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실패와 도장은 저의 시부모님이 옛날에
저한테 주신 겁니다
도장은 시아버님이 손수 파셔서 결혼선물로
주신거니 45년이 된거고 실패도 거진 40년
가까이 됐지 싶어요
시어머님이 이불 호청 시칠때 쓰라고 주셨는데
친정엄마 표현을 빌자면 바늘 뒷구멍도 모르는
위인이라 아직 그대로 예요
신발회사에 다니던 시누님이 가져온건데 운동화
꿰매는 실이라더니 질기기가 한정없어 아직 삭지도
않았어요
도장은 신혼여행 다녀오니 시아버님께서
이 도장이 다 닳도록 ㅊ씨집 식구로 살아라..
하시며 주셨지요
무뚝뚝한 성품의 시아버님은 저에겐 봄눈이셨어요
까칠하고 삐리리하게 생겼다고 시댁에서 다들
며느리감으로 탐탁찮게 여겼다는데 혼자 쌍수를
드셨다더니 참 잘해 주셨어요
애연가셨던 아버님께 신혼 여행지에서 사다드린
꽤 고급의 라이타가 플러스가 된것 같기도 해요^^
시댁 행사때 형님들과 마당에서 물일하고 있으면
저를 살짝 손짓으로 안방으로 불러 들이셔 당신이
좋아하시던 프림 설탕 듬뿍넣은 커피를 곱배기로
타주시며 몸을 녹이라고 하셔서 형님들의 눈총을
받았지요
또 제 허물도 감싸 주셨어요
어느해 여름 제사때 시어머님이 탕수국을 들통가득
끓여서 식으라고 옥상 계단옆 시원한곳에 소쿠리를
덮어서 내놓으셨는데 제가 아들 기저귀 걷으러 올라
가다가 슬리퍼 한짝이 벗겨져서 들통안에 퐁당해서
탕수국 한통을 다 버린적이 있어요
노발대발 하시는 시어머님한테..
아직 시간 가맣다 퍼뜩 새로 끼리라..하셔서
있는 재료들로 겨우 두어그릇 끓여 젯상엔 올렸지만
식구들은 탕수국없는 제사밥을 먹어야 했지요
제가 새댁때 시댁 마루에서 아버님 팔짱을 끼고
햇볕에 눈이부셔 찡그린체 다정한 부녀처럼 찍은
사진을 안방벽 달마도에 끼워놓고 틈틈이 올려다
보시며 빙그레 웃으셨다고도 했어요
하루에 싸구려 담배 두갑씩 태우고도 건강하셨던
아버님은 시어머님 돌아가신 그 이듬해 갑자기
쓰러지셔 한달만에 돌아가셨어요
청상에 혼자된 맏며느리한테 짐이 안될라고
그러신것 같다고들 했어요
그렇게 예뻐해 주셨던 네째 며느리가 오늘날
시부모님 기일에도 명절 제사에도 참석 못하는
불량 며느리가 됐네요
여자들 한테 도장은 자주 안쓰이기도 하지만
저 도장은 재질이 뭔지 당췌 닳을 생각을 안해서
시아버님 분부대로 45년을 ㅊ씨집안 가족 구성원으로
살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저의 아버님 머리 좀 쓰신것 같네요 ㅎ
첫댓글
자상한 시아버님이셨네요.
왜 네째 며느리를 예뻐하셨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네째 아들이 사랑받았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만,
아마도, 해솔정님이 애교쟁이가 아니신지요.
시아버지와 팔짱을 끼셨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요.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 못하는 죄스러움을
글로써 남겨보는 것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위안을 받을겁니다.
시아버님 사랑을 많이 받으셨네요.
현세를 떠나셨지만 두 분 모두
해솔정님 가슴 깊이 살아 계십니다.
건네주셨던 실패와 도장과 함께요.
명절 끝이라 별 의미없이
시부모님 이야기 해봤어요
단촐한 친정에 비해 시댁은 대가족이라
말도많고 탈도 많았지만 정도 그만큼 들었어요
마음자리님 늘 평안하시길요.
당시로선 제가 막내 며느리라
이뻐 하셨던것 같아요
내리사랑 이겠지요.
저희는 한 동네서 결혼해서 집안 끼리도
아는 사이라 처녀때부터 봐오셔서 친근함도
있었을거구요
명절 뒤끝이라 시부모님 이야기 두서없이
해봤어요
참 저는 애교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ㅎ
콩꽃님 댓글주셔 감사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답글이 미끄러져 여기 붙었네요 ㅎ
시아버님께서 직접 파주신 도장과
시어머님이 주신 실패 정말 귀중한 유산인것 같습니다
저는 세째아들이고 둘째 사위인데
아버님과 장인어른이 저를 참 많이 사랑해주셨습니다
그러셨군요
삶방에서 그산님 글 보니
정이 많으신분 같던데 어른들께
그만큼 잘 하셨겠지요
내 사랑은 내가 만든다고 하잖습니까
그산님 들려주셔 감사합니다 ^^
지금은 떠나신 시아버님 이시지만 아직도 해솔정님에게 행복을 주시는군요
착코님 오래만이예요
명절 잘 쇠셨지요..
썰렁했던 친정보다 식구많은 시댁이
훨 훈훈했어요 힘든점도 있었지만..
아직 안주무시나 봐요..
전 남편이 아직 안들어와서
보초서고 있어요 ㅎ
사랑의 선물인가 봅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정님도 건강하세요.
