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여러분, 여러분에게 분명히 밝혀 둡니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복음은 내가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고 배운 것도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받은 것입니다."(11~12)
갈라디아서 1장 6~10절에서 '다른 복음'을 쫓는 갈라디아인들을 향하여 강한 어조로 책망한 사도 바오로는 이제 1장 11~17절에서 자신이 전한 복음이 바른 복음임을 변증하기 위하여 이 복음이 신적 기원을 가졌음을 밝히는 동시에 자신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이방인의 사도가 된 배후에는 오묘한 하느님의 섭리가 있었음을 밝힌다.
이러한 새로운 논지를 전개하면서 사도 바오로는 이 편지의 수신자들을 향해 '형제 여러분'(adelphoi; 아델포이) 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형제들과는 대조되는, 배교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갈라티아 지방의 이방 성도들을 향해 '형제 여러분'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원래 유대인들은 같은 조상을 가진 다른 유대인들을 '형제' 라고 불렀는데(레위19,17; 신명1,16; 사도7,2; 로마9,3), 마찬가지로 헬레니즘의 종교 공동체에서도 그 구성원들이 서로를 '형제들'로 불렀다고 한다.
이것을 볼때 초대 교회에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을 '형제'로 불렀던 관습은 이러한 유대와 헬레니즘의 두 관습으로부터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 공동체 내에서 사용된 '형제'라는 호칭에는 그 인식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제'란 호칭은 우선적으로 예수님이 제자들을 자신과의 관계적 측면에서, 그리고 제자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행한다는 측면에서 '형제들'로 부른데서(마르3,31~35)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오로 역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 공동체의 지체라는 측면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형제'로 간주하였다(로마8,29).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더 나아가 이러한 공동의 관계를 기초로 해서 계속해서 '형제'란 호칭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형제애로써 애정깊은 상호 공조의 자세로 서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로마14,10.13.15; 1코린5,11; 6,5~8; 8,11~13; 2코린1,1; 2,13).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심지어 본서와 같은 갈라티아 교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책망하는 엄격한 어조 가운데서조차 그들에게 '형제들'이란 호칭을 사용하여 자신과 갈라티아 교인들간의 형제로서의 관계, 곧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됨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지금 그러한 사실조차 잊은 채 배교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오로는 그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 복음은 내가 어떤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고 배운 것도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받은 것입니다.' (12)
새 성경에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나타내는 접속사 '가르' (gar)가 나온다.
갈라티아서 1장 12절 전체가 사도 바오로가 전한 복음이 사람을 좇아 된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 1장 11절의 까닭을 상세하게 해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본절은 '우데 ~ 우테'(ude ~ ute)라는 이중 부정 구문을 사용하여 사도 바오로가 전한 복음이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그리고 배운 것도 아니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그가 전한 복음의 기원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계시 곧 신적인 계시에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원문에는 '내가'에 해당하는 1인청 주격 대명사 '에고'(ego)가 사용되고 있다. 희랍어에서는 동사에 인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격 인칭 대명사를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주어를 특별히 부각시키고자 할 때에는 사용한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티아 지방에서 활동하는 거짓 교사들은 인간적 기원을 가진 거짓 복음을 전했던 반면에, 자신은 이들과 달리 신적 기원을 가진 참 복음을 전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에고'(ego)라는 1인칭 주격 인칭 대명사를 사용하였다.
이처럼 사도 바오로는 당시 거짓 교사들에 의해 잘못 인도되고 있는 갈라티아 교인들에게 우선 왜곡된 거짓 복음에 대한 경계와 깨달음을 주기 위해 자신이 전한 복음의 기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사도 바오로는 앞에서 '우데 ~ 우테'(ude ~ ute)라는 이중 부정을 통하여 자신이 전한 복음의 기원이 전혀 인간적인 것과 관계없음을 강하게 변론한 후에, 새 성경은 '오직' 이란 부사로 번역했지만, 실제로는 '그러나'(but)라는 뜻을 지니는 접속사인 '알라'(alla)를 사용하여 자신이 전한 복음의 기원이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에 의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