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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문재인 승수 쌓기
똑똑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가 컸을 스탠딩 토론, 사실 문재인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조선 최고의 문호 열하일기에 연암 박지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술하는 사람에게는 네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 근본이 되는 학문을 갖추기가 어렵고, 둘째 공정하고 밝은 안목을 갖추는 게 어려우며, 셋째 자료를 종합하는 역량을 갖추기가 어렵고, 넷째 분명하고 명쾌한 판단력을 갖추는 게 어렵다. 그래서 재주, 학문, 식견,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면 제대로 저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술하는 재주는 참으로 얻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알다시피 문재인은 바둑 복기하듯 자신의 문제점이나 국정현안, 앞으로 나아갈 지표 등등 가리지 않고 까발리듯 적나라하게 책으로 펼쳐 보였다. 학습하고 습득하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책 한권을 내자고 하면 300페이지 내용에 주어 담을 내용도 까마득한데 이를 남기고자 할 때는 그 열배나 되는 생각이나 자료를 얻거나 축적해야만 한다.
당연 책 내용에 대한 배경 내지 문제점을 소상히 알 수밖에는 없다. 그러니까 그가 쓴 책 내용에 논쟁거리가 생길지는 몰라도 박학이라는 관점에서는 당연 한 걸음 앞서가는 것이다. 논쟁거리도 그 나름의 소신이나 논리가 질서정연함은 당연지사다. 그는 평소 한 달에 책 열권을 읽는다고 했다. 사실 방송이라는 게 짧은 시간 내 자기생각을 다 쏟아내야 하기 때문 많은 제한이 따르고 그것으로 그를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요즘 항간에 나오는 영재 프로를 보면 진짜 천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각이 기발하고 집착이 강한 것이지 수학문제를 빨리 푼다거나 일을 빨리 해치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정 반대로 영재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하기야 제 아무리 해박하고 많은 책을 섭렵하면 또 무엇 할 텐가. 또 죽자 사자 책만 붙들고 있다고 해서 이루어질 일도 아니고 얻을 소득도 없다. 공부도 요령이 필요 하듯 일도 일머리를 알아야 덜 고생한다. 한마디로 깨치고 제대로 행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에 나오는 명 구절은 다름 아닌 익히고 배우고 자기 처세와 체면을 차리는 선비들이 아닌 낮추어 보는 삼류선비가 제대로 라는 것이다. 그 시대 노론 파 일류들은 책만 붙들고 앉아 청나라 오랑캐들을 업신여기는 말만 하며 신문물을 애써 외면했었다. 연암으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살이였다. 그로 백성들만 고달프다. 즉 그는 바로 제 때 제대로 써먹을 줄 아는 실학을 말하고 있다.
<나는 삼류 선비다. 나는 중국의 장관을 이렇게 말하리라. 정말 장관은 깨진 기와조각에 있었고, 냄새 나는 똥거름에 있었다고. 대저 깨진 기와조각은 세상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담을 쌓을 때, 어깨 높이 이상은 쪼개진 기왓장을 두 장씩 마주 놓아 물결무늬를 만들고, 네 쪽을 안으로 합하여 동그라미를 만들며, 네 쪽을 밖으로 등을 대어 붙여 옛날 동전의 구멍 모양을 만든다.
기와조각들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진 구멍들로 영롱한 빛이 안팎으로 마주 비친다. 깨진 기와 조각을 내버리지 않아, 천하의 문채가 여기에 있게 되었다.
동네 집들의 문전 뜰은, 가난하여 벽돌을 깔 수 없으면 여러 빛깔의 유리기와 조각과 냇가의 둥글고 반들반들한 조약돌을 얼기설기 서로 맞추어 꽃, 나무, 새, 짐승 문양을 만드니, 비가 와도 땅이 질척거릴 걱정이 없다.자갈과 조약돌을 내버리지 않아, 천하의 훌륭한 그림이 모두 여기에 있다. 똥오줌이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밭에 거름으로 쓰이면 금싸라기처럼 아끼게 된다. 길에는 버린 재가 없고, 말똥을 줍는 자는 오쟁이를 둘러메고 말꼬리를 따라다닌다. 이렇게 모은 것을 거름창고에 쌓아 두는데, 혹은 네모 반듯하게 혹은 여덟이나 여섯 모가 나게 혹은 누각 모양으로 만든다. 거름을 쌓아올린 맵시를 보아 천하의 문물제도는 벌써 여기에 있음을 볼 수 있다.그래서 나는 말한다. 기와 조각, 조약돌이 장관이라고.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꼭 성곽과 연못, 궁실과 누각, 점포와 사찰, 광막한 벌판과 수림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풍광만을 장관이라고 말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바로 이용후생이다. 문재인에게는 연암 박지원의 설파와 닮은 점이 꽤 많다. 권위주의적이지 아니하며 실용적이면서도 국민을 위한 위민 적 사고가 그렇다. 이용후생에는 방도를 꾸릴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략 전술하면 손자병법에 지피지기가 떠오른다. 그 책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퇴(百戰不殆)'라 써 있다. 아마도 이를 바둑세계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로 전용하지 않았나 싶다. 고개 끄덕여지는 명언들이 참 많다.
