에 하늘과 한 단계 층차가 벌어진 것이니, 형체를 제거하면 혼연한 하늘이다. 그러나 형체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겠는가? 다만 ‘나’라는 사욕을 극복해내면 이것이 바로 제거한 것이다.[視聴思慮動作皆天也. 人但於其中, 要識得真與妄爾, 動以天之謂真, 動以人之謂妄. 天人本無二, 人只緣有此形體, 與天便隔一層, 除却形體, 渾是天也. 然形體如何除得? 但克去有我之私, 便是除也.]” 하였다.[주-D022] 배우기만 …… 뿐이다 : 《이정수언(二程粹言)》 권상(卷上) 〈논도편(論道篇)〉에 보인다.[주-D023] 죽어서도 썩지 않는 것 : 원문 ‘불후(不朽)’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24년조에, 노(魯)나라 대부 숙손표(叔孫豹)가 진(晉)나라에 갔을 때에 범선자(范宣子)가 죽어서도 썩지 않는 것을 묻자, 숙손표가 대답하기를 “가장 좋은 것은 덕을 확립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은 언설을 남기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없어지지 않으니, 이를 일러 ‘불후’라고 하는 것이다.[太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不朽.]”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24] 성인(聖人)은 나가 없으니 :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는 네 가지 마음이 전혀 없었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고 기필하는 마음이 없고 집착하는 마음이 없고 이기심이 없었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는 주석에서 ‘아(我)’를 ‘사사로운 자기[私己]’라고 풀이하였다.[주-D025] 장자(張子) : 송(宋)나라 유학자 장재(張載, 1020~1077)로, 자는 자후(子厚), 호는 횡거(橫渠), 시호는 명공(明公)이다. 송대 이학(理學)을 창시한 오현(五賢) 중의 한 사람으로, 관중(關中)에서 강학하였으므로 그의 학문을 ‘관학(關學)’이라 부른다. 그의 기일원론(氣一元論)은 왕정상(王廷相)ㆍ왕부지(王夫之)ㆍ대진(戴震) 등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고, 인성론(人性論)은 주희(朱熹)에 의해 계승 발전되었다. 저서에 《정몽(正蒙)》, 《이굴(理窟)》, 《역설(易說)》 등이 있다.[주-D026] 청(淸)은 …… 것이다 : 《정몽(正蒙)》 제9 〈지당편(至當篇)〉에 보인다.[주-D027] 이것은 …… 것이다 :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백이는 성인의 청한 자요, 이윤은 성인의 자임한 자요, 유하혜는 성인의 화한 자요, 공자는 성인의 시중인 자이시다.[伯夷, 聖之淸者也; 伊尹, 聖之任者也; 柳下惠, 聖之和者也; 孔子, 聖之時者也.]”라고 한 것에 근거해 한 말이다.[주-D028] 과거의 …… 않았으니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공자가 “백이와 숙제는 남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망하는 사람이 드물었다.[子曰: 伯夷ㆍ叔齊不念舊惡, 怨是用希.]”라고 한 것에 근거해 한 말이다.[주-D029] 도를 …… 쫓겨났으니 : 《논어》 〈미자(微子)〉에, 유하혜가 사사(士師)가 되어 세 번 쫓겨나자, 혹자가 말하기를 “그대는 아직 떠날 만하지 않은가?” 하니, 답하기를 “도를 곧게 하여 사람을 섬기면 어디를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겠는가? 도를 굽혀 사람을 섬긴다면 어찌 굳이 부모의 나라를 떠나겠는가?[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라고 한 것에 근거해 한 말이다.[주-D030] 성을 …… 한다 : 《중용장구》 제1장에 보인다.