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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02
#1. 유치원 복도 / 밤
아무도 없는 복도. 예린아~ 부르며 오는 수아. 앞쪽에 바닥에 떨어진 야수의
가면을 보는. 수아, 가면을 주워 드는데.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들어오는 (E).
수아, 핸드폰을 꺼내 보면. C.U.
'후회하게 될 거야. 하나 유치원으로 온 걸.
‘
굳은 수아의 표정. 카메라, 수아가 서있는 복도 모퉁이를 돌면.
숨어서 수아를 지켜보고 있는 차가운 표정의 혜주.
F.O.
타이틀 -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2부 - 재투성이 아가씨의 꿈
F.I.
자막 : 한달 전. 2012년 11월
#2. 백화점 명품숍 안. (1부 씬 24에서)
디스플레이 된 옷들을 고르고 있는 혜주. 지나가던 사람들, 혜주의 미모에 흘긋
한번씩 쳐다보고. 핸드폰으로 카톡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E). 혜주, 핸드폰 보면.
‘정원 완료.’ C.U
혜주, 씩 웃고. 답문자를 찍고는. 옷(패딩자켓)을 들고 계산대로 간다.
점원 (옷보며) 역시 안목이 있으시네요. 이 자켓, 요즘 진짜 유행이거든요.
혜주 (미소)
점원 (바코드 찍고) 토탈 삼백 팔십 육만 원입니다.
혜주 (카드 척 내밀고) 일시불이요.
#3. 혜주네 아파트 안 / 낮
고급스런 가구가 들어찬 아파트 거실. 화려하고 번쩍이는 인테리어.
문이 열리고 쇼핑백을 가득 든 혜주 들어온다. 방에서 쪼르르 나오는 리나.
리나 엄마! (쇼핑백 보고) 또 뭐 사왔어?
(하며 혜주가 들고 있는 쇼핑백 빼앗아 마구 풀어보며) 내거는?
혜주 얘얘얘, 그거 만지지마! 그건 내거야!! 니건 이쪽-
리나 (원피스를 꺼내며) 와~ 이쁘다! (원피스 꺼내 대보고 팽글 돌며) 엄마,
나 어때? 이거 입구 유치원 가면, 도훈이가 이쁘다고 할까?
혜주 (흘기며) 쪼끄만게 벌써부터 남자는...
리나 왜애? 차도훈이 나 춤추는 거 이쁘다 그랬어~ 나, 발표회 때
공주님 할 거란 말이야.
혜주 (생각난 듯) 어머. 그리구보니 발표회가 있었구나. 선생님이 뭐래니?
주인공, 언제 정한대?
리나 (으쓱) 몰라. 근데 나 밖에 할사람 없어. 내가 공주님. 도훈이가 왕자님~
혜주남편 (E) 도훈이가 누구야?
혜주, 놀라 보면. 언제 들어왔는지 입구에 있는 혜주 남편.
아버지뻘의 나이 든 남자다. 리나, 아빠아~ 하고 가서 착 매달리는.
혜주 (당황) 당신 왔어요? 왜 기척도 없이...
혜주남편 (혜주보고 못마땅한 듯) 이건 다 뭐야...? (흩어진 쇼핑백들을 보며)
혜주 아, 리나 옷 좀 사느라- (애교 섞인) 식사 금방 차릴 테니까 씻구 나와요?
(하고 주방으로 가면)
혜주남편 (리나를 안고 함빡 웃음) 우리 공주님~ 오늘 하루 잘 놀았져? 하루 사이
더 이뻐진 거 같네? 근데. (못마땅) 도훈이가 누구냐니까? 어느자식이야?
리나 (샐쭉) 아빤 알 거 없어. 나랑 결혼할 남자야.
#4. 혜주네 주방 안
식사중인 남편. 옆에서 시중을 드는 혜주.
혜주, 반찬을 골라 앞접시에 놓아주고. 반찬을 먹는 남편.
혜주 담 주에 청담동에 새로 생긴 프렌치 레스토랑 어때요? 에스쁘아 라구,
입소문이 나서 예약두 안된다구 하는 덴데-
혜주남편 (젓가락 내려놓고) 외식두 외식인데. 어떻게 된 음식이 밥이며 반찬이며
죄다 조미료 밭이야...? 당신 이걸 리나한테도 먹이는 거야?
혜주 (당황) 아니, 그게 (맛보고) 아유, 이 아줌마가 그렇게 말을 해도- (핑계)
혜주남편 아줌마한테 다 맡기고 돌아다니지만 말고-
혜주 (자르며) 내가 뭐 지금 놀러 다니느라 그래요? 다 리나 쫓아다니다 그런
거지. (화제 전환하듯) 아. 안그래두 이번 유치원 발표회 때, 리나가 주인공
할 거 같대요? (신나서) 어제만 해도 드라마 클래스 선생이 리나 연기가-
혜주남편 지금 무슨 소리야. 드라마 클래스? 허... 하구 많은 거 중에, 애한테 꼭
그런 걸 가르쳐야겠어?
혜주 (당황) 아니, 그래도 리나두 좋아하구, 잘 하니까-
혜주남편 그런 거 말고 좀. 격 있고 품위 있는 걸 가르치라고! 여자앨 차분하고
조신하게 키울 생각은 안하고. 나가서 딴따라 시킬 일 있나? 나, 원...
혜주 ..!
그 때 식탁 위에 있던 남편의 핸드폰 울리고. 핸드폰, ‘진이’ 라고 뜨고.
남편 여보세요? (혜주의 눈치 슬쩍 보고) 어. 그래...
하고 방으로 들어가 전화 받는. 혜주, 열받은 듯 있던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
#5. 까페 안 / 낮
엄마들 모여 앉아 차 마시며 한참 얘기 중인. 새로 산 패딩자켓 차림의 혜주.
경화 (혜주 옷 보고) 어머. 새로 샀어요? 이쁘다~
혜주 (으쓱) 아니, 뭐.
경화 리나 엄마가 입으니까 태가 다르네. 확실히 몸매가 되니까.
이거... 그 비싼 거 맞죠?
수아 (어색하게 여자들 눈치 보는)
혜주 (으쓱) 뭐.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확실히 패딩이 대센데.
이태리제는 라인이 틀리잖아요? 패딩 하날 입어도 스타일리시 한 게.
그 때 들어오는 미복. 밍크코트를 입은 럭셔리~한 차림.
미복 (여자들 보고) 왔어? 날씨가 왜 이리 추워. 아휴..
혜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게요. 날이 너무 춥네요.
미복 (혜주 옷보고 심드렁하게) 겨울엔 퍼(fur)가 최고지. 리나 엄마두. 털 입어.
그거 갖구 되겠어?
혜주 (아무렇지 않은 척) 뭐, 그냥 왔다 갔다 할 때 막 입으려구 하나 샀어요.
미복 그래...? 그래두 요즘 강남 시내 나가봐. 개나 소나 다 그거더라. 무슨
교복도 아니고. 아휴...
혜주 (미복의 밍크코트 만져보며) 전 퍼는 좀 부담스럽던데.이런 거 잘못 입음 복부인 같아 보이잖아요.(아부)근데 언닌 넘 세련됐다~ 돈 좀 썼겠는데요?
미복 (기분 좋은) 응. 근데 요즘 그레이가 유행이라서. 하나 더 살까 하구.
혜주 (착 붙으며) 어머, 잘 됐다. 저랑 같이 가요?
수아/경화 (눈치, 어색한 미소)
수아 저기. 발표회 얘기 나오는 거 같던데. 여기선 어떻게 해요?
경화 안 그래도 미녀와 야수 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번엔 추첨 한다면서요.
미복 뭐 지난번 일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경화/혜주 (눈치 슬쩍보고)
수아 (뭐지? 싶은)
경화 (혜주보고) 추첨을 하더래두, 우리 반에선 리나가 젤 잘 하는 거 같던데-
미복 그래. 리나, 플레이앤스타에서 드라마 클래스도 한댔잖아?
혜주 (살짝 잘난 척) 뭐... 좀 하는 거 같긴 해요. 키즈뮤직 선생두 소질 있다구..
수아 와. 리난 뭐 많이 하네요.
혜주 얜 아무래도 그 쪽인 거 같아서. 일찌감치 방향 잡을까 하구요.
수아 그래두... 아직 여섯 살이면... 좀 빠른 거 같은데...
혜주 (피식) 빠르다뇨. 원래 예체능은 일찍 시작한 애, 절대 못 따라와요.
그리구 요즘은 초등 들어가기 전에 예체능 특기 잡아주는 게 대센데.
미복 다들 피아노 미술은 기본 깔구. 그 외 예체능 두 세 개씩은 하니까. 어차피
사립 가려면, 그 정돈 해야지 않아?
수아 아, 네...
경화 전에 리나 엄마 전공이 예체능이랬죠? 엄마 닮았으면 소질 있겠다~
혜주 네? 아, 네. 호호.
#6. 유치원 앞 / 낮
아이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 혜주, 미복, 경화.
건너편 길 쪽에서 유치원 쪽으로 가는 수아 보이고.
혜주 (수아보고 흉내) 아직 여섯 살이면 좀 빠른 거 같은데~? 그렇게 잘났으면
왜 저러구 있어? (미복 보고) 진짜 재수없지 않아요?
