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에게 입주권이 주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가짜 철거가옥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지나 입주권이 주어지지 않는 철거가옥이 나도는가 하면 철거 대상이 아닌 무허가주택을 파는 경우도 있다.
가짜 철거주택 불법 거래 실상
은행원 박모씨는 강남구 삼성동 D업체로부터 강북구 미아동 8평짜리 무허가 건물을 7500만원에 샀다가 투자금을 떼였다. 업체 직원은 “집이 철거되면 장지ㆍ발산ㆍ세곡동 등 택지지구 33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집은 재개발구역에 들어가지 않아 철거 대상 주택이 아니었다.
철거가옥이란 서울시의 도로 건설 등 도시시계획사업으로 헐리는 집이다. 가옥 소유주에게는 SH공사에서 조성하는 서울시내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 이 철거가옥을 사서 특별공급을 받을 경우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싸다. 이런 점 때문에 기획부동산 등이 미끼를 걸면 소액 투자자와 서민들은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입주권이 주어지지 않는 집이 철거 대상 가옥으로 둔갑해 매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부동산 등이 쓰는 가장 흔한 수법은 재개발구역 내 낡은 집이다. 언뜻 보면 철거대상 주택 같지만 대부분은 무허가주택으로서, 특별공급 자격을 얻을 수 없는 경우다. 이런 집을 구입할 때는 구청에 반드시 입주권 부여 대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철 지난 입주권까지 팔아
이미 입주권 배정이 끝난 상암ㆍ장지지구에서도 물딱지가 거래되고 있다. 장지지구에서는 33평형 입주권을 1억5000만원에 파는 경우가 있는데, 싼 맛에 투자자들이 넘어가고 있다.
SH공사 분양팀(02-3410-7493∼5) 관계자는 “장지지구의 경우 철거민 특별공급분 선정은 지난해 2월 끝났다”며 “그 이후의 입주권 거래는 불법이며 2차 공급분이 있다는 것도 헛소문”이라고 밝혔다.
입주권 불법매매의 ‘원조격’인 마포 상암지구에서는 철 지난 입주권 거래가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물론 가짜 입주권 또는 이중 거래되는 입주권이다. 이 지역도 합법적인 입주권 배정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강서구 마곡지구의 입주권도 나돌고 있다. 마곡지구는 개발유보지로 묶였다가 지난해 개발로 바뀌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는 물론 개발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곳의 입주권을 매매하는 것은 사기” 라고 말했다.
입주권 값이 아무리 올라도 가짜를 사거나 이중 거래를 하면 헛일이다. 정당한 입주권이라도 전산 검색을 거쳐 부적격자로 드러나면 입주권 박탈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함정 피하는 법
알파오에스 곽창석 상무는 “시중에 나도는 8500만∼9500만원짜리 입주권은 원주민들에게 2000만∼3000만원에 사서 되파는 것인데 입주권 효력이 없는 것이 상당수”라며 “이 가격에 강남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면 컨설팅업체에서 갖고 있지 왜 팔겠는가”라고 말했다.
택지지구 입주권을 꼭 받겠다면 철거가옥을 사는 수밖에 없다. 재개발구역의 낡은 집이라 해서 무조건 철거대상 주택인 것은 아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대표는 “기획부동산이 강북구 미아동, 관악구 신림동 등지의 무허가주택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철거가옥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지나서 사면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시행인가일이 지난 철거가옥을 사서 입주권을 받으려면 원주민 이름으로 놔둔 뒤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증은 확실한 안전장치가 아니다. 나중에 철거가옥의 값이 오르면 원주민과 마찰을 빚고 돈을 더 줘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주의할 것은 철거가옥이 12.1평을 넘어야만 32∼33평형(전용면적 25.7평)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철거가옥을 매입할 때는 반드시 해당 구청과 SH공사에 입주권이 주어지는 물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정상적인 철거가옥을 샀다고 해서 원하는 지역의 택지지구 아파트에 분양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입주권을 배정한 마포 상암지구나 송파구 장지지구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기 지역은 배정 가구 수가 넘쳐 상당 수 철거가옥 소유자들이 비인기 지역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가짜 입주권 확인하려면
택지지구 입주권과 분양, 보상에 대한 궁금증은 서울도시개발공사 보상처(02-3410-7209)로 알아보면 된다. 시민아파트 철거, 도시계획사업에 따른 임대 및 특별공급 아파트의 문의는 서울시 주택기획과(02-3707-8215)로 하면 된다.
입주권 거래로 피해를 보았다면 서울시 지적과 토지조사팀(02-3707-8053)에 신고한다. 개발 현황을 알려면 송파구 문정지구와 강서구 마곡지구는 서울시 도시계획과 종합계획팀(02-731-6342), 송파구 장지지구와 강서구 발산지구는 도시개발공사 개발계획처(02-3410-7160)에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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