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멀쩡한 관측기 부품 떼내 고장난 관측기 고쳐]
제조업체 측에 보수 안맡겨 부품 구매·수리 제대로 못해
기상청 "부품 떼낸 1대 빼곤 나머지는 정상 가동" 주장… 확인해보니 오류 많아
전국 9개 지역에 설치된 대당 약 9억5000만원짜리 고가(高價) 핵심 기상 장비가 유지·보수 관리 부실로 잇따라 고장나면서 기상 예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상청은 특정 지역의 장비가 고장 또는 성능 저하로 작동하지 않자, "예비품이 없다"는 이유로 정상 가동되는 멀쩡한 장비에서 부품을 떼내 고장난 장비로 옮기는 등 임시 방편으로 대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 강원지방 기상청에 설치된 윈드 프로파일러.
진흥원 관계자는 "고장난 파주·창원 기상대의 장비는 추풍령에 설치된 또 다른 장비에서 떼낸 부품으로 교체해 지금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면서 "대신 (부품을 떼낸) 추풍령 장비는 지난 5월부터 장비를 세워둔 상태"라고 말했다. 파주·창원기상대 장비는 각각 2003년과 2005년 도입됐고, 추풍령 장비는 2007년 설치됐다. 오래된 장비가 고장나자 잘 가동되고 있는 장비에서 부품을 떼내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진흥원 측은 "9개 지역 중 추풍령 장비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추풍령 장비를 세운 것"이라며 "나머지 8개 지역 장비는 현재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강릉·창원 등 기상대 장비는 최근 1주일 동안 5번이나 데이터 누락 등 오류 현상이 발생했고, 철원·파주·울진·군산 등 나머지 기상대 장비도 1~5시간씩 데이터 누락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원은 장비 구매 예산이 없다는 등 이유로 문제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5월에야 프랑스 제조업체에 새 부품 구매 및 수리를 요청했다. 특히 지난달 보낸 이메일에서는 '국내 대리인인 K사 대신 다른 민간기업이나 진흥원을 통한 부품 조달'을 요청하면서, '요청에 대한 답변이 없거나 K사를 통해 답변할 경우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기상청)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랑스 본사에 그런 (협박성)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상청과 진흥원은 현재 또 다른 장비 납품 대금 미지급과 관련해 K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고, 관련 기상청 공무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상청은 이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고, 다음 달 20일쯤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