[주-D031] 움직이되 …… 있다 : 《주자대전(朱子大全)》 권67 〈태극설(太極說)〉에 보인다.[주-D032] 전(傳)에 …… 하였다 : 여기서 ‘전’은 《맹자》로, 인용문은 〈진심 상(盡心上)〉에 보인다.[주-D033] 사무사(思無邪) :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으로, 《시경》 〈경(絅)〉에 나오는 구절인데, 공자는 이것을 《시경》의 요지라고 하였다. 《論語 爲政》[주-D034] 뜻을 …… 분이다 : 《맹자》 〈진심 상〉에 “옛사람은 뜻을 얻으면 은택이 백성에게 가해지고 뜻을 얻지 못하면 몸을 닦아 세상에 드러나니, 뜻을 펼 길이 막혀 은거하면 홀로 그 자신을 선하게 하고 영달하여 뜻을 펴면 천하를 두루 선하게 하였다.[古之人得志, 澤加於民; 不得志, 修身見於世. 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 하였다.[주-D035] 황면재(黃勉齋) : 남송(南宋)의 성리학자인 황간(黃幹, 1152~1221)으로, 자는 직경(直卿)이며, 면재는 호이다. 주희(朱熹)의 문인으로, 그의 사위가 되었다. 저서에 《오경통의(五經通義)》, 《사서기문(四書記聞)》, 《면재문집(勉齋文集)》 등이 있다.[주-D036] 요즘 …… 못한다 : 《성리대전서(性理大全書)》 권32 〈성리(性理) 4 심(心)〉에 보인다.[주-D037] 중년 …… 한다 : 《주자어류(朱子語類)》 권20 〈논어(論語) 2 학이편 상(學而篇上)〉에 보인다.[주-D038] 귀신(鬼神)은 조화(造化)의 자취이다 : 《이천역전(伊川易傳)》 권1에 보인다.[주-D039] 선정(先正)이 …… 하였으니 : ‘선정’은 정이(程頤)로, 《근사록(近思錄)》 권4 〈존양(存養)〉에 “사람이 잠을 자고 꿈을 꿀 때에도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있으니, 만일 잠을 자고 꿈을 꿀 때에 전도된다면 이는 심지가 안정되지 못하여 마음을 잡아 보존하는 것이 견고하지 못한 것이다.[人於夢寐間, 亦可以卜自家所學之淺深, 如夢寐顛倒, 即是心志不定, 操存不固.]”라고 하였다. ‘전도된다’는 것은 잠꼬대를 하거나 몸부림을 치는 것 등을 의미하는데, 평소 깨어 있을 때의 언동(言動)과 상반된다는 의미에서의 ‘전도’라는 뜻도 내포하는 듯하다.[주-D040] 선유(先儒)가 …… 하였다 : ‘선유’는 정자(程子)로, 인용문은 《성리대전서(性理大全書)》 권48 〈지행(知行)〉에 보인다.[주-D041] 이른바 …… 아니다 : 《중용장구》 제33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네가 홀로 방안에 있는 것을 보니, 오히려 방 귀퉁이에 부끄럽지 않다.’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움직이지 않아도 공경하며,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詩云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 故君子不動而敬, 不言而信.]” 하였다.[주-D042] 범순부(范純夫)의 …… 하였다 : ‘범순부’는 송나라 유학자 범조우(范祖禹)로, 순부는 그의 자이고, 또 다른 자는 몽득(夢得)이다. 젊어서 정자(程子)를 사사하였으며, 사마광(司馬光)의 학문을 추종하였고 사마광 밑에서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수하였다. 저술에 《논어설(論語說)》, 《당감(唐鑑)》, 《중용론(中庸論)》 등이 있다. 《이정외서(二程外書)》 권11 〈시씨본습유(時氏本拾遺)〉에 “범순부의 딸이 《맹자》의 ‘출입에 일정한 때가 없으며 그 향방을 알 수 없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出入無時, 莫知其鄉, 惟心之謂與.]’라는 대목을 읽고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맹자는 마음을 알지 못하였으니, 마음이 어찌 출입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선생이 듣고는 ‘이 여자는 맹자는 알지 못하지만, 도리어 마음은 알았다.[此女雖不識孟子, 却能識心.]’ 하였다.”라고 하였다.