미복 (피식) 아직 뭘 몰라서 저러는 거지.
혜주 리나말 들어보니까 저집 딸내미, 영어도 딸린다던데. 아니, 그 정도두
안 시킬 거면서, 뭐 하러 여길 보낸대요?
미복 뭐. 엄마 맘이 편한가보네. 우리 애보다 잘 하는 거 아닌데, 신경 쓰지 마.
암튼. 발표회 얼마 안 남았는데. 자기, 힘써봐?
경화 (유치원 쪽 보고) 애들 오네요. (놀라) 어머 근데. 리나가...
입구에서 나오는 아이들. 울상인 리나, 혜주를 보더니 ‘엄마~’ 하고
달려와 울기 시작한다. 뒤에서 오는 하진/도훈.
혜주 (당황) 리나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진 오늘 발표회 추첨했는데, 리나 미녀 떨어졌어요.
혜주 (놀라) 그럼,.., 누가 됐니?
도훈 (예린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오예린이요.
혜주, 열받은 시선으로. 도훈이 가리킨 쪽을 보면.
예린과 서 있는 수아와 눈 마주치고.
#7. 원장실 안
원장과 마주앉아 있는 혜주.
혜주 (흥분)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우리 리나가, 지금 온 지 며칠두 되지두
않은 애한테 밀리다뇨!!
원장 어머님? 좀 진정하시구요-
혜주 제가 딴 애면 또 모르겠어요. 걘, 영어두 제대루 안 된다던데. 이건 뭐
완전 저희가 차별받는 거잖아요?
원장 (고민스런)
혜주 (단호) 긴 말 필요 없구요. 원장님. 저, 작년에도 섭섭했던 거 아시죠? 이런
식이면 저 정말 실망스러워요.
원장 실은... 어머님한테만 말씀 드리는 거니까. 딴 데 얘긴 하지 마시구요.
연출진들 붙으면, 다시 간단하게 오디션 같은 걸 봐서 배역 확정할 겁니다.
혜주 (눈 반짝) 그래요?
원장 어차피 그 쪽 엄마야 영어 문제니까, 뭐라 말 못 할 거구... 플레이앤스타
에서 이번 발표회 디렉팅 맡았어요. 리난 거기서 드라마 수업두 받구
있으니까... 아셨죠?
혜주 (흡족) 그러셔야죠! 그럼, 연기력이랑 이런 거 집중적으로 봐 주세요!
원장 원에서두 최대한 신경 쓰구 있으니까, 걱정 마시구요.
혜주 (웃음) 역시 원장님은... (생각난듯) 참. 이번 연극 의상은 전부! 제가
준비할 테니까. 그렇게 해 주실 거죠?
원장 (불편한 미소) 그러면 저희야 감사합니다만...
혜주 (쇼핑백을 내밀며) 이건. 제 마음의 표시에요. 그럼, 원장님 믿어요? (쌩긋)
하고 인사하고 나가면. 원장, 쇼핑백에 담긴 걸 꺼낸다. 두 개의 롤케이크 상자.
상자를 열면. 각각 상자에 한 짝씩 들어있는 명품 구두.
원장 (구두를 양 손에 한 짝 씩 들고. 짧은 한숨)
#8. 백화점 명품숍 안. (씬 2의 매장)
척척 안으로 들어오는 혜주, 손에 든 쇼핑백. 계산대로 가는.
혜주 (쇼핑백을 척 올려 놓으며 냉랭하게) 당장 환불해주세요.
점원 (당황) 손님, 제품에 무슨 문제라도..?
혜주 이거, 너무 길거리에 채여서 못입구 다니겠어요. 시내 나가봐요.
개나 소나 다 이 옷이지. 아유..
#9. 레스토랑 안 / 저녁
근사한 프렌치 레스토랑. 혜주가족 앉아있다. 시무룩한 표정의 리나.
혜주남편 우리 리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발표회 때문에 그런가?
리나 (고개 숙인 채 도리도리)
혜주남편 아빠가 어떻게 하면 우리 리나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뭐 사줄까?
디저트 먹을래?
리나 (고개 들고) 아빠. 그럼 나 발표회 때 미녀 시켜줘.
혜주남편 (타이르듯) 음... 그건 다른 애가 하기로 한 거 같은데. 그지?
리나 (떼쓰는) 싫어~~ 내가 할 거란 말이야~~ (혜주 보고) 그치 엄마~? 응?
혜주 (난처해서 남편 눈치보며 말리는) 얘, 리나야..
남편 리나야. 그건 벌써 결정된 거라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알지?
그거 말고 딴 거. 아빠가 다~ 들어줄게. 응?
하는데. 혜주남편 핸드폰 울린다. 남편, 받을지 망설이고.
굳어지는 혜주 표정.
혜주남편 (혜주에게) 나 좀 잠깐... (일어나 나가는)
리나 (뚱한 표정으로 인상 쓰고 있으면)
혜주 (리나에게) 있잖아. 엄마가, 무슨 일 있어도 너 미녀 하게 해 줄거야.
리나 (표정바뀌며) ...정말?
혜주 그러엄~. 대신 너두 약속해.
리나 (보면)
혜주 너, 엄마가 하란 대로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 할 수 있어?
리나 (고개 끄덕이며) 응! 할게! 할 수 있어!
혜주 힘들다구 징징대구 투정부림 안 돼?
리나 (끄덕) 응.
혜주 그래. 그래야지! 자! (하며 바닥에 있던 쇼핑백에서 옷 꺼내는)
이 옷두 니 거, 이 구두두 니거.. 너희반 딴 애들 거두 엄마가 다 해줄게!
리나 진짜? (완전 신난) 엄마 최고~~
그 때 웨이터, 초콜릿 케익이 담긴 접시를 가져 나오고.
리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먹으려 포크를 대는데.
혜주 (리나의 포크를 탁 치며) 안돼!
리나 왜애..
혜주 지금 먹으면 다 살로 가. 뚱보 돼지 되구 싶어?
리나 (시무룩)
/
다른 쪽 일각. 들어오던 한 엄마(상훈엄마). 혜주네 테이블을 보고.
상훈엄마 어머. 하여튼 저 엄마... 이런 데서 꼭 만난다니까?
(가서 아는 척을 하려 하는데)
/
혜주네 테이블. 혜주 남편, 테이블로 와 앉는.
/
상훈엄마, 순간 혜주 남편의 얼굴을 보고 멈칫 하는.
/
혜주, 일어나 자연스럽게 의자에 걸린 코트를 들어 뒤에서 남편에게 입혀주는데.
어깨의 먼지를 털어주며 애교있는 웃음을 날리고.
/
상훈엄마 (갸우뚱) 설마... 아버진 아닌 거 같은데...? (하며 한참 보는)
#10. 혜주네 아파트 안방
혜주, 남편의 코트를 옷걸이에 거는데. 문자오는 소리 들리는.
눈치를 보며 주머니를 뒤지면. 핸드폰 나오고.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진이’ 라고 찍힌 문자.
혜주 ...!
험악한 표정으로 핸드폰 확인하며 내용을 보면.
‘아빠, 청담동 웨딩샵 2시에요. 거기서 봐요.’ C.U.
혜주남편 (E) 뭐하는 거야?
돌아보면. 남편 서 있다.
혜주 (당황해서 핸드폰 집어넣으며)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혜주남편 (이상하다는 듯 혜주를 보는)
#11. 커피숍 안 / 낮
수아, 경화 미복 둘러앉아 있고. 혜주 없다.
경화 리나 엄만, 오늘 못 오나 봐요?
미복 응. 드라마 클래스 있다구.
경화 (알겠는) 아... 그리구보니 발표회, 오디션 얘기가 있던데. (수아보면)
수아 저희 애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영어도 좀 그렇고. 컴플레인이 들어온
모양이더라구요. (쓴 웃음)
미복 그랬어...? 암튼. 리나 엄마, 열심인 건 알겠는데. 좀... 걱정되네.
경화 (조심스런) 엄마들 사이에서두 말이 나오나봐요. 발표회 혼자 다 하냐구..
미복 (찌푸리고) 그 엄마가 원래 좀, 사소한 거에 목숨 거는 타입이잖아.
(못마땅한) 상반기 때에도 그러더니. 또 일을 크게 만드네...
경화 (눈치 보는)
수아 (괜히 민망해져서)
#12. 거리 / 낮
수아와 경화, 걷는.
경화 리나 엄마가 좀 극성이어두, 예린엄마가 이해해요. 이 동네 엄마들, 특히
예체능 쪽은, 좀 재능 있다 싶으면. 진짜 사활 걸구 뛰어들거든요.
수아 ..네... (한숨) 엄마들이 참... 대단한 거 같애요.
경화 거기두 집에 어지간히 돈이 되니까.. 애들은 밀어주는 만큼 또 쑥쑥 나가
잖아요. (씁쓸한) 요즘은 김연아, 손연재 같은 애들두, 돈 없인 안 될 거에요.
(잠시 침묵)
수아 근데 저.. 아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원에 전에 일이 있었어요?
경화 (머뭇) 아, 그게... 예린이 오기 전에... 좀...