ㅎㅎ탕국에 빠진 쓰레빠
웃음부터 납니다ㅋ
그런걸 밖에 식히려면
소쿠리를 엎어야지
시엄니께서 방심하심요 ㅎ
저는 울엄마 가르침으로
베란다서도 꼭 철망채반 덮어요
불시에 뭐가 빠질지ㅋ
옛날엔 장독에 쥐도 빠졌다죠
저는 바늘귀 뀌는건 알아
저 목면실 많이 썻어요
호청 풀먹여 밟고 꿰메고
그고생을 왜했는지ㅎ
가족사가 저하고 많이 비슷합니다
동그란 소쿠리를 엎어놨는데
스레빠가 명중시켜 벗겨졌지요 ㅎ
저 실은 신발회사에서 쓰는건데 엄청
질깁니다
강말님은 바느질도 잘하셨나봐요
전 손재주가 젬병이라 학교 다닐때
수예시간에 반아이들이 베렸다고 버린걸
줏어서 검사 받았어요 ㅎ
명절 잘쇠셨지요..올도 좋은날 되셔요^^
도장과 실패, 참으로 오래된 것이네요.
귀하고 소중한 것이라 오래오래
간직하셨군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해솔정 님은
시부님 사랑 많이 받으셨나 봅니다.
그 사랑 오래오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도장은 어차피 필요한거고
실패는 없는듯이 두다보니
여태 갖고 있었네요
이베리아님은
회원님들 글마다 참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주셔 고운성품을 짐작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 좋은날 되셔요 ^^
오랜 세월
해솔정님과 함께 해 온 빛바랜 실패와 도장..
사랑을 듬뿍 주신 시아버님!
그 물건을 오래 간직하고 계신
해솔정님도 생각이 깊으신 분이네요
시아버님 사랑도 부럽구요
저는 얼굴도 못뵈었어요
이미 돌아가신 뒤에 시집을 갔거든요~ㅎ
이런 글,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시아버님 사랑은 며느리 라는데
좀 아쉬웠겠어요 ㅎ
제글은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라
진부 할수도 있는데 좋다고 해주시니
저도 좋아욤
오늘 수필방 모임 하신다지요
좋은분들과 좋은시간 되시길요^^
설 연휴라서 이런이야기를 하셨겠지요.
담담하게 썼지만 어려움도 많았으리라고 봐요.
장독에서 마치 맑은간장만 떠올린것 같습니다.
예 어려움이 많았어요
시댁은 9남맨데 제가 시집 갔을때
결혼안한 형 누나도 있었어요
남편이 일찍했다 보니요
분가 하기전에 몇달 시집살이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밤마다 울었어요
보다못한 엄마가 신혼집 얻는데 보태줘서
일찍 살림났지요 ㅎ
석촌님 댓글주셔 감사합니다
오늘 즐거운 행복한 모임되세요^^
시댁에 대한 추억으론 아주 따뜻한 이야기네요.
정겨운 물건과 따뜻한 이야기가 봄처럼 마음에 스며듭니다.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바랍니다^^
정이 많던 시 아버님
구수한 이야기가 명절에 어우러지는
추억 거리 입니다.
지금은 지나간 옛 것들
옛 정이 가끔은 그리워 지는
그런 나이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렇지요..
저도 옛것 옛정이 마냥 그립답니다
한스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귀하고 의미있는
도장을 선물로 받으시고
시아버님 사랑도
듬뿍 받으셨으니
효도는 제대로 하신 셈입니다.
살아 생전에
기쁨 드리신 해솔정님
잘 살아오셨다고 응원합니다^^
제라님 방가요^^
명절 잘 쇠셨지요
생각하면 참 철딱서니 없는
며느리 였는데 여러자식 거느려 품이
넉넉하신 시부모님 덕에 사람된것 같아요
응원 고마버요 ^^
아고고, 저런 ㅎㅎㅎ
얼마나 정성들여 끓였을 탕국
시엄니도 정말 난감하셨겠어요.
입덧할 때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울엄니가 해주신 탕국이었어요.
탕국 먹고 싶어요. ㅎ
나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시아버님께서도 항상 제게
부드럽게 말씀해 주신 것만 생각나네요.
저 실패는 귀한 골동품 가치가 있네요.
해솔정님 며느님에게 대물림 하세요.
해솔정님의 삶의 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웃고 갑니다.
그때 심정은 이루 말로 다 못합니다 ㅎㅎ
시아버님이 무마 시켜주셔서 얼렁뚱땅
넘겼지만요.
울집 남자 3대가 탕국을 좋아해서
저도 명절엔 꼭 끓여요.. 문어 산적도요.
오래된 물건은 골동품 가치나 있지
사람은 오래되면 짐덩어리 밖에 안되니요 ..ㅎ
다정하신 초록이님
명절연휴 즐겁게 지내셨지요^^
시부모님의 선물을 오랜 세월
곱게 간직하고 계시네요.
해솔정님의 그 마음이
참 귀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플로라님 반갑습니다
명절은 잘 쇠셨지요
고운 눈으로 봐주셔 감사해요^^
예로부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도 있지만 울해솔정님은 유독 시아버님 사랑을 많이 받으신 듯 보입니다.
추운 날 따뜻한 햇살같은 울해솔정님 글 잘 읽고 갑니다. ^^~
시아버님이 무뚝뚝 하셨지만
속정이 깊은분 이셨던것 같아요
생선같은 반찬거리를 자전거 타고
저희집에 갖다주시곤 하셨지요
수피님 들려주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