< 적이 가까이 이르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적이 가까이 올지라도 공격하지 않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늘 적이 감히 침공하지 못하도록 만반의 방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 손자병법 제8편 구변(九變) 중에서->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 또한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춘다. - 손자병법 제12편 화공(火攻) 중에서->
아무튼 바둑은 전략전술의 대명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바둑을 좋아한다는 것이 화제에 올랐다. 바둑실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들 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아마5단이다”,“프로에게 2~3점으로 버틴다”는 등의 얘기가 오고갔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아마4~5단, 예전 식대로 말하자면 1급 수준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는 얘기였다. 문 후보가 당시 바둑에 대해 대담한 내용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의 묘수풀이는 바둑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숨은 내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그는 결코 남이 써준 글이나 읽거나 전략전술 없이 이미지로 승부하려 한 정치인이 결코 아니란 명백한 사실이다. 바둑에 대해 그가 말한 대목은 그의 정치의식이나 생명력과도 또한 닮아 있다. 그가 한 말 소탐대실이 이쯤 제일 또 떠오르는 말이다.
<― 바둑 스타일(기풍)은?
▲ 나는 법률을 전공해서인지 매사를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는 편이다. 이런 스타일이 바둑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행마를 할 때, 상대방의 대응을 ‘플랜 1, 2, 3…’ 식으로 따져보고, 거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면 최종 착점한다. 직관적으로 두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지는 장고형 바둑에 가깝다. (일부 생략)
― 좋아하는 프로기사나 기억하고 있는 명국이 있다면?
▲ 조훈현 9단은 ‘제비’라는 별명처럼 행마가 빠르고 현란해서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봉수 9단은 ‘잡초류’라는 별명처럼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이 인상적이다. 특히 순수 토종기사라는 점 때문에 내심 열렬히 응원했다. 1993년 5월에 있었던 잉창치배 결승에서 서봉수 9단이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을 3 대 2로 누르고 우승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이미 1회 잉창치배에서 조훈현 9단이 우승해 한국 바둑이 세계 최정상임을 증명했지만, 서봉수 9단의 우승은 이른바 순국산 기사의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었다고 생각한다.”
― 바둑의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복기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복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왜 그런 착점을 했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반성할 수 있고, 이런 반성이 쌓이다 보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복기가 가능할 정도로 자신의 대국을 다 기억하려면 매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고의 집중력으로 한 수를 찾는 식으로 행마의 자기근거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후 복기가 불가능하다.
― 정치권에는 바둑용어도 적지 않고 정치인 중에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은데, 바둑과 정치의 닮은 점이 있다면?
▲ 바둑 속언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같은 말은 정치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의 대마 잡을 궁리만 하면 결국 자기 대마가 잡히고 마는 것처럼, 정치를 할 때도 항상 자신의 스탠스를 탄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공치사하거나,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내실을 다진 뒤에 기회를 노려야 한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항상심(恒常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은 바둑판과 정치판에서 불변의 진리다.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대사를 그르치는 법이다. 정치를 할 때도 항상 소탐대실의 교훈을 명심하면서 자신을 비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15. 대통령의 품성 1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춘추오패로 보좌한 명정치인이었고 그의 사상 및 저술은 중국인에게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 당시의 한비자는 물론 사기의 저자 사마천,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관중을 이상으로 했었다고 하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손문의 「삼국주의」,장개석의 「중국의 운명 」, 모택동의 「신민주주의론」 등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그의 사상이 중국과 중국인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은 "관중 없이 환공의 패업이 없고 중원의 평화도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관중에 대한 기록은 ≪사기≫ 「관안열전(管晏列傳)」을 통해서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관중은 친구 포숙아(鮑叔牙)와 죽마지우(竹馬之友)였다. 이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서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고사를 통해서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관중은 2,700년 전 이미 의회민주주의의 원형을 제시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번성한 것이 기원전 5세기 무렵이므로 그보다도 더 빨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설파했다. <관자>의 철학적 기조는 도가사상이다. 군주가 법을 시행할 때는 물 흐르듯이 해야 하고, 국가를 경영함에 있어서는 가축을 기르듯이 자연의 이치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 관중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관중은 군주의 일곱 가지 자질을 논하고 있는데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정치적 시사점을 집어내는 도가적 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관자 칠 법에 견주어 보면 아무리 수천 년이 지났지만 군주가 갈 길은 명약관하 하다싶다.이 참에 그 한 대목을 소개한다.
<환공이 물었다.
“군주의 자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관중이 대답했다.
“대저 모든 일에는 일곱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원칙(則), 현상(象), 법(法), 교화(化), 결정(決塞), 심술(心術), 헤아림(計數)이 그것입니다.”
