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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소개하는 ‘신발의 이름’이란 시는 오랜 기간 암으로 투병하던 후배 수녀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을 치른 뒤, 그의 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신발 한 켤레를 보고 떠올려본 생각입니다. 지난 십수년간 몇번이나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나는 신발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입원 중엔 늘 슬리퍼를 신고 다니니 신발을 신고 문병 오는 이들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니 신을 적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예식이라도 치르듯이 경건하게 신으라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사랑과 희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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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새해에는 더욱 새로운 마음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신발을 신고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주라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신발을 바꾸어 신어보자’는 말도 종종 기억하면서,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서로 너그럽게 감내하는 덕을 조금씩 쌓으면서 삶의 순례를 계속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詩편지' / 경향신문 2019.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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