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일출
저녁 밥 차려 놓고
일 나가신 어머니
환한 얼굴로
돌아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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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독도
해무 짙다
사라지는 수평선의 한계에서
불어오는 바람 품었다가
머리 푸는 억새의 매무새 창백하다
먼 데 어선 두어 척 고단한 집어등
너울을 쥐었다 놓았다가
거친 숨결로 건너와 풍향계를 돌린다
돈다 돈다 돈다
둥지 속 소복한 깃털들
어린 새의 정지된 시간을 헤아리고
그리운 것 많은 풀들 숨 죽이며
피워낸 왕해국 송이마다
유두가 맺혀 있다
김선장댁 맥박 여린 불빛
까치발로 몽돌밭을 걷다가
쪽배에 걸터앉아
건져 올리는 수심의 별과
등대가 연주하는 독도의 가을 칸타타
병화식당
편부경
돈 가 왔나?
첫 마디가 심상챦다
큰 모시게 촛대바위 가는 길
산 같은 파도가 산을 때려 패이다가
슬쩍 돌아앉은 벼랑아래 할매의 식당
뱃사람들 고픈 속 허튼 목청 거둬들여
낡은 탁자 훔치는 손 누구를 닮았다
식은 콩나물국 구운 노가리
찢어발긴 껍질 곁 안주로 놓아주고
막걸리 사발에 소주 한 병
식전 댓바람이 먼저 취해 시큼한 술
어쩌다 얻어걸린 매발이 몇 마리면
오가는 이 불러들여 수저마다 만선이다
몇몇 봉지 과자들 비린내가 배었어도
병화식당 할매 솜씨 야물기 그만이라
니 돈 가 왔나?
돈 없씨모 집에 몬 간데이~
억양이 부드러워도
바다 곁 훤한 시야 목에 걸린다
내게도
니 뭐 가 왔나? 안 가왔음 집에 몬가
빈 털털이 핑계로 먹고 자고 자고 먹고
행남 등대 도는 불빛 헤아리며 벼랑아래
그 절벽 오르내려 손 발 거북등이 될 때까지
볼모로 병화식당 할매 한 삼년 품에 묶이고 싶다
손발 꽁꽁 독도에 묶이고 싶다
새 날
아직은 미명
밝아오는 방향으로 새가 난다
수평 넘어 어화는 반달의 투명을 뚫고
더 밝은 빛을 입고 돌아 올 것이다
드리웠던 장막 거둬내며 쏜살 같이 달려오는 오늘과
빛이 떠난 길에 남아있을 어둠은 모두 내일이다
새벽을 타 오르는 모닥불을 향해
오늘이여 어서 오라
고사리 손 시린 방향으로
이른 노동을 나서는 그대의 심장 소리와
먹걸리를 넘기는 수평선의 목젖을 지나
공평한 따스함으로
가슴마다 태양이 솟아 솟는다
새날의 빛 소란을 걸러내고
만물의 이름 하나씩 힘차게 부르며
숲으로 들로 내로 바다로 너에게로
다시 지구를 난다 새 날은
불면
섬의귀퉁이에서나는겨울의끝쯤을웅크려있다식어버린온
돌에요를겹쳐깔고이불은어깨까지뒤집어쓴채잘나오지않
는하나뿐인볼펜으로벽지에온통동글뱅이를그려가며주문
을외운다“빌어먹을빌어먹을꼭나와라뚝딱”되지도않는웅
웅얼거림에쿡쿡홀로선웃음까지섞어본다밖은잠잠하고나
그네는깨어있는새벽두시이후핑게삼아하는짓거리는누구
구라도알아맞힐듯싶은비밀스런오붓함에묻힌오붓함이란
아마아무도모르리라하면서운한이도있으려니천둥번개와
비바람이거나눈보라(빈집은말고)까지엑스트라로출현해
해준다면야고맙지수중에가진거라곤딱정해진일병의소수
(>)마른멸치꽁댕이몇개와초콜릿반토막이것만도감지덕지
끌어안고재채기콧물에손도시리고뉘이시간에날기억해내
고그리워하는가원망을하는가푸른병을자꾸기웃거거리며
아까운잔을조금비울때마다깊어지는짜릿함넌누구냐궁금
하다완전방수칠을한벽에도알콜은스밀까붓을든손이주위
에어른거렸지만내벽을맡겨본적은없기에궁금증을다독이
이며사방에서달려드는쿵쿵소리에밤이점점쿵쿵쿵쿵쿵쿵
그 섬의 등대지기
뚝딱거려 만든 앉은뱅이 책상하나
빛바랜 이불 한 채
다리 뻗고 누우면 벽과 만나는 등대원의 숙소
여섯명이 한달씩 교대하며 동해를 밝힌다
방이 작을수록 창 밖 세상 너르다는 것
여기와 누워보면 안다
남자 여자 유별한 세상잣대 부질없는 것
여기와 지내보면 안다
태풍이 아니어도 일상이 바람이란 말
배부른 문이 가르쳐 준다
며칠 엎드려 또 며칠
하늘이 묶어놓은 시간을 갉고 있다
통째로 흔들리는 섬 반쪽의 문밖 세상
비바람 속 위태로운 섬을
두려움 없는 등대지기 체온이 지키고 있다
어부 별 물고기 나 그대 독도를
편부경
월간 조선문학 등단
시집<깨어지는 소리는 아름답다> <독도 우체국>
불시, 석전시 동인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한국시인협회 독도 지회장
첫댓글 정말 제가 마음으로 넘 좋아하는 언니네요. 편부경언니를 다음 주에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독도를 사랑하면서 말 한마디, 단어 하나하나가 넘 이쁘고 고운... 언니한테 받은 시집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런지... 맘만 무지 바쁘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