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경복등반대 동계등반기(가리왕산~증왕산)

[보우산]

 경복등반대 동계등반기(가리왕산~증왕산)

■산행지 :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1,562m)~증왕산(1,376m)~1376봉

■일 자 : 2009년 1월 22~25일

■참가대원(3명) : 김창성(56회), 이우승(56회), 이경섭(60회)

                     

■교 통 : 시외버스 + 택시 ■집 결 : 서울 동서울터미널 18:00 ■회 비 : 1인당 100,000원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1월 22일: 18:55 동서울터미널 출발→22:10 정선 도착→22:30 정선터미널출발(택시)→

                                                    23:15 회동리 산막골 휴양림 도착→23:30 계곡 야영(350m)

                                                   * 총산행시간 : 15분, * 순산행시간 : 15분 * 총산행거리 : 1km

                                  ▲1월 23일: 08:00 기상(조식)→09:40 출발→10:20 1차 휴식(710m/-5℃→10:30 출발→임도 가로지름→

                                                   11:10 2차 휴식(1,090m/-8℃)→12:05 3차 휴식(1,360m/-11℃)→12:15 출발→12:45 중봉(1,433m)→

                                                   13:15 정상안부 중식→13:45 출발→14:20 상봉 정상 도착 (1,561m/-15℃)→

                                                   15:10 삼거리이정표(←마항치↓어은골→상봉)→발목러셀구간→1305봉→마항치 내리막길 시작→

                                                   등산로탐색 (30분소요)→16:20 야영(1,200m/심야 온도측정 불가-디지털온도계 -20도 한계)

                                                 * 총산행시간 : 7시간(중식 35분, 휴식시간 30분) * 순산행시간 : 6시간 * 총산행거리 : 9.8km

                                  ▲1월 24일: 08:00 기상(조식)→09:45 출발→10:00 마항치→급경사 오름길→11:45 증왕산 도착(1,381m/-12℃)→

                                                   무릎러셀구간→등산로탐색(1시간소요)→13:30 안부도착→중식→14:00 출발 →15:00 1,378봉→

                                                   허벅지러셀구간→등산로탐색(1시간 소요)→16:15 안부로 유턴→16:30 천당골 탈출 시작→

                                                   19:15 대화면 하안미리 가평동 마을 도착(택시 호출)→20:00 장평 도착

                                               * 총산행시간 : 9시간 30분(등산로탐색 2시간, 중식 30분) * 순산행시간 : 8시간 30분

                                               * 총산행거리 : 9.3km

     ☞공동장비: 플라이(6인용) / 바닥깔개(4인용) / 버너 2(휘발유 4리터 포함) / 코펠 1set (4~5인용) / 랜턴(12시간 건전지 포함) /

                        눈삽1, 설피1 /  나침판, 고도계, 온도계, 지도2(1/25000, 1/50,000) / 보조자일 1동(7.5mmx40m), 퀵도르 3개,

                       슬링3, 주마1(우) / 무전기1(비상구조용) / 구급약품세트 / 카메라1 / 도마1 / 썬블록(핸드, 풋크림 포함)

     ☞개인장구: 배낭(커버포함 70리터) / 침낭(1500g 이상, 커버 포함) / 아이젠(6발 이상) / 스패츠 / 발싸개1 /

                       헤드랜턴(건전지 2세트) / 고글(선글라스 포함) / 방한장갑3(방한 외피용1, 내피용2) / 오버트로즈 상하(방수 필수) /

                      방한의(다운파카) / 방한모1 / 바라클라라1(또는 안면마스크) / 보온타이즈 상하1벌 / 내의 3벌, 양말 3벌,

                      짚티1(이상 여벌) / 물통(1ℓ 이상) / 우레탄 매트리스(에어매트 포함) / 등산용 나이프 / 세면도구 등 기타

    ☞부식: 클린쌀 약 3Kg, 찌게용 참치3(이상 3인 석식용 3끼분) / 누룽지, 소바된장국3 (이상 3인 조식용 3끼분) /

                햄2kg, 쏘시지, 토스트, 커피믹스(이상 3인 중식용 3끼분) / 김, 김치, 고추장, 고추, 마른안주(육포, 건조바나나) /

                소주 2(4홉), 보드카1(1ℓ) /물티슈3(대) ☞개인행동식: 행동식(찹쌀떡파이, 스니커즈, 캬라멜, 요깡, 건과일, 귤 외)

    ☞기상조건: 1월 22일(목)-흐리고 강풍 / 1월 23일(금)-맑고 쾌청, 강풍 /

                      1월 24일(토) -흐리고 능선 시계 전무, 싸래기눈, 혹한과 강풍

    ☞기온: 들머리 -5℃ / 산록 -11℃(강풍) / 정상 -15℃(강풍) / 심야 -20℃ 이하(디지탈 온도계로 측정 불가)