#13. 연습실 안
연습실 안. 앞 쪽으로 무대가 있고. 리나, 선생과 둘이 연습을 하고 있는.
뒤쪽에 혜주,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서 보는.
경화 (E) 상반기 참관 수업 때 발표가 있었는데... 영지라는 애가 하기로 한 걸...
리나 엄마가 좀 욕심을 냈어요... 그러다 엄마들끼리도 틀어지구. 일이
커져서. 결국 아무도 못하게 된 적이 있어요.
(Jump)
연습이 다 끝난 리나. 혼자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지친 표정.
선생, 걸어서 혜주에게로 온다.
혜주 어때요 선생님?
연기선생 뭐. 리나야 늘 잘 하는 편이죠. 근데... 무대에 올라가면 가끔 대사를
까먹을 때가 있긴 한데... 그게 좀...
혜주 (걱정) 오디션은, 문제 없겠죠?
연기선생 (미소) 걱정 마세요. 그 날 저두 가니까. 큰 문제 없는 한 리나가 할 거에요.
혜주 (안도) 감사합니다.
선생, 나가고. 혜주, 리나에게로 가는.
리나 (반가운) 엄마!
혜주 힘들었지. 가기 전에, 엄마 앞에서 딱 한 번만 더 하구 가자.
리나 (짜증) 싫어!! 나 피곤해. 배고파.
혜주 (참으며) 딱 한 번만 더 하구, 엄마가 맛있는 거 사왔으니까 먹자. 응?
리나 (징징) 싫어~ 싫다고~ 오늘 하기 싫다니까~~ 왜 자꾸 그래!!
나 배고프단 말이야~
하며 리나, 혜주가 들고있던 쇼핑백을 와락 움켜쥐고. 안에 든 빵을 꺼내는데.
혜주, 확 치밀어 리나가 들고 있던 빵을 확 뺏고 봉투를 바닥에 집어던진다.
혜주 (무섭게) 어서 일어나.
리나 (놀라) 어, 엄마..
혜주 너, 엄마랑 약속한 거 잊어버렸어? 일어나!! (하며 팔을 확 잡아당기는)
리나 아~ 아파... (울상)
혜주 (버럭) 하고 싶다고 한 거 너잖아!! 하란 대로 한다며! 오디션이 내일인데.
이거마저 제대로 못 하면, 뭘 할라 그래..!! 예린이 고 기집애한테 밀릴래?
리나 (울먹) 알겠어... (하고 일어나는)
혜주 (리나를 다잡아주며) 쫌만 참으면 돼. 내일, 걔 보란 듯 해 줘야지.
이런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구 말이야.
리나, 일어나 동작을 하는. 그런 리나를 지켜보는 혜주.
연습실 안에 덩그마니 있는 두 모녀의 모습.
#14. 예린의 방 안
책상에 앉은 예린, 영어대본 ('Beauty and the Beast' 가 겉장에 쓰여진)을
들고 읽고 있다. 수아, 옆에서 보는.
예린 Don't talk like that. You'll be all right. We're together now.
수아 (고개 끄덕) 오오, 그래.
예린 Everything's going to be fine. You'll see.
수아 (씩 웃으면)
예린 왜 웃어?
수아 응. 우리 예린이가 너무 잘해서.
예린 나 잘해?
수아 그럼. 영어 거의 안 배운 거 치곤 잘하는 거지. 이거 언제 다 외웠어?
예린 (배시시 웃으며) 나 이 얘기 좋아해. 굉장히... 아름답구 슬퍼.
수아 (예린을 가만 보다가) 예린아. 있지.
예린 응.
수아 잘 되면 좋은데. 잘 안되더라두. 너무 실망하지 마. 기회는 또 있으니까.
예린 응. 엄마, 걱정 마. 나 잘 할 수 있다니깐?
수아 그래...? (약간 불안한 표정)
/
유치원 전경 / 낮
#15. 유치원 앞 / 낮
엄마들 모여있고.
그 때 저 쪽에서 오는 혜주와 리나. 드레스 차림의 블링블링한 모습의 리나.
혜주, 엄마들을 보고 살짝 눈인사 하고 쌩 가는.
상훈엄마 (혜주보고 피식) 오디션이라구 아예 작정하고 빼 입혔구만?
수연엄마 말이 오디션이지... 쟤한테 훨 유리하잖아요?
상훈엄마 그러게. 지난 번에두 그 난리를 떨어서 추첨으로 바뀌었다더니. 뭐가 이래.
엄마들 수군수군 하는.
#16. 유치원 교실 안
연습하는 아이들. 무대 가운데 쪽에 있는 리나, 예린, 도훈, 하진 등.
뒤쪽에 연기선생 및 연출감독들, 유치원 선생 등 와 있고.
연기선생 그럼, 시작해 볼까요? (리나 보고) 리나가 먼저 할까?
리나 (침 꿀꺽하고. 고개 끄덕)
(Jump)
야수와 미녀가 춤추는 씬. 무대 중앙에서 왈츠를 추는 도훈과 리나.
도훈 Belle? Are you happy here with me?
리나 (주저하며) ...Yes. (한숨을 쉬며 먼 곳을 바라보는 연기)
도훈 What is it?
리나 (슬프게) If only I could see my father again...I... I..?
(하다가. 대사가 생각이 안나는)
리나, 당황해서 연기선생을 쳐다보면.
연기선생,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만 ‘miss him’ 하며 대사 알려주는.
리나 (재빨리 캣치하고) I miss him so much...
도훈 (고민하는 듯 연기) there is a way...
리나 (자신있게) what? what is it? I'd like to see my father, please~~!!
연출 컷! (하고. 선생을 보며) 잘 하네.
연기선생 (웃으며)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잘 한다니까요? (리나에게) 리나 수고했어.
전번보다 대사랑 표현두 훨씬 좋아졌는데?
리나 (으쓱)
연기선생 다음은, (예린 보고) 예린이 해 볼까?
예린 저기... 전요. 춤추는 거 말구, 다른 거 해두 되요?
연기선생 다른 거? 글쎄- (곤란하다는 듯 연출을 보면)
연출 뭐. 할 수 있는 거 해 보라 하세요.
(Jump)
야수가 죽는 씬. 바닥에 엎드려있는 도훈. 예린, 도훈의 옆에서 손을 잡고.
감정을 몰입하는 듯. 애절한 표정이 되는.
예린 (액션을 취하며) Don't talk like that. You'll be all right. We're
together now. Everything's going to be fine. You'll see.
도훈 At least I got to see you one... last...time. (하고 도훈 눈을 감는)
예린 (그런 도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No, no! Please! Please!
Please don't leave me....! (사이) I.... love you...
하고 눈에 눈물이 가득한 예린. 도훈, 놀란 듯 눈 끔쩍끔쩍 하고.
어른들 (놀란) !!!
선생 (놀라) 예린이... 연습 많이 했구나. 영어는 언제 했어?
예린 (씩 웃고) 집에서 연습했어요.
연출 와, 고녀석. 맹랑하게 잘 하네?
연기선생 그치만.. (연출 보고) 영어가 리나보단 좀...
연출 영어야 뭐, 어차피 네이티브 아닌 담에야 다 거기서 거기잖아?
(아이들도 웅성웅성)
하진 와, 잘한다. 오예린.
아이들 맞아 맞아~
리나 (...!)
성준 선생님, 리나보다 예린이가 더 잘해요!
아이들, ‘맞아, 맞아’ 동조하며 떠들고 우왕좌왕. 리나, 열받은.
연기선생, 안타깝게 보고.
선생 얘들아 좀 쉬었다 하자? 자. 스낵타임~
하고 교실 뒤쪽으로 가는. 아이들 흩어지고. 리나, 화나서 예린 쳐다보는.
리나 (예린에게) 너 뭐야! 왜 잘난 척 해?
예린 아니, 난 그게 아니라....
리나 진짜 못됐어! 나빠!
성준 (끼어들며) 에이~~ 하리나! 너보다 오예린이 훨씬훨씬 잘 하던데?
리나 뭐? 야! 너 말 다했어?
리나, 씨근거리고 있으면. 선생, 컵 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들고 오는.
선생 자. 애들아, 조용! 오늘 간식은 리나 어머니께서 특별히 우리 해바라기반을
위해 맛있~는 컵케이크를 선물해주셨어요.
아이들 와~~
선생 자아, 한줄로 서서 받아가세요.
하고 아이들에게 컵케이크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예린, 받아 가면. 예린을 노려보고 있던 리나, 달려가서.
리나 안 돼!! (막아서며) 넌 먹지마!! (하고 예린을 확 밀치며) 너 안줄 거야!!!
예린 (멈칫 하고)
하진 하리나. 너 그러는 거 나쁜 거야.
리나 우리 엄마가 가져온 거니까 오예린 주기 싫다구! 안 줄거야!!
선생 리나야. 그럼 안 되지!
리나 싫어요~ 싫단 말이에요! (하다 성준보고) 그리구 너! 너두 먹지마!
성준 쳇~ 야. 이거 안 먹어도 돼. 예린아 (하고 속닥속닥 귓속말 하는) 알겠지?
이거 맛없어! 우리 먹지 말자!
리나 ...! 이게...!
하며 리나, 손에 들고 있던 컵 케이크로 성준의 얼굴을 퍽 때리는.