[주-D043] 마음을 …… 것이다 :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37과 《성리대전서(性理大全書)》 권58에는 ‘정신이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神不外也]’가 ‘정신이 어둡지 않을 것이다.[神不昧也]’로 되어 있다.[주-D044] 고인(古人)이 …… 것 : ‘고인’은 도가(道家) 사람으로, 누구인지는 자세치 않다. 이 말은 《동파지림(東坡志林)》 권1에 보인다.[주-D045] 사물을 …… 것이다 :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권12 〈관물편(觀物篇)〉 57에 실려 있다.[주-D046] 성인(聖人)의 …… 있으면서도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萬物皆備於我矣.]”라고 한 데 근거한 말로, 여기서 만물이란 만물의 이치를 의미한다.[주-D047] 신이 …… 없다 : 《시경》 〈대아(大雅) 억(抑)〉에 보인다.[주-D048] 신이 …… 되도다 :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보인다.[주-D049] 임금은 …… 않는다 : 《이정유서(二程遺書)》 권25 〈창잠도본(暢濳道本)〉에 보인다.[주-D050] 인재를 …… 쉽다 : 《이정외서(二程外書)》 권7 〈호씨본습유(胡氏本拾遺)〉에 보인다.[주-D051] 군자는 …… 않는다 : 《대학장구》 전(傳) 10장에 “맹헌자가 말하기를 ‘마승을 기르는 자는 닭과 돼지를 기르는 일에 눈을 돌리지 않고, 얼음을 쓰는 집안은 소와 양을 기르지 않고, 백승의 집안은 취렴하는 신하를 기르지 않으니, 취렴하는 신하를 두려면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라.’ 하였으니, 이것은 ‘나라는 이익을 이롭게 여기지 않고 의(義)를 이롭게 여긴다.’라는 의미이다.[孟獻子曰: 畜馬乘, 不察於鷄豚; 伐氷之家, 不畜牛羊; 百乘之家, 不畜聚斂之臣.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此謂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하였다.[주-D052] 아침에 …… 괜찮다 : 《논어》 〈이인(里仁)〉에 보인다.[주-D053] 가르침이 …… 않았고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자공이 “부자의 문장은 들을 수 있었지만, 부자께서 성과 천도를 말씀하시는 것은 들을 수 없었다.[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라고 한 데 대해, 주희가 주석에서 “성인의 문하에서는 가르침이 등급을 뛰어넘지 않기에, 자공이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자에게 성과 천도에 대한 말씀을 듣고서 그 훌륭함에 감탄한 것이다.[蓋聖門敎不躐等, 子貢至是, 始得聞之而歎其美也.]”라고 하였다.[주-D054] 도는 …… 있었다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서 맹자가 “천하에 도가 있을 때에는 도로써 몸을 따르고, 천하에 도가 없을 때에는 몸으로써 도를 따르는 것이다.[天下有道, 以道殉身; 天下無道, 以身殉道.]” 하였다. 이에 대한 주희의 주석에 “몸이 벼슬길에 나가면 도는 반드시 행해야 할 입장에 있고, 도가 굽혀지면 몸은 반드시 물러날 입장에 있으니, 목숨 바쳐 따르고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身出則道在必行, 道屈則身在必退, 以死相從而不離也.]” 하였다.[주-D055] 증자(曾子)가 …… 것 : 《논어》 〈이인〉에서 공자가 증자에게 “우리 도는 한 가지 이(理)가 만 가지 일을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주-D056] 자공(子貢)이 …… 것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자공이 “부자의 문장은 들을 수 있었지만, 부자께서 성과 천도를 말씀하시는 것은 들을 수 없었다.