    ☞적설량: 중봉 남면오름길 구간-적설량 거의 없음 / 중봉~상봉구간-발목 잠김 / 상봉~마항치~증왕봉구간-발목에서 장딴지 /

                   증왕산~1,378봉구간-무릎높이 안팎 / 1,378봉 이후 구간-허벅지 이상

    ☞소요비용: 동서울~정선:51,900(17,300X3명),장평~동서울:31,800(10,600X3명) / 택시:13,000(정선~산막골),

                      20,000(대화~장평) / 연료:10,000(휘발유 4리터) / 행동식(수입):16,000(요깡+스니커즈+캬라멜) /

                      부식:26,000(티슈 대3+고추장1+김+라면5+커피믹스50개) / 석식:15,600(참치2+청결미2kg+김치 각자 지참) /

                      중식(수입):40,000(미군용스팸+치즈+버터) / 조식:12,000(누룽지3+소바1) / 건과일:20,000(육포1+종합반건과일2봉) /

                      저녁:69,000 (1/22 휴게소 15,000+1/24 장평뒤풀이 54,000) / 주류:4,900(참이슬 2) / 

                      기타:20,000(중식용 토스트2+귤3+우유3+찰떡파이2) = 총 350,200원(3명 1일치 비상용 여분 감안)

                      ///장평에서 2인 1박 이후 비용 미 포함

  ** 출발준비와 강풍속의 첫 밤 ** 출발 하루 전날인 21일 급작스런 거래처의 잡지광고 오더로  부식 쇼핑할 시간도 없이

                        낮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저녁 19:00 종로5가역에서 우승, 경섭과 겨우 만나 인근 수입식품점에서

                        행동식, 수퍼에서 부식거리, 등반점에서 휘발유를 구입한다.

                      산행일정을 검토하기 위해 유명한 닭한마리집으로 이동, 저녁식사 겸 가벼운 반주를 곁들이며 오전에 구입한

                      1/25,000, 1/50,000 지도를 펼쳐놓고 산행일정을 숙지하고 있는데, 09:00 무렵 58회 임유석이 동석한다.

                      함께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아 부득이 불참하게 된 미안함으로 이날 저녁을 기꺼이 출연하고.

                      이후 생맥주집으로 이동, 과하지는 않으나 조금 넘치는 양의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22일 오전 11:00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앞 상가 수입식품점에서 미군용 햄 1캔 (이곳에서만 판매함)과

                     치즈, 버터를 구입하고 남대문시장으로 이동하여 건과일, 육포, 소바된장국, 누룽지 등 먹거리를 구입한 후

                     다시 집에 도착하니 16:00를 넘기고 있다.  배낭꾸리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17:25 집을 나서는데 태릉 담터에서 강변까지는 차를 두 번 갈아타야한다.

                      집결시간인 18:00를 맞추기가 아슬아슬해지는데다 공동장구에 부식거리까지 지참하고 나니 75리터 배낭에

                     더 넣을 수도 없어 쇼핑백 하나를 손에 더 드니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만만치 않다. 버스 출발 시간은 18:55이지만

                      아직 미처 못 구입한 부식거리를 터미널에서 구입해야 하기에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 동서울터미널을 상봉터미널로 잘못 듣고 여유만만, 골목길을 휘돌다 뒤늦게 방향잡고

                     속도를 높이는데, 할 수 없이 18:00 정각에 먼저 도착한 후배 경섭에게 전화를 걸어 모자란 청결미 1kg과 소주 등을

                     먼저 사 놓으라고 당부한다. 18:20 터미널에 도착, 부식거리와 장구를 배분하고 중식용 토스트와

                     먹거리를 구입하고 나니 출발 10분전, 점심도 거른 허기를 우유 한 팩으로 달래며 버스에 오른다.

                      비로소 한 숨 돌리며 김갑철 산우회장님, 박규태 상임고문님, 이천희, 고재욱 전임총무님과 등반대 후배들에게

                      일일이 출발 인사하고 격려도 받고 잠시 눈을 붙이는가 싶은데, 버스는 고속도로를 일사천리로 달려

                      두 시간 만에 장평에 도착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30여 분 시간이 절약될 것 같아 기뻐하는데 웬걸,

                       이후 모든 읍 터미널마다 버스가 들려 10여분씩 대기하며  한두 명에 불과한 늦은 밤 승객들을 모두 탑승시킨다.

                      이 노선은 서울~장평 구간만 직행이고 나머지는 완행으로 운행되는 것 같다.

                      어김없이 3시간 30분을 꽉 채운 10:30 무렵 정선터미널에 도착하니 도로 옆으로 치워진 눈덩이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손으로 쥐어보자 뭉쳐지지 않는 건설이다. 내일 산행걸음이 조금 가벼울 듯하다.