선생 리나야!!
얼굴에 케이크 크림이 범벅된 성준. 꿈뻑꿈뻑 하다가. 울음 터트리는.
#17. 유치원 교실 안 + 밖
부루퉁한 얼굴로 생각하는 의자에 앉은 리나.
선생 하리나. 계속 그러면 미녀 할 수 없어. 그렇게 행동하면서 미녈 어떻게 해?
리나 (울먹거리다가) 안돼요! 내가 할 거란 말이에요.!! (하다 울음 터뜨리는)
오예린 절대 안돼요, 절대!! 선생님, 다시 하게 해 주세요~네?
선생 리나야.
리나 싫어요, 안돼요.. 미녀는 나란 말이야.. 엉엉...
/
교실 밖. 열린 문틈으로 그 모습을 보는 예린. 생각에 잠긴.
잠시 후. 선생, 교실에서 나오면.
예린 선생님,
선생 예린이구나. 여기서 뭐해?
예린 리나... 괜찮아요?
선생 곧 괜찮아 질 거야. 우리 예린이가 리나 걱정했나보구나?
예린 (망설이다) 저기...
선생 응?
예린 (결심한 듯) 저... 미녀 안 할래요.
선생 (놀라) 그게 무슨 말이야?
예린 저 안 해두 괜찮으니깐... 그냥 리나가 하게 해주세요.
#18. 유치원 원장실 안
혜주, 원장과 면담하는.
원장 어쨌거나 어머님들 사이에서 말이 많으니 만큼. 부탁드리겠습니다.
혜주 ...알겠습니다.
원장 그리구 발표회는... 예린이가 안하겠다고 했어요.
혜주 (놀란) 네?
원장 네. 그냥 리나가 했으면 좋겠다고.
혜주 ...!
원장 그리구 이건, 돌려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며 상자 내미는(씬7에서 가져왔던 롤케이크 상자).
혜주 ...!
#19. 혜주네 집 거실 / 저녁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혜주와 리나. 혜주, 손에 든 쇼핑백(씬 9의 원장에게
줬던 쇼핑백)을 신경질 나는 듯 집어던지고. 서성거리는.
혜주 재수없어... 뭐? 안 하겠다고? 하...! 웃겨. 지가 뭔데...! (하다가 리나 보고)
그래서 넌 그냥 그걸 낼름 하겠다 했니? 한 번 튕기지두 않구?
리나 (삐쭉) 왜 나한테 뭐라 그래! 그랬다가 또 딴 애 하라 그럼 어떡해...-!
(머리 막 흔들며) 아우~~ 짜증나! 오예린, 확 없어졌음 좋겠어!!
혜주 됐어.. 괜히 너까지 열 받지 말구. 방에 들어가 놀아.
리나 (삐쭉 하며 방으로 가면)
혜주 (열받은) 대체 날 뭘로 보고...
혜주, 서성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혜주 여보세요. 언니? 네. 저에요. 내일 시간 어때요? ...아니, 엄마들이랑 같이
점심이나 할까 하구요... 아, 저 내일 어디좀 들렀다 갈게요. 그럼, 언니가 연락 좀 돌려주세요. 네.
#20. 까페 안 / 낮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 메뉴판 보고 있는.
미복 어쨌거나 리나 축하해?
혜주 (어색한 미소) 축하까지야... 어쨌든, 고마워요.
미복 낼 모레 총 리허설 땐 다들 갈 거지?
경화 그럼요. (하며 수아 눈치보면)
수아 (씩 웃고) 저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사실 온지 며칠 되지두 않았는데.
욕심이죠. 예린인 아직 영어두 좀 그렇구...
미복 그래. 사실 엄마가 좀 내려놓으면 되는 건데. 그러기가 어디 쉬워? 멋지다.
경화 예린인, 괜찮아요?
수아 네. 그런 거 담아두는 애두 아니구. 벌써 잊어버렸어요.
혜주 (...!)
미복 (미소) 그래. 그래주면 편하지. 애두, 엄마두.
경화 (화제 돌리는) 어쨌거나 리난 엄마 닮았나봐요 E대 무용과라 그랬죠?
미복 (칼질을 멈추고. 가만 혜주 보는)
혜주 네? 아, 네. (어색한 미소)
#21. 화장실
혜주,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 수아.
수아 오늘 잘 먹었어요?
혜주 (슥 한 번 보고) 어떤 점에선 부럽네요. 이제 일곱 살인데. 별 걱정
안하는 예린엄마 보니까.
수아 ,,네?
혜주 그치만 애한테 신경 안쓰는 거랑 자유롭게 키우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지금까지야 회사가 핑계였겠지만.
수아 ..!
혜주 전, 솔직히. 예린엄마 같은 사람, 별로에요. 여기 들어왔다구 다가
아니잖아요? 엄마가 이 정도두 안 해줄 거라면.
수아 (당혹)
혜주 주관인지 방치인지 모르겠지만. 애한테 최선을 다 하는 걸 우습게 만들지
말았음 좋겠네요.
하고 휙 가는. 어이없이 보는 수아.
/
유치원 전경 / 낮
#22. 유치원 복도
복도를 걸어오는 수아. 벽 한 쪽으로 각 반 아이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수아, 사진을 찬찬히 보는데. 소풍에서 엄마와 찍은 아이들의 사진.
수아 ...어?
한 장의 사진에서 멎는 수아의 시선. 여자아이(영지)와 여자(영지엄마)의 사진.
#23. 유치원 앞 / 낮 (수아의 회상 - 1부 씬65)
수아, 뭔가 시선이 느껴져 뒤돌아보면.
좀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보던 한 여자(22씬 사진 속 여자). 수아와 시선이
마주치고. 여자,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타고 떠난다.
#24. 유치원 복도 (다시 현재)
수아, 사진을 보며 갸우뚱 하는데.
그 때 뒤에서 누군가 툭 치는. 수아 놀라 보면. 경화다.
수아 (한숨) 아, 깜짝이야.
경화 여기서 뭐해? 리허설 시작하는데. 어서 가쟎구.
수아 아, 사진 좀 보느라구요.
경화 사진? (하고 사진을 흘긋 보다가 놀라서) 아는... 사람이야?
수아 그런 건 아니구요. 괜히 좀 낯이 익은 거 같아서.. 어머, 늦겠어요.
어서 가요.
경화 어? 어, 그래.
걸어가는 두 여자. 경화, 불안한 듯 수아의 눈치를 보는.
#25. 교실 안
공연복장의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준비하고 있고.
혜주, 키를 낮추고 앉아 리나의 드레스 매무새를 가다듬어주고 있다.
혜주 우리 리나, 진짜 이쁘다. 봐봐. 다 너 보려구 온 사람들이야.
리나, 창 밖을 보면. 엄마들의 시선 느껴지고.
혜주 그래. 엄마가 밖에서 보구 있을 거니까. (리나의 손을 꽉 쥐며) 잘해?
리나 (불안한 표정으로 혜주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 하는)
#26. 유치원 복도 + 교실 안.
해바라기 반 앞에 다다른 수아. 복도에 이미 엄마들 와서 서있고. 서로 인사.
교실 안에서 나오는 혜주, 수아와 시선이 마주치는. 까딱 인사하고 마는.
유리창 너머로 교실을 지켜보는 엄마들.
혜주, 불안 반 기대 반 섞인 시선으로 두 손을 모으고. 교실 안을 보는.
/
교실 안. 아이들, 노래를 부르며 연습하고 있는.
노래 부르는 아이들 속. 리나의 표정 어둡고.
/
복도. 엄마들, 혜주에게 ‘어머, 리나 예쁘다~’ ‘엄마 닮았네요~’ 하고 칭찬하는.
혜주 으쓱한. ‘아유, 아니에요~’ 하며 엄마들에게 화답하는.
/
교실 안. 무대 위에서 다같이 합창하며 율동을 하는 아이들.
앞 쪽에 서 있는 지도 선생.
불안한 리나의 표정. 리나, 흘긋 예린을 보면.
리나와 대조적으로 신이 나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예린.
더 불안해지는 리나의 얼굴.
/
복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집중해서 보는 혜주.
/
교실 안. 연기 중인 도훈과 리나.
도훈 (연기 중인/리나를 향해) I release you. You are no longer
my prisoner.
리나 You mean...I'm free?
도훈 yes.
리나 thank you Beast, for understanding how much he needs me.
I - (하다 멈칫 하는) I...(하는데. 대사 까먹은)
아이들, 리나에게 시선이 쏠리고. 리나, 대답 못하고 겁먹은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창 밖으로 보이는 혜주와 시선이 마주치고.
혜주의 다급하고 안타까운 표정. ‘빨리해~~’ 하는 입모양. 겁에 질리는 리나.
선생 (걱정스러워) 리나야?
리나 I, I will ... (하다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선생을 쳐다보는데)
선생 리나야? (작게) I have to go-
얼어붙은 리나. 잠시 후 리나의 발 아래로 흐르는... 오줌.
옆에 있던 아이들 ‘앗, 오줌쌌다~’ 하며 우르르 피하고. 얼어붙은 리나.
우왕좌왕 하며 흩어지는 아이들. 선생 ‘얘들아-’ 하고 아이들을 모으는.
