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이 왔어? 조금만 기다려, 된장찌개 끓여서 얼른 밥 차려 줄게."
교회 가기 전 안쳐놓은 밥은 다 된지라 나는 얼른 무우 조금, 오뎅 조금, 두부 조금 넣고 끓인 된장찌개에 들깨 가루를
얹으며 계란을 풀어서 말이를 만든다. 바쁜 손놀림을 녀석은 기다려준다.
"자, 먹자. 이거 먹고 너 구피 새끼 낳은 거 좀 건져내 줘라. 엄마가 아까 스무 마리 건져놓고 어미를 그 옆에다
옮겼어. 너 오면 새끼 낳은 거 보여주고 건져 보라고 할려구. 그냥 놔두면 새끼 잡아먹을지 모르거든."
"진짜 새끼 낳았어? 와~ 어디 봐. 어? 진짜네... 밥 먹고 건져 줄게."
녀석은 시골밥상보다도 못한 엄마의 밥상을 받고 아주 맛있게 한그릇 반을 비워낸다. '어, 뜨거, 뜨거~!' 하면서...
그리고 내가 설겆이를 할 동안 어설픈 동작으로 깨알같은 구피 새끼들을 건져내어 새끼들만 있는 어항으로 옮겨준다.
"엄마, 나 집에 있는 뜰망 다시 사야겠어. 이거보다 더 안 떠져서 저번에도 고기 두 마리 죽었어. 옮기다가..."
"그거? 그거 방법이 다 있지. 일단 네가 지금 해 봐. 엄마 설겆이 끝나면 알려줄게."
"엄마, 엄마. 그리고 OO 있잖아. 어제 자기도 물고기 산다고 E 마트 갔다 왔어. 어항도 얼마짜리더라, 그거 사고
걔도 나처럼 구피 샀어. 먹을 것도 제가 다 산다고 사고..."
"진짜? 네 거 나눠주라고 외할머니가 저번에 많이 주셨잖아. 그거 나눠주지 그랬어?"
"참, 엄마~ 내가 준다고 하니까 됐대. 필요없대. 그리고 마트 가서 어항이랑 뭐랑 다 세트로 산 거야. 자기 돈 있다고..."
나는 작은 녀석이 이야기를 들으며 녀석의 고종사촌 동생이 가진 가치관 하나를 발견한다. 참으로 위험한 가치관 하나를...
자신이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또 다른 목적을 그 안에 숨겨서 갖고자 하는 자신도, 남도 해칠 수 있는 참으로
위험스런 가치관 하나다. 나는 그 위험스런 가치관과 동거하는 작은 녀석을 얼른 건져내어 안전한 곳에 담는다.
"상원아, 네가 구피 나눠준다고 했는데도 싫다고 했어? 그리고 가서 더 좋은 걸로 샀어? 그래서 속상했니? 그거 속상할 필요 없어.
걔는 구피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너보다 더 좋은 걸 갖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야. 구피가 갖고 싶었다면 네가 나눠주는
구피를 받는 걸로도 만족했을 테니까 말야. 사람들 마음 속에는 그런 '질투' 나 '경쟁심' 이 들어있단다. 남보다 이기려는 마음말야.
그건 하나님이 기뻐하는 마음이 아니지? 진짜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 마음속의 질투심이나 경쟁심, 남보다 잘나고 싶은
마음을 버리게 된단다.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니까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거거든.
너는 걔랑 똑같이 경쟁할 생각 하지 말구 외할머니가 주신 구피들을 잘 키워 봐. 할머니 말씀대로 조금 더 키워보면 더 잘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거야. 그때가 되면 더 좋은 걸로 바꿔가도 돼. 숫놈인지는 조금 더 커봐야 알 수 있으니까 좀 더 관찰하고.
그리고 관찰일기를 계속 써요. 엄마처럼. 엄마도 계속 쓰고 있잖아. 그러면 점점 더 잘 하게 된다구~ OO가 좋은 거 샀다고
너도 또 걔랑 똑같이 경쟁하려고 하지 말어. 그런 마음 안에 '평화' 는 절대 없어요. 언제나 남보다 더 가져야만, 더 높아져야만
만족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에 '속고' 있는 거거든. 알았지? 그리고 네 생각대로 교회서 하는 성경 공부 신청해라.
그 기간에는 엄마랑 성경 읽는 거 대신에 교회에서 하면 되겠다. 그치?"
구피를 분양해 갈때부터 외할머니는 고종사촌 동생 것까지 생각해서 넉넉하게 분양해 준 것인데, 그 '나눔의 마음' 대신
'경쟁의 마음' 을 들고 달려간 녀석의 고종사촌 동생의 세상적인 가치관에 지지 말고 맞서서 이길 것을 작은 녀석에게 안내한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 을 실천해야 하는 작은 녀석이 얼마나 어려운 길을 달려가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나는 마음 속으로
부터 밀려나오는 '동정' 의 마음을 잘라내고 더 좋은 물고기를 녀석에게 내주지 않는다. 나보다 더 단호한 내 엄마와 함께...
제 삶의 자리에서 작은 선교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작은 녀석의 삶에 주님께서 항상 은혜로 채워주시길 기도하며 나는 녀석을
응원한다. 잘 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달려가자고, 우리의 달려갈 길로...
작은 녀석과 녀석의 고종사촌 동생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겉모양은 똑같은 '구피 기르기' 인데 그 속모양은 전혀 다른 '무엇' 이 자리잡고 있는지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그리고 겉모양과 속모양이 똑같은 '구피 기르기' 가 목적이 되기를 기도함으로 계속해서 들여다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