                      터미널건물을 비롯하여 주변은 이미 소등된 지 오래인 듯 하고 가로등불빛 아래로 세찬바람에 흩날리는 눈가루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미 막차가 도착했건만 그 흔한 택시 한 대 보이지 않고, 5분 여 택시를 기다려보지만

                     눈가루와 억센 바람만이 발 앞으로 휘돌다 갈 뿐이다.

                      배낭을 다시 지고 큰 길로 300여 미터 나아가본다. 우리 보다 앞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4거리 중앙 대피선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심전심인가 그중 한 명이 이우승과 동시에 사거리 옆 모텔로 걸어 들어가더니

                     택시기사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10여 분 후 택시 한 대가 와서 그 둘을 태훈 후 사라지고,

                    우리 연락을 받은 택시도 이내 도착, 회동리로 향한다. 기사분에게 언제 눈이 왔었느냐고 물으니 3일 되었다고 한다.

                     마른눈에 3일 정도 바람과 햇볕에 눌렸다면 눈산행하기에는 최적이다.

                     물론 무릎이상 쌓여있다면 힘들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경기도 안성분이라는 기사는 60을 넘은 듯 보이고

                    군 하사로 이곳에서 복무하던 중 아내를 만나 결국 이곳에서 정착하게 되었단다.

                    기사분의 살아온 이야기에 맞장구도 치다보니 11:15 택시가 멈춘다.

                    그런데 회동계곡이 아니라 가리왕산 산막골 휴양림이란다.

                   분명 회동계곡이라고 기사에 말했는데 오늘 승차하는 택시마다 연분이 맞지 않나보다.

                   할 수 없이 내일 산행시작 코스를  하봉을 거치지 않고 가파르지만 중봉으로 바로 치고 오르기로 하고

                   관리사무소에서 몇 가지 산에 관한 정보를 얻은 후 1km를 걸어 들어가 계곡 언저리 평지에 자리를 잡았다.

                   인디언 천막 같은 홑겹 텐트를 펴고 중앙 폴대를 세워 잠자리를 완성한다.

                   저녁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충 처리하였으니 지난해 여름 바이칼에서 사 온 보드카를 열어

                   앞으로의 산행에 대한 마음을 다지며 한 잔씩 가볍게 입 안에 털어 넣고 내일 점심때 먹을 토스트를 버터로 굽고,

                   햄도 익힌 후 치즈를 올려 준비를 마치고 나니 2시가 가까워 온다.

                   점차 텐트를 후려치는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첫날 깊은 잠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 은밀한 심설의 러셀과 별 헤는 밤 ** 오전 7시가 넘어섰는데 잠이 부족한 지 일어날 생각들을 않는다.

                  모두 새벽 무렵 텐트를 후려치는 바람소리에 한 두 번씩 잠을 설쳤다고 한다.

                 7시가 넘어서야 곤한 몸을 침낭에서 꺼내  아침 준비를 서두른다.

                 계곡은 바짝 마른데다 그나마 조금 고여 있는 물조차 돌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다.

                  인근에 쌓여있는 눈은 녹여서 물을 만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지저분하기만 하다.

                 할 수 없이 우승이 휴양림 관리사무소까지 걸어 내려가 물을 받아왔다.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마치고 밤 새 움츠러든 몸도 풀며 배낭을 꾸리는데 SUV 차 한 대가 다가서더니

                 이곳 산림관리원이 내려 이것저것 물어 온다.

                 산행정보를 물어보자 어제 여성 두 명이 유일하게 이곳으로 산에 올랐고 산록과 정상 주릉구간에는

                 눈이 적지 않게 쌓여있단다. 다행히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관리원의 배웅을 받으며 예정시간보다 한참 늦은 09:40 산행에 나선다. 잠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중봉 남쪽 가파른 안부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차츰 경사가 심해졌으나 다행히 땅만 얼어있고

                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이젠은 착용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등산로 주위로는 겨우 등산화 잠길 정도의 눈만 쌓여있다.

                10:20 첫 휴식에 들어갔다. 따사로운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남쪽 안부라 아직 바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고도계 온도계가 -5도를 가리킨다. 10:30 다시 출발, 30여 분 나아가자 임도가 나나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가파른 경사를 가픈 숨을 몰아쉬며 중봉 지능선에 오르니 비로소 억센 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11:10 이제 막 1,000m를 넘어선 곳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하는데 순식간에 추위가 전신을 옥죄어 온다.

               멀리 정상 주능선 허공으로 제트기 지나는 소리처럼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온도계는 -8도를 방금 넘기고 있다.

               행동식을 먹기 위해 장갑을 벗었던 손이 이내 무감각해지고 통증으로 아려왔다. 윈드스토퍼 위에 오바트로

               상의를 입고 홑바지 위에도 오버트로즈 하의를 입었다.

               하봉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합류하는 지점부터 쌓인 눈이 발목을 감아오기 시작한다.