/
복도. 엄마들, 웅성거리고. 당황한 혜주. 교실 안으로 급히 들어가는.
/
교실 안. 갑자기 들어온 혜주를 보고 더 얼어붙은 리나.
혜주 (굳은 표정) 리나야? 너 ... 이게 뭐야? (리나의 손을 잡고) 이리 와.
리나 어, 엄마-
선생 어머님. 리나가 긴장해서-
혜주 (선생에게) 선생님. 금방 다시 올 테니까 계속 진행 해주세요.
(하고 리나를 잡아끌고 가는)
/
복도. 교실에서 나와서. 옆에 있던 옷가방을 다급히 챙겨서.
리나를 끌고 가는 혜주. 엄마들의 웅성거림.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는 수아.
#27. 화장실 안
물을 틀어놓고. 서있는 리나의 드레스를 급히 벗기는 혜주. 필사적인 표정.
겁먹은 리나.
리나 엄마...
혜주 (옷가방에서 다른 드레스를 꺼내며) 빨리 갈아입어.
리나 엄마... 흐응.. (하며 울먹울먹 하는)
혜주 빨리 갈아입으라니까 뭐해!! 다른 애들 기다리잖아!! 안할 거야?!
하며 갈아입다가. 드레스에 팔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낑낑거리는 리나.
혜주, 열받아 드레스 팔을 확 잡아 빼다가. 좍 하고 옷이 나가는.
혜주 ...!
혜주,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게 탁 하고 풀어지는 듯.
허, 하고 한숨을 쉬는. 절망적인 표정.
리나 엄마..
혜주 (절망) 왜 그랬어... 응? 왜!! 연습할 때는 잘 했잖아! 왜 오늘 이러는 거야!
리나 (고개 숙이고) 미안해.. (하며 울먹이는)
혜주 (속상한) 할 수 있다구 했잖아... 어? 대체 왜 그래!!! (화난) 너 바보야?
리나 (말 못하고 울기만 하는)
#28. 유치원 앞 / 낮
삼삼오오 흩어져 나오는 엄마들. 수아, 경화와 함께 나오는데.
앞서가는 엄마들의 수다 들리는.
상훈엄마 맬 여우짓 하더니, 제 딸내미 땜에 한 방 먹었지 뭐. 아유...
수연엄마 하긴~ 뭐 어지간한데 그런 늙은 남자 수발들구 살까.. 아무리 돈이래두...
나이가, 아버지랑 딸이라며? 어우. 징그러~
하고 엄마들 가는. 뒤에서 얘기를 듣던 수아와 경화, 당황하고.
수아 (어색하게) 엄마들... 무섭네요. (사이) 그럼, 우린 내일 학원에서 봐요.
경화 그래요. (하다가) 근데... 조심해. 예린엄마.
수아 네? 뭘요?
경화 그 엄마... 한 번 틀어짐, 좀... 그래. 그럼 갈게. (하고 가는)
/
아파트 전경 / 밤
#29. 혜주네 집 거실 / 밤
스탠드 불빛만 들어오는 거실. 소파 위에 잠든 리나. 혜주, 리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 일어나 장식장에서 양주병과 잔을 꺼내 테이블에 놓고.
굳은 얼굴로 천천히 술을 마시는.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남편. 술을 마시는 혜주를 어이없어 보는.
혜주남편 (냉소) 그렇게 마셔놓고. 지겹지도 않은 모양이지? 그놈의 술은.
혜주 ...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혜주남편 (차갑게) 그 발표횐지 뭔지 때문에 이러는 거야?
혜주 ...
혜주남편 그게 뭐라고 그렇게 죽을 둥 살둥 달라들어? 그래 봤자, 애 겉멋 드는 거
밖에 더 있어? 지 생각밖에 못하고. 뭘 더 배운다고...!
혜주 (발끈) 당신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 리나가 얼마나 하구
싶어 했는데-!!
혜주남편 (냉랭) 리나가 아니라, 당신이 하고 싶은 거겠지.
혜주 (...!) 그래요. 그게 뭐 잘못됐어요?
혜주남편 (힐난하는) 강남 한 복판에서 하고 싶은 거, 쓰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서.
왜 아직 그 때깔을 못 벗었어? 응? 이제, 이것도 6년 아냐...?
(못마땅) 에이...
혜주 (허!) 그럼... 그럼 나더러 어쩌란 거에요?
혜주남편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혜주 딸년 결혼식이다 뭐다 해서 핑계대구, 그 늙은 여편네 만나고 다니는 거,
모를 줄 알아요? 뭐, 상견례, 예물? 좋아하시네.
혜주남편 (혜주를 보며) 뭐..?
혜주 (열받은) 그 여편네가 나랑 리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몰라요? 그년만
딸이구, 리난 당신 딸 아니야?
혜주남편 (어이없어) 당신 지금-
혜주 (격앙) 한 번만 더 만나구 다녔다 나한테 걸리면, 리나나 나나, 확 나가
죽어버릴테니까 그렇게 알아욧!!
#30. 학원 앞 / 낮
수아/경화,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경화 그래두 여기가 기초부터 잘잡아 주니까. 예린이 시작하기 괜찮을 거에요.
우리 유치원 애들두 많이 다니구.
수아 (미소) 고마워요. 늘 도움만 받네요.
학원으로 들어가는 수아/경화 일행.
#31. 학원 상담실 안.
벽면 가득 붙은 아이들의 시험지 등. 수아와 예린, 경화 앉아있다.
강사 예린인 선생님 따라가구. 어머님은 여기서 상담하시죠.
(수아에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수아 네. (예린에게) 예린아. 좀 있다 봐?
예린 응.
예린, 선생을 따라가나는.
#32. 학원 복도
예린, 강사를 따라 가는데. 뒤에서 리나 온다.
리나, 지나가는 예린을 보고. 표정 확 굳고. 그 때 오는 하진.
리나 야, 박하진. 오예린이랑 같이 왔지? 걔 왜 왔어?
하진 어? 어. 예린이두 여기 이제 다닐거래.
리나 뭐? 여길 왜 다녀? 안돼! (하며 강사가 간 쪽으로 급히 가는)
하진 (으쓱 하고 보는)
#33. 빈 강의실.
시험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는 예린. 앞에 앉은 강사. 예린, 작성을 끝내고.
강사 다 했으면. 선생님 올 동안, 잠깐만 여기 있어? (하고 나가면)
예린,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리나. 책상 위의 답안지를 보고.
리나 니가 여기 왜 왔어? (답안지를 홱 뺏으며) 이리 내!
예린 야아~ 왜 그래~
리나 너 여기 따라와서 또 나 괴롭힐라 그러지? 이 따라쟁이 잘난척쟁이야!
예린 (뺏긴 답안지 잡아 당기며) 이리 달란 말이야!
리나 싫어!! 안 온다고 말해! 빨리!
예린 놔! 놓으란 말야!!
리나와 예린, 답안지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북 찢어지는 답안지.
예린 앗!!!
리나 (!!) 흥. 거봐. 쌤통이다.
예린 (리나를 노려보다) 심술쟁이 오줌싸개!
리나 뭐?!! 야!! (하고 달려드는) 미워!! 진짜 미워!! 나가!!
하고 떠밀려 확 달려드는데. 살짝 몸을 피하는 예린. 리나, 그 바람에 중심을
잃고 책상에 투당탕 엎어지고. ‘악’ 하는 비명과 울음. 그 때 들어오는 강사.
강사 (놀라 리나쪽으로 달려가) 어머, 리나야!!! 얘! 괜찮니?
서 있는 예린, 씩씩거리다 울기 시작하고. 두 아이의 울음으로 시끄러워지고.
잠시 후 수아와 경화 뛰어오고.
수아 예린아!! 무슨 일이야?
강사 예린이가 리나를...
예린 나 안 그랬어요! 혼자 넘어진 거란 말야!
강사 (리나 보고) 리나야. 어디 일어나봐. 괜찮아?
리나 (계속 울며) 팔이.. 엉엉...
#34. 학원 휴게실
강사, 울고 있는 리나를 달래고. 옆에 난처한 듯 서 있는 수아. 그 때 혜주 급히
들어오는.
혜주 (사색이 되어) 리나야 왜그래? 리나야!!!
리나 (계속 우는) 예린이가 밀어서... 엉엉... 팔 아파...
수아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 어떡해요. 일단 병원부터 가 봐야 할 거 같은데..
혜주 (수아를 쏘아보고) 왜 계속, 우리 애한테 이러는 거에요?
수아 네? 그게 무슨...!
혜주 사사건건! 왜 리나를 못살게 구냐구요!! 신경 안 쓰는 척! 쿨 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뭐에요? 애를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니까, 나와서 이러잖아요!
수아 (충격)
혜주 내가 지금까지 그냥 참았는데. 이번엔 절대 그냥 못 넘어가요!!
강사 (말리며) 안 되겠어요. 어머님, 일단 병원으로 먼저 가시죠.
혜주, 리나를 업고. 강사와 함께 나가는. 황망한 표정의 수아.
미복 (E) 그 엄마 참...
#35. 미복네 집 방 안.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며 통화 중인 미복.
미복 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정말. (사이) 일단 진단서 끊구.
변호사 필요하면 내가 소개시켜 줄 수 있어. 좀 가라앉혀. 응? 그래.