[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라고 한 데 대해, 주희가 주석에서 “성인의 문하에서는 가르침이 등급을 뛰어넘지 않기에, 자공이 이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자에게 성과 천도에 대한 말씀을 듣고서 그 훌륭함에 감탄한 것이다.[蓋聖門敎不躐等, 子貢至是, 始得聞之而歎其美也.]”라고 하였다.[주-D057] 구이지학(口耳之學) : 남에게 배운 것을 깊이 연구하지 않고 그대로 남에게 옮기기나 하는 천박한 학문을 말한다. 《순자(荀子)》 권1 〈권학(勸學)〉에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간다. 입과 귀의 사이는 4촌일 뿐이니, 어찌 7척의 몸을 아름답게 하겠는가.[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之軀哉?]” 하였다.[주-D058] 사람이 …… 한다 :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권14 〈관물외편 하(觀物外篇下)〉에 보인다.[주-D059] 상천의 …… 없다 : 《중용장구》 제33장에 “《시경》에 ‘덕은 가볍기가 터럭과 같다.’ 하였는데, 터럭도 오히려 비교할 만한 것이 있으니,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라고 표현해야 지극할 것이다.[詩云德輶如毛, 毛猶有倫, 上天之載, 無聲無臭, 至矣.]” 하였다.[주-D060] 문중자(文中子) : 수(隋)나라 경학가 왕통(王通)으로, 자는 중엄(仲淹)이며, 시호가 문중자이다. 어릴 적부터 학문에 독실하여 그에게 배운 학도(學徒)가 천 명이나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하분(河汾)의 문하라고 칭하였는데, 방현령(房玄齡)ㆍ두여회(杜如晦)ㆍ위징(魏徵)ㆍ이정(李靖)ㆍ설수(薛收) 등이 모두 그 문하에서 나왔다. 저서로는 《중설(中說)》 외에 10여 종이 되는데 현재 전하는 것은 《중설》뿐이다.[주-D061] 배움이란 …… 그친다 : 출전은 미상이다.[주-D062] 함(咸)은 …… 언설이다 : 함괘(咸卦)는 소남(少男)에 해당하는 간(艮☶)과 소녀(少女)에 해당하는 태(兌
)로 이루어진 괘로, 남녀가 서로 감동함에 있어 어린 것보다 더 깊은 것이 없기에 감동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태괘(兌卦)는 위아래가 모두 태(兌
)로 이루어진 괘로, 하나의 음(陰)이 두 양(陽)의 위로 나아간다는 면에서 기쁨이 외면에 나타나는 의미를 지닌다.[주-D063] 고인(古人)이 …… 하였다 : ‘고인’은 명나라 하인(夏寅)으로, 자는 정부(正夫)이다. 정통(正統) 13년(1448)에 진사가 되어 벼슬이 산동 우포정사(山東右布政使)에 이르렀다. 《명사(明史)》 권161에 열전이 실려 있다. 인용한 내용은 《명유언행록(明儒言行録)》 속편 권1에 보인다.[주-D064] 강자(腔子)에 …… 하였고 :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보인다.[주-D065] 삼초(三焦) : 한방(漢方) 의학(醫學)에서 일컫는 육부(六腑)의 하나로 상초(上焦)ㆍ중초(中焦)ㆍ하초(下焦)를 합해 일컫는 말인데, 이는 음식의 흡수ㆍ소화ㆍ배설 등을 맡는 기관이라고 한다.[주-D066] 마음은 …… 한다 : 《근사록》 권4 〈존양(存養)〉에 보이는 정자(程子)의 말이다.[주-D067] 경은 …… 이긴다 : 《이정유서(二程遺書)》 권11 〈사훈(師訓)〉에 보인다.[주-D068] 맹자는 …… 없다 : 《근사록》 권2 〈위학(爲學)〉에 보인다.[주-D069] 반드시 …… 말라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보인다.[주-D070] 나이 사십이 강(彊)이니 :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사십 세를 강이라 하니 벼슬한다.[四十曰强而仕.]”라고 하였다.[주-D071] 공자(孔子)의 불혹(不惑) : 《논어》 〈위정(爲政)〉의 공자 말씀에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사리(事理)에 의혹(疑惑)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넘지 않았다.