               먼저 등산객이 지나간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간간히 바람이 잦아든 지점에 흐릿하게 발자국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것도 이내 사라져 버렸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오르자 12:40 쇠기둥 하나가 나타나는데 상단 작은 양철판에는 못으로 긁어 쓴 듯한

               ‘중봉’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있고, 아래 넓은 판에는 ←상봉2.2km, ↓세곡임도1.2km, →오잠동1.5km

               표지가 되어 있다.

               아직도 채 풀리지 않은 손끝에 통증이 여전하고 잠시 겨드랑이에 넣어 손을 녹인 후 방한장갑을 꺼내 손을 보호한다.

               상봉 방향으로 다시 10여 분 더 나아가자 이번엔 제대로 된 중봉 표지판이 우리를 맞아준다.

               이곳부터 완만한 경사의 능선인데 간간이 눈 속으로 발목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셌으나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는 그나마 잦아들었다.

               13:15 바람이 잔잔한 정상 밑 큰 나무 등걸 옆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끓여 아침에 준비해 온 토스트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당일산행 차림의 산객 두 명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난다.

              정상이 너무 춥고 바람이 거세 잠시도 머무르지 못했다는 말을 남긴 채 우리가 러셀하면 올랐던 길로 달려 내려간다.

              13:45 정상을 향해 나아가 14:20 마침내 가리왕산 정상인 상봉에 도착한다.

               안부에서 마주친 등산객의 말이 실감났다. 이내 눈썹이며 모자에 입김이 얼어 고드름으로 변한다.

               온도계를 보니 -15도를 넘기고 있다. 멀리 창공에 제트기 두 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가며

               얼어붙은 대기를 깨트리고 있었는데 바람소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다행히 정상 표지석 옆에 높게 쌓아 올린 돌무더기 뒤편에서 바람을 피하며 정상주로 보드카를 한 잔씩 마시니

               아랫배에서부터 목구멍으로 알싸한 알콜 기운이 솟구쳐 올라온다.

               멀리 증왕산과 1,378봉, 그리고 그 너머로 우리 일행이 가야할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다행이 날씨가 맑아 정상에서 전체적인 산행코스를 조망해 본다.

              잠시 후 서북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리막길의 눈은 이미 장딴지를 오르내리고 1시간 전 만난 산객들의 흔적들이

              보일법도 하건만 세찬 바람에 발자국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마른눈의 위력이다. 습설일 경우 발자국이 잘 다져져있어 새로운 눈이 덮기 전까지는 며칠이라도 희미하게

               흔적이 남지만  건설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탓에 잠시만 시간이 흐르면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신발이 젖지 않고 무릎까지 눈이 차올라도 걷기에는 힘도 덜 들고 비교적 편안하다.

              그렇게 20여 분을 내려오니 삼거리가 나오고 ←마항치, ↓어은동골, →상봉 표지판이 서 있다.

              마항치쪽을 보니 길 표시 리본만 몇 개 달려있고 적설량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여기까지 오면서 만난 등산객은 단 두 명. 앞으로는 그나마도 없을 것 같다.

              모두들 가리왕산에 든 이후 처음으로 스패츠를 착용했다. 경섭에게 설피를 착용시키고 러셀을 시작한다.

              눈은 이제 무릎을 덮기 시작했다. 건설에서의 설피 운용은 매우 어렵다.

              조그만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바닥에 제동장치가 부착되어있어도 이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처음 착용했을 때는 걸음 밸런스도 맞추기가 어려운데 경섭이 별 힘든 표정 없이 죽죽 앞서 나아간다.

             비교적 능선의 평탄한 경사가 이어진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졌지만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

             겨울산행의 진수를 맛보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15:00를 훌쩍 넘기고 1,305봉을 지나 가파른 경사의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쏠리는 몸을 제동하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저만치 앞서 가던 경섭을 불러 세웠다.

            너무 급경사인데다 주변지형을 보니 방향이 어긋난 듯 보인다. 지도를 보니 방향은 옳게 왔는데 계속 직진하다보면

            급경사 계곡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사위를 둘러보아도 리본을 포함하여 길표지 될 만한 것들도 없다.

           울창한 나뭇가지들에 가려 마항치도 보이지 않고 증왕산 오름길도 희미하다. 오른쪽 50여m 지점이 능선이기는 한데

           경사가 너무 심하고 왼편을 보니 키 작은 산죽에 비교적 눈이 덜 덮인 완만한 경사라 그곳으로 방향을 틀어

           100여 미터 내려가 본다. 역시 이 방향도 아니다. 능선은 마항골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유턴하여 처음 멈춰선 곳으로 온 후 이번에 오른쪽 급경사 능선으로 다가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50여 미터를 내려서자 나무에 가려있던 리본 하나가 비로소 보이고 그 너머로 임도가 눈에 들어온다.

          제 길을 찾은 것인데 이미 30여 분을 소모하고 말았다. 시간은 16:00를 넘어섰다.

