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의 PK 포기발언과 여론조작
막장 연속극의 전개는 대개 못 된 인간의 희작 질로 시작되지만 극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한 가지씩 풀어주고 마지막에 가서 대역전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리고 악역의 주위에는 언제나 별 볼일 없는 인간이 조역을 담당한다. 지금 부산 사상구에서 치열하게 전개 중인 손수조와 문재인의 선거전 양상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연속극의 전개 같아서 하는 말이고 부산일보를 비롯한 좌파 언론과 2007년 한나라당의 이명박과 박근혜가 경선을 할 때 악명을 떨치던 여론조사 기관의 작태가 별 볼일 없는 조역들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정책도 비전도 없이 정권 심판과 노무현의 한풀이를 앞세워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후보가 주민의 민생고 해결이나 청년실업에 대한 대책도 없이 사상구를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밟고 가겠다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언제나 1위를 달렸고 이에 맞선 손수조 후보가 1대1로 주민을 설득하고 다니면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음은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5번이나 부산을 방문하여 문재인 측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구름 군중을 몰고 다녔음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여전히 요지부동, 항상 20% 내외의 차이로 문재인의 우세를 나타냈었다.
고대녀가 제주도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해서 민통당 전체가 욕을 먹어도 요지부동,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여론조작 질이 들통 나서 지탄을 받아도 요지부동, 김용민의 막말이 언론의 도마에 올라 연일 추가로 폭로되고 있음에도 그의 공천에 주도적 역할을 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유권자 모두가 귀가 먹고 눈이 멀지 않은 다음엔 있을 수 없는 일, 조직적으로 작당해서 꾸며온 여론조작 질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는 증거는 뜻밖에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나왔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6일 전주 유세에서 LH 공사를 경남에 뺏길 수 없다. 반드시 전주로 이전케 하겠다고 공약했다.
혹자는 다급한 나머지 뱉은 실수라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LH 공사는 대형국책사업을 관장하는 공사로 직원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하고 관련된 정부부서 기업체를 합하면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부산이나 경남의 지역경제 일익을 너끈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정상적인 선거 진행과정이라면 한명숙 대표가 당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문 후보가 출마한 부산 경남 경제에 도움이 될 사업을 더 보태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공공연하게 LH공사 전주 유치를 주장했다함은 부산 경남을 이미 포기했다는 뜻이고 문재인 대권 후보 카드 또한 접었다는 뜻이 된다. 민주통합당이 정말로 문재인을 사상구에서 당선시켜 대권 후보로 옹립할 작정이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자기가 선거에 나선 부산 경남의 대형 공사가 빼앗길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작 장본인인 문재인은 항의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한명숙 대표의 발언을 음미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항상 문 후보 측의 우세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와 민통당 지도부 모두가 내부적으로는 패배를 예상, 포기하고 본래의 텃밭인 호남이나 잘 지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따라서 엊그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문재인 당선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여론조사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명숙의 전주 발언은 박 위원장의 지원 유세 때 모여든 군중의 규모를 직접 보고, 자신이 대권 후보임을 내세워 유권자를 유혹하고 여론조작으로 밴드 왜건 효과를 노리는 외에는 별다른 전략 없이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손수조 후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문재인 후보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터득하고 개발한 지역현안 타개책으로 주민의 공감을 얻는데다 사상을 방문할 때마다 구름 군중을 몰아다 주는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도움,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표를 깎아먹는 잇단 악재들 모두가 호재로 작용, 승승장구 지지율이 치솟는 손수조 후보가 실질적으로 선거판을 석권하고 있음은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엊그제까지 문재인을 붙잡아주고 있던 마지막 카드, 여론조작 질, 어차피 4월 11일이면 승패가 드러나면서 그 실상이 드러나겠지만 편향된 이념을 가진 군소신문사와 돈 몇 푼에 맞춤형 여론조사 결과나 발표하는 비양심적인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는 곧 다가 올 대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