[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하였다.[주-D072] 맹자(孟子)의 부동심(不動心)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공손추가 “부자께서 제나라 경상의 지위에 오르시어 도를 실행할 수 있게 되신다면, 비록 이로 말미암아 패자(霸者)나 왕자(王者)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다면 마음이 동요되시겠습니까?[夫子加齊之卿相, 得行道焉, 雖由此覇王, 不異矣. 如此則動心? 否乎?]”라고 질문한 데 대해 맹자가 “아니다. 나는 마흔 살에 마음을 동요하지 않았느니라.[否. 我四十不動心.]” 하였다.[주-D073] 오십에 비로소 쇠한다 : 《예기》 〈왕제(王制)〉에 보인다.[주-D074] 때를 …… 처신하기에 :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에 “마침 온 것은 선생께서 올 때여서 온 것이고, 마침 간 것은 선생께서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이다. 때를 편안히 여기고 순리에 따라 처신하면 슬픔과 즐거움이 끼어들 수 없다.[適來, 夫子時也; 適去, 夫子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하였다.[주-D075] 천리(天理)를 …… 않는다 :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보인다.[주-D076] 공자가 …… 것 : 《논어》 〈위정(爲政)〉의 공자 말씀에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사리(事理)에 의혹(疑惑)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넘지 않았다.[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하였다.[주-D077] 도가서(道家書)에 …… 하였다 : 출전은 미상이다.[주-D078] 예가 …… 한다 : 《논어》 〈안연(顔淵)〉에서, 안자(顔子)가 인(仁)을 물은 데 대해 공자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답하였고, 이에 대해 안자가 그 조목을 청하자,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동하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하였다.[주-D079] 습관은 자연과 같다 : 공자의 말로, 《안씨가훈(顔氏家訓)》 권상(卷上) 〈교자편(教子篇)〉 제2에 “어려서 이루어진 것은 천성과 같고, 습관은 자연과 같다.[少成若天性, 習慣如自然.]” 하였다.[주-D080] 도가 …… 있다 : 《장자》 〈지북유(知北遊)〉에서, 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한 동곽자(東郭子)에게 장자가 답한 말이다.[주-D081] 한자(韓子)가 …… 하였다 : ‘한자’는 한비자(韓非子)이다. 인용문은 《태평어람(太平御覽)》 권720 〈방술부(方術部) 1 양생(飬生)〉에 보이는데, 《한비자》 권6 〈해로(解老)〉 제20에는 “정신이 외면에 몰입되지 않으면 몸이 온전해진다. 몸이 온전해지는 것을 덕이라고 하니, 덕이란 몸을 얻은 것이다.[神不淫於外則身全. 身全之謂德, 德者, 得身也.]”라고 되어 있다.[주-D082] 자신을 …… 없다 :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보인다.[주-D083] 고인(古人)이 …… 하였다 : ‘고인’은 미상이며, 인용문은 《초목자(草木子)》 권4 〈담수편(談藪篇)〉에 보인다.[주-D084] 전(傳)에 …… 하였다 : ‘전’은 《맹자》로, 인용문은 〈양혜왕 상(梁惠王上)〉에서 맹자가 양 양왕(梁襄王)을 만나 보고 나와 사람들에게 “바라보아도 임금 같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도 두려운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望之不似人君, 就之而不見所畏焉.]”