          증왕산까지는 두 시간여. 무리해서 갈 것인지, 이곳 어디쯤에서 야영을 할 것인지 조금 망설여진다.

          두 명의 일행에게 의견을 물으니 오늘 산행시간이 예정보다 짧긴 하지만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200여 미터를 더 내려선 후 비교적 평탄한 둔덕에 텐트를 쳤다. 눈으로 텐트 밑 라인을 덮고 배낭은 커버를 씌워 입구

          정면에 바람막이로 세워두었다. 인근 눈을 퍼서 버너로 녹이는데 더 할 나위 없이 깨끗하기만 하다.

          같은 부피라면 습설은 물의 양이 많은 반면 대기 중의 모든 이물질들을 달고 내려와 식수로 사용하려면 두어 번 걸러야 한다.

          하지만 건설은 습기가 없어 물의 양은 많지 않지만 그 자체로 깨끗한 편이다. 혹시 몰라 필터를 준비해 왔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고추장과 치즈, 버터까지 함께 녹인 얼큰한 참치김치찌게가 입맛을 당기고 피로를 풀어준다.

         생리를 해결하기 위해 잠깐 밖으로 나가면 별들이 머리위로 이내 쏟아질듯 초롱초롱하다.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별들이 유난히 크게 보이는 것이 이 적막한 밤의 파수꾼으로서 더 없이 든든해진다.

        텐트 입구를 열 때 마다 차가운 바람이 수증기와 함께 버너를 켜 놓은 텐트 안으로 밀려들고 입구를 닫으면

        이내 공기가 모자라 숨이 가프고 라이터 불조차 켜지지 않는다.

         완전 연소되지 못한 휘발유냄새조차 코를 자극해 수시로 입구를 열어 환기를 시키다 보니 텐트 안 온도가 그저 그렇다.

         추후에 겨울용텐트로 계속 사용하려면 입구 반대편 천정에 여닫을 수 있는 환기구를 별도로 만들어 두어야 할 것 같다.

          내일 점심 토스트를 만들고 남은 보드카와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21:00 조금 넘은 시각,

          온도계는 이미 측정을 포기한 지 오래고 텐트 아래부터 결빙이 시작된다. 다행이 바람은 심하지 않은 듯한데

         기온은 -20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4년 전 후배들과 한북정맥종주를 할 때가 불현듯이 생각 나 내일 아침 일어날 때

         침낭과 커버 지퍼를 열 때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그 당시 모두 얼어붙어 커버를 입김으로 불며 녹인 후 조금씩 지퍼를 열어

          밖으로 기어 나왔던 기억이 새롭다. 지도를 펴 내일 일정을 확인한 후 포근한 침낭 속에서 꿈나라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  짙은 눈바람속의 루트 탐색, 그리고 탈출 ** 두 번째 아침도 8시가 다 되어서야 밖으로 기어 나온다.

        텐트를 건드릴 때마다 얼음조각들이 침낭 위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이미 안과 밖의 온도차로 인해 침낭이며 커버며,

        텐트며 모두 얼어있다. 다행이 지퍼들은 얼지 않아 그나마 나았다. 버너를 켜 실내온도를 높이고 아침준비에 들어간다.

        이내 침낭과 커버가 젖어들기 시작하고 텐트 밖은 싸래기눈이 흩뿌리기 시작하는데 사위가 몹시 어둑어둑한 것이

          오늘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누룽지로 아침을 마치고 눈을 녹여 마실 물을 물통에 저장하는 등

         준비를 마치고 젖고 얼어붙은 장구들을 챙겨 배낭에 쑤셔 넣고 출발 준비를 완료하니 09:45이다.

          마항치를 향해 내림길을 재촉하니 10여 분 후 눈에 덮여있는 계단이 나오고 비로소 임도로 들어선다.

         마항치에는 임시대피소가 있어 2~3명이 잠을 잘 수도 있게 해 놓았다.

        어제 저녁 조금 더 내려와 이곳에서 야영했으면 침낭이 젖는 등 불편하지 않았을 거라고 우승이 아쉬워한다.

        ‘어쩌랴! 처음 가 본 길이라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것을.

         지금부터는 산길도 분명치 않아 더욱 더 그러할 것’이라며 증왕산 오름길을 시작한다. 절벽에 가까운 오름길에

         눈은 신발을 겨우 덮을 정도라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발이 계속 뒤로 쓸린다.

         마항치와 증왕산의 표고차는 200미터가 채 안되는데 바로 치고오르는 길이라 경사가 몹시 심하다.

         30여분을 가다 쉬고 다시 그러기를 반복하며 정상 바로 밑 능선에 올라서니 겨우 길이 드러눕기 시작한다.

