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 28
首丘初心 수구초심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어제 저녁부터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길고 긴 겨우내 내 내리지 않던 눈은 기다리기가 지쳤는지 비가 되어 내립니다. 반가운 마음에 우산도 안 든 채로 교회 울타리를 둘러보는데 마을 개들이 오랜만이라고 짖어 댑니다. 저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화답해 봅니다만 어두워서 일까요. 저를 아는지 모르는 지 울어 댑니다. 너희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저의 거침없는 손짓은 오케스트라의 손인 양 저로 내짓게 만듭니다. 참 좋습니다. 얼마 만에 내리는 단비인지. 농촌에 살다 보니 비와 날씨에 예민해 진 것은 나름의 직업병일가요?
그러나 어제는 갑작 놀랄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북의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 시험에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발표와 이에 대응해 전면 폐쇄와 몰수를 주장하는 북의 조치에 단전과 단수로 맞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더 이상 놀랍지도 이상하지도 않을 만큼 저의 마음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픕니다.
새벽마다 북녘 땅의 억압받는 동포를 위해 기도한 것이 40여년의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아직도 우리의 기도와 눈물이 더 많이 있어야겠다 는 회개의 마음이 더욱 간절함으로 이 새벽에 다가 옵니다.
그리고 또 한 분의 목사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임현수 선배님. 캐나다 큰빛교회 담임목사이시며 20여 년 전부터 북한 동포들을 위해 국수 공장과 구호품을 나눠 주시며 사랑의 끈을 붙드셨던 우리 대신 30회의 선배님께서 최고의 존엄을 모독했다는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그 노쇠한 몸으로 노동교화형을 감내하고 계시는 우리의 선배님!
아 당신을 어찌합니까?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냉전의 찬바람이 온풍으로 바뀌면 당신이 석방되어 그리운 부모형제와 교인들에게 돌아가기를 기도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 존경하는 박종근 총회장님과 동기이시기에 전국교회의 기도 요청까지 더하여 그렇게 고대하며 기도하는 중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니 어찌합니까?
그래도 저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렵니다.
우리 주님이 지켜주시리라 믿고 당신을 주님께 맡기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작은 후배가 할수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오늘 새벽에도 당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문득 이 새벽에 그리운 얼굴들이 더욱 보고 싶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내 친구들, 존경하는 선배님들, 그리고 후배님들.
지난 설날에 반가운 분들의 덕담과 사랑을 가득 담은 선물과 문자 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쳐다보기도 어려운 은퇴 목사님의 글은 저에게는 감동이었습니다.
감히 하늘같은 선배님께서 까마득한 후배에게 먼저 글을 주심에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작은 글자가 오늘만큼은 크게 느껴지는 사랑의 글에 후배의 몸가짐이 조심스러워 집니다.
선배님들께서도 건강하시고 후학들이 무너진 총회를 올곧이 다시 세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훌륭하신 우리 동기 유 목사님께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시대의 앞서 가는 목회자요 교육자이십니다.
우리는 작은 농촌교회조차 감당할 수 없어서 끙끙 앓는 소리는 하는데 당신은 수천 명의 교회를 이끄시고 신학교 교수로, 총회의 책임자로, 선교사를 도우며...
그런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1년에 한번 씩 부교역자들을 교회차로 가득 모시고 와서 홍천한우를 마음껏 대접하는 당신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우리 직원들과 함께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가 계산서를 보고 놀란 이후로는 한우가 돼야지로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총회가 어렵고 힘들 때 앞장서서 분열만큼은 막겠다는 당신이 있어 더욱 담대할 수 있었던 저였습니다.
분열하는 교단통합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외치시는 당신이 있기에 우리 총회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목사들을 행정 처분할 때도 호통 치며 이러면 아니 된다 만류하던 분도 당신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좋았습니다. 다른 이들이 뭐라 해도 30년 넘게 보아온 당신이기에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 당신을 오늘 새벽에 생각합니다.
그런데 왠지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혹시 길을 잃은 것이라면 제가 그 길에 앞장서겠습니다.
얼마 전 보내신 문자에 나와 있는 총회장 공동직무대행 부총회장 아무개 목사가 아닌 우리의 총회장님으로 제가 모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민족의 바램도 70여년의 세월 앞에 퇴색되어 버리는 것처럼.
너무 두 개의 대신이 계속되면 더욱 어려워질까 싶어 당신의 친구가 감히 걱정해 봅니다.
힘내시고요.
우리 홍천으로 오십시오.
어렵지만 홍천한우와 같이 모시겠습니다.
그것도 어려우시면 모닝커피라도 한잔 어떨까요.
비가 내리는 홍천에서 김영규 목사가 씁니다.
첫댓글 메마른 대지위에 은혜의 단비가 풍성히 내린것 처럼 김목사님과 동역자님들의 기도제목위에도 주님의 풍성한 은혜가 임하실줄 믿습니다.
박목사님 감사합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리면 이루어 지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