라고 한 대목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석이다.[주-D085] 선유(先儒)는 …… 하였으니 : ‘선유’는 북송(北宋)의 유학자인 여희철(呂希哲)로, 자는 원명(原明)이다. 인용문은 《사전삼편(史傳三編)》 권4 〈명유전(名儒傳) 4 송(宋)〉에 실려 있는데, 지봉이 부연한 말은 인용문과 이어지는 뒷 구절을 참고한 것인 듯하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초학자는 의당 기상을 이해해야 하니, 말씨와 행동거지를 얼마나 진중하고 찬찬히 하는가 하는 부분에서 군자와 소인이 나누어질 뿐 아니라 귀천과 수요도 여기서 말미암아 정해진다.[初學當理會氣象, 詞令容止輕重疾徐之間, 不惟君子小人於此分, 亦貴賤壽夭所由定.]” 하였다.[주-D086] 해서(海瑞) : 명(明)나라 경산(瓊山) 사람으로, 자는 여현(汝賢), 호는 강봉(剛峰), 시호는 충개(忠介)이다. 《明史 卷226 海瑞列傳》[주-D087] 천하의 …… 말라 : 출전은 미상이다.[주-D088] 고인이 …… 하였다 : 인물과 출전 모두 미상이다. ‘성색(成色)’은 금속으로 된 화폐나 기물에 함유된 금속의 순도(純度)를 의미한다.[주-D089] 역경이란 …… 것이다 : 《시경》 〈대아(大雅) 생민지십(生民之什) 민로(民勞)〉에 “왕이 너를 옥으로 만들고자 하시기에, 이 때문에 크게 간하노라.[王欲玉女, 是用大諫.]” 하였다. 곧 옥을 쪼고 갈아야 그릇이 되듯이 사람도 역경을 통해 훌륭한 인물이 되므로 옥에 비유해 말한 것이다.[주-D090] 두이(杜夷)가 …… 하였다 : ‘두이’는 진(晉)나라 여강(廬江) 사람으로, 자는 행제(行齊)이다. 산술(算術), 역법(曆法) 등을 깊이 연구하였다. 인용문은 두이의 저서 《유구자(幽求子)》에 실려 있다.[주-D091] 시동(尸童)처럼 …… 해당된다 : 원문 ‘시거이용현(尸居而龍見)’과 ‘연묵이뇌성(淵默而雷聲)’은 《장자》 〈재유(在宥)〉에 실려 있고, ‘불현이장(不見而章)’과 ‘부동이변(不動而變)’은 《중용장구》 제26장에 실려 있다.[주-D092] 양승암(楊升庵)이 …… 하였다 : ‘양승암’은 명나라 경학자 양신(楊愼, 1488~1559)으로, 자는 용수(用修), 호는 승암,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인용문은 그의 문집인 《승암집》 권46에 보인다.[주-D093] 어두운 …… 해당된다 : 원문 ‘막현호은(莫見乎隱)’과 ‘막현호미(莫顯乎微)’는 《중용장구》 제1장에 실려 있다.[주-D094] 만물을 …… 있다 : 여기에 해당하는 원문 ‘체물(體物)’은 《예기(禮記)》 〈중용(中庸)〉의 공자 말씀에 “귀신의 덕이 지극하도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되 만물을 생성하여 빠뜨리는 바가 없다.[鬼神之爲德, 其盛矣乎! 視之而弗見, 聽之而弗聞, 體物而不可遺.]”라고 한 데에 보이는데, 정현(鄭玄)이 소(疏)에서 “체(體)는 생(生)과 같고, 가(可)는 소(所)와 같다.” 하였다.[주-D095] 동산 :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회계(會稽)의 동산에서 20년 동안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은 채 은거하였는데, 여기서 유래하여 은거지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晉書 卷79 謝安列傳》[주-D096] 황산곡(黃山谷)이 …… 하였다 : ‘황산곡’은 송나라의 시인이자 서예가인 황정견(黃庭堅, 1045~1105)으로, 자는 노직(魯直), 호는 산곡도인(山谷道人)이며, 소식(蘇軾)의 문인이다. 인용문은 〈소이화고목도사부(蘇李畫枯木道士賦)〉의 내용으로, 《어정역대부휘(御定歴代賦彚)》 권102 〈서화(書畫)〉에 실려 있다.
ⓒ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 강여진 (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