         중간에 멧돼지 올무가 있어 캐보려 하지만 얼어서 꼼짝도 하지 않아 한번 얽어매어 발이 걸리지 않도록

         조치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정상 안부 곳곳에서 허벅지까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럼에도 평균 지면높이가 높아져 배낭이 수시로 잔가지에 걸리고 그럴 때마다 뒤로 후퇴했다가

         주저앉아 지나니 힘이 배가 든다. 더 굵어지지는 않았지만 눈발은 계속 흩날리고 날은 점점 더 흐려진다.

         잠깐 햇볕이 보이다가 짙은 눈구름 속으로 끌려간 듯 두 번 다시 내비치지 않는다. 11:45 증왕산 정상에 올라선다.

         서남쪽으로 청옥산까지 능선 한 줄기가 이어져 있고 정북방향으로 1,378봉이 얼굴 앞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짙은 눈구름 속으로 숨어들고 능선조차 뒤따라 사라지고 만다.

         ‘아 결국 날씨가 문제가 되겠구나’ 조바심을 다스리며 정북방향 리본이 걸린 나무 틈 사이로 들어선다.

         내림길에 들어서자 눈이 허벅지를 감싸온다. ‘진자 러셀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짐작하며 조심스럽게 눈길을 헤치며

         200여 미터를 전진하니 허기도 지고 힘이 부친다. ‘제아무리 건설이라도 무릎 이상의 눈은 힘든 것인가’

         암장 밑에 자리를 잡고 행동식으로 칼로리를 보충하고 경섭을 앞세워 다시 전진해 나간다.

          12:10 리본이 하나 나오고 그 10여 미터 밑으로 빈 패트병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그것을 표지삼아 급경사를 내려서는데 길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잠시 멈춰서 지형을 살펴보지만 적막강산이다.

          저 아래 임도로 보이는 길이 유혹한다. 이 방향에 임도가 있어서는 맞지 않은데 미심쩍은 마음 때문에

          다시 리본 있는데 까지 되올라서 다른 방향을 살펴보지만 빽빽한 잡목과 굴참나무들로 사람 하나 통과할만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사위를 조망해보지만 짙은 설무는 더 이상의 시계를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패트병 방향의 잔너덜 급경사면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기를 20분 여,

         결국 걸음을 멈춰서고 만다. 위에서 임도로 보았던 길은 그저 눈이 많이 쌓인 경사일 뿐이고 지도를 펼쳐 방향을 살펴보니

         계속 내려서면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방향으로 탈출하게 될 것 같다. 이미 주변은 눈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게 했다. 다시 유턴, 모두 힘이 빠지는 듯 쳐지기 시작한다.

         결국 50분여를 허비한 끝에 리본 있는 처음 장소에 13:00 올라선다. 일단 증왕산 방향으로 되돌아가며 길을

         재탐색하기로 하고 우승 경섭 앞장 서 가는데, 눈이 쌓인 것을 감안하지 않고 현상만으로 길을 파악한 듯싶어

         잠시 멈추게 한 후 처음 살폈을 때 도저히 길이 아닌듯한 리본 맞은편 잡목지대를 겨우겨우 헤치며 나아가본다.

         엉덩이까지 둘러친 눈을 헤치고 자꾸만 잡목에 걸리는 배낭을 빼가며 40여 미터 전진하자 가려있던 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우승과 경섭을 불러 합류시키고 비교적 평탄한 설사면을 나아가자 저 멀리 아래 지도상의 1,378봉 안부 평원이

          안도의 숨을 쉬게 해준다. 13:30 안부에 도착하니 서쪽으로 대화면 하안미리 방향과 동쪽으로 진부면 장전계곡 방향으로

           리본들이 많이 걸려 있다. 북쪽 능선으로 조금 더 오르다 바람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후 눈삽으로 눈을 걷어내고

          버너로 커피를 끓여 토스트를 먹으며 앞으로 일정을 가늠해 본다. 이제 어두워질 때까지 남은 3시간의 시간과

          짙은 눈구름, 능선의 적설량, -1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까지 감안해보니 오늘 예정대로 마랑치까지 도착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 더구나 설날 대목이 하루 앞이라 25일 정오 무렵에는 진부나 장평에서 서울로 출발해야했다.

          우승, 경섭에게 오늘 최종 도착지를 파늪재까지로 하고 그곳에서 1박한 후 임도를 따라 대화면 하안미리로

           탈출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한다. 둘다 아쉬움을 얼굴에 그려내지만 마랑치~백석산 구간 포기에 선뜻 동의해 준다.

           14:00 다시 출발, 무릎 높이의 눈길을 십여 분 러셀하다 무릎에 하중이 걸리는듯하여 다시 경섭을 앞세운다.

           평탄한 오름길인 일대는 잡목 하나 없이 온통 굴참나무뿐이다. 곳곳에 멧돼지, 노루 등 야생동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14:30 1,378봉에 올라선다. 정상 표식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더 이상 주변에 높은 봉우리가 없어 지레짐작할 뿐.