하고 전화 끊고. 화장을 계속 하는. 무심한 표정. 그 때 다시 울리는 핸드폰(E).
미복 (받으며) 나야. 부탁한 거 알아봤어? (사이) 그런 애, 무용과에 없다구?
... 그래 알았어. (하다가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뭐? (사이)
응... 알았어. 고마워. (하며 끊는)
미복,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다가. 입가에 흐르는 냉소.
미복 ... 뻔뻔한 년.
#36. 혜주네 아파트 리나의 방 / 밤
불 꺼진 방. 스탠드 불빛 아래. 침대에 잠든 리나. 팔에 깁스를 한.
혜주, 리나의 옆에 누워 얼굴을 보며. 가만 쓰다듬어 주는.
리나 (설핏 깬) 엄마아...?
혜주 응... 엄마 여깄어.
리나 (혜주의 품으로 파고드는)
혜주 (리나를 안아주며) 리나야. 많이 아퍼?
리나 .. 아니... 쪼금...
혜주 어젠... 엄마가 미안해.
리나 (고개 젓고) 아니야. 괜찮아.
혜주 그래도... 엄마는... 우리 리나를... 진짜 공주로 만들고 싶었는데...
리나 공주?
혜주 (고개 끄덕) 응.. 태어날 때부터 진짜 공주... 엄마 같은 짝퉁 말고..
리나 엄마가 왜 짝퉁이야~ 엄마는 진짜 공주지~ 예쁘고 날씬하구~
혜주 (서글픈 미소) 아니야... 엄마는... 엄마는 말이지...
혜주, 말을 잇지 못하고. 리나를 토닥토닥 다독이는.
#37. 수아네 아파트 거실 / 밤
수아, 서성이며 핸드폰을 거는. ‘리나 엄마’. 신호음 가지만. 받지 않고.
수아남편 안받아?
수아 (심란한) ...응. 어떡하지. 전화두 안 받구.
수아남편 가서 직접 만나봐야지. 어쨌거나 예린이 때문에 다쳤잖아.
수아 그래야겠지? (생각에 잠겼다가) 그래. 내일 내가 가서 만나보구,
허심탄회하게 얘길 좀 해야겠다.
수아남편 그래. 그렇게 해. (사이) 예린이는, 어때?
수아 나한테 엄청 혼나구 쫄았어 지금.
/
유치원 전경 / 낮
#38. 유치원 앞 / 낮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 뭔가 수군거리고.
심란한 표정으로 오는 수아. 엄마들 속에 있던 경화, 수아를 보고 오는.
경화 예린이 엄마! 리나 얘기 들었어요?
수아 (근심) 네... 인대가 늘어났다구..
경화 그 엄마, 유치원에 전화해서 소송 걸 거라구 난리쳤었나봐.
수아 (울 듯) 어떡해요?
경화 안그래도 발표회 때문에 가뜩이나 감정 안 좋은 때 그래놔서.. 만나봤어요?
수아 (고개 저으며) 전활 안받아요. 몇 번 했었는데. 리나, 안 왔어요?
경화 일 커지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풀어요. 그 엄마, 보통 아니라...
#39. 혜주 아파트 앞 / 낮
수아 있고. 게이트 번호를 누르면. 잠시후 ‘누구세요?’ 하는 혜주의 목소리.
수아 리나 엄마. 저에요
혜주 (F) ... 어쩐 일로 오셨어요?
수아 아, 저기. (면목 없어) 리나는, 좀 괜찮아요? 얘기좀 해요, 우리-
혜주 (F) 전 할 말 없는데요.
수아 그러지 말고 잠깐만-
달칵 하고 끊기는 인터폰. 수아, 한숨.
#40. 헬스클럽 주차장 안 / 낮
혜주의 차 들어오고. 혜주, 차에서 내려서 헬스클럽 안쪽으로 들어가면.
잠시 후 들어오는 수아의 차. 멈추고. 차에서 내리는 수아. 통화 중인
경화 (F) 그 엄마 거기서 오전 내내 있으니까, 가서 한 번 기다려봐요.
그 성격에, 안 만나려 하겠지만. 일단 찾아가야지 어떡ᅠᆨ해.
수아 네.. 고마워요. 하진엄마. 네. (하고 끊고. 두리번 보는) 여긴가...?
입구 쪽을 기웃거리며 서성이는 수아.
그 때 헬스클럽 입구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고.
수아 보면. 혜주, 여자(사모)와 옥신각신하며 나오고 있다.
수아, 충격 받은 표정으로 혜주와 사모를 보는.
사모 이년아. 남의 남편 후려서 자리 꿰차더니. 지 딸내미 시집보내는 일까지
훼방질이야? 그러면서 어딜 고갤 빳빳히 쳐들고 다녀? 여기서 아주 개망신
당해 볼래?
혜주 (지지 않고) 웃겨. 니 남편 니가 간수 못해서 뺏긴 걸 왜 이제 와서
신세타령이야? 그리구 아줌마, 갈라설 때 그만큼 받아갔음 됐지,
시집간단 핑계로 또 뜯어가? 속에 그지(거지)가 들었나봐?
사모 뭐? 이년이 근데 - !! (하며 혜주의 머리채를 쥐어잡는)
혜주 악!! 이거 놔!!!
하고 옥신각신 하다가. 혜주, 사모를 확 떠밀면.
사모 (뒤로 넘어지며) 악!!
혜주 (바들바들) 누구한테 이년아 저년아야! 나, 이제 니가 벌레취급 하던
차혜주 아니야. 내가 드럽다구? 야. 드러운 나한테 니 남편이었던 새끼는
별이라도 따다주겠다고 했어. 너 같은 거 백 명이 덤벼봐. 내가 눈 하나
깜짝 하는지! 착각하지 말라고!
혜주, 황급히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하는.
차, 천천히 돌아 나가다가. 기둥 뒤에 있는 수아를 본다.
혜주 ...!
혜주, 들어가려 하다가. 주차장에 있는 수아를 본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혜주 ...!
#41. 차 안 / 낮
바들바들 떨며 운전대를 잡은 혜주.
혜주 (패닉) 어떡해. 어떡하지...? (하다가 아악, 하고 소리 지르고)
/
유치원 전경 / 낮
#42. 유치원 앞 / 낮
심란한 표정으로 오는 수아. 저만치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
뭔가 수군거리고. 수아, 뭐지 싶어 보면.
경화 (E) 예린 엄마!
돌아보면. 경화와 미복 온다.
경화 리나 엄마랑 연락 됐어?
수아 (당황) 아... 아뇨. 못 만났어요. (걱정) 또 뭐라 그랬대요?
경화 그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수아 네?
경화 (곤혹스런) 그게... (미복 눈치 보면)
미복 (담담히) 학부모회 소집됐어. 어서 가.
수아 ...!
#43. 유치원 앞 길 / 낮
차에서 내리는 혜주. 도도한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삼삼오오 모여 있던 엄마들
쳐다보며 수군거리고. 혜주, ‘뭐야?’ 하고.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엄마들의 얘기 들리는.
상훈엄마 세상에, 세상에...! 진짜야?
수연엄마 그렇다니까? 암튼, 룸살롱 텐프로 였는데, 유부남 만나서 완전 팔자
싹 고쳐 갖구- 애 가져서 본처 밀어내구 들어앉았대.
혜주 !! (걸음을 멈추는)
상훈엄마 어머머... 난 또 그냥 나이 많은 남자랑 사는 줄 알았지. 어째 뭔가 좀
이상하더라니만. 웬일이야...! 근데 누가 그래?
수연엄마 해바라기 반 엄마가 그랬다잖아. 그런 여자랑 애를 같은 유치원에
보내는 게, 말이나 돼?
혜주 ...!
파랗게 질린 혜주, 확 돌아서서 오던 길을 가면. 지나가던 여자들 다 수군거리며
혜주를 쳐다보고. ‘저 여자래’ ‘어쩌면 저렇게 뻔뻔해?’ 하고 속삭이는.
혜주, 도망치듯 빠져 나가는.
#44. 혜주네 집 거실 / 낮
초조하게 서성이는 혜주. 핸드폰으로 전화번호를 찾으면. ‘도훈 엄마.’
망설이다가. send를 누르면. 신호음 가다가. 받지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고.
혜주, 초조하게 손을 물어뜯다가. 다시 전화번호를 찾는. ‘하진 엄마.’
send 버튼을 누르는데. 신호음이 가지만. 역시 받지 않는. 혜주, 전화기를 집어던 지고. 소파에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가. 확 얼굴을 들고. 비장한 얼굴.
#45. 수아네 아파트 문 앞 / 낮
벨을 누르는 손. ‘누구세요?’ 하는 수아의 목소리.
수아 (문열고 나오며) 누구...? (하다 놀라는) !!
앞에 차가운 얼굴을 하고 서 있는 혜주.
수아 (당황) 리, 리나엄마. 말도 없이 어떻게... 좀 들어와요-
혜주 아뇨. 할 말만 하고 갈게요. (냉소) 이제 후련해요? 그렇게 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냐구요.
수아 (당황) 네? 무슨...
혜주 어머. 모른 척 하시기는. 뒤로 그렇게 까발리면, 모를 줄 알았어요?
