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상큼한 아침이다.
안양천둔치에서는 정월대보름맞이 달집 태우기를 한다고
아침부터 야단이다.
설겆이를 하면서 창문 너머로 그 광경을 구경하고있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쌓아 놓은 달집 위로 불이 활활 타오르고
묵었던 나쁜기운이 재가 되어 훨훨 날아가겠지. 그리고나면
봄은 새로운 희망과 함께 성큼 우리 곁으로 닥아오겠지.
내 유년에 봄은 냉이캐고 마농(달래)캐기에서 시작됬다.
꽃샘 바람이 불기 시작 하면 일년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 푸성귀가 귀한 때 였으므로 양지 바른 곳에 옹기 종기
싹을 틔운 달래며 냉이를 캐다가 달래장을 만들고 냉이무침을
해서 상에 내면 나에 아버지는 너무나 맛나게 잡수셨다.
우리 큰년은 뭐든 요망지게 잘해서 이다음 어떤 놈이 데려갈지
그 놈은 복받은 놈이여.~
아버지의 그 칭찬 한마디에 나는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고등 학교 시절 봄 방학이면 나는 아버지께 칭찬 받으려고 우리반
남학생들을 선동해서 우리집 과수원에 퇴비 묻는 일을 순식간에
해 치우곤 했다.그 때 에도 달래 썰어 놓고 부친 밀가루전을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맛나게 먹던 생각이난다.
또 토끼풀 새순을 뜯어다 삶아서 참기름 넣고 무치면 그 매끄럽고
상큼 하면서도 씁쓰레한 맛이 또 얼마나 입 맛을 돋구었는지.
지금쯤 하우스 여기저기에 지천으로 피어나 있을 그 정겨운
나물들을 생각만 해도 군침이돈다.(그래서 살을 못 빼나??)
이제는 찾아가도 옛 정취가 많이 사라졌지만 정월 대 보름이 되면
아버지는 동네 마을 청년들과 더불어 농악놀이를 했다.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온 동네를 괭과리치고
북치면서 돌아다니며 액운을 쫒고 한해 농사 잘 되기를 기원하셨다.
아버지는 꼽추춤을 추셨는데 사람들은 재밌다고 박장 대소 했지만
어린 나는 그런 아버지 모습이 부끄러워서 엄마 뒤에 숨어서 보곤했다.
집집 마다에서 먹을거며 돈을 부조 했는데 그 날은 온 동네가 흥이나서
어깨춤을 들썩였다.
작은 산촌이고 특이할 만한것도 없는 내고향, 그러나 그 작은 동네에서
우리들은 꿈을 키우고 정서를 키우면서 자랐다.
아버지의 그 끼많고 열정적이시고 다정다감함은 큰 딸인 내가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어려서는 몰랐지만 그것은 내가 살아온 힘이 원천이다.
대형마트에서 달래나물을 볼때도 나는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나
혼자 행복 해 지곤한다.
창문 너머로 달집 주위에 운집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 마이크에다 대고 웅웅 거리는 소리며 횃불 준비를 하는사람,
한쪽에서는 흥을 돋구기위해 농악 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가다
구경하는 사람들, 안내하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워 보인다.
이제 어두워지면 달집이 활활 타오르겠지.
지난 겨울동안 묵었던 모든 안좋은 기억들을 저 불길에
태워 보내고 새로운 기운으로 오는봄을 맞으리라.
그리고 굴 밥을짓어 달래장에 쓱쓱 비벼 우리 가족들 입맛을
돋궈 줘야겠다.
가슴시리게 아버지가 그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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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래 사진 너내 시골집인가...ㅎㅎㅎ 저런집이 그립다...
우리네 어머니들 모습이 아닐런지
2월12일~2월14일까지 정월들불축제가 제주 새별오름에서 열림! 정말 추억에 남는다 가보렴!
나도 오늘 안양천에서 정월대보름집태우기 축제에 다녀왔는데 가슴이 다 뜨거워 지드라구. 불 타는 오름, 생각만해도 내 가슴이 활활 타는것 같다. 담에 기회 있음 꼭 함 가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