           동쪽은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고 서쪽은 급경사면이다. 조금 더 북서쪽 사면으로 내려서자 나무 한 그루에 낡은 천이

            하나 매달려 있다. 이제 시계는 채 100여 미터 앞도 볼 수가 없다. 눈구름이 더욱 짙어진 것이다.

            리본 앞을 통과하여 동북방향으로 길을 잡고 약간 내리막길로 들어서는데 몸이 쑥 빠져든다. 엉덩이까지 눈이 차오른다.

            그런 상태로 10여 미터 전진하자 눈이 겨우 무릎 높이로 낮아진다. 앞서가던 경섭이 걸음을 멈춰 선다.

             다시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쓰러진 고목나무에 배낭을 내려놓고, 주변을 탐색해보지만 50여 미터 앞도 보기 힘들다.

             그나마 동쪽방향으로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는데 능선이나 봉우리까지 보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혼자 정북방향으로 60여 미터나 러셀하며 나아가 보지만 리본이나 길의 흔적은 없다.

             능선이나 봉우리가 보이지 않으니 절벽인지, 평탄한 길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등고선상으로는 정북방향으로는

             절벽이나 계곡은 없으나 실 구간에서는 다변한 것이 산인지라 결국 엄청난 시간이 소모되지만 지도와 나침반으로 독도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단 1분만이라도 능선을 보여주면 더 바랄게 없으련만….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다시 고목나무로 돌아와 지도를 펼쳐들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가늠해 본다.

             방향으로는 조금 전에 갔다 왔던 길이 옳지만 동쪽 완만한 안부로 돌아가는 길이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만약 틀리다면 그 길은 진부 장전계곡으로 빠지게 될 터이다. 남은 식량과 연료 등을 점검해 보니 연료는 2리터 반,

             쌀은 1.3kg이 남았고, 행동식도 비교적 여유가 있어 최악의 경우 사흘 정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추슬러 동쪽사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다시 눈은 허벅지까지 차오르고 얼마동안 헤치며 나아가자

             패트병 두 개가 20여 미터 간격으로 나무에 꽂혀있거나 그루터기에 끼어 있었는데 오히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등나무, 명과나무, 굴참나무 가지들이 뒤엉켜 통과를 허락하지 않는다.

             수 미터씩 빈틈을 찾아 우회하기를 반복하는데 안부방향이 점점 더 동남쪽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걸음을 멈춰서고 만다. 동북방향으로는 길이 없다는 결론이다. 벌써 시간은 15:00를 훌쩍 뛰어 넘었다.

             날은 조금씩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리본 있는 데까지 다시 유턴하자!” 리본 매어있는 곳에 다시 돌아와 이번엔

             서북방향 급경사면을 내려서본다. 이쪽 방향으로 능선이 보여주기만 하면 좋은데

             이미 서북방향은 30미터 앞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그나마 눈발이 더 굵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수밖에.

             계곡선 한 피치인 역시 5~60미터를 내려가 보지만 경사만 더 심해질 뿐 길을 쉬 내어주지 않는다.

             이제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순순한 독도로 완전 모험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다. 우승, 경섭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선선히 내키지 않는 듯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나 역시 몹시 지친 상태라 과연 목적지까지 도달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 여기서 산행을 멈추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하산을 시작하자.

             16:15 점심을 먹었던 안부에 다시 도착한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서남쪽 방향인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방향 천당골로

            하산을 시작한다. 첫걸음부터 급경사다. 걸려있던 리본 숫자에 비해 길은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잠시 후 그나마 한두 개 걸쳐있던 리본도 사라지고 이번엔 계곡 러셀을 시작한다. 계곡은 크고 깊지 않았으나

             눈 밑을 알 수 없어 오른쪽 산죽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더욱 험악한 상황이 기다린다.

             얼어붙어 잘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거의 자갈수준의 너덜들이 엷은 눈에 덮인 채 수시로 무너져 내린다.

             발을 딛기도 불편하고 계속 가다가는 무릎에 하중이 가중됨은 물론 미끄러져 낙상할 위험이 더해질 것이다.

             큰 계곡은 아니어서 폭포나 큰 바위들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은 무릎 정도의 눈이 쌓여있어 오히려 내려서기가 수월했다. 가다 쉬다 미끄러짐을 반복하며

             1시간 30분여를 내려오자 리본이 하나 둘 나타나고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길을 안내해주었다.

             심마니 임시 숙영지도 지나고 땅거미 진 어둑함 속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완만한 하산길을 쉼 없이 내려선다.

             18:00 조금 넘은 시각 임도와 만난다. 오른족 임도를 따라 파늪재라는 표지가 보인다.

              예정대로 산행을 했다면 명일 오전 이곳으로 하산을 했을 터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비포장도로를 나아가니

             ‘가리왕산팬션별장’이 나오고 그 앞을 가로질러 처음 만나는 가로등 밑에서 아이젠과 스패츠, 오버트로즈 하의를 벗는다.