수아 (충격)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혜주 심한게 누군데! 무식한 년이 돈 있어서 나댄다구, 무시하고 수군대던 게
누군데!
수아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혜주 시치미 떼지마! 다 봤잖아!! 왜. 내가 애 다친 거 가지구 어떻게 할까봐
미리 선수 치고 소문냈니?
수아 그런 거 아니야, 리나 엄마!!
혜주 (떨리는) 좋아. 근데. 나, 니가 생각한 것처럼 만만한 여자 아니야. 이대로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 줄 줄 알아? 두고 봐. 각오해야 할 거야.
수아 리나엄마!!
혜주 휑하니 가 버리고. 참담한 수아.
#46. 혜주 차 안
혜주. 운전하며 통화 중인
혜주 (화난) 아. 선생님? 원장님 계시죠. 제가 지금- 아뇨. 직접 가서 말씀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속도를 밟는)
#47. 유치원 복도 + 원장실 안 / 낮
선생과 함께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오는 혜주.
선생 (혜주를 말리며) 어머님. 지금 원장님께서 상담 중이시라-
혜주 기다리면 되잖아요. 암튼. 저 이대로는 그냥 못 넘어가요! 오예린이가
그만 두던지 저희가 그만 두던지!
그 때 원장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미복.
미복 (미소) 어머. 이게 누구야.
혜주 (놀라) 언니...?
미복 볼 일 있어 온 거 같은데. 들어가 봐.
하고 휙 돌아 천천히 가는. 혜주, 뭔가 이상해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
원장실 안. 곤혹스런 표정의 원장. 혜주를 보고. 한숨을 쉬는.
원장의 책상 위로. ‘해바라기반 하리나 전출 요구 성명서.’
혜주 ..! 이게... 뭔가요?
원장 저도 참 당혹스럽습니다만. 어머님들이..
#48. 미복의 집 빌라 앞 / 오후
차에서 내린 미복, 천천히 걸어 들어가려는데.
혜주 (E) 도훈엄마!
미복,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혜주, 미복 쪽으로 급히 온다.
미복 (아무렇지 않은 미소) 우리 본 지 좀 됐다. 리난, 좀 괜찮아?
혜주 (흥분)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다친 건 리난데. 왜!
그래두 난 언니랑 통하는 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복 난, 거짓말쟁이하고는 안면 안 터.
혜주 (...!)
미복 뭔가 이상한데. 이 느낌은 뭘까. 그래도 설마 했어. 근데 이상한 게
한 두 번이었어야지. 역시 사람 근본은 속일 수 없나봐?
혜주 뭐?!
미복 계속 이상하다 이상하다 해서. 좀 알아봤더니. (냉소) 이 좁은 강남바닥에
비밀이 어딨어.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데. 그러구선 뻔뻔히 속이려 들어?
혜주 (알겠는) 그럼... 그 소문..!
미복 그래, 내가 그랬어. E대 무용과? 그 과 졸업생 중에 차혜주란 사람은 아예
없던데? 너, 내가 E대 나온 줄은 몰랐지? 이렇게 사람을 감쪽같이 속여?
혜주 그래,.. 속였어. 그래서. 그렇다구 당신들한테 피해준 것 없잖아!!
미복 피해준 게 없다? 하... 너 진짜 뻔뻔하다? 애써 고르고 골라서, 이꼴저꼴
다 보면서 애 보내 놨더니. 이제와서 너 때문에 진창이 되는 꼴을 보라고?
혜주 (부들부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
미복 (차갑게) ... 좋은 말로 할 때 나가.
혜주 왜...? 내가 왜 나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다고?
미복 어디서 어떻게 굴러먹다가 뭘 하다 온 지도 모르는데. 다 알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어울릴 수 없어.
혜주 하...! 니가 아무리 그래도, 난 죽어도 못나가. 해볼템 해봐. 내가 왜...
우리 리나가 왜!
미복 (냉소) 못나가시겠다? 그럼, 니가 어떤 여잔지, 니 딸이 알게 돼도,
상관없어?
혜주 !!!
미복 (냉소) 벌써 애들 사이에는 퍼진 것 같던데? 리나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 같은데.
혜주 (덜덜 떠는) 안 돼, 안 돼...
미복 천사 같이 예쁜 엄마가, 사실은 어떤 엄만지 알게 되면-
혜주 (겁에 질린) 안됏!!!
혜주, 미복 앞에 무릎 꿇는.
혜주 (겁에 질린) 제발....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아줘. 제발.. (눈물)
미복 (냉소) 왜. 니가 한 짓, 니 새끼 보기 부끄러운 줄은 아나부지?
(웃음) 진작 그럴 것이지. (정색) 좋아. 딱 이 달까지야. 그 이후에도
여기에 발 붙였다가는, 가만 안 있을 줄 알아...?
혜주 (앙다문 입술 위로 흐르는 눈물)
/
화려한 불빛이 어룽거리는 강남(청담동 정도 분위기) 전경 / 밤
#49. 바(bar) 안 / 저녁
바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혜주. 잠시 후 마담인 듯한 여자 와서. 가만
혜주를 보다가. 혜주 옆에 와 앉는.
마담 (무심하게) 살아있긴 했구나. 몇 년 만에 이렇게 나타난 거 보니.
혜주 (말없이 술 마시는)
마담 영영 발 끊은 줄 알았더니. 왜. (술 따라주며) 자- 받아.
혜주 (마시고) 나두 그럴 줄 알았어... 시집가서 팔자 고치고 싹 다 고치면. 인생이 갈아타지는 줄 알았는데...
마담 (말없이 술 먹는)
혜주 언니... 나, 이 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어. 청담동 넘버원 텐프로
차혜주에서, 강남 사모님까지... 그게 어떤 건지.. 언니가 알아...?
제정신으론 버티기 힘들어...
마담 ...
혜주 근데... 근데, 내 꼴이 이게 뭐야,,, 내가 뭣 때문에, 누구 때문에...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울음을 참는)
마담 (혜주의 어깨를 다독이는)
혜주 나... 이제 어떡하지...? 우리 리나는... 어떡해...?
#50. 유치원 앞 / 낮
수아와 경화, 벤치에 앉아있는.
수아 그렇다구 나갈 필요까지는 없는 거 아니에요?
경화 (한숨) 예린 엄마가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래.
수아 네?
경화 여긴... 한 번 소문 잘못 나면... 그걸로 끝이야. (쓴 웃음) 그렇게 되면...
정말... 애 까지 힘들어져. 리나 엄마도 그걸 아니까... 나가는 거야.
수아 (말없이 경화를 보는)
경화 그만 가자. 애들 나올 시간 됐는데.
하고 일어나는데. 수아, 옆에 둔 백을 떨어뜨리고. 안에 든 물건들이 쏟아진다.
수아 어머-! (하며 황급히 물건들을 줍는)
경화 조심하지- 여기-
하며 떨어진 걸 주워주다가. 뭔가를 줍는. 보면. ‘김영지’ 라 적힌 수첩(1부 64씬).
경화 (당황한) 이거... 어디서 났어요?
수아 아. 그거 전번에 교실 장식하러 갔다가, 예린이 사물함 밑에 있더라구요.
근데, 얘가 그 때 말한 걔 아니에요?
경화 (대답 못하고 황망하게 수첩을 보는)
#51. 리나네 아파트 거실 / 낮
팔의 깁스를 푼 리나. 혜주, 리나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는.
리나 (신난) 엄마. 나 이제 다 나았으니깐, 낼부터 유치원 가는 거지?
혜주 (착잡하게 리나를 보는) 리나야.
리나 응?
혜주 이제 하나 유치원, 그만 다녀야 돼.
리나 (놀라) 응? 왜! 싫어~!
혜주 우리, 이사 갈 거거든...
리나 (울음) 안 돼~ 왜 이사가~ 싫어~
혜주 미안해... 근데 여기에선... 엄마가, 더 버틸 수가 없네...
리나 ... (슬프게 보는) 그럼 이제.. 도훈이도 못 보는 거야?
혜주 ... 가서, 다른 친구 또 사귀면 되지..
리나 그치만... 나 미녀와 야수는... 꼭 해야 되는데... 내가 도훈이 다시
왕자님으로 변하게 해줘야 되는데...
혜주 (리나를 가만 보는)
#52. 원장실 안.
원장, 자리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노크소리와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혜주.
원장 ..!
혜주 (결심한 듯) 발표회는... 하고 가게 해주세요.
#53. 원장실 앞 복도.
원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혜주. 복도로 걸어가는 혜주의 뒷모습.
#54. 유치원 앞
차 쪽으로 가던 혜주. 누군가를 본 듯 걸음을 멈추는. 조금 앞 쪽에 서 있던
여자(1부 65씬의 여자), 영지엄마다. 혜주가 있는 쪽을 돌아보는.
영지엄마 (담담하게) 오랜 만이네.
혜주 (!!) 영지 엄마...?
영지엄마 결국 이렇게 되려구... 나한테, 우리 영지한테 그런 거였어...?
혜주 ...!
영지엄마 발표회... 볼만 하겠어. 꼭, 보러 올게.
혜주, 겁에 질린 듯 황급히 차에 올라타 떠나는. 멀어지는 혜주의 차.
