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경영연구소는 ‘국내 식품산업 현황 및 2010년 전망’ 보고서에서 3S를 키워드로 꼽으며 “소비자들이 점점 식품 안전에 까다로워지면서 가공이 최소화된 단순한 식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발효 식품 등 슬로 푸드의 열풍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S 열풍이 불고 있는 식음료 시장을 들여다봤다.
#단순함(Simple)-가공을 최소화한다
“○○ 외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광고 문구를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가공을 최소화하면서 인공색소·화학조미료·방부제 등을 함유하지 않은 식품이 각광받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이 2005~2008년에 출시된 식품을 조사해봤더니, ‘simple(단순)’ 또는 ‘simply(단순하게)’라는 단어를 광고에 사용한 제품이 그 이전 3년간보다 64.7%나 많았다. 대표적 예가 미국서 인기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파이브(Five)’. 파이브는 우유·크림·설탕·달걀·천연향료의 5가지만으로 만들었다. 재구매 비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30% 수준. 국내에도 이런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종 프리미엄 과자들이 좋은 예다. 보통 과자 한 개에 30여 개 안팎의 재료가 들어가는 반면 프리미엄 과자들은 10여 개 안팎의 재료만 써서 맛을 낸다. 이런 흐름은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으로 옮겨갔다. 매일유업이 색소·향료·안정제를 쓰지 않은 ‘3무(無)’ 요구르트 ‘바이오거트 퓨어’를 내놓자 남양유업이 설탕까지 뺀 ‘4무(無)’ 컨셉트 제품 ‘떠먹는 불가리스 트루’로 맞불을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동서식품의 아이스티 신제품 ‘티오’도 캐러멜 색소를 첨가하는 다른 아이스티와 달리 과즙 분말과 홍차에서 나오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살렸다. 롯데제과의 꼬깔콘은 1983년 출시된 장수 제품이지만 ‘심플’ 트렌드를 타고 최근 더 인기다. 1~3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38% 는 110억원을 기록했다. 합성착색료와 L-글루타민산나트륨을 넣지 않고, 옥수수 원재료의 맛을 살려 ‘단순하게’ 만들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달 초 5가지 곡물 ‘무슬리’를 넣은 ‘슈퍼100 브런치’를 내놨다. 무슬리는 열을 가하거나 튀긴 시리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곡물을 건조시켜 만든 식품이다. 일반 시리얼보다 식이섬유가 많고 영양이 풍부해 유럽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 발효 식품(Slow food)-천천히 만든다
김치·청국장·된장·고추장·간장 그리고 막걸리. 우리나라의 대표 발효 식품이자 슬로 푸드다. 막걸리는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로 급부상한 경우다. 와인이 항산화 성분 폴리페놀을 함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기를 얻은 것처럼, 막걸리도 구체적인 영양성분을 콕 집어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현재의 열풍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CJ경영연구소는 지적한다. 식품업계에도 돈은 더 들지만 천천히 만든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대상㈜ 청정원이 최근 선보인 ‘신안섬 보배 3년 묵은 천일염’은 전남 신안의 청정갯벌에서 생산해 3년간 간수를 뺀 것이다. 1년 묵은 천일염에 비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며 천연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천연 효모로 자연 발효시켜 만든 ‘자연 발효 단팥빵’을 출시했다. 쌀 발효균인 백곡균을 사용했으며, 발효 시간은 일반 이스트를 사용할 때보다 10배 이상 걸린다. 부드럽고 풍미가 매우 좋은 빵을 얻기 위해 시간을 더 들였다.
#식품 안전(Safety)-원료를 차별화한다
원료 자체의 안전을 강조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류와 조미료, 밀가루 등에서 국산 재료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CJ 해찬들은 100% 국산 재료만 쓴 국산 고추장과 된장 등을 내놨다. ‘해찬들 100% 국산 고추장’과 ‘해찬들 100% 국산 된장’에 이어 3년 이상 농약·화학비료를 전혀 안 쓴 국산 유기농 콩과 국내산 천일염으로 만든 유기농 된장을 선보였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식품기업 SPC그룹은 2008년 우리밀 시장에 뛰어든 이후 우리밀 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7000t이던 SPC그룹의 우리밀 수매량은 올해 2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상의 ‘청정원 카레여왕’은 밀가루 대신 우리쌀을 넣었다. 농심이 새로 내놓은 ‘둥지쌀국수 뚝배기’는 밀가루 대신 쌀이 90% 들어 있는 쌀국수다. 쌀에 보리·감자전분·식이섬유를 섞어 면발을 빚어 밥 한 공기의 영양과 든든함을 담았다.
롯데칠성이 내놓은 ‘롯데 아이시스 DMZ 2㎞’는 취수 지역의 청정함을 강조하고 있다. 용기 제조부터 생수 생산까지 한 곳서 이뤄져 빈 용기를 옮길 때 생길 수 있는 오염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하이트의 ‘맥스’도 100% 보리 맥주란 점을 내세우고 있다. 보리로만 만들어 부드러운 향을 살렸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