             포장도로를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19:15 하안미5리 어느 팬션 입구에 도착, 114로 문의하여 장평 택시기사와 연결한다.

              그냥 기다리면 추우니까 걸어내려가다 택시를 만나는 것이 어떨가 의견이 나왔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지난해 경험 때문에 이곳에서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지난 해 1월 후배 정철헌과 잠두봉~백석산 답사를 마치고

               저녁 이맘때 대화4리로 하산을 완료한 후 택시와 연결, 걸어가고 있을 테니 배낭 멘 둘을 발견하면 된다고 하였으나

              택시가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오히려 30여 분을 더 추위 속에 고생했었다. 10분 후 택시에 승차,

             산행 후 처음으로 느끼는 실내 히터의 안온한 분위기에 젖어드는데 순식간에 피로가 엄습해온다.

               기사와 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대화리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고, 잠시 후에는 총산행 때 올랐던

             모릿재 오르는 갈림길인 신리를 지나 18:00 장평에 도착, 터미널 맞은편 블록 아는 음식점 앞에 세워준다.

             음식점으로 들어서는데 딸로 보이는 젊은 주인은 영업 끝났다고 하였으나 부모로 보이는 노부부가

             음식을 차려주겠다고 하여, 삼겹살과 청국장을 시켜 뒤풀이를 가진다. 맥주에 소주를 섞어 삼겹살을 안주로

             한 잔씩 목젖으로 넘기니 거짓처럼 피로가 사라진다. 일정을 예정대로 마치지 못해 아쉬움을 버릴 수 없었지만

             러셀만큼은 원 없이 해본 것으로 자위하며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에 건배를 들었다.

              다행히 21:10 서울행 막차가 있어 후배 경섭 먼저 서울로 향하고, 우승과 함께 음식점 건물 모텔에 방을 잡아

            등산장구와 옷도 말리고 술도 한 잔 더 하면서 장평에서 긴 하룻밤을 더 보내는 것으로 신년 동계훈련을 마무리하였다.

  --- 후기 --- ▲ 이번 등반에서 반성해야 할 3가지

                          1. 등반로가 개설되지 않은 오지 능선길을 종주하는데 1/25,000 지도까지 구비해 놓고서도 분석을

                              너무 안일하게 하여 결국 탈출에 일조함

                              (특히 눈구름같이 악천후 시 등로가 보이지 않을 때는 더욱 정밀한 코스분석이 필요할 것임)

                          2. 아침 기상시간을 지키지 못해 전반적인 등반 일정이 늦어짐 3.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으나

                              동계 설산행에서 25kg 안팎의 배낭을 지고 하루 15km 정도를 3일 이상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준비되지 않음

                             (술, 담배 절제와 평소 체력훈련 등이 필요)

                    ▲ 그 밖의 제언 1. 휘발유 버너의 경우 MSR 두 개 보다는 MSR + 콜맨 버너 조합이 더 좋을 듯:

                         MSR은 화력이 좋으나 미세 조정이 잘 되지 않아 연료소모가 많고 불연소 시 텐트내 공기 악화의 요인이 됨.

                         MSR로 주 요리를 하고 밥 뜸이나 그 밖의 커피, 난방용으로는 콜멘을 쓰는 것이 효율적일 것임.

                                          2. 동계용 플라이텐트는 반드시 지붕에 환기구가 있는 것을 사용: 텐트내 공기흐름을 좋게 하고,

                        입구를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킴으로써 빠져나가는 온도를 지켜주어 궁극적으로 난방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음

                       (단 환기구도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음)

                                          3.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 동계종주산행을 함으로써 감각을 잃지 않게 하고 독도능력 향상과

                         지형숙지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임

                                          4. 등산로가 없는 곳에서 만나는 리본을 제외한 기타 표식(패트병, 돌, 나뭇가지 등)은

                          심마니들이 자신만이 아는 약초 등 채집물 장소를 표시해 놓은 것일 확률이 높음.

                          그들은 길을 잃을 우려가 없어 길을 표시해 놓을 확률이 적으므로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 요함

[kwaksang2001]

증왕산은 과거 중왕산 지금은 주왕산으로 국립지리원에서 변경정정 하였습니다. 워낙 펑퍼짐한 능선이 특징인 산인지라 정확한 독도와 현위치 파악에 소홀하면 자칫 엉뚱한 곳으로~~~ 사실 길도 매우 좋고 경사도 완만하여 산행하기에는 쉬운편인 곳인데, 10년쯤 전에 동계에 럿셀하며 다녀오고 계방산에서 뻗은 계방지맥 하면서는 장전계곡입구에서 능선으로 이어서 다녀온 곳이군요. 약초꾼의 페트병표시는 대부분 갈림(하산)길 표시입니다. 어쨌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