뒤로 보이는 하나유치원 건물.
F.O. / F.I.
자막 : 2012년 12월
/
하나유치원 전경 /저녁
크리스마스 발표회 플랭카드가 붙은 입구.
#55. 주차장 / 저녁
줄지어선 고급 차량들. 차에서 내리는 혜주와 리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
둘을 보며 수군거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리나를 데리고 가는 혜주.
혜주 엄마 기다릴 테니까. 니거 끝나면 바로 나와야 해. 알겠지?
리나 (끄덕)
#56. 몽타쥬
- 무대 위. 연극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 (1부 5씬과 동일)
- 객석. 차가운 시선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는 혜주. 그 시선의 끝에 있는.. 미복.
#57. 객석 / 밤
공연이 끝난 후. 빈 무대. 일어서는 학부모들.
수아와 경화도 일어나는데. 옆에서 웅성대는 사람들. 심상찮은 분위기.
수아 뭐지? 무슨 일 있나?
그 때 옆의 한 여자, 경화에게 알은척을 하며
여자 하진엄마! 얘기 들었어? 애가 하나 없어졌대-! 해바라기반이라던데.
자기네 반 아냐?
수아/경화 !!
#58. 유치원 복도
경화와 수아 급히 오며.
경화 들었어? 복도 CCTV 카메라도 고장났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수아 (불안한)
#59. 무대 뒤 / 밤
북적대는 사람들. 수아, 정신없이 뛰어와 예린이를 찾는.
수아 예린아? 예린아!!! 선생님!
#60. 유치원 복도 / 밤
아무도 없는 복도. 빠르게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예린아~ 부르는 수아의
목소리(E) 들리자. 발걸음 멈칫 하고. 복도 모퉁이 뒤로 숨는. 카메라 올라가면.
손에 머플러를 든 혜주. 모퉁이 뒤에 숨어 본다.
/
잠시 후 나타난 수아, 복도 바닥에 떨어진 야수가면을 보고 주워 드는데.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E).
수아, 핸드폰을 꺼내 보고. 굳어지는 표정.
/
차가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혜주. 그 때 울리는 혜주의 휴대폰 벨소리(E).
혜주 (당황해서 핸드폰을 끄고. 긴장한)
수아 (벨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지? 싶어 고개를 돌리는)
곧 다시 울리는 혜주의 휴대폰 벨소리(E)
혜주 (미치겠네.. 하는 표정. 또 다시 끄고)
수아, 소리가 난 복도 모퉁이 쪽으로 돌아가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혜주를 보고
수아 (믿을 수 없는) 리나 엄마..?!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거에요...?
혜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랜 만이네요. 돌아가다가. 목도리를 떨어뜨려서.
수아 목도리...? (어이없는) 지금 애가 없어진 거 알고 있어요?
혜주 도훈이가 없어진 게 나랑 아무 상관 없어요..!
수아 도훈이...? 없어진 게... 도훈이었어요?
혜주 (!!) 그, 그건... (당황) 모, 몰라요... 몰라! 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수아 리나엄마. 뭔가 알고 있죠? 말해요, 애들 어디 있는지!!
혜주 ...난 몰라.
수아 리나 엄마!!
혜주 행여나 내가 안다 한들, 뭐가 달라지는데?! 언제 당신들이... 나한테
진심으로 대한 적이.. 있기라두 했어?
수아 ...
혜주 언제나, 언제나 가식이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그게 얼마나 날
숨막히게 했는지. 알기나 해..? 그런 애 따위..! 난 몰라!
수아 그러지 말고, 제발..! 당신두 엄마잖아. 어떻게 된 건지.. 아는 대로,
얘기해 줘요. 제발...
혜주 (슬픈 표정으로 수아를 보는)
(한 시간 전 --- 혜주의 회상)
#61. 무대 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그 속에 있던 리나, 재빨리 빠져나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야수가면을 쓴 도훈과 눈이 마주치고.
문이 닫힌다. 도훈, 쓰고 있던 야수 가면을 뒤로 젖힌다.
도훈, 리나가 나간 쪽을 본다.
#62. 유치원 복도 다른 일각
혜주의 손에 끌려 나가는 리나.
리나 엄마, 나 도훈이한테 안녕두 못했는데... 인사만 하고 오면 안 돼?
혜주 따로 인사할 거 없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자.
혜주, 리나를 재촉하며 끌고 가는데.
리나, 혜주의 손을 확 놓고. 온 길을 다다다 달려간다.
혜주 리나야!!
리나 (달려가는)
#63. 유치원 복도 다른 일각
복도를 두리번거리던 도훈. 한숨 쉬고. 정수기 앞. 물을 따라 마시는 도훈.
물을 마시던 도훈. 뭔가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는.
돌아보면. 헉헉 가쁜 숨을 쉬며 저 쪽에 서있는 리나를 보고.
도훈 하리나!
리나 (도훈 쪽으로 오며) 이도훈. 잘 있어. (섭섭한) 나... 이제 유치원 안 나와...
도훈 ...
리나 (울음 참는) 나... 너 좋아했는데... 너 좋아했는데.. 나 가면, 이제
예린이랑만... 친하게 지낼거지?
도훈 ... 하리나. 오늘 너, 디게 이뻤어.
리나 (울음섞인 미소) 진짜? 정말? (좋아서)
도훈 응. 진짜.
리나 나 없다구.. 나 잊어버리면, 안 돼.
도훈 그럼. 우린, 계속 친구잖아.
그 때 복도에서 급히 오는 혜주. 도훈과 리나 보고.
혜주 (착잡) 도훈이구나. 리나는 이제 가야돼. (리나에게) 가자.
리나 (울먹) 차도훈.. 잘 있어.
도훈 (서운한) 잘가, 하리나.
혜주에게 끌려가는 리나. 자꾸 돌아보는.
복도에 혼자 남아있는 도훈, 점점 멀어지는.
혜주 (E) 그게 내가 본... 마지막이었어요.
(다시 현재 --- 씬 59에 이어)
#64. 유치원 복도
수아와 서있는 혜주.
수아 근데 여긴 왜 다시...
혜주 말 했잖아요. 출발하려다 보니. 목도릴 떨어뜨려서. 찾으러 왔다고.
수아 없어진 애가 도훈이란 건 어떻게 알았어요?
혜주 떨어뜨린 목도리를 찾으러 왔을 때... 누군가 도훈아!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어요.
수아 ?
혜주 그리구 나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얘길 들었어요. 애가 없어졌다고.
그래서 도훈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없어진 애를 본 게 나라는 게 알려져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빨리 빠져 나가려다, 수아 엄말, 마주친 거고.
수아 그럼 문자 메시지는...?
혜주 문자 메시지? 무슨 문자 메시지요?
수아 ....
혜주 이제 진짜 가볼 게요.
하고 돌아서는 혜주.
수아 리나엄마. 아니, 혜주씨.
혜주 (돌아보는)
수아 그 소문, 진짜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나.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혜주 ... 알아요. 나도... 앨 잘 키우고 싶은... 그냥 평범한 엄마였어요..
수아 ...
혜주 우습다. 그렇게 연락을 자주하고 붙어 다녔는데, 헤어질 때가 되니까.
제대로 이름 한 번 불러본 적이 없었네. 하긴, 우리한텐 이름 같은 거
중요하지도 않았으니까.
수아 ...
혜주 갈게요. 예린 엄마도 조심해요.
수아 ...네?
혜주 예린이, 여기 그냥 자리 나서 들어온 건, 아니니까.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짓고 돌아서 가는)
수아, 가는 혜주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예린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반대쪽에서 경화, 가방을 맨 하진과 예린의 손을 잡고 온다.
수아 예린아!!
예린 (수아를 보고) 엄마! (하고 달려와 안기는)
수아 (하고 예린을 껴안고) 이놈의 기집애!! 어디 갔었니! 한참 찾았잖아!!
예린 흐응... (하고 울기 시작하는)
경화 애가 놀랬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수아 ...
경화 참. 도훈이 엄마가 쓰러져서 양호실에 누운 모양이야. 애들 데리구
입구 쪽으로 좀 먼저 가 있어 줄래요? 거기 들렀다 금방 갈게요.
수아 네. 그래요.
#65. 유치원 입구 / 밤
흩어지는 사람들. 예린과 하진을 데리고 선 수아.
수아,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하나유치원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될 거야.’ C.U.
수아, 긴장한 얼굴로. 위쪽에 찍힌 번호로 리턴콜을 하는데. 신호음 가고.
수아,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데. 어디선가 울리는 작은 휴대폰 벨 소리(E).
예린 어, 전화온 거 같은데? (하며 두리번 거리다가) 하진아. 니 가방 아니야?
하진 응? 그런가?
하며 하진, 등에 맨 가방을 열면. 커지는 벨소리. 하진,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수아, 놀라 전화를 끊으면. 벨 소리 멈추고.
하진 끊어졌네.
수아 (믿을 수 없는/하진에게) ...!! 이거... 누구 거니?
하진 엄마 옛날 건데. 저 학원 갈 때 가끔 줘요.
경악하는 수아의 표정.
경화 (E) 많이 기다렸지? 춥다.
수아, 뒤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오는 경화의 얼굴에서. ENDING.
- 3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