“천지의 기운, 추위와 더위의 조화, 물과 불의 성질, 인류와 금수초목의 생장번식과 같이 사물에 깃들어 있는 일정한 질서를 원칙이라고 합니다. 사물의 형태와 명칭, 유사성과 차이, 발생순서등을 현상이라고 합니다. 각도기, 자, 컴퍼스등과 같이 현상을 생성시키는 기준, 척도를 법이라고 합니다. 조금씩 나아가고 순리대로 일을 처리하고 어루만져주고 기다려주고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습관이 되도록 해주는 작용을 교화라고 합니다.”
“주는 것과 빼앗는 것, 험난함과 평탄함, 이익과 손해, 어려운 것과 쉬운 것, 열고 닫는 것, 죽이고 살리는 것을 결정이라고 합니다. 진실하고 성실하고 베풀고 헤아리고 용서하는 것을 심술이라고 합니다. 강약, 경중, 대소, 찬 것과 빈 것, 원근을 측정하는 것을 헤아림이라 합니다.”
“군주가 원칙을 모르면서 법규를 정하는 것은 돌아가는 바퀴살 안에서 방향을 살피는 것과 같으며 흔들리는 장대 위에서 기준을 정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현상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물건의 소재와 용도를 논하는 것은 긴 것을 잘라 조각을 낸 뒤 다시 그것을 하나하나 붙여서 길게 만들려는 것과 같습니다. 법을 잘 모른 채 정치를 하는 것은 왼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힘들다고 오른손을 쉬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교화의 의미를 모르는 군주가 윤리도덕을 창달하는 것은 아침에 불에 달궈서 만든 바퀴를 저녁에 쓰는 것과 같습니다. 결정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은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씀을 모르는 사람이 명령을 내리는 것은 과녁을 등지고 활을 쏘는 것과 같습니다. 계산에 어두운 사람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배가 삿대도 없이 급류를 건너려 하는 것과 같습니다.”
“원칙을 알지 못하면 법규를 세울 수 없고, 현상을 모르면 일의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법을 모르면 국민통합이 힘들고 교화에 어두우면 교육개혁을 제대로 행할 수 없습니다. 결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으며 심술과 헤아림을 모르면 법령의 제정과 집행이 어렵고 일이 성사되지 못하게 됩니다.”> <관자, 칠 법>
대통령도 법은 지켜야 한다. 오히려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하다. 최서원(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통해 사익을 도모하도록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결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파면하도록 결정하였다. 비선실세라는 원칙 없는 현상의 남발, 이는 법을 모른 것이고 군주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당연 국민 통합이 될 리 만무다. 흐트러진 민심을 두고 교화가 될 수 없으며 결국 국가는 중대국면을 맞을 수밖에는 없다. 거기에 재판관 김이수와 이진성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피청구인(박근혜)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진 않았으나,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적은 반면에 성실 의무 위반 자체를 탄핵할 사유로는 충분치 않다는 보충의견을 내었다. 재판관 안창호는 보수/진보라는 이념의 문제를 떠나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조치로서 파면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충의견을 내었다.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고 국민이 말하는 심술과 헤아림을 몰랐음을 재판관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관자, 칠법>은 이를테면 군주의 자질을 말한다. 하지만 현세의 대선 때 후보에 대한 검증은 주로 그가 펼칠 정책이 어떠하고 그것이 내게 어느 이득을 줄 것인지에 골몰을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후보자들은 표 떨어지는 말은 가급적 안하고 대책 없는 빈 공약을 남발하기 일쑤다. 그러기에 뽑아 놓고 후회를 또 한다. 더구나 선거철에는 다들 후보의 좋은 점이나 장점만 부각시키기 때문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선거철도 한 철이고 이 시간이 지나면 또 국민은 평상심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느 면 혼란만 가중되다가 아차 하며 후회할 공산도 크다. 후보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때만 잘 보이면 된다싶다. 보여주는 것의 문제는 그러기에 ‘악어의 눈물이냐 진정한 눈물이냐.’로 늘 시끄럽고 진실도 거짓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기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다고 하지 않던가.
유권자는 후보자의 진면을 바로 알아야 한다. 진면은 그의 앞모습이 아니다. 이는 보여지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뒷모습을 보라고 말을 하고 싶다. 누구든 면접 때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목청도 가다듬고 눈도 얼굴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눈웃음을 짓는다. 제대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정직한 경우가 많다. 기업의 인사를 담당한 사람은 신입직원을 면접할 때 면접을 끝내고 나가는 뒷모습을 특히 주의 깊게 본다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공손하게 인사하고 조신하게 앉아서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을 잘하는 것이야 모두가 기본이지만 면접이 끝나고 문 닫는 자세에서 그 사람의 진짜 일면을 본다는 것이다. 보통은 긴장된 분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뒤도 안 돌아보고 재빨리 나가버리기 일쑤인데, 돌아서서 침착하고 정중하게 문을 닫으면 더 호감이 갈 것이다. 바로 그 모습이 평소의 그의 본 모습일 것이다. 신입직원의 뒷모습이 이럴 진 데 리더들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커다란 바위가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지난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말들은 안 해도 모두들 대통령의 품성에 대해서는 저마다 가슴속 생각하고 곱씹는 바가 따로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